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2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2
박광수 엮음.그림 / 걷는나무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을에 읽는 시는 맛이 다르다. 역시 가을은 딱딱한 마음을 몽글몽글 부드럽게 해주는 계절인가보다. 적당히 살랑 바람이 불어주고 날도 맑아서 감정지수가 상승한다. 지난 겨울에『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1권을 읽었다. 『광수생각』의 박광수가 건네는 '내 인생에 힘이 되어 준 시 100'을 담은 1권을 보며, 엄선된 시를 통해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번에는 시 읽기에 딱 좋은 계절인 가을에 2권이 출간되었다.

 

올해는 시와 좀더 가까워져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도 다른 해보다는 한뼘 가까워진 느낌이다. 여전히 어려운 생각이 드는 것은 시를 읽으면 감동에 파르르 떨리며 온몸이 진동하기를 바라기 때문일 것이다. '나만 이상한가? 왜 이러지? 이 시를 읽어도 왜 내겐 아무런 감흥이 없는 거지?' 등의 질문을 던지며 거리감을 느꼈었다. 하지만 노력도 하지 않고 기대감만 키우면 안될 것이다. 우선 명시를 찾아 읽었고, 누군가가 모아서 엮은 시집을 위주로 읽었다. 나보다 시를 더 읽은 사람들의 필터로 한 번 걸러낸 작품인데다가 보다 근사하게 포장이 되어서 그런지 시를 제대로 맛보는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저자 박광수는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를 냈음에도 꼭 들려주고 싶은 시들이 아직도 많아서 다시 책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세상에 감동받을 만한 시는 많이 있는데 접하지 못해 읽지 않은 수많은 시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시와 가까워지는 시간을 보낸다. 이 책에는 '끝내 하지 못한 말','언젠가 너를 다시 만난다면','당신도 나를 떠올리며 행복하기를'이라는 3부로 나누어 시를 담고 있다. 한국 시인과 외국 시인 상관없이 주제에 맞게 다양한 시를 담으려고 노력한 흔적을 볼 수 있다.

 

서문에 보면 복효근의 '버팀목에 대하여'라는 시를 만난 이야기를 쓰고 있다. 시를 읽으며 우리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다는 것, 그 안에서 강한 울림을 느낄 수 있다는 점에서 시를 읽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저 버팀목을 바라보고 그 안에서 의미를 발견하는 시인의 눈이 놀랍다. 그 시를 읽고 감동을 받고 삶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은 시를 읽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보람찬 일이다.

 

버팀목에 대하여

 

태풍에 쓰러진 나무를 고쳐 심고

각목으로 버팀목을 세웠습니다

산 나무가 죽은 나무에 기대어 섰습니다

 

그렇듯 얼마간 죽음에 빚진 채 삶은

싹이 트고 다시

잔뿌리를 내립니다

 

꽃을 피우고 꽃잎 몇 개

뿌려주기도 하지만

버팀목은 이윽고 삭아 없어지고

 

큰바람 불어와도 나무는 눕지 않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것이 나무를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허위허위 길 가다가

만져보면 죽은 아버지가 버팀목으로 만져지고

사라진 이웃들도 만져집니다

 

언젠가 누군가의 버팀목이 되기 위하여

나는 싹틔우고 꽃피우며

살아가는지도 모릅니다

 

_복효근

 

이 책에서 다양한 시인의 시를 만나볼 수 있어서 여러 권의 시집을 읽어본 듯한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이미 읽어본 시는 익숙한 느낌으로, 낯선 시는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러면서 우리네 삶을 볼 수 있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세상사를, 또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는데, 그것이 시를 읽는 묘미이다.

 

새벽밥

 

새벽에 너무 어두워

밥솥을 열어 봅니다

하얀 별들이 밥이 되어

으스러져라 껴안고 있습니다

별이 쌀이 될 때까지

쌀이 밥이 될 때까지 살아야 합니다.

 

그런 사랑 무르익고 있습니다

 

_김승희

 

매일 밥을 해먹고 살고 있는데, 김승희 시인의 눈에는 '하얀 별들이 밥이 되어 으스러져라 껴안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 시를 읽고 나서 밥을 바라보니 달리 보인다. 별이 쌀이 될 때까지, 쌀이 밥이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삶이리라. 사랑도 그렇게 무르익어야할 것이다. 삶도 무르익어야 깊은 맛을 낼 수 있는 것일테다. 사소한 소재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 시인의 눈이다. 짧은 언어로 많은 의미를 던져주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것이 시의 맛이다.

 

오늘도 이 책 속의 시를 건져내는 시간을 가졌다. 내일도, 모레도, 이 가을이 겨울문턱까지 접어들도록 나는 책 속의 시를 하나씩 곱씹어가며 읽을 것이다. 무엇보다 시를 읽는 여백을 주는 이 책이 마음에 든다. 가을이어서 시가 더욱 깊은 맛을 낸다. 시 읽는 시간을 갖겠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다면 이 책으로 워밍업을 해보면 좋을 것이다. 시를 읽는 마음이 기지개를 켜고 점점 깊어갈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도 여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책이 바로 이 책,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다. 사람들에게 많이 읽혔고, 이 책을 보고 인도여행을 떠난 사람도 많다고 들었다. 나또한 이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처음 읽었을 때에는 환상적이었고, 인도에 다녀와서 다시 읽어보았을 때에는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한참 더 지난 후에 또다시 읽어보았을 때에는 '나는 왜 인도에서 이런 것들을 못보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도 여행을 할 때의 내 마음을 반추해본다. 만나는 사람들도 다르고 내가 보게 되는 것도 다르다. 어떤 마음으로 그곳에 가느냐에 따라 다른 색깔의 그림을 보여주는 곳이 인도다. 마찬가지로 이 책은 어떤 느낌으로 읽느냐에 따라 나에게 다가오는 부분이 다르다.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을 준 책이다.

 

이번에 개정판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다시 한 번 읽어보기로 했다. 책을 집어들자마자 출간정보부터 보게 되었다. 초판 1쇄가 1997년에 발행되었고, 2011년에 초판 83쇄까지 찍어냈다. 이번에 개정판 1쇄가 발행되었다. 표지 느낌도 다르고 손에 가볍게 쥘 수 있는 크기인 것이 마음에 든다. 인도 여행을 하면서 숙소에서 읽기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인도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읽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자신의 여행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이번 개정판을 읽으며 '어디에 있든 자유롭고 행복하기를'이라는 제목의 '개정판을 내며'를 눈여겨 보게 되었다. 그동안 이 책에 대한 부정적인 이야기도 많이 접한데다가 내가 본 인도의 모습도 환상적이지만은 않기에 저자의 말을 들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보고 싶은 것만을 본다'라는 말은 인도 여행에 대해서도 진실이다. 당신의 여행은 전적으로 당신이 그곳에서 누구를 만나고 무슨 경험을 했는가에 달려 있다. 당신에게 남는 것은 그 여행이다. (15쪽)

사람들은 나더러 왜 인도를 아름답게만 묘사하느냐고 묻는다. '그런 인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다, 그런 아름다운 인도는 내가 경험한 세계이며, 내 눈으로 본 세상이다. 물론 추한 인도, 위험한 인도, 슬픈 인도도 보았다. 사기꾼과 강도와 부패한 관리들도 보았다. (16쪽)

 

다시 읽게 된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은 역시 오랫동안 꾸준히 팔리는 인도 여행 서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인도 여행을 담은 책은 여러 시각으로 출간되어 있기에 어느 책 한 권만이 진리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인도에 관심이 많다면 여러 권의 책 중 이 책도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인도 여행을 하며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에게서 어떤 이야기를 끄집어낼 수 있을지, 이 책을 보며 가늠해볼 수 있다. 어떤 시각으로 보면 사기꾼들이 득실대는 곳이 인도이고, 또 다른 시각으로 보면 영적인 깨달음을 주는 말을 불쑥 건네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 인도다. 나의 여행은 내가 만난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로 채워지는 것임을 이 책을 보며 알게 된다.

 

에피소드 하나씩 읽다보면 잔잔한 미소가 흘러나오기도 하고, 깔깔거리며 웃게 되기도 한다. 오랜만에 다시 읽어도 예전의 감정이 되살아나며 기운이 난다. 어떤 부분에서는 내가 본 인도의 모습과 상반되거나 교차되는 지점을 찾을 수 있다. 책장 가까운 곳에 꽂아두고 심심하거나 인도가 생각나거나 하면 또다시 꺼내들어 아무데나 펼쳐놓고 읽으려고 한다. 인도를 맛깔스럽게 잘 담아낸 책이라는 생각이 들고, 내 안의 나를 돌아볼 수 있는 화두처럼 느껴지는 책이다. 내 마음 상태에 따라 같은 내용임에도 말도 안된다고 치부하거나 마음에 와닿기도 한다. 이래서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것은 필요한 일인가보다.

 

소설가 故 박완서의 추천사 '마음이 답답할 때 아무 데나 펼쳐 놓고 읽어도 위안이 되는 책들이 있다. 이렇게 틀에 박힌 일상생활로부터 훌쩍 빠져나가기 위한 읽을거리로 가까이 두고 있는 책 중에 류시화의 책들도 포함돼 있다.'에 동의하게 된다. 어떤 이야기를 읽어도 거기에 따른 내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인도에 가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인도 여행을 앞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면 좋겠다. 물론 이 책을 보며 인도를 환상적으로만 생각하지는 말라는 경고와 함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윗과 골리앗 -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기술
말콤 글래드웰 지음, 선대인 옮김 / 21세기북스 / 201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처음부터 눈여겨보지 못했다. '다윗과 골리앗'이라는 제목과 '강자를 이기는 약자의 기술'이라는 것만 보았을 때에는 그저그런 종교적인 이야기만 상상하고 말았다. 거기에서 멈춘다는 것이 스스로를 틀에 가두는 행동이라는 점을 이제야 깨닫는다. 이 책은 2014년 1월에 초판 1쇄를 발행하고 지금 내가 읽은 책이 초판 11쇄 발행본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읽고 영향을 받은 책이다. 또한 이 책은 다윗과 골리앗을 모티브로 시작하지만 그 이야기가 전부인 것만은 아니다. 그런 이유로 읽지 않는다면 너무도 아깝고 안타까운 일이었음을 이 책을 읽어보니 알겠다.

 

KBS 1TV <TV, 책을 보다> 선정도서이며 뉴욕 타임즈, 아마존 베스트셀러인 이 책을 눈여겨 보게 된 것은 텔레비전 프로그램 '비밀독서단'을 통해서였다. '갑'질에 고달픈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해결'책'으로 이 책이 선정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말콤 글래드웰. '1만 시간의 법칙','티핑포인트','블링크'등 세로운 경제학 용어를 만들어내며 피터 드러커를 잇는 경영사상가로 평가받고 있다. 한 가지 특이사항은 옮긴이가 선대인이라는 점이었다. 선대인경제연구소 소장인데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 질문』과『선대인, 미친 부동산을 말하다』를 읽은 기억을 떠올린다. 번역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처음에는 제목에 주어진 '다윗과 골리앗' 전투 이야기로 시작된다. '다윗은 골리앗을 어떻게 이겼을까?' 누구도 절대 이기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전투에서 한 나약한 소년이 기적적으로 승리한 것만이 이 이야기의 전부는 아니다. 이 책은 우리가 뻔히 알고 있던 그 이야기를 '틀렸다'고 지적하며 시작된다. 다윗은 작고 골리앗은 컸기 때문에 골리앗이 절대 유리했던 것은 아니다. 기존 규칙을 깨고 육체적 완력을 속도와 기습으로 대신할 수 있다는 점을 사울 왕은 미처 깨닫지 못했으며, 고정관념에 의해 다들 골리앗의 승리를 예측했다. 이 책에서는 골리앗은 말단비대증에 시력 문제까지 있었던 사실을 짚어주며 어찌보면 다윗의 승리가 그저 운에 의한 것만은 아님을 짐작케한다. 그 점을 확대해보며 세상을 달리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오늘날에도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에 있어서 판단착오를 저지른다는 사실과 딱 맞아 떨어진다.

 

우리는 약자의 승리를 불가능한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가 오랫동안 그토록 강력하게 되풀이되어온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레귄-토프트의 주장은 전혀 다르다. 약자는 항상 승리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다윗이 골리앗을 물리칠 대마다 충격을 받는 것일까? 왜 우리는 작거나 가난하거나, 덜 숙련된 사람은 무조건 불리하다고 자동적으로 가정하는 것일까? (36쪽)

이 책을 읽는 내내 이 질문에 대해 되돌아보고 짚어보는 시간을 보내게 된다. 초반에 다윗과 골리앗의 이야기를 다른 관점에서 짚어보고 그와 연관된 현실의 문제를 풀어나가기에 집중해서 읽게 된다. 특히 '인상파 화가들과 살롱' 이야기와 어떤 대학에 진학할지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을 읽으며, 대부분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실이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그림을 그리면 당연히 살롱에 출품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공부를 잘하면 당연히 좋은 학교에 가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최선이 아니고 오히려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번 생각이 뒤집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다윗과 골리앗 이야기로 초반부터 시선을 빼앗고,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사례와 그에 대한 해석에 흥미롭게 읽어나간다. 놀랍다고 표현해야하나. 거침없다고 해야할까. 말콤 글래드웰의 이야기에 집중해서 읽어나가다보면 고정관념이 여러 번 깨지게 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고정관념을 깨부수는 데에 의미를 둘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뻔한 흐름이 아니어서 마음에 든다. 처음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던 것을 자꾸 아니라고 하니 고개를 갸웃거리게 될 수도 있는데,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가다보면 어느덧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게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 - 당신의 감정은 어떻게 병이 되는가
가보 마테 지음, 류경희 옮김, 정현채 감수 / 김영사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심하게 아픈 적이 있다. 정신없이 일을 하면서 몸을 혹사했고 스트레스로 마음을 다쳤다. 열을 받더라도 불의를 보더라도 꾹 참는 것이 습관화 되었고, 그것이 나를 서서히 망가뜨려가고 있었다. 그때는 그저 내가 극복해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고 남들은 더 바쁘게 지내는데 나는 나태하다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렇지 않다. 내 몸은 수시로 신호를 보냈지만 내가 무시했고, 결국에는 모든 것을 정지해야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는 내가 꼭 하지 않아도 될 일들도 많은데, 가지치기를 하지 않고 욕심을 부렸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 경험이 있었기에 이 책은 제목부터 나를 끌어들인다. '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라는 제목에서 주는 메시지가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강력히 공감하게 한다. 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 무시하고 외면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 책에 눈길을 주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의 내면과 신체와 정신의 작용을 통찰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병원에서 들었던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라는 것이 지금 생각해보니 내 몸이 스스로 파괴해버리고 모든 것을 멈추라는 신호를 준 것이었던 셈이다. 여러 의학적인 견해를 뒤로 하고 보면 내 마음 상태가 모든 것을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으니 말이다.

모든 자가면역질환들의 공통점은 환자 자신의 면역계가 신체를 공격하여 관절과 신체 결합 조직을 손상시키고, 더 나아가 눈, 신경, 피부, 내장, 간, 뇌 등 거의 모든 신체 기관들을 손상시킨다(13쪽)

 

이 책의 저자는 게이버 메이트. 밴쿠버의 내과 전문의다. 오랫동안 <밴쿠버 선>지와 <글로브 앤 메일>지의 칼럼니스트였다. 20년간 통증 완화 의료 전문의로 일했으며, 밴쿠버 다운타운 이스트사이드에 있는 노숙자 시설 담당의로 일하기도 했다. 이 책은 천식에서 암까지 수백 명 환자들의 삶과 경험에 대한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마음과 몸, 그리고 트라우마의 관계를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환자들의 삶과 경험을 통해 트라우마와 스트레스, 그리고 질병 간의 복합적인 관계를 다층적 시선으로 통찰하면서 우리 몸 안에 존재하는 변화의 힘을 일깨운다.

 

이 책의 장점은 수많은 사람들의 구체적인 사례가 담겨있다는 점이었다. 그렇기에 읽어나가면서 이들의 상황과 질병의 연관관계를 살펴보고 구체적으로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바라보며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치유의 시작이 된다. 또한 이 책의 도움으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내 몸과 마음을 위한 것인지 파악하게 된다. 늘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이 암 발병 사실에 당혹해하며 말했는데 저자는 심각한 낙관주의의 해독제로서 부정적인 사고의 힘을 권장해왔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긍정의 힘에만 의존하다보면 감정 억압과 관련된 스트레스를 외면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하기에 적당히 해소하는 방법도 함께 강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박적인 긍정주의가 아닌 부정적인 사고의 힘을 모으는 것이 치유의 또다른 방법임을 인지한다.

 

이 책을 보며 암, 과민성 대장 증후군, 알츠하이머, 강직성 척추염, 천식 등 질환의 기저에 자리잡고 있는 인간의 마음을 볼 수 있었다. 현대인에게는 이 책에 담긴 사례 중 어떤 것 하나 이상은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 해당되는 곳을 찾아 읽어보면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바라볼 수 있는 글이 시원시원하게 담겨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제목을 보고 막연히 예측했던 내용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풍부한 느낌이었다. 읽고 나면 앞으로 내 몸을 위해 어떻게 해야할지, 이런 신호를 보낼 때 어떤 심리가 그 밑에 깔려있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몸과 마음은 결코 떨어져있지 않음을 이 책을 보며 생각해본다.  

 

과학적 발견의 본질은 대상을 가장 먼저 보는 일이 아니라, 이미 알려진 사실과 아직 알려지지 않은 사실의 관계를 굳건히 정립하는 일에 달려 있다. 진실한 이해와 진정한 발전을 가장 촉진시키는 것은 바로 이러한 결속 과정이다. _한스 셀리에, 의학박사, 《인생의 스트레스》저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은 2015년 상반기 서점가에 베스트셀러 열풍을 몰고 왔던『허즈번드 시크릿』의 리안 모리어티 후속작이다. 그런 점 만으로도 꼭 읽어보고 싶고,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책이었다.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은 현재 아마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로, 현재까지 1만 건에 가까운 아마존 독자들의 리뷰와 찬사가 이어지고 있는 작품이라고 한다. 어떤 사소한 거짓말이 커져버렸을까? 제목에서 주는 궁금증도 이 책을 읽어보고 싶게 만들었다. 어떤 매력이 있는 책이기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리뷰와 찬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미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있는 작품이라는 점도 안심하고 이 책을 선택해서 읽어볼 만한 이유가 되었다. 맘에 드는 소설을 선택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소설은 읽다가 재미없으면 중간에 끊기도 그렇고, 계속 읽는 것도 시간낭비이다. 그렇기에 나에게는 이미 접한 독자들의 반응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이 책은 모처럼 맘에 드는 소설읽기 시간을 선사해주었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책 읽기에 적당한 가을이 되었다. 날씨가 좋은 만큼 책보다는 다른 일들의 유혹에 하루가 금방 지나가버린다.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상상력을 죄다 쏟아부어서 그 세계 속으로 빠져들어가야하는 일이기에 자꾸 뒤로 미루게 된다. 사실 그렇기에 한 번 읽어보겠다고 결심만 하고 미뤄둔 작품 중에 리안 모리어티의 『허즈번드 시크릿』도 포함이 된다. 여기저기에서 극찬을 하고 판매량도 많기에 궁금해서 읽어보아야겠다고 찜해놓았지만 바쁜 일상에서 뒤로 미루기 일쑤였다. 하지만 이번 연휴에 『커져버린 사소한 거짓말』을 먼저 읽고 보니 작가의 전작에 대한 궁금증도 극에 달한다.

 

선의의 거짓말이나 사소한 거짓말 정도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기에 가벼이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소재로 이렇게 두꺼운 소설을 써나가는 것도 대단하고, 독자를 끌고가는 필력도 감탄할 일이다. 살인 사건이 벌어졌던 퀴즈대회의 밤으로부터 6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이야기가 전개되고, 관련 인물들을 인터뷰 하는 형식이 양념처럼 중간중간 뿌려져있다. 사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인터뷰만을 따로 읽어나갔을 정도로 적절히 섞인 두 가지 형식은 매력적이었다. 아무 것도 모르고 전체적인 흐름에 맡겨 탐정이 된 듯이 추리해나가기도 하고, 예측했던 일이 여러 번 어긋나면서 궁금한 생각에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같은 상황을 보아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고, 사람들의 말이 제각각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런 경험이 떠오르는 소설이었다. "이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라는 소설속 문장이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게 한다. 책을 읽으며 그 안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는 책이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 책은 그런 목적에도 부합한다. 비록 살인사건은 어쩔 수 없는 소설 속 장치이지만, 등장인물들이 사소하게 떠벌린 거짓말들이 어떻게 부풀려지고 왜곡되며 사건화되는지 지켜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된 소설이다. 소설을 읽고 싶다면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두껍지만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가는 필력에 리안 모리아티라는 작가의 위력을 실감한다. 이 책을 읽으며 리안 모리아티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이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다음 소설도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조만간 『허즈번드 시크릿』도 꼭 봐야겠다. 이 소설은 2015년 하반기 리즈 위더스푼과 니콜키드먼 제작, 주연이 확정된 HBO 미니시리즈 미국드라마 <빅 리틀 라이즈>의 원작 소설이기도 하다. 소설을 읽어보니 드라마로 제작되어도 손색없고 반응이 뜨거우리라 예상된다.

 

독자가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는, 눈을 뗄 수 없는 뛰어난 풍자 소설이 탄생했다. -허핑턴포스트

도저히 읽지 않을 수 없다. 흡입력 있는 스토리는 충격적인 독서 경험을 선사한다. -USA투데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