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쌉싸름 사중주
유즈키 아사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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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우정은 남자들보다 깊지 못하다고 말한다. 여자인 나도 학창시절에 단짝처럼 지낸 친구보다 동네에서 만나거나 배움을 통해 알게 된 사람들과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지내고 있다. 시간이 흘렀다고 친구에 대한 마음이 엷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은 마음은 늘 있다. 생활에 쫓겨 살다보니 시간날 때 만나면 되겠지 하는 다소 안이하고 이기적인 마음으로 인해 친구들과 거의 얼굴을 못 보지가 꽤 시간이 되었다는 '달콤 쌉싸름 사중주'를 읽으며 친구들이 생각나고 보고 싶다.


'달콤 쌉싸름 사중주'은 '서점의 다이아나'를 통해 알게 된 유즈키 아사코의 작품이다. 여자들의 심리를 편하고 사실감 있게 그려내는 작가로 유명한데 이번 작품은 내가 읽은 전작보다 더 여성들의 심리를 세심하게 그려냈다는 생각이 들며 우정과 사랑을 무겁지 않고 경쾌하게 읽을 수 있었던 기분 좋은 작품이다.


남편이 호주에 파견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유일한 기혼자인 유카코와 사키코, 마리코, 가오루코... 네 명의 친구들이 학교에 다닐 때부터 해오던 티모임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서도 계속해서 이어가며 서로의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고민을 함께 풀어가며 우정을 이어간다.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는 사키코는 불꽃축제에 갔다가 옆자리에 있던 남자가 주는 유부초밥을 얻어먹는다. 내성적인 성격을 가진 사키코가 낯선 남자의 행동에 거부감은커녕 자꾸만 그가 누구인지 궁금하다. 유부초밥의 맛을 토대로 사키코의 마음을 빼앗은 남자를 찾기 시작하는 세 명의 친구들... 서로 경쟁하듯이 찾는 과정이 유쾌하고 재밌다는 느낌도 주는데 역시나 맛은 예민한 사람이 잘 안다고 남자의 유부초밥의 핵심을 알아낸 친구로 인해 찾아낸다.


평소에 좋아하는 요리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에 기쁨을 누리던 유카코는 악플로 인해 심한 정신적 고통에 빠진다. 유카코가 어릴 적 먹어 본 최고의 과자의 비밀을 이번에도 친구들의 도움으로 해결하며 자신감을 갖게 된다.


자기 생각에만 빠져 있으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거야. 그런 때는 다른 사람에게 힘이 되는 일을 하는 게 최고야.          -p84-


화장품 회사에 근무하는 마리코는 콧대 높은 멋진 여성이다. 한 살 어린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꿈꾸지만 그는 전혀 반응이 없다. 헌데 남자친구가 아무래도 수상하다. 옛날 여자친구를 만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친구들은 마음 아파하는 마리코를 위해 직접 의문의 인물을 찾아 나서는데...


엄마로 인해 일과 사랑, 집안일까지 완벽한 여성으로 살아가고 싶은 욕망을 가진 가오루코는 타인에게 빚을 지거나 도움을 받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친구들은 이런 가오루코를 안쓰럽게 여기며 그녀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데... 생각지도 못한 상황들이 벌어지며 아주 난처한 위기에 처한 가오루코... 그녀의 폭발과 솔직함이 상대도 솔직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며 상황을 변화시킨다.


커피 소비가 높은 나라 중 하나가 우리나라다. 다양한 종류의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은 많지만 티 문화는 커피만큼 활성화 되었다고 느끼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예쁘고 분위기 있는 티 전문점을 두세 곳 알고 있고 한번씩 먹기도 하지만 책을 읽으며 커피가 아닌 차를 더 마시고 느끼고 싶은 유즈키 아사코의 '달콤 쌉싸름 사중주'... 티문화를 즐기는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가 제목만큼 상큼하고 달콤 쌉싸름하게 다가와 즐겁게 읽게 된다.


만능장이 TV이를 통해 유행처럼 번져 많은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나도 만들어볼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는데 가오루코가 모르고 사용한 고추기름이 정말 있었으면 모든 요리가 맛있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 정도로 만능 고추기름은 개인적으로 레시피가 알고 싶을 정도다. 사진으로 설명하는 부분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까지 하며...


각기 다른 음식을 통해 네 명의 친구들은 우정이 더욱 돈독해지고 성숙해진다. 음식이 주는 따뜻함과 즐거움, 고소함 우정과 함께 느끼며 나의 서른 즈음 나와 친구들을 떠올려 본 유쾌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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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루의 왕관 세트 - 전2권 레드 라벨 클럽
임서림 지음 / 디앤씨북스(D&CBooks)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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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정로맨스를 담으며 19금 소설로 나온 임서림 작가의 '적루의 왕관'... 난 '적루의 왕관'을 통해 저자의 작품을 처음 만났는데 전작 '이세계의 왕비'가 높은 인기를 끌었다고해서 관심이 갔고 19금 로맨스를 어떤 식으로 풀어갈지 내심 궁금했던 작품이다.


스토리의 시작부터 강렬하다. 자신의 마음을 속이고 한껏 멋을 부린다. 이유는 단 하나... 정부와 함께 있는 남편 아르모리아의 왕 루시어스를 만나기 위해서다. 아내 알렉산드라의 대담하고 고혹적인 아름다움에 단숨에 매료된 왕은 아내를 향해 손을 뻗는다.

 

 


열여섯 성인이 되는 아르모리아의 제1왕녀 알렉산드라를 위한 성대한 성인식이 열린다. 국왕인 아버지와 왕비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부족함 없이 순수하고 사랑스럽게 자란 아름다운 알렉산드라는 국왕인 아버지는 갑작스럽게 조카인 키노스 대공 루시어스와의 약혼을 발표에 적잖이 당황한다. 아버지의 속마음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녀는 아버지의 뒤를 이을 생각은 처음부터 없다. 오직 사랑하는 사람과 소박한 행복을 꿈꾸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밖에 없다. 아버지의 기대에 조금이라도 부응하는 남자라면 모르지만 알렉산드리아가 사랑하는 남자는 죽은 유모의 아들 피니언을 사랑한다. 그와의 사랑은 아버지가 결코 허락하지 않을 것이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사랑을 위해 기꺼이 약혼자 루시어스가 솔긱할 만한 제안을 한다.

 

 

루시어스는 알렉산드라의 아버지로 인해 엄청난 고통과 슬픔을 갖게 되었기에 복수의 칼날을 품고 있다. 죽음을 넘어 도착한 곳에서 처음 만난 어린 소녀가 알렉산드라를 보며 자신의 여동생이 떠올라 감정은 복잡하다. 알렉산드라가 원하는 것을 해줄 용의가 있지만 이것마저도 복수를 위해 기꺼이 이용할 생각이다.  


알렉산드라의 계획에 차질이 생긴다. 너무나 완벽한 아버지의 숨겨진 모습에 알고 경악하며 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행동이 더 큰 불행을 초래한다. 더 이상 궁에서 버텨낼 자신이 없다. 하루라도 빨리 피니언과 다른 곳으로 떠나고 싶다. 마침내 알렉산드라는 루시어스의 도움으로 사랑하는 남자와의 탈출을 감행한다. 허나 그녀의 탈출은 그 누구도 환영하지 않는다.

 

 

외면하고 싶었다. 아니 진실을 보려는 마음이 처음부터 없었기에 아예 눈과 귀를 막아버렸는지도 모른다. 이제서야 자신이 원하는 복수의 칼을 제대로 꽂으려는 그때 생각지도 못한 진실과 마주하며 알렉산드라는 흔들린다. 마음을 다잡고 다잡아도 자꾸만 흔들리는 마음이 두렵다.


루시어스가 보인 모든 행동들이 다른 진실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그럼에도 자신의 첫사랑에 대한 깊은 상처를 용서하기 힘들다. 알렉산드라는 결단을 내리는데....


궁정치정로맨스가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는 책이다. 19금에 맞게 과감한 성적인 표현이 곳곳에 보이는데 몇 년 전에 엄청 인기를 끌었다는 다른 책에 비해 부담감도 없어 편하게 읽었다. 사랑은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다고 계속 모를 수는 없다.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마음을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 직시하게 되었지만 복수는 계속되어야 하는데....


마지막 반전이 예상과 달리 판타지적이라 좋았다. 궁정 암투극이 계속해서 펼쳐지고 있어 누가 승기를 잡을지 알 수 없이 진행되는데 알렉산드라, 루시어스 두 사람이 가진 복수가 충분히 이해가 된다. 레드라벨클럽의 첫 번째 성인용 작품인 '적루의 왕관'... 실제로 이런 궁정치정극은 모습이 살짝 달리 역사 속에서도 있지 않았나 싶다. 아주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어 더 흥미진진하게 느껴진 책으로 오래간만에 성인로맨스 소설이 주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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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서 온 아이
에오윈 아이비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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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련하며 아름다운 동화책을 읽는 느낌의 눈길을 사로잡는 문장들이 돋보이는 소설을 만났다. 에오윈 아이비 작가의 '눈에서 온 아이'... 알래스카를 배경으로 순백색의 요정의 세상에서 나온 듯 한 소녀가 마음이 점점 황폐져가는 부부에게 선물처럼 등장하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언젠가 꼭 한 번 여행을 가고 싶다고 느낀 알래스카의 서늘하고 추운 풍경이 연상되어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알래스카 알파인에 새로운 터전을 잡고 고향처럼 살고 싶어 이년 전 이주한 메이블과 잭 부부... 유일한 아기를 잃고 나서 다른 사람의 눈길이 견디기 힘들 정도로 부담스러운 메이블의 의지가 많이 방영된 이주인데 엄청난 추위를 이겨내 줄 수 있는 것은 온전히 부부의 온기뿐이다.

 

 

"우리는 무사히 겨울을 날 수 있을까?"

...................................

"달리 선택의 여지도 없잖아?"                                       -p20-


겨울은 다가오고 동물 사냥을 못했고 메이블이 파이를 구워 생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던 상황도 끊기게 되면서 잭은 북쪽 광산으로 일을 하러 떠나야 하는 것은 아닌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첫 눈이 내리는 날 자신이 사랑에 빠지던 날을 연상하며 눈싸움도 하고 눈사람도 만든다. 작은 소녀 눈사람에 파란색 목도리와 장갑을 끼워주는데.... 마치 눈사람을 닮은 듯한 금발머리카락의 소녀가 그들 앞에 나타난다. 마치 꿈처럼 느껴지는 소녀의 존재... 다가가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는 소녀지만 소녀로 인해 잭은 북쪽 광산으로 일을 하지 않아도 될 커다란 무스를 사냥하게 된다.

 

 

메이블은 오래 전 죽음을 맞은 아기로 인한 상처에서 치유되지 못한 상태에서 만난 눈사람 소녀는 잭과 그녀에게 생활을 활력을 불어 넣는다. 숲속 어딘가에 사는지도 모를 소녀는 진짜 요정처럼 느껴지는데... 어느 날 소녀의 뒤를 밟은 잭은 생각지도 못한 진실과 마주한다.


소녀의 이름은 '파이나'... 산노을이란 너무나 아름다운 뜻을 가진 소녀를 자신의 딸처럼 느낀다. 잭과 메이블은 파이나의 존재를 불편하지만 안면이 있는 이웃에게도 알리고 싶다. 헌데 피오나의 존재는 동화 속에서나 존재할법한 이야기라 믿어주지 않는데....


두려움은 소녀 때문이 아니라 그 애가 손쉽게 누비고 다니는 고요한 숲, 바위와 눈으로 이루어진 이 기묘한 세계 때문이었다. 능숙하게 통나무를 뛰어 넘고 숲속을 질주하는 소녀는 요정 같았다.            -p130-


피아나가 자신의 눈두덩에 입술을 대고 바람을 불자, 공중으로 날린 눈송이가 민들레 꽃씨처럼 살랑살랑 떨어졌다.

아. 메이블이 탄식하듯 중얼거렸다.

까닭 모를 눈물이 눈에 고였다.                             -p221-

 

 

문학 교수를 아버지를 두고 어릴 적부터 환상과 동화의 세계 속에서 살았던 그림을 잘 그리는 소녀 메이블은 아버지의 책을 떠올리고 언니에게 부탁하여 책을 받는다. 다른 사람이 탐을 낼 정도로 희귀본인 러시아 책.... 책의 내용은 눈의 소녀 파이나의 모습과 너무나 닮아 있기에 메이블은 더 조바심이 나고 책처럼 스토리가 흐르지 않도록 조심한다. 시간이 흐르고 소녀가 성장하며 눈의 아이 역시 어여쁜 아가씨의 모습을 갖추게 되는데 다른 사람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너무나 예쁘고 슬픈 동화책을 읽는 것처럼 느껴지는 책이다. 보이는 것만을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소녀의 존재는 믿기 힘든 존재다. 파이나에게 겨울은 따로 걸치지 않아도 되는 겉옷과도 같다. 추운 겨울이라야 생동감이 있는 신비로운 소녀 파이나... 이처럼 요정같이 신비로운 파이나가 슬픈 가족사를 가지고 있다니 마음이 아프다. 잭과 메이블이 소녀에 대한 사랑이 커질수록 소녀를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눈의 요정처럼 파이나를 바라보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현실속 소녀가 아닌 요정의 아이란 믿어지는 파이나... 잭과 메이블의 지칠대로 지친 삶에 새로운 희망으로 나타난 파이나는 동화와 전설이 교묘하게 섞인 책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 매력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시처럼 아름답게 느껴지는 문장들이 자주 눈에 띄어 즐거웠던 이야기로 알래스카의 눈을 직접 보고 싶다는 바램까지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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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의 조건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70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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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미스터리의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었던 '경관의 피'의 저자 사사키 조의 신작 '경관의 조건'이 나왔다. 전작 경관의 피에서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에게 이어지는 3대에 걸쳐 경찰로 몸담은 남자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었다. 경찰조직이 가진 특수성과 경찰이지만 그들 역시 사랑하는 가족을 위한 뜨거운 피를 가진 남자란 남성적인 매력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기에 사사키 조의 신작을 내심 기다렸다. '경관의 조건'은 이런 나의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 경찰 미스터리의 재미를 또 한번 확인시켜준 책이다.


손자 경찰관 '안조 가즈야'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경찰로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는 '가가야 히토시'경부를 상사로 모시는 있었다. 가가야의 일처리는 경찰로서 명예롭다는 표현을 쓰기에는 부적합한 방식이다. 그럼에도 그의 남다른 실적은 경찰조직의 윗선에서도 암암리에 묵인된 상태다. 가가야가 의심스럽다는 생각에 가즈야는 고발을 하고 수사 과정에서 각성제가 발견되며 경찰조직에서 스스로 물러난다. 가즈야는 가가야의 사퇴에 결정적 역활을 한 자신의 행동이 심적으로 정의로운 행동이었는데 돌아보지만 자신할 수가 없다.


가가야가 떠나고 시간이 흘러 가즈야가 경시청 경부로 일하게 된다. 가즈야는 나름 열심히 일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가가야를 다시 불러들이는 상황에 대해서 특별한 말을 할 수가 없다. 한 켠에 물러나 있던 가가야가 다시 등장하지만 뛰어난 경찰은 시간이 흘러도 여전하다. 자신이 가진 정보망과 인맥을 통해 확실히 능력을 보여주는 가가야... 허나 그는 가장 큰 위험 요소를 가진 인물과...


청렴해야 할 것 같은 경찰이란 조직 역시 다른 조직과 별반 다르지 않다. 어디나 인간들의 모습은 거기서 거기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가즈야가 가진 심적 고통보다 개인적으로 가가야가 가진 쓸쓸한 모습이 더 아프게 다가온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다. 가즈야는 자신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선택과 일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이 미처 캐취하지 못한 더 큰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아도 어쩔 수 없다. 작은 힘은 큰 힘 앞에는 힘을 쓸 수가 없기에.... 묻어두고 잊어버리고 싶었던 마음의 상처, 심적 고통은 가가야의 등장으로 가즈야가 외면하고 싶었던 현실과 부딪히고 생각을 꺼내 수밖에 없다. 그에게는 지독히도 짧은 결혼생활과 옛여인에 대한 기억까지도...


한 마디로 '경관의 조건'은 재밌다. 재밌으면서 경찰이란 조직 세계, 남자들의 묻어두고 살 수밖에 없는 생각들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진한 여운으로 남는 작품이다. 역시나 사사키 조는 최고라고 말하고 싶다. 적지 않은 분량에 읽기에 따라서는 경찰조직을 너무 상세히 서술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돌려 생각하면 우리네 인생사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재밌게 읽게 된다. 여자들에게 다소 낯선 경찰조직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놓은 책이란 생각이 들며 다음편은 어떤 이야기를 다루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고 빨리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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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로 산다
리즈 투칠로 지음, 김마림 옮김 / 미메시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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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싱글로 삶을 즐기는 여성들이 나온 시트콤 '섹스 앤 시티',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를 통해 알려진 작가 리즈 투칠의 신작 '싱글로 산다'가 나왔다. 남녀를 떠나 결혼이 점점 늦어지고 멋지고 자유로운 싱글로서의 삶을 원하는 사람들이 늘어가고 있다. 섹스 앤 시티 속 주인공들처럼 살고 싶은 여성들의 로망을 담고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며 휴양지에서 매력적인 모습을 뽐내는 여성을 담은 예쁜 표지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스토리는 뉴욕의 꽤 큰 출판사의 홍보 담당자로 일하는 화자... 줄리와 그녀의 네 명의 친구들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다. 각자의 자리에서 인정받고 살고 있지만 행복하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원한다. 줄리는 서른여덟 살로 '임신 중에 남편에게 사랑받는 법'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의 홍보를 전담하고 있다.


남편, 자식들과 안정적인 삶에 스스로 만족하며 사는 조지아는 남편이 브라질 여자와 바람이 나서 2주 전에 이혼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유명연예인의 채식 셰프로 마른 금발 미녀인 세리나, 정부 보조 변호사로 뉴욕대 법과 대학 교수인 앨리스, 3개월 전 고양이가 죽으며 깊은 슬픔에 빠져 있는 천성적으로 여성스러운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습관적으로 운둔 생활을 하는 헤드 헌터 루비까지... 그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능력, 외모 다 괜찮지만 사랑하고, 사랑받는 연애에 있어서는 어려움을 겪는 인물들이다.


줄리는 응급실에 갔다가 만난 두 여성을 통해 다른 나라 싱글 여성들에 대한 무지를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싱글여성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책을 쓰고 싶어 한다. 그러기 위해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만나기를 시도한다. 그녀는 글을 쓰기 위해 알게 된 남자에게 끌리고 그와 함께 있는 시간을 보내지만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지극히 평범한 여성인데 외모에서도 결코 나쁘지 않은데 오히려 일반여성들보다 좋은데 자신의 신체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는 살짝 공감이 안 가는... 아마 내가 부러워서 그런 느낌을 받은 듯하다.


새로운 연애를 너무나 원하는 그들은 싱글이 즐기는 있는 방법으로 즐기고 만남을 갖는다. 상대에 대한 관심, 상대가 보여주는 관심이 설레는 모습은 귀엽다는 느낌이 주면서 나쁜 남자 아니 여자를 너무나 쉽게 생각하는 남자로 인해 상처를 입기도 하고, 자신을 떠난 상대의 연인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머나 먼 나라까지 날아갈 정도로 자신의 마음의 상처를 주체하기 힘들어하거나 자원봉사를 하며 노숙자에 삭발, 인공수정까지 감행하기도 하거나 관심을 가진 종교에 바탕을 둔 요가 센터에서 일하며 몸과 마음으로 행복함을 느끼는 대상을 만나지만 그는 이미 요가 센터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는 인물이고 그로 인해 상처 받고 해고되는 아픔을 겪기도 한다.


이들의 연애는 결코 쉽지 않다. 그러나 사랑에 아파하고 실패해도 함께 아파하며 위로해 줄 친구가 있고 새로운 사랑을 꿈꾸며 다른 사람들의 싱글의 삶을 통해 싱글의 삶과 사랑이 힘들지만 충분히 행복하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치열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프고 힘들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싱글로 산다는 것은 생각보다 행복하고 멋진 인생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싱글로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함께 있으며 웃고 슬퍼하며 공감하는 힘이 되어주는 친구가 반드시 있어야 함을 새삼 느낀다.

 

우리와 문화권이 달라 살짝 이해하기 어려운 싱글 여성들의 삶과 사랑이 나름 재밌었던 책으로 엄마에게 여자로서의 자존심을 배우는 프랑스 여성들의 모습은 파리지엔으로 멋진 모습을 가진 프랑스 여성들과 오버랩되어 흥미로웠다. 이 시대의 싱글 여성이라면 상당 부분 공감하는 이야기가 많을 거란 생각이 들며 섹스 앤 시티를 보는 것 같은 재미에 빠져들었던 유쾌한 시간이었다. 

 

 

 

누군가와 커플이라고 느끼게 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은 재미있는 일이다. <나> 대신 <우리>라는 말을 사용하게 되기까지는 고작 며칠밖에 걸리지 않는다.              -p183-


백 퍼센트 모든 인간들은 살아나가는 데 희망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어떤 확실한 통계 자료라도 그것이 그 희망을 빼앗는 것이라면 그런 통계는 알아야 할 가치가 없다.     그리고, 남자가 많다고 알려진 곳들로 되도록 자주 여행하라….                           -p342, 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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