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외로움을 다스리는 인생의 약상자 - 내면의 안정과 행복을 위한 38가지 처방전
마스노 슌묘 지음, 김정환 옮김 / 담앤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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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가만히 두면 고삐풀린 망아지같이 날뛰게 되나보다. 신경을 썼더니 몸이 반응하고 쉬이 지쳐떨어진다. 이런 때에는 책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고 잠시나마 행복한 마음 상태로 리셋을 해야한다. 책소개를 찬찬히 살펴보다가 38가지의 처방전이 궁금하여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을 읽으며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인생 지침을 얻기를 바랐다. 무엇을 하든 기분 좋은 계절이 왔으니 편안한 마음으로 2015년 가을을 보내기 위해 이 책 『불안과 외로움을 다스리는 인생의 약상자』를 읽어보기로 했다.

 

이 책은 2014년 화제 도서 『화내지 않는 43가지 습관』저자의 최신작이다. 『스님의 청소법』으로도 익숙한 저자다. 이 책의 저자는 마스노 슌묘. 일본 조동종의 총본산인 소지지에서 수행했으며 현재 일본 겐코지의 주지다. 이밖에 다마미술대학 환경디자인과 교수,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특별교수 등으로 활동 중이다.

 

'불안 따위 전혀 느끼지 않는다'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습니다. '외로움 같은 건 느껴본 적이 없다'는 사람도 저는 만나 본 적이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불안과 외로움을 안고 살아갑니다. 마음속에 엉겨 붙은 그런 감정들은 때때로 공포심으로 우리 자신을 엄습합니다. 짓눌려 버릴 것 같은 때도 있습니다. 우리는 불안, 외로움과 싸우며 살고 있습니다. 때로는 정면으로 맞서고, 때로는 외면하면서 살아갑니다...(중략)...정면으로 맞서기도 하고, 벽을 뛰어넘으려고 발버둥치기도 하고 혹은 도망치기도 합니다. 때로는 밀고 때로는 당기면서 인생을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갑니다. 무작정 불안을 떨쳐 내려고 할 필요도 없고, 외로움에 슬퍼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런 것들은 당연히 우리 곁에 있는 존재라고 생각하십시오. (마스노 슌묘의 머리말 中)

 

사실 머리말에서부터 위로를 받는 느낌이었다. 요즘 쓸데없이 일을 많이 벌여놓고 감당하지 못해서 지쳐있었나보다. 제대로 해내지 못할 것 같은 불안감, 나와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없는 듯한 외로움 등으로 내 마음을 갉아먹는 힘빠지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기에 의욕상실이다. 항상 의욕이 넘치고 모든 일이 술술 잘 풀리고 기분 좋은 나날만 계속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지 않기에 마음은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마스노 슌묘 주지스님은 몸이 아플 때에 필요한 처방전처럼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약상자를 준비해주었다. '내면의 안정과 행복을 위한 38가지 처방전'이다.

 

이 책에서는 크게 다섯 가지 약을 일러준다. '강박 관념을 떨치는 약','쓸데없는 생각을 흘려보내는 약','집착을 줄이는 약','열등감을 극복하는 약','행복을 키우는 약'. 이렇게 다섯 가지 커다란 틀에서 세세하게 처방전이 나뉜다. 조곤조곤 위안의 말을 건네주고,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책이다. 근심걱정이 별 일 아닌 듯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책이다. 이 책을 가까이 꽂아두었다가 자신의 심리상태에 맞는 처방전을 골라 읽는다면 효과가 더 클 것이다.

 

지금 나의 상태에 맞는 처방전을 먼저 펼쳐보았다. 두 번째 약인 '쓸데없는 생각을 흘려보내는 약' 중에 '세상에 영원한 불안은 없습니다'가 지금 나에게 필요한 처방전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합니다. 자신은 물론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나 사고방식도 계속 변합니다. 예컨대 계절이 바뀌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벚꽃이 일 년 내내 활짝 피지 않습니다. 시들지 않는 나뭇잎은 없습니다. 산꼭대기에 쌓인 눈도 봄이 되면 녹습니다. 똑같은 날은 단 하루도 없지요. 그리고 우리의 마음조차 계속 변한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74쪽)

불안과 외로움이라는 감정의 싹은 매일트고, 우리가 살아 있는 한 계속 우리를 따라다닌다는 점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영원히 계속되는 불안이나 외로움은 없다며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눈앞의 불안에 사로잡혀서는 안 됩니다. 그 불안도 언젠가 모습을 감추리라 믿고 앞을 향해 나아가십시오. 뒤에서 쫓아오는 불안을 돌아보지 말고 앞을 향해 걸어가십시오. (77쪽)

 

불안도 외로움도 전부 마음이 만들어낸 것이다. 항상 불안할 수만은 없고, 항상 외로울 수만은 없다는 점을 기억해두고, 불안과 외로움이 엄습할 때 이 책을 펼쳐들어야겠다. 그 상황에 맞는 처방전을 읽으며 마음을 달래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드는 책이다. 각각의 처방전을 읽다보면 나에게 꼭 필요한 약을 선별해둘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의 지침이 되고 마음이 소용돌이칠 때 도움을 줄 것이다. 마음근육을 키울 수 있고 든든한 보약이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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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코드 - 세상에서 가장 창조적인 기업가들의 6가지 생각 도구
에이미 윌킨슨 지음, 김고명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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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많은 책이 있다. 물론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없기에 선택을 해야한다. 책을 선택할 때에 그 책을 읽고 싶어 궁금해지느냐가 선택의 가장 큰 이유가 된다. 처음에는 낯선 제목에 약간의 호기심이 일었다. 점점 궁금해지며 이 책에서 말하는 '크리에이터 코드'가 무엇인지 알고 싶었기에 읽어보기로 마음 먹었다. 또한 이 책을 통해 얻을 점이 많이 있으리라는 기대하게 되었다.

 

"크리에이터들의 성공 비밀을 파헤친 책!"

-다니엘 핑크(세계적인 미래학자)

이베이, 페이팔, 넷플릭스, 링크드인, 에어비앤비, 테슬라, 언더 아머까지 연매출 1억 달러의 신화를 만들어낸 기업가 200인이 최초로 공개하는 성취의 비밀!

띠지에 있는 글이 눈에 확 들어온다. 이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며 비밀을 들추어본다.

 

이 책의 저자는 에이미 윌킨슨. 현재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조직 행동과 기업가정신 등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다. 멕시코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최연소 의전장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JP모건에서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기업 인수와 합병 업무를 담당했고, 이후 맥캔지앤드컴퍼니로 옮겨 전략기획, 마케팅, 조직 관리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다양한 잡지에 전략경영과 혁신에 대한 칼럼을 기고하고 활발한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학 중퇴자가 어떻게 의료 분야에 혁명을 일으킬 만한 잠재력을 보유한 기술을 개발할 수 있었을까? 샌프란시스코에서 궁핍하게 살던 디자이너 두 명이 어떻게 획기적인 공유경제 기업을 세울 수 있었을까? 메릴랜드 대학의 미식축구 선수는 또 어떻게 땀이 많이 나는 신체 조건을 디딤돌 삼아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를 일굴 수 있었을까?

저자는 그 비밀이 무척이나 궁금했기에 직접 조사해보자고 마음먹었고, 그렇게 해서 바로 이 책 『크리에이터 코드』가 탄생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연간 1억 달러(한화 1,117억 원가량) 이상의 매출을 내는 회사를 설립했거나 10만 명 이상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한 창업가 200명을 인터뷰해서 쓴 책이다.

 

크리에이터 코드 여섯 가지는 다음과 같다. '빈틈을 찾아라','앞만 보고 질주하라','우다 루프로 비행하라','현명하게 실패하라','협력을 도모하라','선의를 베풀라'. 이 여섯 가지 생각 도구는 독립된 것이 아니며, 각 도구가 그다음 도구의 토대가 되어 시너지와 가속도를 일으킨다. 각각의 생각 도구는 그 자체로도 유용하지만 서로 맞물리면 그 효과가 엄청나게 커진다. 성공한 크리에이터들의 비밀이 이 여섯 가지 코드로 설명된다. 그들은 끊임없이 도전하고 현명하게 실패하며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세계를 여는 것이다.

 

다양한 사례와 크리에이터들의 행동이 여섯 가지 코드로 압축되어 정리되기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알고 보면 우리가 이미 아는 것이지만 막연히 '그렇게 하라'는 식으로 표현된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이 책은 무수히 많은 실제 사례를 통해 법칙을 세워가는 과정에서 그것을 알아내기까지 저자가 직접 인터뷰하고 연구 활동을 한 노력이 집약된 결과물이다. 이 책의 부록에는 그 과정이 상세하게 적혀있다. 연구조사방법은 연구 1단계-학술 연구 평가, 2단계-선정 기준확립, 3단계 일선 전문가 인터뷰, 4단계-패턴 인식 및 분석이다.

 

저자는 이 연구를 수행하고 결과를 전파함으로써 장차 크리에이터가 되려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고. 평범한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사업을 일구고 그것을 막대한 규모로 확장하는 능력을 기르고 싶은 많은 예비 크리에이터들에게 큰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고 한다. 방대한 자료의 정리와 인터뷰 녹취록에서 뽑은 개념 정리 및 수백 편의 학술논문 검토와 자료를 토대로 도출된 '크리에이터 코드'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저자의 희망 이상으로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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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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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나도 그랬다. 한국이 싫었다. 숨막히는 현실에서 탈출해서 어디론가 달아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한국이 싫다고 생각되면서도 다른 사람이 한국이 싫다고 하는 것은 듣기 싫었다. 이상한 심정이다. 복잡미묘한 감정을 넘어선 지금은 한국이 좋은 것도 싫은 것도 아니다. 그저 이 안에서 내가 행복하는 것에 집중할 따름이다.

 

처음부터『한국이 싫어서』라는 제목에 끌린 것은 아니다. 제목만 봤으면 어쩌면 이 책을 읽을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이 '오늘의 젊은 작가 07'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그렇기도 하지만 '장강명'이라는 작가가 여기저기 나오길래 궁금증이 생겼고, 몇 번을 뒤로 미루다가 그냥 인터넷 서점에서 소설 앞부분만 읽어보자고 결심하고 '미리보기'를 클릭해서 읽게 되었다. 그랬는데 무지 재미있는 것이다. 계나의 생각이 남 얘기같지가 않고 쑥 빠져들어 읽다보니 앞 이야기만 보게 되는 것이 아쉬워 구매해버렸다. 앞부분을 읽지 않았다면 이 책을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할 일도 산더미같이 쌓여있고 읽을 책도 여러 권 탑처럼 쌓아놓고 있지만 휴일임에도 택배를 받게 되어 오늘 이 책부터 읽게 되었다. 흡인력있고 푹 빠져들게 되는 책이다. 일단 한 번 집어들게 되면 끝까지 읽어나가게 될 것이다. 집중해서 읽으며 계나의 심정을 들여다본다. 어느덧 소설 속 이야기에 공감하며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되는 것이 이 책이 가지고 있는 힘이다.

 

이 소설은 계나가 출국장 앞에서 호주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떠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남자친구 지명은 "너는 다시 돌아올 거야. 난 알아. 그때까지 기다릴게."라며 울면서 떠나보냈지만, 계나는 지명과 그것으로 공식적인 이별을 하는 것이라 생각하며 출국장에 들어갔다.

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할 수는 있는 거잖아. 그게 뭐 그렇게 잘못됐어? (11쪽)

떠나고 싶어서 발버둥치던 내 모습과 오버랩된다. 난 결국 하지 못했지만 이 소설 속의 주인공은 해냈잖아. 시작점에서 이미 그녀의 마음이 아닌 내가 이야기를 진술하는 듯한 느낌으로 소설을 읽어나가게 된다.

 

구질구질한 현실을 드러내고 어떻게 보면 시시한 느낌마저 들면서도 묘하게 애증의 감정으로 바라보게 되는 것은 우리네 현실과 너무도 닮아있어서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까지는 아니라고 생각되다가도 현실은 사실 이것보다 더 하다고 실토하게 되기도 하고, 미처 보이지 않던 생의 이면을 들여다보면서 유쾌하지만은 않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들키고 싶지 않은 속마음이 까발려져서 민망하고 무안한 느낌이 들면서도 속시원하다. 속시원하면서도 묘하게 불편하다.

 

지명과 계나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 책을 읽으며 소설이 아닌 현실 속에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억지스런 해피엔딩으로 마무리짓지 말기를 바랐고, 소설은 희극도 비극도 아닌 '현실 그 자체'로 마무리지었다. 그 점이 오히려 위로가 된다.

 

처음에는 이 책이 그저 현실 속의 불만을 투덜거리기에 바쁜 듯한 모습만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는데, 읽어갈수록 계나의 생각도 성숙해가고 읽어나가는 나도 변화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의 끝에 나오는 <작품 해설>을 쓴 문학평론가 허희는 '그가 공들여 쓴 『한국이 싫어서』를 완독한 당신 역시 읽기 전과 읽은 후, 나처럼 (무)의식적으로 바뀐 부분이 있을 것 같다. (193쪽)'고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그저 한국이 싫어서 떠난다던 계나는 다시 호주로 가던 날에 '행복해지기 위해서' 떠난다고 한다.

다시 호주로 가던 날에도 지명이가 나를 공항까지 데려다줬어. 공항으로 가는 길에 지금 내가 왜 호주로 가는 걸까 생각해 봤어. 몇 년 전에 처음 호주로 갈 때에는 그 이유가 '한국이 싫어서'였는데, 이제는 아니야. 한국이야 어떻게 되든 괜찮아. 망하든 말든, 별 감정 없어...... 이제 내가 호주로 가는 건 한국이 싫어서가 아니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야. 아직 행복해지는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호주에서라면 더 쉬울거라는 직감이 들었어. (161쪽)

 

이 책을 읽고 나니 다크초콜릿을 한 입 베어 문 듯한 느낌이다. 이 책은 생각보다 씁쓸하지만 먹기 간편하고 향이 짙은 다크초콜릿같다. 밀크초콜릿에는 순수한 초콜릿만 있는 것이 아님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크초콜릿같은 현실을 맛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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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99 2015-10-01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믐」 저한테 있는데 아직 안 읽고 있어요. 섣불리 넘기게 되지가 않네요.
 
언제까지나 내성적으로 살겠다 - 내성적인 당신이 변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이유
에비스 요시카즈 지음, 강한나 옮김 / 브레인스토어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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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사회 생활을 해나가는 데에 있어서는 한없이 불리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나도 한 때는 내성적인 성격을 바꿔보고자 일부러 외향적으로 행동한 적도 있다. 노력을 해야 겨우 남들과 맞춰나갈 수 있으니 사는 것이 힘들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익숙해질만도 했건만 나에게는 벅찬 일이었다. 나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고 있는 듯하고 나자신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냥 살던 대로 사는 것이 훨씬 편안했다. 힘들게 노력해야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냥 내성적으로 살려고 하고 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서일까. 이 책의 제목을 보자 반가운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저자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으리라 예측되며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그 이야기가 나에게도 힘이 되어주리라 기대하면서 이 책을 읽었다. 『언제까지나 내성적으로 살겠다』라는 제목에 동병상련을 느끼고, '내성적인 당신이 변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이유'라는 부제를 보며 안심을 하게 된다. '지극히 내성적이고 관계이탈적인 어느 유명인의 행복론'을 이 책을 통해 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에비스 요시카즈. 만화가이자 배우 및 탤런트이다. 1947년에 나가사키현에서 태어났다. 33세라는 늦은 나이에 만화가로 등단했고, 현재 일본에서 배우 및 탤런트로도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일본에서는 전 국민에게 널리 알려진 만화가겸 탤런트인데, 만화 작품보다는 각종 텔레비전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유명해진 사람이라고 한다. 내성적인 성격 탓에 출연자들과 눈도 잘 못마주치지만 그 모습이 불편해보이거나 어색해보이지 않고, 녹화 중 남들의 시선은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거리낌없이 하는 독특한 아저씨라고 하니 그의 방송 출연 모습이 궁금해진다.

 

이 책은 에비스 요시카즈의 에피소드와 생각을 담은 에세이다. 생활 속에서 그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물흐르듯 편안하게 써내려가고 있다. 체에 거르지 않은 솔직담백한 그의 이야기에 집중해본다. '술자리나 회식은 쓸데없는 이야기의 보고'라든가 '때로는 친구가 자유를 빼앗는 존재가 된다' 등 그렇게 생각했더라도 막상 말로 내뱉기는 어려운 것들을 소제목으로 표현해놓았는데 부러운 느낌도 든다. 그런 생각과 말도 존중해주는 분위기니까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책의 처음에 나오는 옮긴이의 글 중에 보면 이런 말이 있다. '사실 일본은 개인주의적 성향이나 내성적인 사람이 살기 편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아직 우리나라는 조직과 집단, 무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성공의 지름길 역시 인간관계를 잘 맺는 사람을 일순위로 꼽기도 합니다.(6쪽)' 그렇기에 아직까지는 저자가 말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에서 인정되려면 세월이 조금 더 흘러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새우튀김 사건 일화를 보면 나같으면 그런 말조차 못하고 뒤에서 투덜거렸을 것이란 생각이 들면서 웃음이 났다. 비슷한 부류의 사람인 듯하면서도 다른 모습들이 보이니 '사람들의 생각은 십인십색'이라는 말이 이 상황에서는 맞는 듯하다.

 

이 책을 읽으며 나만의 색깔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저자의 솔직담백하고 직선적인 이야기가 문화권이 다르기 때문에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다. 타인의 눈치를 보거나 억지로 어떤 틀에 끼워맞추며 자기자신을 힘들게 하지 말고, 내 모습 그대로 자연스럽게 살아가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자신의 스타일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이 책을 보며 일본의 만화가겸 탤런트인 에비스 요시카즈의 삶과 생각을 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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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계획의 철학 - 미루는 본성을 부정하지 않고 필요한 일만 룰루랄라 제때 해내기 위한 조언
카트린 파시히.사샤 로보 지음, 배명자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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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다. 오늘도 정신없이 바빴다. 미리 해놓으면 편리할 것을 한꺼번에 몰아치느라 진땀을 뺀다. 지난 번에 고생했으니 이번에는 안 그럴 줄 알았지만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왜 이럴까. 스스로를 못마땅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남들은 다들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나만 나태해진 듯한 모습에 한없이 작아지기도 하고, 기운이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 『무계획의 철학』을 읽으며 힘을 얻는다. 나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어떤 점이 필요한지, 특성을 잘 살려 장점을 뽑아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카트린 파시히사샤 로보가 공동집필했다. 카트린 파시히는 베를린에 있는 아이디어 및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다년간 대표로 일했다. 웹블로그 '리젠마쉬네'의 편집자이자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6년에는 '그림 온라인 상'을 수상했다. 사샤 로보는 광고기획사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다. 현재 커뮤니케이션 전략 및 브랜드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ZIA의 외주 직원이자 웹블로그 '리젠마쉬네'의 책임편집자이기도 하다.

 

이들의 직업을 보면 이 책을 낼 만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얼핏 든다. 광고기획사, 아이디어, 디자인 등의 단어를 떠올리면 무조건 열심히만 한다고 결과물이 좋은 것은 아니니 말이다. 이들 직업뿐만 아니라 창조성을 요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도 이 책에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지켜나가면서 노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무계획으로 일관하지만 일처리에 있어서는 부족함이 없는 사람들도 있다.

 

이 책에서는 '다다음주 수요일에도 시간은 있다'라는 흥미로운 제목으로 글을 시작한다. 미룬다는 것보다는 어쩐지 듣기 편한 '지연'이라는 말을 쓴다. 지연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게으르고 어리석고 나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없다면서 '내일을 위해 남겨두는' 생활방식을 가진 사람들을 통틀어 'LOBO'라고 이름 붙였다. LOBO는 '라이프 스타일 오브 배드 오거니제이션' 즉 조직화에 형편없는 생활방식의 줄임말이다. (15쪽)

 

이 책을 읽다가 깜짝 놀란 부분이 있다. 내가 이 책을 읽던 상황이 바로 이러했기 때문이다. 급히 자료를 작성해서 보내야 했는데, 문서를 인쇄하려고 종이를 찾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그 자리에 앉아서 이 책을 읽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여러분은 다른 할 일이 있는데도 이 책을 읽고 있다. 여러분은 책상을 정리하거나, 급한 연락을 취하거나, 할 일 목록을 작성하거나, 거기에 적힌 일들을 처리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뭔가 중요한 문서를 인쇄하려고 종이를 찾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그리고 지금, 여러분은 이 책을 읽고 있다. 예전부터 여러 번 읽을 계획을 세웠지만 어쩌다 보니 여태껏 미뤘다. 우리는 여러분의 이런 태도를 비난하지 않는다. 그러니 계속해서 그냥 이 책을 읽기 바란다. (48쪽)

왜 이렇게 허둥지둥대며 정신없이 몰아치고 있었을까. 이 책을 읽으며 든 생각은 내 능력이나 취향에 맞지 않게 너무 많은 일과 계획을 처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더 열심히 일해, 더 잘해봐, 더 빨리 해,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들어, 전보다 더, 한 시간 더, 우리의 일은 결코 끝나지 않지" -다프트 펑크

열심히 하다보면 모든 것이 다 잘 될거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얼토당토 않은 착각이었다는 것을 살다보니 알게 된다. 결코 끝나지 않을 일만 산더미같이 쌓이고, 행복은 늘 뒤로 미루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유쾌하게 읽었다. 자신의 스타일을 파악하고, 그렇게 행동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자신감을 가짐으로써 일처리의 능률을 높일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나름대로의 효과를 무시하며 계획의 틀에 넣어버리면 오히려 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LOBO인듯 LOBO아닌 LOBO같은 나에게 이 책은 흥미로웠다. 누구에게든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LOBO의 경향이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철저히 비-LOBO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나는 그런 사람들을 잘 모르기에 통과한다. 자신의 LOBO 성향과 이 책에서 일치하는 부분이 있으면 호탕하게 웃게 될 것이다. 삶을 진지하게만 접근할 것이 아니라 유쾌하게 바라보게 되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이었다. 게으르게 되는 부분에 죄책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너만 그런 것이 아니다. 그렇게 해도 상관없어. 그런 사람이라면 이렇게 하는 것이 나아." 이야기해주니 속이 시원하다.  

 

방법은 간단하다. 관점을 바꾸면 된다. 내가 게으른 것이 아니라 사회가 잘못 조직되었고 잘못 정비된 것이 아닌지 살펴보는 것이다. 또한 이것은 나 혼자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관점을 바꾸면 문제가 달리 보이고 새로운 행동방식에 눈을 뜨게 된다. 자신의 목표와 직업이 과연 자신과 잘 맞는지 새로운 관점에서 의심해봐야 한다. (52쪽)

이 책을 읽으며 LOBO들을 위한 조언 중에서 동의하게 되는 부분이 많았다. 늘 계획표를 세워놓고 반도 실천하지 못해서 좌절과 죄책감을 느끼던 나에게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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