나쁜 감정에 흔들릴 때 읽는 책 - 불안, 분노, 무력감 뒤에 숨은 진짜 감정을 돌보는 심리 수업
권수영 지음 / 갈매나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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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83. 힐링은 바로 가장 자연스러운 나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우리 안에 불필요한 감정이란 하나도 없다.(p.240)라는 전제하에 우리 머릿속을, 우리 마음속을 촘촘하게 들여다본 심리 수업을 만나보았다. 대부분의 심리학 책에서는 분노나 두려움 같은 감정은 참고 억눌러 이겨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연세대학교 상담코칭학과 권수영 교수는 《나쁜 감정에 흔들릴 때 읽는 책》에서 색다른 접근법을 보여준다. 마음을 시스템적으로 이해하고 풀어내려는 심리치료인 '내면 가족 시스템'을 소개한다.


인과관계를 선형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원인들이 서로 상호작용한다는 시스템적으로 이해하고 마음속 감정들을 가족 구성원으로 설명하고 있다. '내면 가족 시스템'의 정확한 개념이나 작동 방법은 모르지만 '분노'를 새롭게 보게 한다. 폭력의 원인은 '분노'가 아니라 '수치심'이라고 한다. 분노는 강경파이고, 수치심은 온건파이다. 또 유배자와 소방관이 등장한다. 흥미로운 접근이 무척이나 매력적인 심리학 책이다.


이 책에서 강경파와 온건파는 대결하지 않는다. 강경파는 온건파를 지켜주기 위해 앞장선다. 그렇게 짜증 많고 화 많은 사람이 탄생하는 것이다. 마음속 깊은 곳의 상처를 지키기 위한 본능이 화를 불러내 상처를 지키는 것뿐인데 분노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치부되고 또 심한 경우 치료를 권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양한 감정들 간의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한 심리 상담에서는 어떤 감정도 부정적이지 않다. 그러니 치료할 감정도 없는 것이다. 정말 흥미롭고 재미난 심리 수업이었다.


책의 구성은 여타의 심리학 책들처럼 많은 심리학 상담 사례를 보여준다. 또 적절한 예시를 통해서 쉽고 편안하게 책에 몰입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있다. 몇몇 심리학 용어와 이론이 등장하지만 전혀 돌부리나 웅덩이는 되지 못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친절한 설명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듯 빠르고 편단하게 목적지에 다를 수 있는 멋진 책이다. 누구나 맺고 살아가야 하는 '관계'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하는, 관계의 시작인 '가족'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하게 하는 의미 있는 책이다.


p.305. 창피했던 기억, 무력했던 내 모습도 모두 나의 일부분이고, 이것을 받아들이는 일이 내가 버림받거나 비난받을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이 바로 힐링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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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알아주지 않는다 : 상
다지마 렛토 지음, 박여원 옮김 / 크래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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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잡지〈모닝〉을 통해 데뷔한 다지마 렛토의 첫 장편을 만나보았다. 상, 하 두 권으로 구성된 만화책 제목《아이는 알아주지 않는다》의 의미가 다소 모호했다. 아이가 알아주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상권만 읽어서는 알 수 없을 듯하다. 상, 하권 모두를 동시에 읽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다.


그림은 너무나 훌륭했고 진지한 주제를 코믹하게 풀어가는 자연스러운 스토리 전개도 무척이나 좋았다. 코믹하지만 가볍지 않고 무거운 사회 이슈(이혼, 트랜스젠더, 신흥종교 등)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전혀 무겁지 않다. 물론 상권이 그렇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흐름이 어떨지 정말 궁금하다. 꼭 상, 하 권을 동시에 준비하고 만나야 하는 두 번째 이유다.


삶에 무심한듯한 무표정의 남학생과 세상 생기발랄한 여학생의 만남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그런데 에너지 넘치는 사쿠타는 재혼한 엄마와 함께 살며 친아빠를 찾아보려고 한다. 그렇게 서예부 모지와 연결된다. 왜냐하면 모지의 형 아키가 탐정이기 때문이다. 왠지 믿음직스럽지 못했던 모습은 뒤로하고 아키는 사쿠타의 친아빠를 찾아낸다. 사쿠타와 친아빠는 만나게 될까? 지금의 행복한 가정을 두고 꼭 친아빠를 만나야 할까?


등장인물은 그렇게 많지 않지만 흥미로운 캐릭터들이 차고 넘친다. 특히 주인공인 것 같은데 상권에서 활약이 미미한 모지와 아키와 묘하게 연결되는 헌책방 주인 젠 아저씨가 스토리 흐름을 흥미롭게 해주고 있다. 진코와 진코의 할아버지도 재미를 더해주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준다. 흥미로운 인물들이 만드는 재미난 이야기는 어느 시점에서부터 '미스터리'향을 진하게 풍긴다. 이 책을 하권도 준비해두고 읽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마지막 이유다. 실종된 '빛의 상자' 교주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사쿠타와 모지가 해결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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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스 -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경제학적 생존 전략 7가지
저스틴 길리스.핼 하비 지음, 이한음 옮김 / 알레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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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불타고 있다.(p.9)라는 다소 자극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흥미로운 환경 관련 책을 만나본다. 《빅 픽스 The BIG FIX 》 저자 저스틴 길리스는 40년 경력의 환경, 과학 전문 기자이고, 핼 하비는 에너지 환경 정책 전문가이다. 지구가 직면한 환경 문제, 기후 위기를 경제학 관점에서 들여다보고 정부와 우리 시민들이 해야 할 일들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하면 좋을 것들이 아니라 탄소 배출 0에 접근하기 위해서 꼭 해야 할 것들을 알려주고 실천하기를 바라고 있다.


총 9장으로 구성된 책은 제1장 기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기본 경제 법칙 : 학습 곡선으로 시작한다. 총생산량이 두 배로 늘 때마다 공장의 생산비가 다소 일정한 비율로 떨어진다는 라이트의 법칙을 통해서 그래프를 그릴 때 나오는 기울기를 학습 곡선 또는 경험 곡선이라고 한다. 기후 환경 문제를 경제적으로 접근하는 첫걸음으로 경제 이론을 언급하는 것은 알겠지만 '학습 곡선'을 선택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 이유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2장부터 7장까지는 화석 연료를 전기로 대체하자는 '만물의 전기화'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지목하고 변화 대상으로 지목된 까닭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들은 누구이고 그 대책은 무엇인지 알아가는 즐거움은 조금씩 걱정으로 빠져든다. 저자들은 미국을 대상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와 비교하며 읽다 보니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진다. 대체에너지, 청정에너지의 발전은 미국이 우리보다 앞선 게 사실인듯해서 우리의 현재 상황을 찾아봐야 했다.


8장에서는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기술들을 소개하며 9장에서 앞에서 다룬 내용들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마무리 짓는다. 화석 연료를 사용해온 발전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지구온난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서 텀블러 사용과 같은 '녹색소비자'의 행동에서 벗어나 유권자로서 환경 기후 정책에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주장을 펼치는 '녹색 시민 의식'을 갖길 바라고 있다. '레버 당기기'를 실천하라고 응원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인류가 지구 역사상 여섯 번째 대량 멸종을 일으킬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 그 우려는 지구 환경 기후 변화에 대한 무관심에 대한 경고일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경고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며 적극적인 행동이 필요한 까닭을 흥미롭게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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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하라 죽이기 - #퍼뜨려주세요_이것이_진실입니다
도미나가 미도 지음, 김진환 옮김 / 라곰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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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대 라이트노벨 문학상인 제9회 인터넷소설대상을 수상한 작품을 만나보았다. 출판사 편집자, 카피라이터 등을 거친 도미나가 미도가 쓴 소설이지만 신문 기사보다 더 현실감 있는 《A하라 죽이기》는 온라인상의 폐해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온라인상에 잘못된 사실이 진실인 양 유포되고 고통받던 이들이 최악의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를 종종 접하고는 한다. 당사자 본인에게는 정말 커다란 사건이지만 댓글 다는 사람들에게는 그저 재미난 가십 거라 정도로 치부되는 많은 일들. 그 속에서 벌어지는 가슴 아픈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이다.


디지털 타투의 희생양이 된 웨딩 플래너 아이하라 히카루는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회사 동료들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좋아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런데 어느 조직에나 한 명쯤 있는 미노라는 작자와 엮이면서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능력도 없으면서 일도 대충 하는 무뇌아 같은 미노가 저지른 실수를 막아보려 노력한 아이하라에게 돌아온 것은 미노의 잘못을 뒤집어쓰게 하는 회사의 부당한 대우였다. 팔로워 2000명이 인플루언서라고 설치는 꼴도 우스웠지만 그들의 그릇된 행동을 미연에 막지 않은 회사 간부들의 행태는 더욱더 우스웠다.


회사를 다니고 있다면 미노라는 작자의 행태를 보면서 생각나는 사람이 한 사람쯤 있을 것이다. 미노를 보면서 답답해서 미워죽을 것만 같았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상황을 좋게 마무리 지려는 아이하라의 노력이 불안했다. 어느 조직이나 꼭 있다. 개념 없는 사고 치는 사람. 또 그를 도우려다 불이익을 당하는 착한 사람. 미노와 아이하라 같은 사람들이. 아이하라를 응원하며 A 하라에게 아픔과 슬픔, 고통을 준 이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하기를 바랐다. 아이하라의 통쾌한 복수는 이루어질까?


현실에서는 소설 속에서 펼쳐지는 통쾌한 복수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소설 속 아이하라의 통쾌한 복수를 응원하며 페이지를 넘겼다. 부글부글 끓는 분노가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했고 직장인이라는 공감대가 미노의 배경을 의심하게 했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온라인 피해 또 누구나 당할 수 있는 회사의 부당한 대우를 너무나 현실감 있게 그리고 있어서 순삭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의 몰입감을 맛보게 해준 소설이다. 오늘을 버티고 있는 모든 'A 하라'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라곰출파사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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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103 소설Y
유이제 지음 / 창비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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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널 103》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유이제의 장편소설을 가제본으로 만나보았다. 첫 페이지의 '검은과부거미섬' 지도는 또 다른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블랙 위도우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른 것이다. 블랙 위도우(black widow)는 미국 마블 영화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유명하지만 교미 후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것으로 유명한 미국의 독거미(검은 과부거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소설에서 블랙 위도우는 마블 시리즈의 여전사에 가깝다. 물론 그들이 살고 있는 섬의 모양이 거미 모양이기도 하다.


'진정한' 어른들은 모두 조직을, 마을을 위해 죽고 '한심한'어른들만 남은 것 같은 터널 속 마을이 시작을 연다. 어둡고 캄캄한 어둠 속에서 40년 넘게 살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터널 속 마을의 기원을 알아갈 때쯤 이제 마을을 떠나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바닷물의 유입으로 식수가 오염되기 시작한 까닭이다. 이제 마을 촌장 황필규가 중대한 결정을 내린다. 어린 소녀 다형에게 마을을 위해 섬을 빠져나간 뒤 내륙 쪽에서 터널로 들어와 차폐문을 열기를 제안한다. 마을을 구한 영웅이 되란다. 미친 어른이다.


다형이 마을 사람들을, 엄마와 동생을 구하기 위해 마을을 떠나 목숨을 건 모험에 나서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다형의 모험에 키는 성인 남성의 두 배에 육박하고 피부가 없는 탓에 근육, 힘줄, 인대, 뼈 등이 고스란히 밖에 드러나 있으며, 눈꺼풀이 없어 안구가 그대로 돌출되어 있는 무피귀無皮鬼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고, 40년 전 파괴된 항구에 망가지지 않은 배가 있을지도 의문이었다. 역시 얼마 가지도 못하고 무피귀들과 맞닥뜨린다. 그렇게 승하를 만난다.


둘의 만남은 잊힌 세상을 살던 아이들의 만남이라는 점이 특별했다. 서로의 존재를 알지 못했던 이들이 서로의 존재를 알아가는 과정이 펼쳐지며 이야기의 또 다른 흐름을 보여준다. 이제 둘의 모험이 시작된 것이다. 무피귀의 비밀을 알게된 다형과 승하의 모험은 어디에서 끝을 맺을까? 터널 안에서의 삶이 전부였던 다형과 바리섬에서의 삶이 전부였던 승하의 만남은 두 마을에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


이 소설의 가장 큰 갈등 요소는 인간과 무피귀인 것처럼 보이지만 터널을 들러싼 인간들 간의 갈등도 만만치 않게 크게 느껴진다. 정말 인간이길 포기한 인간들의 다수 등장한다. 그런데 무피귀보다 더 무시무시한 녀석들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또 다른 흐름을 보인다. 무피귀보다 크고 힘이 센 네피림은 인간에게 탈출할 수 없다는 절망을 상기시켜주는 듯하다. 승하와 다형은 양쪽 마을 사람들을 터널로부터, 절망으로부터 탈출 시킬 수 있을까?


p.41. "이루어질 수도 있지. 중요한 건 꿈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만 기회를 준다는 거야."


터널이라는 어둠보다 자신의 욕망 속에 살고 있는 인간들의 어둠이 더 짙고 깊었다. 자신 만을 위하는 인간들의 욕심이 만들어 놓은 덫을 풀어내는 아이들의 용기와 지혜가 돋보이는 소설이다.


"창비로부터 가제본을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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