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 어벤져 - 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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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슈퍼 히어로물이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런데 도대체 이 슈퍼 히어로물의 끝은 있는 건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마블코믹스'로 대표되는 그들이 양산해 낸 히어로 캐릭터만 해도 넘쳐날 지경, 여기에다 이 슈퍼 히어로들이 내년에는 '어벤져스'에 떼거지로 나와 히어로물 팬들을 마음껏 기대케 하고 있다니, 정말 판타지 히어로물의 궁극을 보는 듯 하다. 알다시피 기존의 슈퍼맨과 배트맨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같이 익숙한 히어로물에서 올해 나온 것만 해도, 천둥의 신이라 불리는 막가파 해머맨 '토르'나 초록돌이 의지의 쫄쫄이맨 '그린랜턴', 그리고 이번에는 '캡틴 아메리카'라 불리며 미국의 구국영웅으로 떠오른 퍼스트 어벤져 '스티브 로저스'가 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슈퍼 히어로는 그렇게 슈퍼스럽지 않다. 기존처럼 초울트라는커녕, 슈퍼도 아닌 게 참 인간적인 히어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그는 초능력도 없고 하늘을 날지도 못한다. 다만 공간 점프력이 좋고 방패 하나 들고 싸움 좀 하는 '슈퍼솔저' 정도다. 그렇다고 총을 맞아도 안 죽는 건 아니다. 그도 피할 건 피해야 산다. 어쨌든 그래도 그는 미국 아니 세계를 구한 최초의 영웅이었으니, 영화 '퍼스트 어벤져'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위 그림의 공식 시놉시스를 보듯이, 영화의 줄거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보통의 히어로물처럼 구도나 전개 과정이 거의 흡사하다. 어느 날 깨어보니 '내가 히어로가 되었어요' 모드로 변모해 악당을 물리치고 지구의 평화와 안녕을 구한다는 이야기, 여기서도 그런 케이스다. 다만 '퍼스트 어벤져'의 경우는 주인공이 히어로가 되는 과정에 구국의 일념이 깔려있다. 그것은 시대적 배경과도 맞물리게 되는데, 때는 바야흐로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 나치의 히틀러에 맞서는 각국들이 연합하던 시절, 항상 중심은 미국이다. 그 시절 자원 입대를 종용하는 징병 포스터나 장면들을 통해서 분위기를 재밌게 전하고, 여기 약골체질에 깡마른 청년 '로저스'가 입대를 자처한다. 아버지를 따라 자기도 나라를 구하겠다고 나선 것인데, 그런 자세는 좋으나 군에서 그를 받아들이질 않는다. 

그래도 어떻게든 군에 들어가고 싶다면 들어갈 구멍은 있는 법이다. 그를 유심히 지켜본 어느 할배 과학자가 그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해 몸은 약하지만 선한 마음의 기운이 더욱 육체적으로 강해질 수 있음을 간파, 자신이 만든 '슈퍼 솔저' 프로그램에 그를 간택하기에 이른다. 그러니 로저스 입장에서도 이게 웬떡이냐며 당장 응하게 되고, 그는 어느 캡슐 안에 들어가더니 아래처럼 변해서 나온다. 근육질의 짐승남으로.. ㅎ


 
(약골 '스티브 로저스'가 '슈퍼 솔저' 프로젝트 캡슐에 들어가더니.. 이렇게 근육남으로 돌변..)

 

(성조기를 휘감은 군복을 입은 그는 진정 '갭틴 아메리카'다. 나름 따르라.. 제군들이여!!)

이때부터 '스티브 로저스'는 약골이 아닌 강골의 멋진 사나이로 변모해 그 부대에서 인기짱이 된다. 대신에 곧바로 실전에 투입되지 않고, 무슨 우리의 문선대처럼 자원 입대 홍보에 이용당하는 쇼를 하며 지낸다. 그로써도 갑갑한 게 모종의 일을 찾는다. 그러다가 예전의 말라깽이 시절, 자신을 도와준 군인 친구가 어딘가에 잡혀있다는 소식에 그곳에 침투해 적을 섬멸하고 친구를 구하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다. 이로써 그는 군으로부터 훈장을 받고 '캡틴 아메리카'로 불리며 발돋움한다. 그렇다면 이 캡틴의 아니 미국의 적은 누구였을까.. 그는 바로 히틀러의 수하에서 야망을 꿈꾼자, 전세계를 혼자서 접수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낸 '요한 슈미트'(휴고 위빙)로 과거 어떤 영적인 힘을 믿는 오컬트적 면모를 드러내더니, 그 할배 과학자를 겁박해 파란 빛의 큐브를 모아 초능력자로 변신한다.



(매트릭스의 그분 '휴고 위빙'이 '레드'한 해골 마스크로 돌변한 악당의 모습..)

이렇게 독일 나치보다 더 무서운 포스로 얼굴을 벗겨내고 '레드 스컬'로 변신해 전세계 정복에 나선 인물이 바로 그다. 그런데 그 모습을 계속 보고 있자니 마치 짐캐리의 그 초록 '마스크'를 보는 듯 하다. 물론 레드 스컬이 더 무섭게 쏘아 붙이긴 했지만, 어쨌든 그는 캡틴 아메리카의 맞수다. 그가 모은 군대도 다 무슨 이상한 방독면을 쓴 군인들로, 이미 이들의 대결은 정상적인 군부대의 싸움이 아닌 판타지스런 대결로 귀결되며 영화 중반 이후 군부대 액션을 마음껏 선보인다. 

그것은 성조기를 온 몸에 휘감은 듯한 방한복?을 입고, 눈을 뚫은 두건을 쓴 채 별이 그려진 '슈퍼쉴드'를 들고 나선 갭틴 로저스가 선두에 나서며, 최대의 난적이자 거대한 '히드라' 조직을 앞세운 '레드 스컬'과 한판 대결을 펼쳐 보인다. 후반부는 이렇게 그들의 대결을 만화스럽게 그리며 나름 귀결을 시키는데, 그렇다면 로저스는 그 레드 마스크를 무찌르며 미쿡을 구했을까.. 아니 전세계를 구하며 정말 '캡틴 아메리카'로 등극했을까.. 이 모든 건, 시공간을 초월하는 또 다른 그림으로 그를 중심에 서게 한다. 바로 '어벤져스'의 전조를 알리듯이 말이다. 



('크리스 에반스' 진정 '캡틴 아메리카'로 나선다. 난 인간적이야..)

슈퍼 보다는 인간적인 히어로물 '퍼스트 어번져', 차기작 '어벤져스' 기대된다. 

이렇게 영화는 전형적인 슈퍼 히어로물의 이야기 구조나 전개를 따르고 있다. 뭐.. 다른 히어로물과 다를 게 없다. 다만 이번에 이 히어로물은 앞에서 언급하다시피 그렇게 임팩트하지 않다. 손에서 파란 장풍이 나오는 것도 그렇다고 하늘을 날으는 것도 없이, 점프력 하나 좋은 거 말고는 파워풀한 주먹과 발차기로 그 빗발치는 총탄을 뚫고 나서는 몸빵 액션만을 선보인다. 그리고 이름은 거룩하게도 '캡틴 아메리카', 한마디로 미국의 대장을 자처하며 세계를 구한 영웅으로 치환시킨다. 그런데 이 영웅은 이미 70년 전에 소스가 나온 최초의 영웅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러니 그들의 애정이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그 제목 '캡틴 아메리카'를 그대로 쓸려다가 다른 나라에 반감?을 일으킬지 몰라서 부제인 '퍼스트 어벤져'로 메인에 올렸다는 후담까지..

어쨌든 '캡틴 아메리카'의 영웅담은 이렇게 마무리 아니, 어떻게 보면 마무리가 아닐 수 있다. 이것은 한 편의 예고편에 지나지 않는 전조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공언하고 홍보한대로 내년에 마블코믹스의 대표적 히어로들 '스파이더맨', '아이언맨', '토르', 헐크' 등이 무더기로 나오는 '어벤져스'가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이들 히어로를 지휘할 캡틴이 바로 여기 '퍼스트 어벤져'라니, 이것은 그 영화를 위한 포석 깔기이자 2시간 가까운 지리한 예고편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영화는 기존의 슈퍼 히어물과는 다르게 약골에서 강골로 태어난 슈퍼솔저의 이야기를 다룬 것으로, 이건 어떤 초능력으로 점철된 히어로가 아닌 고민하고 연민에 빠지는 등, 아주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낸 히어로물로 그려냈다. 그것이 미국을 구한 구국이든 전세계를 구한거든, 그건 히어로의 기본적 책무이니 차치하더라도, '어벤져스'의 캡틴으로써 나설 그가 기대되는 이유다. 영화는 원작의 그것처럼 만화적이고 초중반까지 드라마적으로 흐르다가, 중반 이후 액션도 스펙타클한 것보다는 평이하게 흘렀지만, 이야기적 구성의 재미는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다소 노골적인 제목에서 풍기는 그것과 함께, 그보다 뛰어난 능력의 히어로들을 이끌 캡틴의 활약상이 기대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게 바로 마블의 차기작 '어벤져스'가 끌리는 이유다. ~


캡틴의 티저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76348&mid=14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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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전 - The Front Lin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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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을 날려버릴 스펙타클한 영화 장르를 꼽는다면 'SF 액션 스릴러'가 단연코 생각난다. 그런데 그 액션이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을 다룬 영화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바로 사람의 목숨이 한두 명에 그치는 게 아니라 내가 살기 위해선 수없이 죽여야 하기 때문에, 그래서 그 자체를 꺼려하는 이들이 많다. 물론 영화라서 가능한 것이라 하지만 보통의 전쟁물들은 허구 보다는 실제 역사성을 띄고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 즉 전쟁이라는 장르 자체가 근원적으로 다가오는 깔끄장한 기운을 주는 동시에, 그 전쟁으로 인해 상흔을 입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다 보면 영화는 꽤 비장해지고 숙연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이번에 개봉한 한국 전쟁영화 '고지전'은 이른바 책무를 다했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보기 전부터 또 전쟁영화라서 다소 고리타분하고 너무 메시지적이지 않을까.. 또 무더운 여름에 걸맞은 팝콘무비식 오락영화가 아니라서, 괜히 센치해져 우울해지지 않을까하는 다소 걱정과 우려가 있었지만, 영화는 단독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이 모든 것을 타파하고 남을 정도로 꽤 신선하게 한국 전쟁영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보듯, 기존의 전쟁영화와는 궤를 달리한 느낌을 단박에 받게 된다. 즉 전쟁영화 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에 보여준 방식과는 다르게, 아니 기존의 것을 답습하면서도 무언가 리얼리티를 살리고, 내가 살고자 발버둥치는 그 이면에 휴먼을 담아내며, 그곳 전장터에서 쓰러져간 우리시대 전우들의 날것 그대로 모습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이 영화 '고지전'은 새롭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어떤 내용일까? 먼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1951년, 우리가 알고 있던 전쟁은 끝났다 이제 모든 전선은 ‘고지전’으로 돌입한다!

1953년 2월, 휴전협상이 난항을 거듭하는 가운데 교착전이 한창인 동부전선 최전방 애록고지에서 전사한 중대장의 시신에서 아군의 총알이 발견된다. 상부에서는 이번 사건을 적과의 내통과 관련되어 있음을 의심하고 방첩대 중위 ‘강은표’(신하균)에게 동부전선으로 가 조사하라는 임무를 내린다. 애록고지로 향한 은표는 그 곳에서 죽은 줄 알았던 친구 ‘김수혁’(고수)을 만나게 된다. 유약한 학생이었던 ‘수혁’은 2년 사이에 이등병에서 중위로 특진해 악어중대의 실질적 리더가 되어 있고, 그가 함께하는 악어중대는 명성과 달리 춥다고 북한 군복을 덧입는 모습을 보이고 갓 스무살이 된 어린 청년이 대위로 부대를 이끄는 등 뭔가 미심쩍다. 살아 돌아온 친구, 의심스러운 악어중대. 이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가운데 은표는 오직 병사들의 목숨으로만 지켜낼 수 있는 최후의 격전지 애록고지의 실체와 마주하게 되는데…



(최전방 동부전선 악어중대에 찾아온 강 중위와 그 부대의 리더 김 중위, "니가 지옥을 알아..")

영화의 시작은 보통의 전쟁물이 보여주는 가열한 전투씬으로 달리지는 않는다. 한국 전쟁이 발발했음에도 어느 시가의 모습은 그냥 평상시 모습 그대로다. 때는 바야흐로 전쟁이 일어나고 2년 여가 지난 1953년 2월, 한창 전쟁이 벌어지는 게 아니라 이미 대규모적 전쟁은 끝난지 오래, 이들에게 남은 건 바로 전방의 고지 탈환에 목숨을 건 그 사투만이 있을 뿐이다. 북한과 유엔군의 휴전협상이 하루 이틀이 멀다하고 난항을 계속 거듭하는 가운데, 그 최전방 동부전선에서는 지도상의 1cm를 더 차지 위해서 버티는 군인들만이 존재한다. 그것은 저쪽의 인민군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아군의 악어중대에 방첩대 강은표(신하균) 중위가 그곳을 찾아간다.

애록고지 전투에서 전사한 중대장의 죽음이 미심쩍다는 것과 그 중대 내에서 인민군 편지가 발견돼 적과 내통하는 이가 있을 거라는 보고에 악어중대에 찾아온 거. 그리고 그곳에서 은표는 과거 전쟁 초반에 죽은 줄 알았던 친구 김수혁(고수)을 만나게 된다. 당시 이등병 계급이었는데 지금은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인지 중위로 껑충 뛴 그의 모습을 보고, 반갑기도 하지만 무언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방첩대 본연의 임무처럼 중대장이 정말 전사한건지 아니면 항명에 의한 사고사인지, 또 적과 내통하는 소위 빨갱이는 없는지 찾는 게 그의 임무. 하지만 악어중대는 그런 강 중위와는 별개로 이들이 그래 왔던 것처럼, 오늘도 저 애록고지 탈환을 위해서 불철주야 뛸 뿐이다. 한 번은 아군이 접수하고 또 한 번은 인민군이 점령하는 등, 수없이 주인이 바뀌면서 죽어나간 군인들만 많을 뿐이다. 그 시체가 산을 뒤엎을 정도로 말이다.


(애록고지 탈환 전투는 자주 벌어지며 주인이 매번 바뀌지만, 군인들의 시체만이 쌓일 뿐이다.)

그러면서 이번에 애록고지를 점령한 악어중대는 그 곳에서 적과 내통을 했을 거라는 의심의 박스를 강 중위에게 보여주며 내통에 대한 실체를 밝힌다. 실체는 정말 내통이 아니라, 저기 어디 '공동경비구역JSA'처럼 인민군과 국군이 서로들 모여서 아니, 만난 건 아니고 서로가 필요한 물품과 편지 그리고 술 같은 걸 그곳에 담아 서로가 고지를 탈환했을 때, 보게 되는 일종의 보물찾기 게임이었던 것이다. 그것은 바로 서로가 적이지만 전쟁 전후로 월북과 월남이 크로스돼 찢겨진 가족들의 사연을 보여주며 이들의 애환을 담아낸 장치인 셈이다. 그러니 이건 내통이 아니라 영화가 그리고자 하는 일종의 인간애에 대한 판타지라 할 수 있다. 그 속에서 어느 한 여자의 엇갈린 운명?도 있었지만서도.. 어쨌든 그 애록고지는 그렇게 하루가 멀다하고 전투의 연속이다.


(인민군 최정예 일명 '2초' 저격수 '차태경' 역의 김옥빈 처자.. 나름 어울려 보이더라는..)

하지만 이런 각개 전투가 벌어지는 사이, 악어중대를 위협하는 골칫거리 중 하나인 인민군 저격수 '2초'를 잡기 위한 노력을 계속한다. 하지만 이등병으로 입대해 고참들의 사랑을 듬뿍받은 남성식(이다윗) 이병이 '2초' 저격수에게 처참히 스파이닝 되는 등, 그 저격수는 베일에 쌓여있다. 하지만 그 인물은 이미 전단지 홍보에도 나왔듯이 바로 컴퓨터를 만지는데 일가견을 갖고 있다는 김옥빈으로, 그녀는 680m 밖에서 적을 쏘아 맞추는 인민군 최정예 사격수 '차태경'으로 나와 제대로 호연?을 펼쳤다. 거의 말이 없는 표정으로 일관하며 총신을 가다듬는 폼이 나름 제대로다. 물론 이외에 영화 초반 '이 전쟁 7일이면 끝난다'고 드립치며 '이 전쟁이 왜 일어났으며 왜 하는지 아느며' 물었던 인민군 중대장 역의 류승룡도 나름 포스있게 나와 극의 무게감을 잡는다.

어쨌든 그 애록고지를 두고 악어중대가 점령하는가 싶었는데, 역시 중공군이 나서면 답이 안 나온다. 인해전술은 여기서도 먹히니, 막대한 피해를 보고서야 악어중대는 물러나 다시 고지를 뺏기게 된다. 이런 지리한 공방전이 계속 되며 서로들 지쳐가는 사이, 드디어 계절이 바뀌고 한 여름이 찾아왔다. 이들의 수색전과 탐색전이 계속 되는 가운데, 드디어 라디오 너머로 7월 어느 날 휴전협정에 싸인이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온 거. 다들 드디어 전쟁이 끝났다고 기뻐하며 이젠 집으로 돌아갈거라 기대를 하는데.. 하지만 그 휴전협정 부칙에 의거하여 12시간 동안 더 싸워서 고지를 탈환하라는 임무가 부여되며 이들은 그 마지막 전투를 치르게 된다. 정말 이젠 살아서 돌아갈려는 찰나 이렇게 전투를 다시 치르게 됐으니, 이들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됐을까.. 이것은 바로 고지전 최후의 장면으로 방점을 찍게 된다.


('고지전'의 두 남자 주인공 '고수' '신하균', 극에 제대로 녹아들 게 열연을 펼쳤다.)

이렇게 영화는 고지를 탈환하는 군인들의 전투를 담아낸 전쟁물이다. 그런데 그 전쟁이 가열하고 스펙타클하게 전개가 되는 것 보다는, 즉 어떤 대규모적 물량공세는 둘째치고 총알이 빗발치는 모습으로 고지 탈환 과정이 나름 리얼하게 펼쳐진다. 그 빨간 불빛이 철모를 수없이 관통하듯. 그렇게 동부전선 최전방에서는 애록고지 탈환에 목숨을 건다. 정작 그들은 책상머리 지도에서 1cm 영토라도 더 얻겠다며 협상하지만, 여기 생사를 넘나드는 그곳에서는 이런 사투로 인해 많은 이들이 죽게 된다. 그렇다. 영화는 전쟁의 한복판이 아닌, 그 전쟁의 끝물에 벌어졌던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6.25 전쟁의 끝을 다룬 것이다. 그러면서 얼마나 많은 군인들이 산을 시체로 덮을 정도로 죽어나갔는지 에둘러 말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과연 승자와 패자는 누구였던가? 하는 물음과 함께...

승자와 패자도 없는 6.25 마지막 전투 '고지전', 한국 전쟁영화의 '신기원'

그래서 영화는 종국에 가서는 비장함마저 띈다. 절대 웃으면서 볼 수 없는 상황, 엔딩 크레딧에서 출연 배우들 역할의 면면을 흑백 처리한 화면으로 나름 숙연하게 만드는데, 그것은 아마도 장훈 감독 스스로 이 전쟁에 바친 '장송곡'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물론 영화 전반적으로 악어중대 부대원 중에서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한 류승수고창석의 알토란 같은 연기들이 있어 웃음을 자아내게 만들지만, 그건 어찌보면 전쟁이라는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방어기제일 것이다. 그외 두 주인공 고수 신하균이 전쟁에 지치고 미쳐가는 열연은 물론, 신임 젊은 중대장 역을 맡은 이제훈의 전쟁 트라우마를 지닌 신들린 연기도 눈에 띄었다. 그리고 남성식 이병을 통해서는 목숨을 건 전쟁에 대한 공포까지, 이들 캐릭터는 다양하게 포진돼 있다.

그래서 영화는 이런 캐릭터를 통해서 전쟁이 남기는 '상흔'이라는 다소 클리셰적 주제의식에도 많이 다가선다. 그러면서 그 전쟁의 상흔은 바로 고지 탈환으로 사투를 벌이는 군인들의 이야기로 풀어나간다. 그런데 그 방식이 기존의 전쟁물에서 본 듯한 장면들로 오버랩된다. '웰컴 투 동막골'의 유머적 분위기의 느낌과 '공동경비구역JSA'에서 적과 만나 우애를? 다지는 상황, 그리고 '태극기 휘날리며'처럼 리얼한 전투씬과 형제애 같은 우정까지, 여기 '고지전'은 이런 영화들의 장점들을 취합한 듯한 인상이 짙다. 그래도 영화는 그 전장터에서 누구나 살고자 죽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군인들의 임무를 생생히 담아냈다. 하지만 그 임무란 게, 6.25 역사가 기억하지 못하는 또 그 전쟁이 어떻게 끝났는지 모를 우리시대에게 이렇게 보여주며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마지막 전투를 기억해 달라면서..

아무튼 오랜만에 한국 전쟁영화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만한 '신기원'적 영화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특히나 영화 전문 기자들의 평가들도 가히 좋은 것을 보면, 이 영화 '고지전'은 분명 기존의 전쟁물과는 다르게 진일보한 측면이 많다. 한국 전쟁영화 장르의 새로운 패러다임까지 불릴 정도로, '고지전'은 그 제목처럼 '고지'를 점령한 듯 싶다. 한국전쟁의 마지막 날, 기록되지 않은 그들의 마지막 전투를 담아낸 '고지전'.. 괜찮은 전쟁영화 이전에 꽤 와닿게 그린 전장물이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분명 볼만했고 되새겨봄 직한 영화다. 그래서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듯 싶은데, 우리시대 그 전쟁을 겪은 7~80대 어르신들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 ~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74315&mid=1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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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특강
크리스 와이드너 지음, 김목인 옮김, 이내화 해제 / 마젤란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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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고도화된 서비스 산업사회를 살아가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인생의 의미는 무엇일까? 보통 뒤도 안 보고 앞만 보고 달려가며 자신의 삶과 인생의 성공을 위해서 불철주야 뛰는 게 지금의 우리들이다. 물론 그렇지 않고 무위도식하며 사는 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다들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최소한 살아 남을려면 어떻게든 버티는 심정으로, 그 일이 좋든 싫든 그렇게 갈마들듯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한줄기 빛처럼 다가오는 것 중에 하나가 이렇게 지친 심신을 달래주고 위안을 주는 책들이 있다. 바로 자기에게 부족한 소양을 키우고 계발을 이끌어내는 이른바 '자기계발서'들이 그것이다. 이제는 하나의 장르로 인식될 만큼 수없이 많은 책 중에 하나다.

그런데 이게 그것 같고 저게 그것 같고 다 똑같은 설만 풀어내는 듯 보이면서도 무언가 그 안에서 조금이나마 교훈을 얻는다면, 나름 소득은 있는 셈이다. 그렇다. 여기에 그런 책이 하나 있다. 다소 특이하게 이탈리아의 유명한 문화와 예술의 중소도시 '피렌체'를 배경으로 인생의 성공 특강을 풀어냈으니 바로 '피렌체 특강'이다. 그러면서 이 책에서는 이태리가 낳은 최고의 예술가이자 조각가 '미켈란젤로' 대가(大家)를 앞세워 우리네 인생의 성공에 대해서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내용일까? 혹시 그 흔한 자기계발서와 같지 않을까 하는 의구심도 드는 게, 우선 그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본다.



먼저 이 책은 그 흔한 자기계발서의 모습과 근원적인 메시지도 어찌보면 대동소이한 양상을 띈다. 하지만 그런 메시지를 던지는 과정이 그렇게 하드하지 않고 꽤 소프트하게 여행기를 읽듯이 한 청년과 노인의 대화로 점철돼 있다. 즉 고리타분하게 여러분의 인생을 '이렇게 해야된다 말아야 된다' 식으로 가르치려 드는 게 아니라, 노인과 청년의 자연스런 대화를 통해서 그런 메시지를 던진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이탈리아가 낳은 천재 조각가이자 예술가인 '미켈란젤로'의 인생 여정을 밟으며 그가 남긴 최고의 조각품 '다비드상'을 통해서 설파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미켈란젤로의 또 다른 면도 알게 되는 소소한 재미도 있다.

여기 잘 나가는 대기업 사원이지만 자신의 일에 만족하지 못하고 시달려오며, 재충전차 유럽을 여행중인 '톰'이라는 미국계 청년이 있다. 그 마지막 여행지로 택한 이탈리아 피렌체, 그냥 다른 유럽처럼 비슷한 유적지와 문화들에 지쳐갈 때쯤 한 노인을 만나다. 그리고 그 노인이 왜 이리 심드렁하게 있느냐며 그의 고민을 들어주기 시작한다. 회사일에 만족하지 못한 아니 인생 자체에 깊은 회의감에 빠져든 이 청년에게 노인은 다비드상이 있는 박물관으로 안내를 하고 그곳에서 인생 특강을 설파한다. 장장 28개월에 걸쳐 각고의 노력끝에 만들어낸 그 '다비드상'을 '잠자는 천사를 깨우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던 미켈란젤로의 일화를 시작으로, 우리 안의 내면의 잠재력을 깨우라 말한다. 골리앗과 싸움에서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히 맞선 다윗의 내면에 감추어진 힘과 용기를 끄집어 내듯이 말이다.

그러면서 그 안에서 감춰진 자신의 열정과 믿음을 가지라는 신념을 얘기하고, 그런 신념 속에서 셈세한 아름다움을 갖추고 자신의 마음과 손길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라고 설파한다. 물론 이렇게 한꺼번에 가르치는 건 아니고, 미켈란젤로가 다비드상을 만들때 빠져든 그 자세와 견주며 메시지를 전달한다. 다소 뜬구름 잡는 식의 느낌이지만, 그래도 여기 청년 톰은 그때마다 새롭게 눈을 띄며 인생 성공에 대한 한가닥 희망을 갖는다. 이후에는 노인의 친구가 일하는 조각실 작업장을 보여주며 하나의 작품이 나오기까지 얼마나 힘든지 그 과정을 통해서 인생의 교훈을 말한다. 그리고 저녁식사를 하면서 마지막 메시지를 전달하며 이들은 헤어지게 되는데..



 
'피렌체 특강', 미켈란젤로 역작 '다비드'상을 통한 인생의 성공 프로세스

결국 여기 노인이 말한 인생 성공학에 대한 메시지를 요약하면 이렇다. "내면의 천사를 찾아라, 열정에 따라 움직여라, 자신을 믿고 신뢰하라, 아름다움은 섬세함 속에 깃들어 있다, 손은 마음이 생각하는 것을 창조한다, 철저하게 계획하고 준비하라, 변화의 두려움을 사랑하라, 떼어내기 조각하기 다듬기 윤내기의 단계를 밟아라, 현재에 집중하며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라!!" 이렇게 압축이 되는데, 어찌보면 참 교과서적이면서 상투적이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열정과 신념으로 셈세하게 접근하라, 대신에 손과 마음이 가는대로 창조하돼 철저하게 준비하고 변화에 두려워 말며 우리 인생을 조각하고 다듬고 윤내라'는 말씀.. 어떻게 좀 와 닿는가.. ~

이렇게 이 책은 인생의 성공학에 대해서 설파한 책이다. 그런데 요약해 놓고 보니 사실 근원적인 메시지들이라 새삼스러운 건 없어 보인다. 다만 이 책은 바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을 통해서 인생의 성공학을 빗대어 표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채롭다. 예술가의 작품이 하루 아침에 나오는 게 아니듯이, 한낱 대리석에 불과했던 그것이 위대한 '다비드'로 탄생했듯이, 미켈란젤로의 삶과 철학을 통해서 우리네 인생을 조각하라고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다비드'상에 숨겨진 이면과 노력의 땀방울까지 보게 되는데, 그 과정은 바로 인생 성공의 프로세스를 보여주는 여정이기도 하다. 

아무튼 인생 성공의 잣대도 많이 변모가 되는 요즈음 세상이다. 누구에겐 그 성공이 돈과 명예와 권력이 될 수 있고, 누구엔겐 소소한 행복과 자유와 건강 등이 될 수도 있다. 그래도 변하지 않은 것은 자기 성찰과 노력 끝에 이루어낸 자기 만족감이 나름의 성공이라고 봤을 때, 무슨 일을 하든 성공DNA 과정은 여기 다비드상을 만들어낸 대가 '미켈란젤로'의 방식이 제일 근원적이면서 와 닿는 게 아닐까 싶다. '떼어내고, 조각하고, 다듬고, 윤내라'는 그 과정처럼 인생의 성공은 생각에 그치는 게 아니라, 이런 움직이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이다. 그런 과정이 없다면 우리 인생의 '다비드'는 나올 수 없음이다.

이러하니 성공이 어려운 게 아니겠는가, 그래도 노력하면 될 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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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의 스피드와 마구 터지는 액션, 그 속에서 쉴새없는 한바탕 소동극의 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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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죽음의 성물2 - Harry Potter and the Deathly Hallows: Part 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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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시리즈의 제대로 된 완결편, 굿바리 해리 그리고 포에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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