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상처가 더 아프다 - 유독 마음을 잘 다치는 나에게 필요한 심리 처방
최명기 지음 / 알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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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며 생각에 잠긴다. '작은 상처가 더 아프다'는 말을 곱씹어보게 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상처받을 때, 그것도 정말 아무 것도 아닌 사소한 일에서 마음이 무너져버리는 것을 경험할 때,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무 것도 아닌 듯한 말에 자존감은 땅에 떨어지고 마음은 상처로 얼룩지게 된다. 어쩌면 누구나 그런 기억을 갖고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을 보며 공감하면서 용기를 얻는다. 이 책 『작은 상처가 더 아프다』는 상처 받은 마음에 새살이 돋아나도록 도움을 주는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최명기. 정신과 의사. 마음 경영 전문의다. 경영학을 공부한 정신과 전문의라는 독특한 이력을 살려 마음 경영을 통해 삶의 균형을 찾는 방법을 좀 더 깊이 있게 연구하고, 그 결과를 널리 알리고자 최명기정신건강의학과 원장과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 집필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는데, 『걱정도 습관이다』『심리학 테라피』『시네마 테라피』등의 책이 있다.

 

예전에『걱정도 습관이다』를 읽으며 본 티베트 속담이 떠오른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며 걱정이 없겠네." 그 책을 보며 '걱정 많은 나'가 '멘탈 강한 나'로 재탄생하기까지 필요한 네 가지 단계를 유심히 보았다. 걱정에 가득찬 마음을 어느 정도 편안하게 해주는 책이었기에, 이번 책에 대한 기대감도 컸다. 일종의 트라우마 수준인 커다란 상처에 대한 고통도 크지만, 우리를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것은 사실 일상에서 받는 '작은 상처'라고 말하는 저자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큰 상처'보다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사실 일상에서 받는 '작은 상처'입니다. 상대가 별 뜻 없이 던지는 무심한 말 한마디에, 가볍게 보낸 문자메시지 이모티콘 하나에 마음 상하는 일이 다반사죠. 흔히 사람들은 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말라고들 하는데요. 남의 일일 때는 그렇게 말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막상 내가 당하는 입장이 되면, 가벼운 농담 하나, 별것도 아닌 행동 하나가 가슴을 찢어놓습니다. 이때 받은 상처는 쉽게 잊히지 않고, 오래도록 내게 후유증을 남기기도 합니다. (6쪽)

저자의 이야기에 '맞아, 맞아' 공감하며 이 책을 읽어나갔다. 우리는 사람들과의 사이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서로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살고 있는 것이다. 때로는 내가 상처를 준 것조차 모르고 지낼 때도 있고, 마찬가지로 내가 받은 상처를 상대방은 상상도 못할 경우도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이 책에서는 작은 상처를 이겨나가기 위한 방법을 3단계에 나누어 제시하고 있다. 맨 처음 단계는 왜 나만 상처받는지 파악하는 단계이다. 왜 유독 내가 상처를 받는 건지, 누군가가 내게 상처를 줄 때 왜 나는 당하기만 하는 건지 파악해본다. 두 번째 단계는 상대가 내게 상처를 주는 이유를 파악하는 단계이다. 상대가 내게 상처를 주는 심리, 상대가 어떤 성격이고 어떤 행동 패턴을 가지고 있는지 분석해본다. 세 번째 단계는 구체적인 전략을 세워 실행하는 단계이다. 작은 상처 따위는 받지 않거나 받더라도 금세 치유할 만큼 마음의 힘을 키워갈 수 있는 방법을 배워본다. 너무 힘들어 마음에 비상등이 켜질 때를 대비한 몇 가지 응급 처방도 포함되어 있으니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각각 주제에 대한 에피소드와 저자의 해설로 이어진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들의 유형이자 상황이다. 어떤 때에는 이런 사람이 곁에 있으면 정말 피곤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 저자가 어떻게 이야기할지 궁금하기도 했다. 정신과 의사는 별의별 사람들을 접해야 하는 직업이기에 마음이 튼튼하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을 읽다보니 '이런 경우도 있구나! 이런 것으로도 상처를 받는 사람이 있겠구나!' 깨닫게 된다. 어떤 부분에서는 내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었을 과거 어느 시점의 사건이 떠오르기도 한다. 또한 같은 상황에서 내가 상처를 받은 경우도 포함된다. 그런 일화를 볼 때에는 격하게 공감하며 이 책을 읽어나가게 된다. 여러모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살아가고 이들의 상처 또한 제각각이지만, 문제인식과 극복 방안을 알고 노력한다면 어느 정도의 간극은 메워질 것이다. 이 책은 작은 상처에 흔들리지 않도록 방향을 제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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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지르지 않고 아이 키우기 - 화내고 야단치는 부모에서 아이와 함께 커가는 부모로
핼 에드워드 렁켈 지음, 김양미 옮김 / 샘터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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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를 키우는 것이 힘들다는 것은 잘 안다. 그 누구도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 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남의 자식이라면 그렇게까지 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의 아이에게는 소리지르고 화내고 야단치는 일이 빈번하다. 아이에게도 하루 24시간밖에 주어지지 않는 법인데, 요즘 부모들을 보면 아이에게 요구하는 것도 많아서 도대체 사람을 키우는 것인지 기계를 만들려고 하는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이런 일들의 근본 원인을 들여다보면, 주변 사람들이나 교육기관 등에서 알게 되는 정보에 의해 발생하는 불안감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내 아이만 뒤처질 것 같은 불안감이 우리 아이들을 숨막히게 하고 있다.

 

자녀 교육에 대한 책은 다양하게 출간되고 있다. 하지만 어떤 방법이 최선인지 판단이 서지 않을 것이다. 아이가 다 커야 그게 옳은 방법인지 아닌지 판가름할 수 있고, 한 가지 방법만을 이용하여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아니기때문에 혼란스러운 마음을 지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일단 책을 통해 제시되는 방법에 수긍이 가면 현실에서 활용하기에 좋을테니, 책을 통한 정보 습득이 막연한 불안감보다는 효과적인 방편이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핼 에드워드 렁켈이라는 자녀교육 전문가이다.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베스트셀러 작가로 결혼 및 가족문제 상담치료사로 활동하면서, 수많은 가족들의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소리 지르지 않는 양육법'을 만들어냈다. 그는 이 양육법을 통해 부모들이 삶의 초점을 아이가 아닌 자기 자신에게 맞춤으로써, 가정 안에서 평화롭고 서로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먼저 저자가 추천하는 이 책의 이용 방법을 따라 읽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왕 이 책을 읽는다면 효과적으로 자녀 양육에 이용하는 편이 유리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이 그런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도록 '소리 지르지 않고 아이 키우는 법'을 한 번에 한 가지씩 논리적으로 소개하는 구성방식을 취했다. 어떤 원칙들은 언뜻 보기에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많은 가르침과 상반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런 까닭에 일반적인 통념에 어긋나거나 약간은 이단적으로까지 느껴질 수도 있다. 당신은 책의 차례를 죽 훑어보며 눈길이 가는 주제로 바로 건너뛰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책을 자녀 양육에 십분 활용하고 싶다면 각 장을 순서대로 읽는 편이 더 낫다. (8쪽)

저자는 도움을 주는 내용은 모조리 받아들이되,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내용은 무시하라고 조언한다. 독자가 자신만의 필터 없이 책의 내용을 모두 받아들이는 것도 위험한 일이 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어떤 내용이 필요할지 걸러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당신이 아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일은 당신 자신에게 집중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의 삶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사고방식의 중압감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첫 번째 단계다. (35쪽)

저자는 물론 쉬운 여정은 아닐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말이 쉽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온갖 신경이 아이에게 쏠려있는 데다가 우리 아이만 제대로 안 하고 있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혀 불안할 때에는 어떤 충고도 곧이 들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중요한 문제이자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스스로 중심을 가지고 자신에게 집중을 하는 모습을 보일 때에 아이는 어느새 그 모습을 따라가고 있을 것이다. 어느 방법보다 효과적인 것이리라 생각된다.

 

이 책에는 논리적인 설명과 함께 실제 사례들을 적절히 들려주고 있어서 읽는 데에 도움을 준다. 또한 각 장의 끝에는 '함께 생각해볼 문제들'을 첨부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깊이 생각해볼 시간을 준다. 글을 읽고 받은 느낌과 그에 따른 변화 등을 짚어보며 과거의 시간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마음이 복잡해지다가 문득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길이 보일 것이다. 다른 집 아이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다.'고 강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이 되었든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를 향해 나아가는 시작점이 될 것이다.

 

자녀교육 전문가인 핼 에드워드 렁켈이 그동안 상담했던 수많은 가족들의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집필되었다는 점이 이 책에서 눈여겨 볼 부분이다. 또한 이 책을 읽으면 자신의 현실에서 꼭 적용하고 싶은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조절을 해 나간다면 자녀양육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이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사는 모습을 지켜본다.

부모의 모습은 부모가 말로 전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_윌프레드 A. 페터슨,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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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 - 제4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유영소 지음, 김혜란 그림 / 샘터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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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부랑 할머니' 하면 어린 시절 흔히 들었던 노래가 떠오른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갯길을 꼬부랑 꼬부랑 걸어가고 있네. 어려서부터 들어온 꼬부랑 할머니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다양한 작품을 창작할 수 있을 것이다. 표지에 보면 꼬부랑 할머니가 짐보따리를 들고 꼬부랑 꼬부랑 어디론가 향해 가는 것 같은데 짐을 꽉 움켜진 손이 무슨 사연이 있는 듯 수상하다.

 

이 책은 제4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이며, 초등학교 3~4학년을 위한 창작동화다. 제4회 정채봉 문학상 심사위원 이상배의 추천사를 보면 이 작품은 심사 당시에 심사위원 모두가 망설임 없이 박수를 치며 뽑은 수작이라고 한다. 어떤 작품이길래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궁금했다. 이 책의 저자는 유영소. 1998년 MBC 창작동화대상 단편 <용서해 주는 의자>가 당선되면서 동화 작가로 첫발을 내디뎠다. 웅숭 깊은 옛이야기 속에서 글 씨앗들을 열심히 찾아 쑥쑥 키워 내는 일을 하고 있다. 이 책의 그림은 김혜란. 서양화를 전공하고 한국일러스트레이션학교에서 그림책을 공부했다.

 

이 책에는 '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을까?', '나랑 같이 살 사람 여기 붙어라', '신통방통 인절미 대작전' 이렇게 세 편의 동화가 실려 있다. 옛이야기 속 꼬부랑 할머니와는 조금 다른 듯한 할머니, 어찌보면 가짜 꼬부랑할머니다. 꼬부랑 할머니가 빈 오두막 집으로 들어가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지팡이를 짚고

꼬부랑꼬부랑 열두 고개를 꼬부랑꼬부랑 넘어

꼬부라진 빈 오두막으로 들어갑니다.

집주인인 진짜 꼬부랑 할머니는 어디 갔는지 보이질 않고,

설상가상 오두막으로 손님들이 들이닥칩니다.

떡국 먹을 욕심에 가짜 꼬부랑 할머니는 진짜 행세를 시작하는데......

그런데 진짜 꼬부랑 할머니는 어디로 간 걸까요? (책뒷표지)

 

가짜 꼬부랑할머니는 꼬부랑꼬부랑 고개를 넘고 힘들게 가다가 빈 집을 보게 된다. 툇마루에 앉아 조금만 쉬려고 했는데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었다. 다음 날, 작은 농을 열어 털이 달린 조끼를 찾아 입고, 내친 김에 누빔 저고리랑 치마도 꺼내 갈아입고, 털버선도 냉큼 바꿔 신었다. 부엌으로 가서 불도 지피고, 샘물도 가득 길어다 붓고 모락모락 끓였다. "오늘부터 이 집은 내 거여. 주인이 와도 배 내밀고 안 비킬란다. 누가 집 비우고 어디 가랬나? 예는 인자 내 집이여. 방구들도 데우고, 뜨신 물부터 좀 마시자고."(14쪽) 그런데 꼬부랑 할머니를 찾는 손님이 하나 둘 찾아온다. 이걸 어쩌나. 그러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맛깔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에 등장하는 꼬부랑 할머니는 욕심쟁이 할망구인 듯 하면서도 착한 심성을 가지고 있어서 더욱 매력적이다. 세 편의 이야기가 각각 다른 등장인물로 분위기가 전환되면서도 한달음에 읽게 될만큼 몰입도가 뛰어난 책이다. 책 속에 그림 또한 잘 어우러져서 꼬부랑 할머니를 재탄생시킨다. 얼마든지 다양한 에피소드를 더 담아내 시리즈물로 펼쳐내도 좋을만큼 기대감이 생기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옛날 이야기를 들으며 컸던 어린 시절을 떠올린다. 매 번 반복되는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으면서도 색다른 것을 찾던 심정을 떠올려보면, 꼬부랑 할머니의 현대버전격인 이 책이 아이들의 흥미를 깨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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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의 상징세계 - 上 - 100개의 문답으로 풀어낸
자현 스님 지음 / 불광출판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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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 가게 되면 이상하게도 마음이 편안하다. 종교적인 마음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영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그런 느낌이 전해져올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사찰을 조금 더 자세하게 바라보면 모르는 것 투성이다. 사천왕은 어떻게 구별할지, 일주문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알고 싶어진다. 비슷비슷하면서도 다른 듯한 느낌을 주는 절의 구조에 대해서도 알고 싶고, 불교에서 등장하는 동물들의 의미도 알고 싶어진다. 무턱대고 지나가는 스님이나 불자에게 물어보기도 민망하여 그냥 의문으로 그친 경우가 많다. 물론 그 의문은 사찰에서 나오는 순간, 서서히 희미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의문을 풀어주는 제대로 된 책을 만났다. 『사찰의 상징세계』는 자현스님의 저서이다. 불교학과, 동양철학과, 미술사학과 등 다방면으로 공부한 스님이다. 사람들은 흔히 사찰에 사는 스님들은 절과 관련된 부분들을 다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절에 산다는 것'과 '어떤 것의 의미를 안다는 것'은 논리적 층차가 다르다고 하면서 지식의 증장은 별도의 노력을 통해 학습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한다. 이 책은 스님들에게도 불교문화를 제대로 알리는 데에 일조할 것이고, 사찰에 대해 궁금증이 가득한 일반인들에게도 속시원하게 답변을 들려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사찰의 상징세계-상』에서 다루는 것은 크게 세 가지이다. 그것은 「제1장 사찰의 구조」와「제2장 사찰의 건물과 불화」그리고「제3장 사찰의 상징」이다.

사찰에 다니다 보면 일정 규모 이상 되는 절들은 '서로 다른 듯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것은 불교우주론에 입각하여 속된 땅을 성역화 시키는 가치이다. 이는 사찰에 대한 인도불교적인 관점으로, 절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기본 배경이 되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특히 종교 미술과 같은 경우는 개인성이나 창작성을 중시하는 게 아니라, 의궤성이라는 규칙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모든 사찰을 이해하는 준칙이 된다. 그러므로 필자는 제1장에서 '사찰의 구조' 부분을 다루어 보고자 한 것이다. 사찰의 구조가 절의 전체적인 배경이 된다면, 그 다음으로는 이러한 배경 위에 건립되어 있는 건축물과 그 속에 내포된 의미를 정리해 보아야 한다. 그것이 제2장에서 다루어지는 '사찰의 건물과 불화'이다...(중략)...끝으로 제3장은 사찰 주변에서 흔히 접하게 되지만, 그 의미가 분명하지 않은 다양한 가치들에 관한 것이다. 이것을 '사찰의 상징'이라는 주제로 엮어 보았다. (7쪽)

 

이 책 『사찰의 상징세계』는 상하권으로 나뉜다. 상권에서는 48개의 질문에 대해 다루고, 하권에서는 52개의 질문을 다루어서 총 100개의 질의응답을 담아낸 책이다. 차례를 살펴보면 사찰에 대해 조금이나마 관심을 갖게 되는 사람이라면 궁금하게 여기는 질문이 가득하다. 먼저 '제1장 사찰의 구조'에 보면 불교우주론을 시작으로 사찰에 대한 여러 질문을 담고 있다. "우리가 사는 사바세계 남섬부주는 어디인가요?","모든 절은 왜 비슷한 구조로 지어졌을까요?","사천왕은 각각 어떻게 구별하고 그 역할은 어떻게 다른가요?","왜 대웅전에는 많은 부처님 중 석가모니 부처님을 모시나요?" 등 21개의 질문과 대답을 살펴볼 수 있다. 제2장 사찰의 건물과 불화에서는 "최초의 불교 사원은 어떤 모습이었나요?","지장보살은 왜 항상 머리를 깎은 모습인가요?","아라한은 어떤 분인가요?" 등을 다루고, 제3장 사찰의 상징에서는 "연꽃은 어떻게 불교를 대표하는 꽃이 되었나요?","불교에서 사자와 코끼리는 무엇을 상징하나요?","사찰에서 자주 보이는 불교 용의 기원은 무엇인가요?" 등에 대한 답을 볼 수 있다. 막연하게만 알고 있던 지식을 구체화시키는 시간이다.

 

이 책이 다루는 내용이 궁금하긴 했지만 너무 전문적이거나 지루하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책이다. 상권을 읽어보고 하권을 읽기로 생각했는데, 기대이상의 책이어서 다음 권도 궁금해진다.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고, 잘 모르던 사찰 상징세계를 간단명료하면서도 눈에 쏙쏙 들어오도록 설명하고 있다. 아예 아무 것도 읽지 않았다면 기대도 없었겠지만, 상권을 읽고 나면 분명 하권에 대한 관심이 생길 것이다. 어느 책보다도 사찰에 대해 핵심적인 설명이 들어있어서 읽은 보람을 느끼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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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2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2
박광수 엮음.그림 / 걷는나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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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읽는 시는 맛이 다르다. 역시 가을은 딱딱한 마음을 몽글몽글 부드럽게 해주는 계절인가보다. 적당히 살랑 바람이 불어주고 날도 맑아서 감정지수가 상승한다. 지난 겨울에『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1권을 읽었다. 『광수생각』의 박광수가 건네는 '내 인생에 힘이 되어 준 시 100'을 담은 1권을 보며, 엄선된 시를 통해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시 읽기에 딱 좋은 계절인 가을에 2권이 출간되었다.

 

올해는 시와 좀더 가까워져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도 다른 해보다는 한뼘 가까워진 느낌이다. 여전히 어려운 생각이 드는 것은 시를 읽으면 감동에 파르르 떨리며 온몸이 진동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나만 이상한가? 왜 이러지? 이 시를 읽어도 왜 내겐 아무런 감흥이 없는 거지?' 등의 질문을 던지며 거리감을 느꼈었다. 하지만 노력도 하지 않고 기대감만 키우면 안될 것이다. 우선 명시를 찾아 읽었고, 누군가가 모아서 엮은 시집을 위주로 읽었다. 나보다 시를 더 읽은 사람들의 필터로 한 번 걸러낸 작품인데다가 보다 근사하게 포장이 되어서 그런지 시를 제대로 맛보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저자 박광수는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를 냈음에도 꼭 들려주고 싶은 시들이 아직도 많아서 다시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세상에 감동받을 만한 시는 많이 있는데 접하지 못해 읽지 않은 수많은 시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시와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에는 '끝내 하지 못한 말','언젠가 너를 다시 만난다면','당신도 나를 떠올리며 행복하기를'이라는 3부로 나누어 시를 담고 있다. 한국 시인과 외국 시인 상관없이 주제에 맞게 다양한 시를 담으려고 노력한 흔적을 볼 수 있다.

 

서문에 보면 복효근의 '버팀목에 대하여'라는 시를 만난 이야기를 쓰고 있다. 시를 읽으며 우리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다는 것, 그 안에서 강한 울림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시를 읽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저 버팀목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시인의 눈이 놀랍다. 그 시를 읽고 감동을 받고 삶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시를 읽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보람찬 일이다.

 

버팀목에 대하여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고쳐 심고

각목으로 버팀목을 세웠습니다

산 나무가 죽은 나무에 기대어 섰습니다

 

그렇듯 얼마간 죽음에 빚진 채 삶은

싹이 트고 다시

잔뿌리를 내립니다

 

꽃을 피우고 꽃잎 몇 개

뿌려주기도 하지만

버팀목은 이윽고 삭아 없어지고

 

큰바람 불어와도 나무는 눕지 않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것이 나무를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허위허위 길 가다가

만져보면 죽은 아버지가 버팀목으로 만져지고

사라진 이웃들도 만져집니다

 

언젠가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기 위하여

나는 싹틔우고 꽃피우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_복효근

 

이 책에서 다양한 시인의 시를 만나볼 수 있어서 여러 권의 시집을 읽어본 듯한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이미 읽어본 시는 익숙한 느낌으로, 낯선 시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러면서 우리네 삶을 볼 수 있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세상사를, 또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데, 그것이 시를 읽는 묘미이다.

 

새벽밥

 

새벽에 너무 어두워

밥솥을 열어 봅니다

하얀 별들이 밥이 되어

으스러져라 껴안고 있습니다

별이 쌀이 될 때까지

쌀이 밥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그런 사랑 무르익고 있습니다

 

_김승희

 

매일 밥을 해먹고 살고 있는데, 김승희 시인의 눈에는 '하얀 별들이 밥이 되어 으스러져라 껴안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 시를 읽고 나서 밥을 바라보니 달리 보인다. 별이 쌀이 될 때까지, 쌀이 밥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삶이리라. 사랑도 그렇게 무르익어야할 것이다. 삶도 무르익어야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것일테다. 사소한 소재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시인의 눈이다. 짧은 언어로 많은 의미를 던져주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것이 시의 맛이다.

 

오늘도 이 책 속의 시를 건져내는 시간을 가졌다. 내일도, 모레도, 이 가을이 겨울문턱까지 접어들도록 나는 책 속의 시를 하나씩 곱씹어가며 읽을 것이다. 무엇보다 시를 읽는 여백을 주는 이 책이 마음에 든다. 가을이어서 시가 더욱 깊은 맛을 낸다. 시 읽는 시간을 갖겠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다면 이 책으로 워밍업을 해보면 좋을 것이다. 시를 읽는 마음이 기지개를 켜고 점점 깊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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