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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당신이 결정한다
샤론 모알렘 지음, 정경 옮김 / 김영사 / 2015년 9월
평점 :
오늘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가? 일하는 동안 어떠한 스트레스를 받았는가? 운동하는 걸 좋아하는가, 텔레비전 보는 걸 즐겨하는가? 당신의 사소한 행동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바꾸고, 아이들에게 물려줄 유전자를 결정한다. 유전과 건강을 둘러싼 혁신적 연구와 발견으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독창적 의학 사상가 샤론 모알렘의 또 하나의 화제작. (책소개 中)
이 책은 '들어가는 글'에서부터 나를 혼란속에 빠뜨렸다. 중학교 때 배운 그레고르 멘델의 완두콩 유전 법칙을 뒤엎으며 '이건 틀렸다'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유전적 유산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지금 내가 유전자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하지만, 이건 틀렸다. 왜냐하면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든지 간에(책상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든지, 집에서 안락의자에 푹 퍼져 있든지, 헬스클럽에서 페달 밟기 운동을 하고 있든지, 아니면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궤도를 돌고 있든지) 당신의 DNA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수천 수만 개의 전구 스위치처럼, 당신의 DNA도 어떤 것들이 꺼지는 사이 어떤 것들은 켜지고 있다. 이 꺼짐과 켜짐은 모두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보고 있는지 혹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반응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바로 당신이 어떻게 살아가느냐, 어디에 사느냐, 어떤 스트레스와 맞닥뜨리느냐,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8쪽)
'들어가는 글'을 보니 이 책의 제목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고 나의 선택에 따라 유전자도 변화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런 것들은 모두 DNA를 바꿀 수 있다. 더 명확히 말하자면 이 말은 당신이 '유전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8쪽)
이 책의 저자는 샤론 모알렘. 인체생리학과 신경유전학 및 진화의학 박사이다. 새로운 항생제인 시데로실린 등 생명공학 분야에서 혁신적인 발견으로 수많은 상을 수상한 과학자. 의사이면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그의 연구와 글은 생물학, 의학과 약학을 넘나들며 어떻게 인간의 몸이 경이롭고 새로운 방식으로 기능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가족성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새로운 유전적 연관성을 발견하고, 꿀벌 면역학부터 질병의 진화적 이득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희귀 유전병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이를 연구하며 얻은 지식들을 기반으로 건강과 바이오테크놀로지 관련된 특허를 열아홉 개 획득하는 등 인류의 건강 증진을 위한 발견에 힘쓰고 있다.
이미 이 책을 먼저 접한 사람들은 이 책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 이 책의 추천사를 살펴보아야겠다.
-"크고 작은 일상적인 사건들이 우리 자신을 결정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나아가 더 나은 인류의 삶을 위해 어떠한 진단과 치료를 발전시킬지에 대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_존 크로리 아미커스 테라퓨틱스 CEO
-"유전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인 책.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말 그대로 다가올 세대에 영향을 줄 것이다." _러셀 티가든 미국 국립희귀장애기구 부사장
이 책은 초반부터 나의 고정관념을 깨더니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었다. 왜 건강 식단이 제프에게 간암을 일으켰는지, 스트레스와 왕따, 그리고 로열젤리는 어떻게 유전적 운명을 바꾸는지에 대해 흥미롭게 읽어나간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으며 내 손, 발을 눈여겨 보기도 하고, 스트레칭을 하며 작은 실험을 하기도 한다. 저자가 하라는대로 따라하다보면 긴장된 몸이 이완되기도 하고 특별한 의미가 담기기도 한다. 스트레칭한 순간부터 유전자가 방금한 일에 대해 반응하고 있다는 설명을 보며 내 몸안의 운동뉴런과 근섬유, 액틴과 마이오신의 활동까지 인식해본다.
나는 독자들에게 이미 알려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사실 사이의 경계에 묶인 단단한 줄 위에서 줄타기를 하라고 종용할 것이다. 물론 그 위는 많이 흔들릴 것이다. 하지만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그 경치를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통념적이지 않다. (10쪽)
특히 이 책을 읽으며 후성유전학적 변화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는 시간을 보냈다. 우리의 일상,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약을 먹는지, 어릴 적의 기억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충격적인 사건을 접한 조상의 유전자가 우리에게도 전달되는 건지 등 우리 삶과 유전자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보낸다. 추천사에도 나와있는 것처럼 '유전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인 책'이다. 독자의 시선을 잡아끌며 이리저리 끌고다니는 느낌이다. 흡인력이 있고, 초반부터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된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가'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지금 나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나뿐만 아니라 후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믿기지 않고 놀라운 사실이 내 발목을 잡으며 정신을 차리게 한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지금껏 당연하다고 배워온 상식이 깨지는 데에서 시작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를 생각하며 마무리짓게 될 것이다. 끝으로 원제목인 '유전적 유산'이 아닌 '유전자, 당신이 결정한다'라는 제목이 내용과 잘 맞고 시선을 집중하게 되는 알맞은 제목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