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표류도 박경리 장편소설 5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6월
평점 :
판매중지


표류도

 

 

 '박완서' 선생님의 작품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학창시절부터 반복해서 여러차례 탐독했던 [토지]와 최근에 읽은 [김약국의 딸들] 과는 확연히 다른 작품으로,  다른 느낌으로 [표류도]를 읽었다.  [표류도]는 박경리 선생님의  두 번째 소설로 1959년에 출간되었다. 선생님이 1926년생이니 나이를 따져보면 30대 중반이던 나이에 쓰여진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이 소설에서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미망인 여자 주인공인 '현회'의 나이와 비슷하다.  선생님의 작품에는 여전히  여인이 등장한다.  그동안 내가 읽었던 몇 안되는 작품에서도 공통적인 특징이다. 그 여인들은 모두가 끈질긴 생명력으로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며,  삶에 대한 의지를 가진 여인들이다.  전쟁을 끝내고 개화되어 가던 시기에 그녀들은 또 닥친 시대에 맞춰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여주인공 '현회' 의 직업이 다방마담인 만큼, 그곳에도 수 많은 인간군상들이 드나든다. 

 

  나름 잘나가는 대학 강사부터, 출판사, 신문사, 등에 종사하는 지식인 직업군과,  여러 예술가들,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일명 레지라는 여인들까지  각각의 당자들은  시대와  상황에 의해 이런 저런 모습으로 그려진다.  지식인이라 자처하는 사람들의 뒷모습과  무시당하는 일이라는  직업을 가진 이들의 또 다른 일면,  그 시대는  전쟁이후 이런 저런 일들을 겪었던 사람들이 급격히 변모해가는 사회 혼란기로  제도와 관습의  변화를  맞아  사람들의 각자의 사고와  기본 인격을  만들어가며 여러 모습으로 변화해 간다.

 

 

'넌 아직 이 세상에 대한 희망과 미련이 있어. 그래서 나한테 물어보는 거야. 미련이 있는 이상 죽는다 산다 수선을 떨 필요는 없어. 그야말로 연극에 지나지  못해.' (170쪽)

 

  사랑했던 사람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연모함을 알면서 그에게  순결과 함께 모든 것을 바치지만 결국 그는 떠나가고 남은 여인은 자살을 생각한다. 그런데  주인공 '현회'는 자신에게  자살에 대해 애기하는 그녀에게 아직  삶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다고, 진짜  죽을 결심을 한 사람이라면  주변에 자살을 하고 싶다는 얘기를 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30대 중반이었던 작가의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삶에 대한 끈질긴 생명력은 박경리 선생님의 작품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생명사상'이기 때문이다. 생명의 존엄함과  모든 것에 평등함은 선생님이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사상이다.  이 작품에서도 그 생명사상을 여지없이 느낄 수 있다. 늘 그렇듯이  작품을 읽고 책장을 덮으면서 나는 '우리가 왜, 어떻게 살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여주인공 '현회'는 명문 대학까지 졸업했지만, 사랑하는 남자는 먼저  사망하게 되고, 그녀는 결혼식도 올리지 못한 채 사생아 딸아이를 낳게 된다.  그리고  억척스럽게 고학생으로 공부하던 그녀는 이제 친정엄마와 배다른 남동생, 그리고 딸아이를 책임져야 할 가장이 되었다.  당시로는 흔치않은 지식인 여성이자, 신여성으로 그녀의 직업은  길목좋은 다방의 마담이다.  빛으로 시작한 것이기에 늘 생활과 이자에 시달린다.  하지만 밤이면 아르바이트를 하며 밤일을 하기도 하는데,  그녀의 밤일은 번역을 하는 것이다.  낮에는 당시의 사회적  시각으로는 그리 좋게 보아주지 않는 직업을, 밤이면 자신의 지성을 조금이나마 담아내는  것이  그녀의 생활이자,  그녀의  사고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나는 확실히 이곳에 와서 내가 지닌 거죽을 한 꺼플 벗었다. 오만과 묵살과 하찮은 지혜에 쌓였던 한 꺼플의 옷을 벗어 던졌다. 이제 인간의 비극이 내 머릿속에 있는 추리의 세계가 아니요, 내 말초신경의 진동도 아니다. 내 피부에, 내 심장에 불행한 인간들은 다정한 친구처럼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 268 쪽)

 

  조용하게 진행되어가던  소설은 중반부를 지나면서  '현회'의 감정변화와 함께 급속하게 변해간다.  중대한 사고인 그것 역시 그녀가 그저 평범하게 살기위해서만 다방의 마담이 되었을 뿐, 그녀  내부에 담겨있는 지식인으로서의 자존심이 얼마나 강하게 자리하고 있는지를 잘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언제든 우리는 다시 살아가게 되어있다. 그것이 어떤 비극이나 슬픔,  아픔으로 다가와도 견뎌낼 또 다른 힘이 되는 것이다.  제목처럼 우리는  살아있는 동안 늘 이리저리 흘러가는 '표류도'이기에  서로를 의지하기도 하고, 배신을  하기도 하나.  또 각자는 모두 외로움을 느낀다. 하지만 바로 그 속에서 우리는 끈질기게 삶을 향해 표류하고 있다.

 

'상현이는 감정의 대상이요, 찬수는 지성의 대상이요,  환규는 의지의 세계를 위하여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의지의 세계를 위하여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애정이나 일이나 죽음까지도 극복해야 할 것입니다.' (286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일 1생식 - 당신의 인생을 바꿀 단 하나의 식습관
황성주 지음 / 청림출판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1일 1생식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1인 1식] 이라는 책과 흡사한 제목을 [1일 1생식]이라는 이 책을 보면서  우선 생식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다는 생각에 선택했던 책이다.  가끔 방송을 통해 병을 극복했다는 사람이나, 병까지는 아니더라도 생식을 시작하면서 몸이 가벼워지고 건강을 얻었다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하지만 사실 내가 알고 있는 '생식' 에 대한 상식은 그저 무엇이든 익히지 않은 자연식을 그대로 먹는 것으로 알고 있는 것이 전부였다.  어디서 제대로 접할  기회도 없었고,  주변에서 생식을 하고 있는 분도 알지 못하면서 생식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곤 했다.  그저 표지의 작은 글씨인 '당신의 인생을 바꿀 단 하나의 식습관' 이라는 글이 더 와닿았다고 볼 수 있다.

 

  요리에 관심을  두면서 최근에 일본인이 쓴 책을 시작으로 '마크로비오틱' 식단이라는 책을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통곡물이나 모든 식품을  껍질부터 몸체, 뿌리까지 모두 섭취하는 방식이 건강에 매우 유익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최근에는  다시 국내에서도 관련된 책이 자주 출간되기도 한다.  이러한 호기심이 생기고 있는 시점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역시  비슷한 의미에서   생식이 주는 건강에 이로운 여러가지  영양소를 그대로 섭취하는 것이 중요한 요점이었다. 

 

  갈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대인이고, 나 역시 예전에는  자신하던 건강이 중년이 되면서  자신감이  떨어지고 몸이 많이 고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저절로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들어 준 것이다.  매일 먹는 음식이  건강을 지탱해주는  가장 중요한 사실임은 이제 누구라도 알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먹는 것'과 관련된 이런 실용서는 관심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책장을 넘기면서 건강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많은 공부가 되었지만, 한 편으로는  생식에 대한 이야기는 계속 나오지만 도대체 어떻게 생식을 해야하는지 방법에 대해서는 그저 저자가 만든 상품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너무 아쉬웠다. 물론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면에서 기존의  제품으로 만들었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상품이기에 자신감이 있겠지만 갈수록 반감이 들었다. 아주 간단하게 집에서 생식을 하는 방법을 서술하고는 있지만, 대부분  제목부터 끝까지 책 속에서 다루고 있는 생식은 이롬생식 제품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시중에 나온 책이라는 생각보다 제품을 알린다는 느낌이 더 만이 든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여러모로 건강에 대해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그저 편안하지만은 않았던 내용이기도 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암을 이긴 7가지 습관 - 2번의 암 수술로 8개의 장기를 잘라낸 암 생존자의 극복비결
황병만 지음 / 힐링앤북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암을 이긴 7가지 습관

 

  주변에 한 두사람 암에 걸린 사람이 있기 마련인 현대를 살아간다. 그러니 '암' 이라는 말이 그저 남의 이야기가 아닌 세상이다. 더불어 한 두살씩 나이가 들어가고, 중년에 접어들면 오래된 기계가 작동이 둔해지듯이 몸이 둔해짐을 실감한다. 여러 이유가 건강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우리 모두에게 암이라는 것은 가장 두려운 질병으로 인식되어 있다. 사실 지금까지 암과 관련된 책은 수도 없이 나오고 있고, 그 중에 한 두권 정도는 우연이거나 일부로 필요에 의해서라도 읽어보게 된다. 

 

  [암을 이긴 7가지 습관]이라는 제목의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아직 저자에 대해 알지 못했다.  따로 방송을 통해 여러 번 출연하기도 했다는데 방송을 통해서도 만나지 못했었다.  그저 책에 대한 소개글을 통해 방송에 출연했던 분으로 직접 암을 이겨낸 분이 집필하신 책이라는 정도였다. 그런데도 관심이 갔던 것은 제목의 '이긴' 이 들어있는 부분때문이다. 직접 겪은 사람만이 표현할 수 있는 '이긴' 이기 때문이며, 이길 수 있었던 7가지 비밀이 담겨있다는 의미의 제목이기 때문이다.  표지의 작은 제목에 '2번의 암 수술로 8개의 장기를 잘라낸 암 생족자의 극복 비결' 이라는 글이 그런 의미에서 강하게 자극이 되었고,  더 크게 다가온 책이다.  

 

  저자이신 '황병만' 님은 자신의 체험과 극복기를 통해 여러가지 조언을 해주고 있다.  한 사람이 자신이 몇 개의 장기를 잘라냈고, 지금 남아있는 장기가 몇 개인가라는 질문에 손가락을 꼽아보거나  기억력을 되살려야 할 만큼 그는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환자였다. 특히 그의 글을 통해 그가 첫 아이를 낳기 전인 신혼 시절,  아내가 임신이었던 시기에 처음으로 암진단을 받을 만큼 일찍 암이라는 병이 찾아왔다는 사실은 놀랍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또한 더 절실한 마음으로 살고 싶었고 딸아이와 아내, 가정에 대한 애착이 지금의 그를 만들어 냈던 힘은 아닐까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미 병이 들어 힘들어 하는 분들에게도 희망이 되겠지만,  한 사람의 삶의 여정을 통해  굳은 의지와  삶을 사랑해간다는 의미에서  누구라도 도움이 될 내용이다. 그리고 또한 책장을 넘길 때마다 그가  어떻게 그 많은 장기를 잘라내는 상황에서도  희망과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었는가를  알아보게 된다.  매일 잊지 않고 써나간다는 건강에 대한 기록은  얼마나 의지가 강한 사람인가 절실히 느낄 수 있는 자료가 되기 때문이다.

 

  읽고나니 많은 생각이 든다. 특히 매 순간을, 가까운 가족을 감사하는 마음을 보면서 어려움 속에서도 그런 마음들이 모여서 한 사람을 인내하고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도전하게 하는 힘이었구나 싶은 것이다.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병에 걸리기 전에 미리 읽어두어도 참 좋을 것이다.

 

 

 

'의지를 갖고 있는 이상, 미래는 만들어 갈 수 있는게 아닐까.

나를 단련시키는 방법 중 하나가 분명 '일'을 하면서 얻는 사회적 소속감일 것이다.' '본문 9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

 

'국민을 효과적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세상이 실제로 돌아가는 이치를 이해하는 능력만이 아니라, 세상이 어
떤 모습으로 바뀌면 좋겠다고 꿈꾸는 능력까지 갖추어야 한다.'
-작가의 서문 중에서-

 

  지금 현대인이 잊고 사는게 무엇일까. 자주 생각해보곤 한다. 현대인이라는 것에 나 역시 자유로울 수 없지만,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순수함이 아닐까. 딸아이 추천도서 목록에서 알게 되어 몇 년전 함께 읽게 된 [파이 이야기]를 읽고 작가 '얀 마텔'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그가 참 순수한 작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접어두고 허둥지둥 살았던 삶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기도 했다. 이후에도 가끔 여기저기 그의 작품에 대한 평가가 들리기도 하고,  많은 사람이 그의 작품을 좋아한다는 말을 들으면 너무다 당연하다는 생각과 함께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

 

  [파이이야기]가 다시 [라이프 오브 파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 된다는 소식을 알았을 때, 한 편으로는 반갑기도 하면서 과연 책 속에서 느낀 미묘한 심리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궁금해하며 개봉과 함께 관람을 했다. 그리고 좋은 작품의 힘은 어느 방법으로든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 채 영화의 감동과 기억이 가시기 전에, 이 번에는 다시  '얀 마텔'의 신작 소식을 들었다.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라는 제목이  너무도 생소해 책에 대해 검색을 하게 되었고, 그동안 접해보지 않은 색다른 작품이라는 생각에 관심이 갔다.

 

  그는 2007년 4월부터  자신의 나라인 스페인 수상 '스티븐 하커' 에게  이 주일에 한 번씩 문학작품을 권하면서 책과 함께 편지를 보낸다.  물론 작가는 바쁜 일정에도 수상에게 편지를 쓰기 전에 읽지 않은 책은 그 책을  자신도 읽고, 책에 대한 소개와 함께 그것이  한 나라를 이끌어야 하는 지도자가 읽음으로서 어떤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친절하고,  예의 바르게 진심을 담아낸다. 그렇게 보낸 편지가 모두 101통에 이르고 그것을 한 권의 책으로 엮은 것이 바로 이 [각하, 문학을 읽으십시오]라는 제목의 책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거의 4년 동안 그 일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면서  새 책 출간때문에 바빴던 4개월만 다른 작가가 그의 일을 대신했다. 그리고 그는 아직 수상으로부터 한 통의 답장도 받지 못했다.  어쩌다 한 번씩 서너줄에 경직된 감사함을 표시하는 보좌관의 사무적인 답장이 전부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는 좋아하는 작가인 '얀 마텔'이 소개한 책에 관심이 갔다. 101가지의 책의 목록도 궁금했고, 내가 읽은 책을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그것이 더 궁금했다. 하지만 수상에게 문학작품을 추천하는 편지를 쓰게 된 계기를 알게 되고, 그의 정중하고 반듯하면서, 거짓없이 순수한 마음을  수상을 통해 보낸 편지를 반복해서 읽으면서 지금 우린 현대인 모두의 모습을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도 늘 바쁘다는 핑계로 어쩌면 정말 중요한 것을 멀리하고 살아간다가끔은 그것이 정답인지 생각해봐도 좋을텐데, 그럴 겨를도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책을 읽고 답장을 보낸 '오바마'의 편지가 함께 수록되어 있는 면에서는, 오바마를 지도자로 둔 미국이라는 나라가 부럽기도 했다. 그들이 선진국이든 아니든 그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작가로부터 편지를 받은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부탁도 아닌, 그저 한 사람의 독자의 입장에서  그 작가의 책을 읽고 감사의 편지를 보내왔다는 사실이  부러웠다.

 

  작가가 수상에게 보낸 목록에는 내가 읽은 책도 꽤 있다. 그리고  그 목록들은 누가 보더라고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목록들이라는 생각에  '얀 마텔'의  현명한 선택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어떤 나라, 어떤 지도자든 이 책의  작품들을  많이 읽었으리라 생각한다.  오래전이든, 최근이든, 하지만 다시 지도자의 위치에서 잠시 짬을 내, 단 몇 줄이라도 이 목록의 책들을 읽는 것은  여러 면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문학작품을 통해 감동을 하고, 따뜻한 마음을 잠시 느끼고, 내가 몰랐던 작은 것에 감동하는 순간이 오히려 신문이나 뉴스 힌토막 보다 도움이 되지는 않을까.

 

  '이상의 왜곡, 권력의 부패, 언어의 남용, 국가의 파멸이 120쪽에  불과한 책에 모두 담겨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떤 독자라도 사악한 정치인의 교묘한 수법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이 문학작품에 기대할 수 있는 효과, 예방접종입니다.' -[동물농장]을 소개하는 편지 중에서-

 

  소개된 책 중에 나도 감동적으로 읽은 [동물 농장] 도 있다. 작가는 편지에서 간단하게 동물농장의 줄거리와 자신이 그 책을 읽고 느낀 점, 그리고 그것이 나라를 이끄는데 어느 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적고 있다. 이렇듯 그는 여러 나라의 다양한 문학작품을 소개하면서  수상이 단 한권이라도 아니면, 몇 줄이라도 읽고 어떤 내용이든 답장을 받기를 바랐다.  그저 감사의 답장을 받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닐 것이다.  저자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야멸 차지만 정직한 답장이든, 시간이 없어 못읽는다는 솔직한 답장이든, 도도한 답장이든,  원칙론적인 답장이든, 어떠한 답장이라도 받기를 원했다.  그것은 작가이기 이전에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자신의 나라를 다스리는 지도자가 어떤 작품을 좋아하는지, 어떤 생각을 나라를 이끌어가고 있는지 알고 싶은 당연한 진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작가의 입장에서 자신의 지도자가 독서라는 것에 대해서, 그리고 문학 작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알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약국의 딸들 - 박경리 장편소설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김약국의 딸들

 

   박경리'선생님의 타계소식을 듣고 한동안 많이 우울했었다. 그분의 작품을 많이 읽지는 않았지만 학창시절 읽은 [토지]를, 그 또래의 아이를 키우면서 다시 읽고, 또 최근에 새롭게 집필된 작품을 또다시 읽으면서 한 번도 같은 작품을 읽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사춘기에 읽은 작품과 사춘기 부모가 되어 읽은 작품, 그리고 이제 아이들이 다 커가는 중년의 나이가 되어 읽는 작품은 전혀 다른 감동과 함께 과거의 추억까지 떠오르게 하면서 그때그때마다 나를  새롭게 성숙시켜 주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워낙 대하소설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여러 작가의 작품 중에 선생님의 [토지]만이 반복해서 여러 차례 읽은 작품으로 내게는 소중하고 남다른 의미를 가진 작품이다.

 

   선생님의 또 다른 작품인 [김약국의 딸들]이 '마로니에 북스'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그래서 더욱 반갑기만 했다. 사실 토지에 빠져서 선생님의 다른 작품은 그다지 많이 읽지 않았고, 이 책도 마찬가지로 예전에 방송드라마로도 나왔다고 들었지만 그것도 보지를 않아, 처음 접하는 내용이었다.  독서의 시작은 '박경리'의 작품이라는 그것 자체로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한 장씩 책장을 넘기면서 역시 선생님의 작품에서만 느낄 수 있는 인간사의 수많은 굴곡과 번뇌, 생명에 대한 끈끈함, 우리민족만이 가진 그 무엇, 끈적끈적한 애착과  누구도 미워할 수 없는 애증이 함께 느껴졌다.

 

'용숙의 집에서 쫓아 나온 한실댁은 망짝골 굿바위에 올라가서 두 다리를 뻗고 울고 있었다. 울음소리는 솔바람에 실리어 멀리 사라진다.' (본문177)

 

  과거에, 아니 지금도 우리네 엄마들은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 다섯 딸을 둔 김약국의 안주인인 한실댁도 딸들을 위해 매 순간 최선을 다하지만, 한실댁의 가슴에 그 응어리는 그녀를 한밤중에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두 다리를 뻗고 목놓아 울 수 밖에 없는 그저 나약한 여자일 뿐이다. 그리고 다시 우리들 엄마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다른 자식의 그늘을 가려주기 위해  나약함을 숨기고 엄마라는 멍에를 온전히 짊어져야 하는 것이다.  남편 김약국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던 그저 여자지만 여자로 살지 못하고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살면서 자식으로 인해  삶을 마감하는 모습이 우리네 어머니들의 자화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여러 자식과 남편과의 사이에서  그저 모든 것을 희생하는 그녀의 모습이 쓰리게 아프다. 어머니! 그녀도 나와 같은  사랑받고 싶은 여린 여인일 뿐인 것을...... .

 

 '김씨는 용옥이 한사코 돈을 꺼내는 바람에 달아나듯 가버린다. 상처투성이인 용옥의 마음에 한 가닥 따스함이 지나갔다,' (본문390) 

 

   엄마인 한실댁과 함께 가장 가슴 아픈 사람은 기두의 아내가 된 용옥이다. 어쩌면 엄마 한실댁과 가장 닮은꼴의 삶의 살아갈거라고 소설을 읽어가면서 생각했던 딸이었는데, 그녀의 종말은 어머니의 종말 못지 않게 너무도 안타까웠다.  할퀴고 썩어 문드러진 마음은 그저  남편을 찾았다가 길이 어긋나면서 그곳에서  만남 사람에게 작은 온정을 받는 것만으로 '마음에 한 가닥 따스함'을 느낄 만큼 사랑받는 것에 너무도 목말라있는 여인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가고,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변의 다른 사람들을 위한 삶을 살아가지만 정작 남편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하는 여인은 불행하기만 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이라는 것이...... .

 

   [김약국의 딸들]은 매우 비극적인 이야기의 연속이다.  마을에서 유복한 가정에 지배계급에 속하는 김약국의 가정이지만,  김약국의 부모를 시작으로 김약국, 그리고 그의  다섯 딸들과  아내 한실댁으로 이어지는 운명은  모진 풍파를 만난 난파선처럼  형체도 없이 부서질 대로 부서진 형상이다. 더불어 근대화로 접어드는 격변기 라는 시대적인 배경이 김약국의 집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건과 함께  다양하게 드러나면서  한 가정만의 문제에서 머무는 것이 아니라,  넓은 의미에서  그 시대의 사회흐름과 문제점을 함께 생각해보게 된다.  

 

-박경리 문학의 강력한 힘은 어떤 역경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생명력에 대한 찬양이고 그것에 대한 자긍심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약국의 딸들]과 같은 비극이 파멸과 좌절의 종착역이 아니라 처절한 폐허에서도 솟아나는 생명의 싹을 발견하게 한다.-  (작품해설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