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된 한패
플로르 바쉐르 지음, 권명희 옮김 / 밝은세상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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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금융시장의 중심가로 뉴욕 맨해튼섬 남쪽 끝에 있는 금융 밀집 구역에 위치한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월가가 자리해 있다. 자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월가의 주가는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와 유럽 경제 위기를 배경으로 월스트리트 금융계에서 벌어지는 있는 인간의 욕망을 다룬 프랑스 작가 플로르 바쉐르의 경제 스릴러 '조직된 한패'... 조금은 낯선 작가인데 데뷔작 '도시의 소녀'으로 푸케 데쿠베르트상은 물론 기타의 상들을 수상한 작가다. 예전에 경제 스릴러 소설을 몇 권 읽은 적이 있지만 '조직된 한패'는 한동안 유럽연합의 뜨거운 감자인 그리스의 사태를 통해 대학시절 남다른 우정을 지녔던 친구들의 모습이 흥미로운 소설이다.


주인공 세바스티앙을 비롯해 일곱 명의 대학 친구들은 분야는 다르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성공한 삶을 살며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서로 일로서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기꺼이 그것이 옳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지만 기꺼이 도와준다. 친구들은 그리스 회계장부 조작 사건으로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된다. 이기적인 욕망을 표출하거나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위험을 무릎 쓴다.


협상의 달인 세바스티앙은 글로벌 CEO의 긴급 연락을 받고 뉴욕에 도착한다.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여 유럽회원국 그리스 사태의 협상을 처리해주길 원한다. 이 일은 과도하게 세바스티앙의 스트레스를 자극하여 번아웃증후군을 갖게 된다.


경제전문지의 편집부에서 일하며 재경부장관의 비서실장으로 가정, 가족 일에 무관심을 보이는 베르트랑의 아내 클라라... 클라라는 15년 전 말다툼으로 난관에서 사고를 당하여 갑자기 사라진 한때 연인 앙투안의 보게 되자 크게 동요한다. 앙투안은 임시용병에 불법복제의 대가인 해커로 클라라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못한다.


부실자산 금융전문가로 서브프라임 사태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제레미는 캠퍼스 커플 앨리슨이란 너무나 아름다운 아내와 살고 있다. 다른 사람의 눈에는 앨리슨의 아름다움이 보이지만 정작 남편 제레미는 전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쇼윈도 부부의 삶을 살고 있다. 앨리슨은 전업주부로 클라라와 가장 친한 관계로 클라라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는 일곱 명의 친구들 중 유일한 사람이다.


바네사는 뛰어난 언변과 좋은 머리를 갖고 더 높은 곳을 향한 욕망을 위해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것은 취하고 쓸모없어진 것은 과감히 버릴 줄 아는 여인이다.


욕망이 나쁜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을 다치지 않고 더 높은 곳에 오르기는 어렵다. 일곱 명의 친구들은 각자 추구하는 욕망을 위해 끈끈한 연을 이어오거나 필요치 않을 때는 과감하게 돌아선다. 세바스티앙 역시 불법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일처리를 하고 이로 인해 능력을 인정받는다. 허나 그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클라라는 자신이 얻은 정보를 다른 사람들이 알기를 바라는데...


투자은행과 증권회사를 겸하는 국제금융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의 대표적 증권회사인 골드만삭스... 뛰어난 인재들이 들어가고 싶어 하는 기업으로 '조직된 한패'는 골드만삭스로 인해 그리스가 국가 부도 사태를 겪게 되는 상황을 적나라하게 알려주고 있다. 세계 경제의 큰 힘을 갖고 있는 기업으로 인해 한 나라가 위험에 빠지고 선량한 많은 국민들이 엄청난 고통에 시달려야 하는 현실의 어두운 면이 솔직히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평범한 사람들은 결코 알기 힘든 동떨어진 세계의 사람들의 욕망을 다룬 이야기는 우리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기에 무척이나 섬뜩하게 느껴진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에게 책임 있는 시민이 되라고 누차 말하지만, 정치인들이야말로 책임지지 않는 유일한 국민이었다.     p156-


금융 세력은 인지적 노동의 착취, 육체와 자아의 분리를 기본으로 이루어지지.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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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연의 박물관
아라리오뮤지엄 엮음 / arte(아르테)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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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소중한 사랑을 잃어버린 아픔, 슬픔, 상실감 등은 엄청나다.

잊으려 고해도 잊어지기는커녕 점점 더 헤어 나오지 못할 때...

소중한 사람과의 추억어린 물건을 기증하면서 헤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실연의 박물관'

솔직히 누구나 겪는 이별을 전시하는 박물관이 있다는 것에 호기심이 발동했던 책이다.


실제로 '실연에 관한 박물관'이 많은 여행자들이 좋아하는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위치해 있다는 것을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두 사람의 아티스트는 실제 연인 관계에 있다가 헤어지면서 추억이 공존한 물건을

처치하는데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실연을 테마로 전시를 생각해 낸다.

우리와 다른 정서를 가져서인가? 연인이었다가 헤어진 사람이 함께 추억의 물품을 전시할 생각을 하다니...

실연의 박물관에는 실연에 관한 82개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데

의외성이 있어서인지 호기심을 발동시킨 책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잊는 데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러야 하는가에 다 다르다.

사람에게 받은 아픈 상처는 사람으로 치유한다고 말한다.

시간의 거리만큼, 사랑의 깊이만큼 시간이 걸리겠지만

아프더라도 조금 천천히 잊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잠시 든다.

 

 

우리나라 이혼율이 높다는데 언제부터인가 젊은 부부보다 20년 이상 함께 산 부부들의 이혼이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나 역시 결혼한 기혼자의 입장에서 남남이 만나 함께 살면 부딪히는 것이 정말 많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좋겠지만 사람인지라 우선 화부터 날 때가 많다. 허나 다양한 감정을 가지고 살다보니 고운정보다 미운정이 더 많이 들어 이제는 옆지기의 모습에서 측은지심이 많이 느낀다. 항상 내 입장에서 상대방을 평가했지만 상대방 역시 내가 뭐 그리 마음에 들까? 싶은 마음과 젊은 시절부터 가족을 위해 애쓰는 얼굴이 주름이 생기고 흰머리가 늘어가는 모습이 안쓰럽다. 10년을 함께 산 부부가 헤어지면서 이혼을 하면서 남겨진 수저세트가 참 쓸쓸하게 느껴졌던 이야기다.

 

 

저는 문신을 통해 제가 잃은 것들을 기리고 치유를 합니다.      -p145-


예전과 달리 문신이 하나의 개성으로 받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문신은 많은 사람들이 꺼리는 경향이 짙다. 다른 것도 아니고 자신의 이별을 몸에다 새기는 사람의 이야기는 놀라웠다. 지난 관계를 상기시키며 새로운 관계를 하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싶은데 오히려 새로운 관계를 맺는데 문신이 잊도록 도움을 준다는 글이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의외성에 문신이 참 멋지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다.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한때 점차 학생 수가 줄면서 학교가 통합되거나 없어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자신이 다닌 학교가 이사를 하고 학교 이름이 바뀌고 새롭게 문을 열며 느끼는 감정이 어떠했을지... 옆지기도 같은 경험을 하여 종종 들었기에 그 마음이 이해가 된다.

 

 

 

서로 가진 상처로 맺어진 사람들이 연인들의 종착역이란 관계 맺기에 다른 의견으로 헤어진다. 법적인 관계를 거절한 것은 자신이지만 여전히 그 사람이 준 것들은 좋다는 글이 이해가 된다. 헤어진 연인이 준 선물은 불편하다. 좋아했던 감정만큼 없애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곁에 두고 싶은 마음도 있다. 아름다운 시간을 함께한 목걸이를 떠나보내는 사람의 모습이 나의 경험과 비슷해 자꾸 연상이 된다.


인상적인 글들이 곳곳이 담겨져 있다. 우리 때... 술에 의지해 폭력적인 아버지와 모습을 사회생활을 하며 느낀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까지 생각한 사람이 아버지에게 선물한 매일 입고 다닌 패킹  조끼에 관한 이야기, 미국 유학길에 가져간 수저 한 벌, 아버지가 사용하시던 모토노라 핸드폰, 술을 좋아하고 즐겼지만 건강을 위해 물을 채워 놓았던 소주병과의 이별, 사내 커플로 1년을 교제하며 둘의 추억을 적은 다이어리를 크로아티아로 보내며 비로소 이별을 할 수 있게 된 이야기 등등 공감 가는 이야기도 많았고 조금 거리를 두고 읽을 수 있는 이야기도 있었다.


실연을 소재로 한 박물관이 있다고 것도 처음 알았고 제주도에 전시가 되며 나중에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의 실연의 박물관에 옮겨진다는데 기회가 되면, 제주도에 갈 생각이 있기에 들려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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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말아요, 그대 - 김제동과 사람들,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시간
JTBC '김제동의 톡투유' 제작진 지음, 버닝피치 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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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을 떠올리면 우리나라 MC 중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주는 몇 명 안 되는 MC 중 한 명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김제동 씨의 무수히 많은 어록이 화제가 되고 그의 이야기를 찾아서 듣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도 한 번씩 유투뷰를 통해 그의 이야기를 찾아서 본 적이 있다. 자신의 의견을 소신 있게 말하기 시작하면서 그를 만나기는 어려웠고 이제 하나밖에 없다. 김제동 씨의 따뜻한 말솜씨를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 JTBC에서 방송되고 있는 '김제동의 톡투유'뿐이다. 김제동의 톡투유는 '따뜻한 토크쇼'란 이름에 걸맞게 주제가 주어지만 청중은 스케치북에 자신의 이야기를 적는다. 이를 토대로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김제동 특유의 감성으로 따뜻하게 풀어낸다. '걱정말아요! 그대'는 김제동의 톡투유의 사연들을 담아낸 책이다.

 

 

현대인은 바쁘다. 한동안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란 카피 문구가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다. 성실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과 마음을 생각해 재충전 할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허나 많은 사람들은 제대로 쉬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장 우리 집만 보아도 핸드폰을 잠 잘때 아니 잠자리에서 보는 경우가 흔하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핸드폰과 함께하고 있다고 무방할 정도다. 자신의 마음속에 온전히 자신 만을 둬야 진짜 휴식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생각해 본다.  

 

 

좋은 사람을 만나 알콩달콩 행복하게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 역시도 결혼하지 않은 막내여동생을 보면 결혼까지는 아니더라도 좋은 사람과의 연애는 포기하지 말고 자주 하라고 말한다. 연애만 하고 살 수는 없다. 나름 연애고수 같은 말을 잘 하는 김제동 씨는 혼자 있는 외로움보다 함께 지내며 생기는 다툼이 더 걱정스러운 거 같다. 싸우면서 정 든다고 하지만 싸움은 상대와 나에게 상처를 줄 수밖에 없다. 상대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는 좋은 여자, 좋은 남자인지 나부터 돌아보아야 한다.

 

 

행복은 돈으로 해결할 수 없지만 돈으로 인해 다툼이 늘고 좋았던 관계가 어긋나는 일은 빈번하다. 현대 사회는 더더욱 돈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걱정보다 눈앞의 이익에 더 목을 매는 것을 흔히 본다. 돈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고 돈이 없어도 서로의 힘듦 어깨를 보듬어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함을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세계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 경쟁적인 구조에서 어릴 때부터 생활하고 우리는 마음의 여유나 행복을 느낄 겨를이 적다. 공부만 잘 하면 모든 것이 용서되는 일도 흔하고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이 연결되는 우리 사회구조상 친구들과의 관계에서도 경쟁적이다. 학교뿐만 아니라 직장에서도 왕따, 퇴직과 취업에 대한 두려움 등 충분히 공감이 되는 고민인데 잘하라는 응원도 좋지만 힘들구나 가만히 손, 어깨를 잡거나 보듬어 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

 

 

학창시절 아버지와 함께 데이트를 종종 하는 친구가 있었다. 우리 아버지와는 너무나 다른 친구의 아버지를 보며 솔직히 내심 많이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너무나 흔하지만 레스토랑에서 돈가스를 먹거나 학교 끝나는 딸을 기다려주는 모습 등 소소하지만 나도 아버지와 함께 해보고 싶은 일들을 친구가 말할 때는 나중에 결혼하면 내 자식에게 저런 모습을 가진 남편, 아빠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옆지기는 가부장적인 딱 우리 아버지의 모습을 너무나 닮아 있다. 사는데 바빠 내가 바라던 아버지의 모습을 옆지기에게 강요한 적은 없지만 요즘 들어 아빠와의 추억이 너무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자꾸 옆지기를 재촉하게 된다.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사는데... 아버지와의 추억이 부족한 아들이 아버지를 불편하게 느끼지 않고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밥 이야기를 읽으며 새삼스럽게 하게 된다.

 

 

 

갱년기를 아직 겪고 있지는 않지만 이유 없이 혼자라는 느낌이 들 때는 정말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혼자 외로운 것보다 가족과 함께 있는데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 더 무섭다고 한다. 외로움이 뜬구름 없이 외로움이 찾아올 때 옛 추억을 떠올려 보게 된다. 가족 안에서, 추억으로 외로움이 상세시킬 수 있는 힘이 숨어 있다고 여겨지는데 더 좋은 추억을 가족과 만들어 보고 싶다.


걱정없이 살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걱정말아요 그대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누구나 갖고 있는 자신만의 걱정을 정해진 대본 없이 오직 청중들의 이야기만으로 패널들과 함께 만들어간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라고 느낄 수 있는 한 번쯤 고민하거나 생각했던 것들이기에 사연속 청중의 입장이 되어 동화되어 빠져든다. TV 프로그램을 잘 보지 않는 탓에 '걱정말아요! 그대'를 시청한 적이 몇 번 없지만 공감 할 수 있어 즐겁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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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평전
안도현 지음 / 다산책방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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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시인에 대한 저자 안도현의 깊은 애정이 한 가득 담겨져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책이다. 시인 백석에 대해 많이 알고 있지 못한데 백석평전을 읽으며 미처 몰랐던 백석 시인의 인생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좋았다. 백석은 토속적이고 향토색이 짙은 토속적이고 향토색이 짙은 서정시에 썼으며 그의 시에는 방언이 자주 사용되었고 모더니즘을  발전적으로 수용한 시들을 발표하였다고 알려져 있다. 솔직히 쉽게 읽을 수 있는 시보다 어렵다는 느낌을 주는 시가 더 많았던 것이 사실이지만 함께 글을 읽는 분들을 통해 백석 시가 주는 재미를 의견을 나누며 어렴풋이나마 느낄 수 있어 좋았던 책이다.


백석의 시 중에서 가장 편안하게 읽혀진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이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표현은 부녕히 문장구조의 인과관계를 무시하는 충돌이거나 모순이지만 연애의 달인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을 정도다. 뛰어난 글쓰기에 잘 생긴 외모를 가졌기에 백석 주변에는 여자들이 정말 많이 있다. 문인 세 명의 여자는 각기 백석에 대해 말하는 이야기는 여자나 남자나 예쁘고 멋진 사람에게는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남다른 외모에 엄청난 금액의 길상사를 내놓은 자애란 여성 역시 백석이 사랑할 수밖에 없는 여인으로 나와 나타샤와 당나귀에 담겨져 있다.


백석의 시가 읽기 어렵다는 생각이 드는 요인으로 책에서 말했듯이 시원의 순결성을 가지고 있는 고향과 고향의 방언에 착안했다. 고향의 말인 방언이야말로 몰락의 길로 치닫고 있는 조선의 현실을 지켜낼 수 있는 하나의 시적인 역설로 작용할 수 있으리라고 그는 판단하여 많이 사용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


솔직히 평전을 많이 읽어보지 못했지만 저자 안도현 씨가 너무나 좋아하는 백석이기에 그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백석을 좋게만 평가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살짝 드는 개인적인 느낌이 있다. 그럼에도 무수히 많은 인물들이 백석의 글에 매료된 것은 분명 백석의 글을 만날 수 있어 좋았으며 큼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알고 있던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좀 더 세밀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라 좋았다.


백석은 해방 전 남한에서 가장 주목받던 시인 중 한 명이었지만 해방 후 북한에서 시인으로서의 말년은 행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자연으로 생을 마친 백석에 대해 우리는 그가 살아온 삶을 단정적으로 말하지 못한다. 삶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삶은 정치나 역사에 의해 굴절되기도 하고 부유하기도 한다. 하지만 개개인이 겪는 특수한 순간들이 모여 삶의 전체를 구성하는 법이다.       -p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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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전집 세트 - 전2권 - 그리스와 로마의 영웅 50인 이야기 현대지성 클래식
플루타르코스 지음, 이성규 옮김 / 현대지성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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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그리스와 로마 영웅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현대지성에서 인문서재 시리즈 중 하나인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내가 그리스와 로마 영웅에 대해 알고는 있었던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한 책이다. 세계 최고의 대학으로 꼽히는 하버드와 옥스포드의 고전 총서를 비롯해 다양한 곳에서 최고의 고전 총서로 꼽히고 있다는 것도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을 통해서 솔직히 처음 알았다. 50명의 영웅들을 담고 있어서 책의 분량은 다른 책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상당한 분량을 자랑한다. 인물마다 대하드라마를 보는 듯 흥미롭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책은 시작은 나처럼 들어본 적은 있지만 정확히 저자 플루타르코스는가 어떤 인물인지 모르는 독자들을 위해 플루타르코스에 대해 알려주며 시작한다. 그의 위대한 고전 총서가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로마와 이탈리아의 여러 지방에서 여러 종류의 임무를 맡고 있으면서 수집 할 수 있었지만 정확하게 방대한 분량의 자료들을 어떤 방식으로 구할 수 있었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고 한다. 헌데 플루타르코스가 로마 역사에 대한 지식을 주로 대화를 통해 얻어졌다는 이야기가 저자의 생애에 대해 알려주는 부분에서 인식 깊게 다가온다.


고대 그리스의 교육 방법에 있어서 또 하나의 중요한 장점은 학생들에게 어렸을 때부터 다양한 갈래의 철학 연구에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현재의 우리처럼 단지 언어를 습득시키기 위해 교육한 것이 아니라 사물을 인식함으로써 고귀한 본질을 추구하도록 하였다. 또한 죽은 언어 교육을 위해 쓸모없이 7년이나 10년의 세월을 보내지 않았다. 그 세월은 자연을 연구함으로써 그 본질적인 경제와 법률로부터 철학적 지식의 요체를 얻는데 사용되었다.                -p29-


"언어를 통해서 사물을 알게 된 것이 아니라, 사물을 인식함으로써 언어를 습득하게 되었다."     -p38-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인 철학자인 소크라테스 무척이나 아껴 친했던 아테네의 장군이자 정치가인 알키비아데스는 뛰어난 용모를 가진 영웅이다. 자리에 있으며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알아두고 따라야 할 듣기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을 멀리하며 언제 소크라테스와 같은 사람의 말에 귀 기울였다. 솔직히 이 부분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기에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글귀였다. 그 역시 야심이 컸던 남자였지만 그와 뜻을 달리하는 사람들에 의해 위험에 처해지자 스파르타로 몸을 위탁하고 그들의 호의를 이끌어내지만 조국을 구하려는 마음을 놓지 않고 무수한 전쟁터를 누볐지만 안타까운 죽음을 맞는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마치 예전부터 좋아하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는 것처럼 흥미롭다. 각각의 영웅들은 자신들의 신념과 주변 상황에 맞게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위해 거침없다. 그것으로 인해 설령 원하는 것을 쟁취하거나 그렇지 못한 경우에도...


삶처럼 영웅들의 죽음 역시 예사롭지 않다. 많은 인물들이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지만 그렇지 않은 어린 여자를 탐하다 죽는 흔치 않는 경우, 병으로도 죽는다.  


훌륭한 지도자는 꿋꿋하고 엄격한 성격을 지녀야 하는 동시에 너그럽고 따뜻한 성격도 지녀야 하므로, 그만큼 힘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질을 잘 조절하기만 한다면, 신이 세계를 지배하듯 모든 일을 조화롭게 이끌어갈수 있을 것이다.            -p378 (하)-


한 명의 영웅이야기는 당시 시대 상황을 생동감 있게 구사하고 있다. 여기에 영웅들을 비교 분석하여 짧지만 따로 담겨진 이야기를 통해 두 영웅들의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영웅이기에 그들도 우리와 같은 인간이란 생각이 든다. 영웅으로서의 분명 뛰어난 지도력, 리더십을 갖춘 그들이지만 사람이기에 그들 역시 잘못된 판단, 배신을 한다. 쉽게 영웅들의 이름이 외워지지는 않지만 읽을수록 한 명 한 명의 영웅이야기는 소설처럼 재밌게 느껴지는 면이 강한 책이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왜 그렇게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그리스 로마 신화, 영웅이야기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틀림없이 만족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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