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탕 선녀님 그림책이 참 좋아 7
백희나 지음 / 책읽는곰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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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은 어린이가 처음으로 만나는 책입니다. 긴 독서 생활을 통해 읽는 책 가운데 가장 소중한 책입니다. 그 아이가 그림책 속에서 찾아낸 즐거움의 양에 따라 한평생 책을 좋아하게 될지 싫어하게 될지 결정될 것입니다. 따라서 그림책이야말로 가장 아름다운 책이어야 합니다. ” 아동문학 평론가인 화이트 여사의 말이다.


「 장수탕 선녀님」을 보고 맨 처음 든 생각이 ‘내 아이가 처음으로 만나도 좋을 아름다운 책’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특별히 ‘아름다운 책’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좋을 많은 미덕을 가졌다.  공들여 차려낸 음식상을 받은 듯, 정교하고 실감나는 장면 하나 하나에 작가의 정성이 읽힌다.   어디선가 꼭 한번은 만났음직한 목욕탕 주인 할머니, 요구르트를 향해 보내는 흠모 가득한 덕지의 눈길, 아픔을 참느라 발끝까지 긴장하고 있는 아이의 벌건 얼굴과 밀려난 등의 때까지 친근하고 편안한 아름다움이 묻어 난다.  금기시 되었던 알몸들을 드러내니 익숙한 목욕탕이 오히려 신선한 소재로 느껴 진다. 할머니 알몸, 아줌마 알몸, 아기 알몸, 단체 누드씬에도 불구하고, 19금은 커녕 정겹기 그지 없다.  


 무엇보다 이 책에 자꾸만 손이 가는 이유는 이 책이 주는 위로 덕이 아닐까. 

넘치는 뱃살과 축 늘어진 젖가슴, 갸날프지도 예쁘지도 않은 선녀님의 등장은 내 뱃살을 긍정하게 만든다.  선녀님도 그러신데 하물며....  또한, 아는 이야기도 내색 않고  들어 드리고, 얼굴 씨벌개지도록 고통을 인내한 댓가로  받은 ‘요구룽’을 할머니께 내미는 덕지의 수줍은 얼굴은 보는 이까지 미소 짓게 한다.  우리가 미담에서 위로받는 것 또한 같은 이치이리라.  맛있게 ‘요구룽’을 먹는 할머니의 그 만족감 넘치는 표정은 또 어떤가! 덩달아 기분 좋아지지 않는가?   이 모든 상황 뒤에 약간의 무심함과 평범함으로 무장하고 있는 뽀글머리 엄마  - 예전의 우리네 엄마 같기도 한. - 도 그냥 지나 치기엔 아쉬운 캐릭터다.  악착같이 찬 물에서 아이를 끌어내고, 왜 요구르트를 낯선 할머니께 주냐고 경계하고 간섭하는 대신, 한발짝 물러나 있는 엄마가 있기에 요즘 애들같지 않은 (?) 덕지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최고의 위로. 열이 끓어 버얼개진 얼굴, 누런 코를 빼물고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입술로, 뜨거운 콧바람을 푹푹 뿜어내는 덕지 얼굴을 가만히 만져주는 선녀님의 서늘한 손.  그 감촉이 전해오며 까무룩 어린 시절 아픈 내 머리맡을 지키던 손길이 떠오른다.


 그림책은 바로 이런 것이다.  수많은 말을 그림으로 대신할 수 있는 것.

그 함축성으로 인하여 보고 또 봐도 재미있는가 하면, 수많은 상상의 씨앗과 해석의 여지를 남겨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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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눈썹 징검다리 동화 12
이반디 지음, 서현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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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랑이 눈썹』을 비롯해 총 네 편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에는 날 것 그대로의 상상과 모험이 가득하다.  희동이는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아기 공룡을 만나고, 개미떼의 총 공격을 받지만 무사히 엄마품으로 돌아온다.  부끄럼쟁이 소미는 여우 신발을 신고 투명인간이 되어 그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사람들에게 귀여운 복수를 감행한다. 


  어린시절 우리와 함께 놀던 호랑이와 공룡, 투명인간은 우리가 떠나온 후에도, 아이들과 이렇게 신나게 놀고 있었구나.  어린 시절  그녀석들이 수업시간이건 시험시간이건 아랑곳 하지 않고 불쑥 불쑥 찾아오는 통에 얼마나 머리를 쥐어뜯곤 했던가.  엄마께 야단맞을 때도 느닷없는 그들의 방문으로  ‘딴 생각한다’ 고 혼줄이 나곤 했었는데, 이렇게 까맣게 잊고 지냈을 줄이야.  펄떡펄떡 살아 있는 이야기들이 잠자고 있던 어린시절 추억들을 줄줄이 호출해 낸다.  아이의 생각이 뛰어 놀아야 할 곳은 진정 영어단어장이 아니라 이렇듯 살아있는 세계여야 하거늘. 


  아이가 숙학문제 풀다말고  ‘이 친구’들을 불러내어  놀고 있을 때, 애써 꺼집어 내어 방해하지 말고 잠시 기다려 주리라.  상상과 현실을 쉽게 구분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는 상상의 세계 또한 현실세계 못지 않게 중요한 영역이다.  아니 어쩌면, 어른들이 상상이라 부르는 그 일들이 우리가 잠시 한눈 파는 사이, 생생하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인지 그 누가 장담할 수 있으랴!  상상력이 살아있는  이런 좋은 동화들이 아이들 세계의 외연을 넓혀주고 어른들의 공감지수를 높여줄 것이라 기대해 본다.  


  한편, 이 책에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모험의 세계 뿐만 아니라 동생이 태어난 후 어린 형이 겪어 내는 마음의 혼란과 아이들 눈으로 바라본 어른 세계에 대한 신랄한 풍자, 소외된 자의 외로움까지도 슬쩍 배어있다.  아직 많은 작품을 쓰지 않은 신예작가지만 내공만큼은 남다르다.  이 작가, 혹시 우리가 탕! 하고 문을 닫고 나온 뒤  잊고 지냈던  어린이세계로 가는 비밀통로를 알고 있거나, 어른들은 볼 수 없는 마법의 세계를 훔쳐보는 호랑이 눈썹하나 몰래 갖고 있는건 아닐지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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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루떼루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38
박연철 글.그림 / 시공주니어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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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숙함은 우리 것에서 오는 편안함이요,  신선함은 구성과 이야기의 파격에서 비롯된 듯 싶다.  작가가 ꡐ우리 것을 지켜나가는 소중한 분들에게 헌정하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우리의 전통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고 있다.  작가가 1년여 동안이나 나무를 직접 깍아 만들었다는 목각인형은 우리가 지금껏 보아왔던 탈이나, 전통가옥의 잡상, 토우들에서 한번쯤은 마주쳤음직한 익숙한 얼굴들이다.  직접 바느질로 만들어낸 의상 소품과 천연염색으로 표현한 오방색에 세월의 더께까지 표현해 사라져 가는 우리 것을 정감있게 살려냈다. 


  공들여 나무를 깍고 바느질을 해서 탄생시킨 입체적인 장면들과 떼루떼루, 정가 정가 정저꿍, 우이여 우이여등 꼭두각시 놀음을 연상시키는 청각적 요소들이 결합해 책장을 넘기는 순간 한바탕 놀이현장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막이 열리면 산받이(인형과의 대화자)가 등장하여, 일각문 이골목 삼청동 사거리 오방골 육대손 칠삭둥 판푼이 구하다 십년감수한 박첨지 일가와 대화를 주고 받는데, 해학과 익살이 넘치는 입담들로 들을수록 쫄깃하고 재미지다.


그게 영감입으로 할 소리요?

그럼 너는 똥구멍으로 말을 하냐?

영감이 똥구멍으로 말한 줄 알았지.


그게 말이오? 막걸리오

손자는 못 보았고 손수레는 보았소.


이야기의 흥을 돋구는 재담과 의성어, 옛이야기 특유의 반복되는 이야기 구조가 읽어주는 재미는 물론, 주거니 받거니 역할극을 하기에도 좋다. 


  여기에 더해 ‘어처구니이야기, 망태할아버지가 온다 등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도발적인 결말이 즐거움을 더한다.  영웅의 등장으로 죽었던 아들 딸을 살려 낸다거나 착한 주인공이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았다는 뻔한 결말같은 건 없다.  이시미로부터 박첨지를 구해낸 딘둥이조차도 인간본능에 충실할 뿐 영웅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교훈이나 권선징악적 가르침이 끼어들 여지는 어디에도 없다.  작가가 곳곳에 숨겨놓은 해학과 속내를 들춰 보아도 좋겠지만, 그저 한바탕 웃고 즐거우면 그 뿐! 그것으로 족하지 않겠는가.


  이야기의 여운을 채 다스리지 못하고 책장을 덮으려는 순간 비로소 발견하게 되는 작가소개가 또 한번 시선을 잡아끈다. 작가는 ‘아이들을 요리하는 커다란 솥을 가지고 작은 문에서 아이들을 꺼낸 다음 솥에 풍덩 집어넣고 국자로 떠올려서 뼈를 오도독 오도독 씹어 먹는다’고 한다. 으메 놀래라. 그래도 뭐 이 책을 읽는 아이는 잡아먹지 않는다니,  일찌감치 책을 읽어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작가는 영리하게도  ‘다음작’을 기대하게 하는 한문장을  마지막에 슬쩍 끼워 놓았다. 

잠들지 않는 거위를 안고 한 소녀가 나를 찾아 왔어요.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하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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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 (책 + 플래시 DVD 1장) 국시꼬랭이 동네 19
이춘희 글, 김동성 그림, 임재해 감수 / 사파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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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앨범을 꺼내본 느낌이 이럴까. 아련하고 애틋하고 그립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새록새록 어린 시절 일들이 떠오른다.


  사실 난 많은 형제의 끄트머리에 태어난 덕에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책보가 아닌 가방을 매고 입학해 언니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샀던 몸이다.  아직도 그 가방이 또렷이 기억나는 것 보면 다희만큼이나 내게 그 빨간 고무가방이 자랑거리였음에 틀림없다.  그때까지도 책보를 들고 다니던 아이들이 더 많았던 산골 학교에서 어쩌면 내가 다른 옥이들 앞에서 은근히 으스댔을 런지도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내게 책보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왁자지껄 아침상에서 물러난 언니들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책보를 메고 서둘러 빠져나간 마당에 덩그러니 남겨져 하루치의 심심함을 견디고 있노라면,  언니들의 반가운 귀환을 맨먼저 알려준 것이 다름 아닌 책보 속 빈 도시락 소리였다.  그 시절 골목어귀에서부터 들려오던  ‘찰그락 찰그락’ 소리는 심심한 하루에 대한 보상이자, 언니들이 학교에서 가지고 올 온갖 이야기들의 시작을 알렸다.  태어나 처음 보았던 그래서 더 눈부시게 예뻤던 노란 은행잎을 쏟아 놓았던 것도 언니의 책보였다.  그 시절 책보는 내게 뭔가 대단하고 은밀한 언니들 세계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었다.  


 갈등의 최고조, 싸움 장면에서는 작가에게 묘한 동질감마저 느끼게 된다.

요즘 아이들이 서로 머리채 잡고 싸우는 장면은 못본 것 같은데, 우리 어린시절에는 진짜 그렇게들 싸웠다.  초등학교 시절 무슨 이유인 지는  모르겠지만, 한 학년 위 언니와 머리채를 잡고 싸웠던 기억이 난다.  겁도 없이 저지른 하극상 때문에 그 후 한동안은 쉬는 시간 교실 밖을 나서기가 두려웠다.  선배언니들이 나만 보면 “ 쟤야 쟤. 못된 계집애.. ” 하고  수군거리던 통에. 그런데 이제는 그 공포의 순간조차 그립다. 그 때 나랑 싸웠던 그 언니는 어디서 무얼하고 있을까?  아직까지 날 미워하진 않겠지.


  이 책은 『똥떡』을 시작으로 우리의 소소한 옛모습들을 살려 내며 이미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그림책으로 자리 잡은 【국시꼬랭이】 시리즈의 19권째 도서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 또한, 역사의 뒤안길에서 잊혀져간 우리 옛것들을 건져 올린다. 엄마의 어린 시절이 궁금한 아이들 뿐만 아니라 지난 시절을 아이로 살았던 부모세대에게도 추억을 함께 나눈 옛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움을 선사한다.   김동성 작가의 사랑스럽고 잔잔한 그림들을 보고 있노라면 , 어느덧 어린 시절 학교 가는 길에 만났던 논둑길과 개울가에 가만히 이르게 된다.  그림책은 내게 여전히 위로이자 치유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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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매 - 조각 천을 이어 붙여 바느질하는 아이
이가을 글, 신세정 그림 / 한림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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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정된 교수직을 박차고 나가 자연과 공동체 삶을 실천한 윤구병 선생님은 저서 『가난하지만 행복하게』에서 인류가 빚어낸 가장 놀라운 과학 기술을 들라면 망설이지 않고 바늘을 꼽겠다고 하셨다.  생체에너지를 써서 제 삶에도 이웃의 삶에도 또 더 넓게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다른 생명체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과학기술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길이 있을까 찾다가 발견한 것이  바로  ‘바늘과 실’ 이라고 한다. 


  쪽매를 처음 읽었을 때 ‘바늘과 실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어린이를 위한 따뜻한 글과 아름다운 그림으로  풀어놓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한 아이의 성장기이자,  삶의 앞가림에 대한 이야기이며, 우리 전통가치에 대한 소회이기도 하다.  오갈데 없는 쪽매가 제 앞가림하고 살아갈 수 있었던 힘이자 이웃을 돌보는 힘이 다름아닌 바느질인 것이다. 우리 의식주를 스스로의 손으로 해결하던 시절에는 바느질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생존의 수단이자 예술의 영역이었을 터다.


   쪽매의 인생에서 고난을 상징하는 바늘부인은 일견 날카롭고 무정해 보이지만,  (쪽매는) 고난의 시간을 잘 이겨냄으로써 바늘부인을 통해 훌륭한 바느질 솜씨를 얻게 된다.  명주부인은 쪽매를 보드랍게 감싸주고 꿈을 지켜보아준 인물이자,  쪽매의 바느질 작품을 아름다운 예술작품으로 알아봐 준 인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자신의 솜씨를 다른 사람을 위해 쓸 줄 아는 쪽매의 마음이 쪽매의 성장을 도운 가장 귀한 밑천이다.  비록 쪽매 자신은 누덕누덕 기운 옷을 입었을망정, 자투리 천 조각들을 모아 이웃들의 시린 어깨를 감싸주고 무릎을 덮어주는 귀한 조각보를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공동체적 삶의 가치가 잘 표현되어 있다.  쓸모없는 짜투리 조각들이 모여 색색의 조각보가 만들어지듯 각각의 등장인물들이 도움을 주고 받으며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과 전통의 가치가 그림책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지금은 거의 사라져간 풍경이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는 바느질 하시는 엄마의 모습을 익숙하게 대할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엄마밥’에 대한 그리움 못지 않게,  바느질 하던 엄마의 모습이 간혹 생각 난다.  자다가 깨어났을 때 윗목에서 흐릿한 불빛을 벗삼아 양말과 내복을 꿰메고 계시던 엄마의 모습은 애틋함과 그리움으로 남아있다.  어쩌면 그 시간 또한 끝없는 가사노동의 연장이었을 법하지만, 다른 때와 다른  특별한 ‘고요’ 같은 게 느껴졌던 것도 같다. 이런 개인적인 기억이 아니라도 이책은 바느질과 조각보를 통해 우리 옛것의 가치를 돌아보게 한다.


  책의 말미에는 쪽매가 그동안 만들었던 작품들과 바느질에 쓰이는 낱말들이 정리되어 있다.  이야기를 통해 갖게 된 호기심을 자연스럽게 지식의 영역으로 확장시킬 수 있는 배려이자 바느질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글과 잘 어우러지는 신세정 작가의 그림도 인상적이다.  여러 가지 옷감과 자수로 책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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