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광구 - Sector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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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전부터 아니 올봄 부터인가 여러가지 유형의 소스로 나름의 화제를 몰고 왔던 '7광구', 한국 최초 3D 해양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점에서 이 영화는 기본 전제를 깔고 간 아주 복받은 영화라 할 수 있다. 그래서 그런 것인가.. 관객들 기대치가 많아서 중간에 탈이 난 건지, 7광구는 호불호가 갈리는 차원을 넘어서 '졸작이다, 망작이다' 등 가열한 비판 속에서 심해를 떠돌고 있다. 그렇다면 정말 졸작 아니면 망작이었을까? 단도직입적으로 본다면 강호의 생각에 그 정도는 아니라고 보고 싶지만, 이 영화는 '해양 SF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장르에 충실하게 못하게, 어느 것 하나 만족을 못 시키고 기대를 저버린 그냥 '평작'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소재는 좋다. 석유 한방울 안 나오는 이 나라 이땅에 빛을 주시고 아니, 저기 제주도 남단 해역에 실존하는 과거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개발할려다 여타저타해서 이제는 실제 버리진 해역 7광구를 가져다 영화적으로 부활시켰다. 말미에 그와 관련된 역사가 나오는데, 그건 영화와는 별개로 작동해 때꾼한 기운마저 들게 한다. 앞에서는 괴물과 그렇게 고군분투하더니, 갑자기 실제 7광구를 잊지말고 기억해달라?! 어쨌든 이 영화는 한국 최초 해양 블록버스터라 명명되며, 앞선 '해운대'의 재난과 '괴물' 보다도 더 깊숙한 심해의 괴물을 데려다가 그린 본격 SF 해양 액션물이다. 그것도 3D로 포팅돼 기대가 컸지만 이마저도.. 개인적으로 그냥 2D로 본 게 다행일 정도?!

그럼, 그 7광구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영화의 시놉시스는 이렇다.

피할 수도 숨을 곳도 없는 7광구, 대적할 수 없는 놈과의 사투가 시작된다.

제주도 남단, 7광구의 망망대해에 떠있는 석유 시추선 이클립스 호. 산유국 꿈에 부푼 대원들의 예상과는 달리 시추 작업은 번번히 실패로 끝나고, 결국 본부로부터 철수 명령을 받는다. 철수를 위해 본부에서 베테랑 캡틴 정만(안성기)이 투입되고, 오랜 시간 공들인 7광구에 석유가 있다고 확신하는 해저 장비 매니저 해준(하지원)은 본부의 일방적인 명령에 강하게 반발한다. 철수까지 주어진 시간은 한달. 해준과 대원들이 마지막 시추작업에 총력을 가하던 어느 날, 갑자기 본부와 통신이 끊기고, 이클립스 호에는 이상 기류가 흐르는데...


(그 거대한 석유 시추선 이클립스호에는 딱 이들 7~8명만 있을 뿐이다. 괴물아, 덤비거라..)

어디 외국에서나 있을 법한 산유국의 부푼 꿈을 안고, 여기 불철주야 해저 밑에서 석유 캐기에 여념이 없는 뱃사람들이 있다. 초반 타이틀이 올라오기 전 과거 그 해저를 탐사하던 대원이 죽는 걸 시작으로-(그 대원은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길라임의 아빠 정인기~)-영화는 포문을 여는데 바쁘다. 굵직한 바디를 자랑하는 철강통에 함께 매달린 대원들, 바닥에서 뿜어져 나오는 회색 물감으로 온 몸을 적셔도 그들은 기쁘기만 하다. 언제가는 나올 석유라는 빛이 있으니까, 바로 석유시추선 이클립스호에서 이들 캐릭터들의 생활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상하게 극중 이름은 들어오질 않는다. 그냥 익숙한 배우들과 이름이라 그걸로 대신한다.

여주인공 하지원은 아비를 잃고 여기에 목숨을 건 여전사 타입의 당돌녀 이미지로 또 나오고, 그녀의 남친은 오지호, 그리고 송새벽과 박철민은 선후배 사이로 여기서도 그들 스타일대로 개그?를 담당하는 인물, 또한 시추선 캡틴은 박정학(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에서 서영희의 막장 남편역), 국민배우 안성기는 관록의 선장 역으로 그가 이클립스호 철수하는 일로 오면서 일이 커지게 되는데, 그가 바로 괴물과 연관이 깊은 인물이다. 그리고 차예련과 이한위는 여기 시추선의 과학연구원.. 이렇게 올망졸망하게 모여사는 이들이 그 거대한 시추선 이클립스호에 있는 군상들이다. 참 단출하다. ㅎ

초반에 시추선 작업현장을 보여주는 건 한두 번에 그치고, 이때부터 박철민과 송새벽의 가끔 터지는 말개그와 하지원과 오지호의 러브라인까지 보여주며 드라마적으로 흐른다. 갑판에서 오토바이 내기 경주라니, 참 CG스러운 게 웃기지도 않는다. 여기에 놀러 온 건지,-(그 오토바이를 남겨둔 게 나중에 괴물과의 사투에 필요한 아이템이 되었지만서도)- 정말 그들이 석유탐사에 열정을 지닌 자들인지 의심이 갈 정도다. 즉 그 거대한 시추선 공간에서 이들의 역할이 캐릭터에 몰입하지 못하고 촌극처럼 노는 느낌이다. 그러다가 부지불식간에 괴생명체의 습격이 다가오면서-(초반에 무슨 작은 물고기를 습득한 게 화근이 됐지만)- 조연급 대원 몇몇과 연구원까지 죽으면서 이들은 초긴장하기 시작한다.



바로 이제부터는 석유 시추하는 건 저리가고, 집으로 돌아갈 판에 오로지 그 괴물과의 사투에서 살아남기 위한 작업만이 남았다. 발등에 제대로 불이 떨어진 것인데, 여주인공 하지원을 비롯해서 안성기 대장과 그외 주요 대원들이 괴물을 습격을 받으며 위기에 처하게 된다. 물론 몇몇은 죽는다. 그러면서 이 괴생명체와의 사투가 중반 이후 나름 볼만하게 펼쳐진다. 하지원의 고군분투가 눈물날 정도로 말이다. 그놈은 석유 시추선에서 기생해서 그런지, 불에 더 활활 타오르며 이들을 위협한다. 그렇다면 이 괴수와의 사투에서 살아남은 자는 누구이며, 그 놈을 어떻게 죽이며 처리했을까.. 역시 주인공 하지원이 그 몫에 방점을 찍는다.

'SF 해양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게 무색한 7광구, 그냥 평이한 괴수물이다.

이렇게 영화는 알다시피 많이 홍보됐듯이, 해양 SF 액션 블록버스터물이다. 사실 한국 영화에서는 보기드문 장르이자 새로운 것을 선보이는 어떤 이정표적 영화라 할 수 있다. 물론 그 전에 봉준호의 '괴물'이나 윤제균의 '해운대'를 보듯이 분명 재난을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하지만 '7광구'는 그 괴물이 심해에서 기생하다 발견된 괴생명체라는 점에서 느낌이 다르다. 어느 도심 한복판이 아닌 우리에게 너무나 먼 바다 한 가운데에서 사투가 펼쳐진다는 점에서 색다른 기운이 감지된다. 망망대해에 홀로 떠있는 석유 시추선의 포스터 그림을 보듯이, 무언가 스산하고 임팩트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런 기분은 영화를 보면서 잊게 된다.

임팩트는 고사하고 그 전개되는 연출이나 이야기 등이 다소 자연스럽지 않고 밀도감이 부족하다. 이들이 정작 석유 시추선에서 생과사를 다하는 '열혈남녀'인지 그렇게 많이 와닿지 않는다. 너무나 익숙한 배우들이라서 그런지 그 상황과 캐릭터에 몰입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여주인공 하지원의 대사톤이나 눈만 치켜뜨는 당찬 이미지는 극과 어울려 보이지 않게, 괴물과 벌이는 고군분투만이 남았을 뿐이다. 그외 대원들의 역할도 그리 극에 녹아들지 못하고, 괴물과의 사투를 마치 해프닝처럼 다루며 실소를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박스 치워'를 '박수치는' 걸로 보여준 박철민 형님.. 웃자고 한 건지 강호는 헛웃음만 나왔다는.. ㅎ



그외 괴생명체 해양 괴물과의 사투이다보니, CG가 들어갈 수 밖에 없는데 이게 사실 티가 너무 난다. 특히 해저 심해에서는 그게 확연히 드러나 보이고, 하지원과 오지호가 오토바이 타는 씬도 그렇고, 그나마 괴물 자체는 조금 실사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이마저도 퀼리티는 좀 떨어진다. 대신에 봉준호의 '괴물'을 오마주하듯 그런 모습과 비슷하게 그리며, 이 놈이 바다 속으로 멋지게 다이빙하는 모습은 볼만한 정도.. 그런데 사실 이런 괴물의 모습은 우리에게 낯선 건 아니다. 이미 '시고니 위버'의 그 유명한 SF 수작 '에이리언' 시리즈는 물론 '프레데터'도 있고, 이런 류 해저물로 '어비스'나 '딥 라이징' 등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영화 '7광구'는 이런 수작들과는 다르게 모든 면에서 퀼리티가 떨어짐을 보게 된다.

기대가 높아서 그런지, 그냥 대충 본다면 봐줄만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어느 것 하나 관객들의 시선을 임팩트하게 끌지 못한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이 있다. 흔한 SF 괴수물이기에 그럴지도 모르지만, 좀더 밀도감 있게 이야기적 전개는 물론 액션도 좀더 실사에 가깝게 그려냈다면 이 영화는 그 심해에서 벗어날지 모른다. 정작 '해운대'를 만들어낸 윤제균 사단이 쏟아부은 블록버스터라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지만, '화려한 휴가'를 연출한 김지훈 감독이 '사실 난 괴수영화를 싫어한다'는 그 전언처럼, 무언가 중심을 못잡고 모호한 스타일이 만들어낸 해양 액션 블록버스터 괴수물 '7광구'..  아직도 졸작이니 망작이니 평가가 가열하게 계속되지만, 연일 관객몰이를 하면서 개봉 일주일도 되기 전에 백만을 훌쩍 넘은 걸 보면, 이 영화가 근원적으로 안고 있는 재미는 충분히 있는 셈이다.

거두절미하고 괴물과의 사투라는 점인데, 결국 여주인공 하지원과 괴생명체 괴물을 중점으로 중반 이후 펼쳐진 고군분투만이 남고 말았다. 그래서 대단한 걸작은 분명 아니지만, 3D 보다는 그냥 킬링타임용으로 볼만한 우리식의 해양 괴수물이 나왔다는 점에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물론 그 점이 꽤 아쉽지만, 그래도 괴물과의 사투는 언제든 볼거리는 있는 셈이다. 아무튼 앞으로 이런 류의 한국 괴수물이 좀더 발전하길 기대해 본다. ~


예고편 : http://movie.naver.com/movie/bi/mi/mediaView.nhn?code=48246&mid=15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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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몽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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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자연적 오컬트와 미스터리의 묘한 앙상블, 그래도 추리는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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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트 어벤져 - Captain America: The First Ave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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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슈퍼 히어로가 아닌 다소 인간적인 히어로의 영웅담, '어벤저스'의 전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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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전 - The Front 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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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쟁영화의 새로운 이정표자 신기원적 전장물, 우린 아직도 휴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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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지몽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2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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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무더운 여름에 읽기 좋은 추리소설 한 편이 있다. 나름 미스터리한 게 표지부터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바로 일본 추리소설계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으로 '예지몽'이라는 본격 미스터리 소설이다. 사실 그가 만들어낸 추리 소설이야 수십 종에 달하고, 무슨 무슨 시리즈해서 많이 나왔다. 가가형사나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는 물론, 중단편집에 이르기까지 게이고의 작품은 무언가 퀼리티가 있는 추리소설들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예지몽'이라는 소설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부제론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2탄'이자, 제목의 의미처럼 어떤 예지력과 관련된 이 책에는 총 5편의 미스터리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하지만 그 미스터리는 어떤 초자연적인 오컬트 분위기를 자아내며 이목을 집중시키는데, 과연 어떤 사건들이 있는지 간단히 살펴본다.



먼저, 첫 번째 이야기 '꿈에서 본 소녀'는 어느 한 청년이 여고생 레이미 침실에 몰래 침입하며 시작된다. 그런데 그 현장을 들키면서 도망치다 뺑소니까지 저질러 결국엔 잡히게 되는데.. 그는 진술에서 그 소녀가 자신을 초대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 소녀는 17년 전 자신이 꿈 속에서 보았던 여인과 같다며 '연인'으로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소녀는 환생한 것일까.. 과거와 현재가 크로스 돼 이들 가족사를 추적하면서 그 신비스런 꿈의 이야기는 진실에 가까워진다. 그것은 바로 레이미의 엄마와 관련된 것인데, 혹시 불륜?! 과연 '레이미' 소녀는 과거에도 존재했던 것일까..

두 번째 이야기 '영을 보다'는 연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살인사건 이야기다. 치정은 아니지만, 한 남자가 술집 여자를 사귀고 그 여자가 죽게 된다. 왜 죽었고, 누가 죽였을까.. 그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 밤, 죽은 여자의 혼령이 나타나 그 남자 집에 잠깐 모습을 비추기도 하면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하지만 사건을 추리하면서 이들 사이의 내막은 바로 뺑소니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나오는데, 그렇다면 그녀가 뺑소니 사건의 주범이었을까.. 그래서 죽인 거다?!

세 번째 이야기 '떠드는 영혼'은 꽤 재미난 구석이 있는 이야기다. 어디 헐리웃 공포영화의 장르 중에서 나오는 '하우스 호러'물처럼 무언가 괴기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느 한 여자의 남편이 실종돼 보이질 않는다. 그런데 그 실종된 시각에 이웃집 아줌마가 죽는다. 그리고 그 집에 살게된 그녀의 조카 부부와 이상한 두 부부, 이렇게 네 명이서 그 집에 칩거하며 나오질 않는다. 밤 8시에만 잠깐 나오고, 그 틈을 타 주인공 형사와 그의 친구 유가와는 그 집에서 이상한 현상을 보게 된다. 일명 '폴터가이스트' 현상을 목도하게 되는데, 그렇다면 이 남자의 실종은 여기서 발견된다?! 더군다나 독일말로 '폴퍼가이스트'는 '시끄러운 영'이란 뜻인데, 그럼 그 집에는 영적이 힘이 작용했던 것일까..



네 번째 이야기 '그녀의 알리바이'는 앞선 세 개의 이야기들과 다르게 어떤 오컬트적 분위기는 아니고 일반 추리소설에 가깝다. 제목 '알리바이'에서 알 수 있듯이, 그 뜻은 법적으로 범행당시 범행현장이 아닌 다른 곳에 있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피고인이 제출하는 '현장부재증명'을 말한다. 즉 '알리바이가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 범행과는 상관이 없다는 주장인 것인데, 여기 한 주부의 완벽한 알리바이가 더 의심스럽게 만들며 보험금을 노리고 자살한 남편의 처지를 더욱 씁쓸하게 만든다. 그렇게 알면서도 눈 감아 주는 상황이 여자들, 참 무섭다. 뭐, 현실에서도 직접 범행을 저지를 정도니..

'히가시노 게이고' 미스터리 오컬트 추리단편 '예지몽', 추리는 '과학'이다.

다섯 번째 이야기 '예지몽'은 바로 표제작으로 이 단편집의 마지막 편이다. 바로 앞선 4편의 이야기들을 모두 섞어놓은 듯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추리 소설이다. 한 여자가 유부남을 무척 사랑하며 모든 걸 바쳤다. 그런데 이 남자는 그녀를 사랑하면서도 부인과는 이혼을 하지 않는다. 이게 못마땅한 그 여자는 자살을 기도한다. 그런데 이게 진짜로 자살하는게 아니라, 그 남자에게 겁만 줄려고 하는 시도였다. 서로 마주보고 사는 아파트 였기에 이런 쇼는 가능했던 거. 그런데 그녀가 정말로 자살 위장 시도를 하다가 죽고 말았다. 어떻게 보면 어의없는 죽음이 아닐 수 없는데, 그렇다면 그녀는 어떻게 죽은 것일까.. 더군다나 그녀가 죽기 전 맞은편에 있던 아파트의 한 소녀가 그녀의 죽음을 보았다며 예지몽을 말한다. 그럼 그녀는 먼저 죽은 것일까..

이렇게 다섯 편의 이야기는 그 제목에서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있다. '꿈에서 본 소녀', '영을 보다', '떠드는 영혼', '그녀의 알리바이', '예지몽'까지 모두 무언가 초자연적이고 비과학적인 오컬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꿈속에서 본 듯한 현실에서 오는 기시감과 데자뷰는 물론이요, 집에 귀신이 쓰인 듯 감도는 불길한 현상들, 그리고 꿈 속에서 본 사람의 죽음의 암시까지, 모두 다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런데 이 소설은 그런 오컬트적 분위기로 끝내지 않는다. 탐정 갈릴레오의 캐릭터 색깔처럼 주인공 '유가와'는 이야기 속에서 물리학 교수를 맡고 있는데, 그가 모든 사건의 뒤에는 과학이 숨겨져 있음을 설명하고 증명해 보인다.

즉 신비스럽게 무언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지만, 따지고 들어가는 추리 속에서 잘 구성된 트릭이 있음을 보게 된다. 그러면서 피해자나 가해자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고로 위장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는 과학적인 설명이 분명 붙는다는 거다. 제목을 '예지몽'이라 지으며 다섯 편의 이야기를 통해서 오컬트와 미스터리의 절묘한 크로스오버를 시켰지만, 결국엔 다 납득할만한 사건의 과정과 트릭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것은 바로 본인 스스로 전자공학을 전공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능력을 발산한 소재감으로 또 다른 추리적 미스터리 소설의 매력으로 다가온다. 단순히 추리에만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적확한 '과학'을 얘기한다는 거, 쉽지는 않을 터다.

바로 '예지몽'은 그 꿈에 대한 반격의 추리인 것이다. 물론 현실은 더욱 이해불가의 세계지만서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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