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당신이 결정한다
샤론 모알렘 지음, 정경 옮김 / 김영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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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점심에 무엇을 먹었는가? 일하는 동안 어떠한 스트레스를 받았는가? 운동하는 걸 좋아하는가, 텔레비전 보는 걸 즐겨하는가? 당신의 사소한 행동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바꾸고, 아이들에게 물려줄 유전자를 결정한다. 유전과 건강을 둘러싼 혁신적 연구와 발견으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독창적 의학 사상가 샤론 모알렘의 또 하나의 화제작. (책소개 中)

 

이 책은 '들어가는 글'에서부터 나를 혼란속에 빠뜨렸다. 중학교 때 배운 그레고르 멘델의 완두콩 유전 법칙을 뒤엎으며 '이건 틀렸다'고 이야기한다. 우리의 유전적 유산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고 한다. 지금 내가 유전자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하지만, 이건 틀렸다. 왜냐하면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든지 간에(책상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든지, 집에서 안락의자에 푹 퍼져 있든지, 헬스클럽에서 페달 밟기 운동을 하고 있든지, 아니면 국제 우주정거장에서 궤도를 돌고 있든지) 당신의 DNA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수천 수만 개의 전구 스위치처럼, 당신의 DNA도 어떤 것들이 꺼지는 사이 어떤 것들은 켜지고 있다. 이 꺼짐과 켜짐은 모두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보고 있는지 혹은 무엇을 느끼고 있는지에 대한 반응이다. 그리고 이런 과정은 바로 당신이 어떻게 살아가느냐, 어디에 사느냐, 어떤 스트레스와 맞닥뜨리느냐,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8쪽)

'들어가는 글'을 보니 이 책의 제목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고 나의 선택에 따라 유전자도 변화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런 것들은 모두 DNA를 바꿀 수 있다. 더 명확히 말하자면 이 말은 당신이 '유전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8쪽)

 

이 책의 저자는 샤론 모알렘. 인체생리학과 신경유전학 및 진화의학 박사이다. 새로운 항생제인 시데로실린 등 생명공학 분야에서 혁신적인 발견으로 수많은 상을 수상한 과학자. 의사이면서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그의 연구와 글은 생물학, 의학과 약학을 넘나들며 어떻게 인간의 몸이 경이롭고 새로운 방식으로 기능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가족성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새로운 유전적 연관성을 발견하고, 꿀벌 면역학부터 질병의 진화적 이득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 논문을 발표했다. 특히 희귀 유전병에 각별한 관심을 두고, 이를 연구하며 얻은 지식들을 기반으로 건강과 바이오테크놀로지 관련된 특허를 열아홉 개 획득하는 등 인류의 건강 증진을 위한 발견에 힘쓰고 있다.

 

이미 이 책을 먼저 접한 사람들은 이 책에 대해 어떻게 말하는지 이 책의 추천사를 살펴보아야겠다.

-"크고 작은 일상적인 사건들이 우리 자신을 결정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나아가 더 나은 인류의 삶을 위해 어떠한 진단과 치료를 발전시킬지에 대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이다." _존 크로리 아미커스 테라퓨틱스 CEO

-"유전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인 책.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말 그대로 다가올 세대에 영향을 줄 것이다." _러셀 티가든 미국 국립희귀장애기구 부사장

 

이 책은 초반부터 나의 고정관념을 깨더니 시선을 잡아끄는 매력이 있었다. 왜 건강 식단이 제프에게 간암을 일으켰는지, 스트레스와 왕따, 그리고 로열젤리는 어떻게 유전적 운명을 바꾸는지에 대해 흥미롭게 읽어나간다. 무엇보다도 이 책을 읽으며 내 손, 발을 눈여겨 보기도 하고, 스트레칭을 하며 작은 실험을 하기도 한다. 저자가 하라는대로 따라하다보면 긴장된 몸이 이완되기도 하고 특별한 의미가 담기기도 한다. 스트레칭한 순간부터 유전자가 방금한 일에 대해 반응하고 있다는 설명을 보며 내 몸안의 운동뉴런과 근섬유, 액틴과 마이오신의 활동까지 인식해본다.

나는 독자들에게 이미 알려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사실 사이의 경계에 묶인 단단한 줄 위에서 줄타기를 하라고 종용할 것이다. 물론 그 위는 많이 흔들릴 것이다. 하지만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무엇보다 그 경치를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통념적이지 않다. (10쪽)

 

특히 이 책을 읽으며 후성유전학적 변화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는 시간을 보냈다. 우리의 일상,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떤 약을 먹는지, 어릴 적의 기억은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충격적인 사건을 접한 조상의 유전자가 우리에게도 전달되는 건지 등 우리 삶과 유전자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보낸다. 추천사에도 나와있는 것처럼 '유전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도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매우 매력적인 책'이다. 독자의 시선을 잡아끌며 이리저리 끌고다니는 느낌이다. 흡인력이 있고, 초반부터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하게 된다.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가'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책이다. 지금 나의 선택과 행동에 따라 나뿐만 아니라 후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믿기지 않고 놀라운 사실이 내 발목을 잡으며 정신을 차리게 한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지금껏 당연하다고 배워온 상식이 깨지는 데에서 시작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지를 생각하며 마무리짓게 될 것이다. 끝으로 원제목인 '유전적 유산'이 아닌 '유전자, 당신이 결정한다'라는 제목이 내용과 잘 맞고 시선을 집중하게 되는 알맞은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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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공유 - 최고의 의사결정을 위한 크라우드소싱의 힘
리오르 조레프 지음, 박종성 옮김 / 와이즈베리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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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가장 힘든 것이 인간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요즘 들어서는 나와 코드가 맞지 않는 사람과 억지로 친분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버겁다고 느낀다. 사람마다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이 다르고 각자 정의라고 생각하는 개념이 다르니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보니 인간관계가 축소되고 만다. 이런 때에 중요한 것은 오히려 디지털 인맥관리라는 생각을 하던 차에 이 책 『생각공유』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이 내가 막연히 생각하던 것에 더해서, 현재 필요한 생활방식에 대한 노하우이기에 눈이 번쩍 뜨인다.

 

이 책의 지은이는 리오르 조레프. 크라우드의 지혜를 연구하는 전문 컨설턴트이자 강연 전문가이다. 디지털 마케팅 혁신 분야의 선도적인 인물로 손꼽히는 저자는 2012년 '생각공유'의 개념을 소개하기 위해 TED 강연장에 진짜 황소를 끌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양한 연구 활동을 통해 크라우드소싱의 강력한 힘을 전파하고 이스라엘 마케팅협회와 여러 대학의 MBA 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마케팅 노하우를 가르치기도 했다.

 

이 책에 대한 추천사 또한 이 책의 필요성을 핵심적으로 일러준다.

-저자는 어떻게 해야 이 세상의 점들을 연결해서 유의미한 무엇을 만들어낼지 아는 사람이다. 이 책을 읽어라! 그것이야말로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 중 하나가 될 것이다. _제프 펄버, <보니지> 공동 창립자 <비즈니스위크 테크 구루> 창립자

-누군가가 창조성을 발현시키고자 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 중 하나가 '연결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 책은 크라우드의 창조적인 지혜를 빌려 쓰는 데 필요한 실제적인 도구들을 제공하고 있다. _토드 헨리, 《나를 뛰어넘는 법》저자

 

이 책의 서문을 읽으며 크라우드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어떤 일의 결과가 좋게 나왔다는 것은 단순히 운이 좋다는 것을 뛰어넘어 위력이 대단한 일이 될수도 있다. 우리는 직장생활이나 가정생활, 인간관계 문제, 돈 문제, 자녀 양육 문제, 건강 문제 등에서 가능한 최선의 결정을 내리려고 애쓰지만 쉽지는 않다. '집단지혜'가 주는 힘은 결정권을 타인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집약된 지혜를 얻어쓰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하게 짚고 넘어가야할 것은 집단의 뜻을 무조건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생각공유를 통해 크라우드의 지혜를 구한다고 해서 그저 집단의 뜻을 추종하기만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개인으로서의 자율성이나 독립성을 포기한다는 뜻도 아니다. 결국 결정을 내리는 것은 크라우드가 아닌 나 자신이다. 다만 생각공유의 과정을 통해 정보와 통찰, 지식에 대한 접근권을 획득하고, 이를 통해 나 자신의 사고와 삶을 극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이다. (14쪽)

 

저자는 TED 강연을 준비하면서 크라우드에게 물었다. "청중이 크라우드의 지혜와 생각공유의 힘이 뭔지 깨닫고 '아하'하며 무릎을 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빌 게이츠는 강연 도중에 모기를 풀었고 질 볼트 테일러는 인간의 실제 뇌를 보여주었는데 말이죠. 난 뭘 해야 할까요?" 그 중에서 16살 난 오르 사기Or Sagy군이 제안한 것이 있다. 100년도 더 지난 옛날의 아주 유명한 크라우드 지혜 실험을 재현해 보라는 것이었다. 1907년에 프랜시스 골턴이 <네이처>지에 발표한 내용인데, 사람들로 북적이는 영국의 플리머스 시장에서 골턴은 황소 무게 맞히기 대회를 열었다. 그는 도살된 황소 한 마리의 무게를 알아맞히는 문제를 시장에 있던 800명의 사람에게 냈다. 800명의 크라우드 가운데 황소의 무게를 맞힌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이들이 각각 추측하는 무게를 모두 말하게 한 다음 평균을 냈다. 놀랍게도 이 집단지성은 가축 전문가들의 추정치보다 정확한 무게를 제시한 것이다. 이번에는 살아 있는 황소 한 마리를 끌고 연단으로 올라가서 TED 청중에게 그 무게를 추측해 보도록 시키라고 했다. 실제로 청중에게 황소의 무게를 짐작해서 스마트폰으로 보내달라고 하니, 청중은 저마다 추정치를 스마트폰에 입력해서 보냈다. 가장 낮은 수치는 140킬로그램, 가장 높은 것은 3.6톤이었다. 황소의 실제 무게는 814킬로그램이었고, 청중이 생각한 무게의 평균치는 813킬로그램이었다. 100년 전에도 유효했던 크라우드의 지혜가 TED 강연장에서도 효과를 발휘했던 것이다.

 

앞 부분에서 크라우드의 필요성을 충분히 느끼며 이 책을 계속 읽어나가게 되었다. 크라우드를 어디서 만들지에 대해 추천사유와 비추천사유를 짚어주며 좀더 구체적으로 접근하게 된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링크드인, 블로그 등 어떤 매체를 활용할지 결정하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으니 어떤 매체를 활용할지는 본인의 선택에 달려있다. Part 2에서 생각공유의 기술을 엿볼 수 있다면, Part 3에서는 일상생활속에서 행해지는 생각공유를 보게 된다. 생각공유로 돈을 벌고, 생각공유로 인연을 찾으며, 생각공유로 아이를 함께 키우고, 병을 치료하기도 한다. 읽다보면 이미 우리는 생각공유의 세계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 또한 수천 명의 크라우드와 생각공유를 함으로써 세상에 나오게 되었고, 앞으로 생각공유로 열어갈 세상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인지하게 된다.

 

예전에는 똑똑한 사람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크라우드의 의견취합으로 현명한 판단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기에 저자가 말하는 리더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미래에는 자기한테 투표하라고 부추기는 후보가 아닌 자신과 함께 '생각'하자고 속삭이는 리더에게 투표하게 될 것(276쪽)이라며 그것이 가장 멋진 모습을 한 민주주의라고 말한다. 이또한 미래의 희망사항 중 하나이며 이렇게 흘러가는 것도 좋으리라 생각된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할 때와 다 읽은 지금은 생각이 달라진다. 이미 '생각공유'는 우리 생활 속에 깊이 스며들어 있고, 앞으로 더 다양한 방면으로 흘러가리라 생각된다. 나또한 처음에는 생각공유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이미 생각공유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 또한 그런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미 우리 생활이 되어 있고, 앞으로 더욱 좋은 방향으로 이용되어야 할 것이 '생각공유'이니, 생각공유에 관심을 가지고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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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명시 100선
민예원 편집부 엮음 / 민예원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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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읽는 가을, 마지막으로 장식할 시집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명시 100선』이다. 오늘보니 기온이 뚝 떨어진 것을 체감할 수 있다. 밖에서 시를 읽든 책을 읽든 을씨년스러운 느낌만 가득할 듯하여 그냥 이 책을 올해 마지막으로 읽는 시집으로 정했다. 그 다음에는 평소 하던 대로 다른 책 위주로 읽어나갈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그동안에는 가을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나에게 시를 읽도록 했으니 말이다.

 

이 책에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명시 100선이 담겨있다. 교과서에서 보았든 개인적으로 보았든 유명하고 익숙한 시들이 가득하다.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현대시를 보면서 다소 낯선 느낌을 받았는데, 알고 있는 시를 보며 '그래, 이런 맛이 있었지.' 감탄을 자아낸다. 마치 클래식 음악이 낯선 사람들도 누구나 아는 곡을 들을 때 안도의 마음이 일어나는 것처럼, 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유명하고, 지금까지 살아남은 시라고 생각할 수 있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윤동주의 서시, 김현승의 눈물, 천상병의 귀천, 정지용의 향수, 서정주의 국화옆에서,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 조지훈의 승무, 이육사의 청포도, 김춘수의 꽃, 한용운의 님의 침묵 등 학창시절 시험을 위해 외우던 시를 비롯하여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 신경림의 목계장터 등 시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았을 때 보게 되는 시를 더해 100편의 시가 담겨있다. 익숙함이 주는 편안한 시의 맛을 느낀다. 뜻도 모르고 달달 외우던 학창시절의 마음을 떠올려보기도 했다. 그때에 외웠던 것이 지금도 떠오르는 것이 마냥 신기했다.

 

시를 외우는 것이 지금은 낯선 일이지만 이 시들 중에 암송을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요즘에 손글씨로 시를 필사하는 것도 유행이니 이 시들을 가지고 자신의 글자체를 담아 꾹꾹 눌러 쓰는 것도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추운 겨울이 오기 전, 아직은 가을이라고 할 수 있는 계절에 시를 마음에 담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곁에 두고 계절에 따라 시를 감상하는 자신의 마음이 달라지는 것을 보는 것도 색다른 체험이 될 것이다.

 

여러 시인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시를 모아 100편으로 엄선한 것이 마음에 드는 시집이다. 또한 야생화로 깔끔하게 그려진 표지도 마음에 든다. 누군가에게 시집을 선물한다면 이 책이 좋으리라 생각하고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품절이라는 점이 아쉽다. 서울에 한 대형서점에 갔을 때 쌓여있던 책인데 이미 품절이라는 것은 어쩌면 개정판이 나온다는 뜻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책읽는 사람들이 줄어드니 시를 읽는 사람들은 더욱 줄어드는 현실이지만 누구에게나 있는 시심이 약간의 자극에 불타오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마음에 드는 시집을 만났을 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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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2015-11-01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품절이라니... ㅜㅜ 아쉽네요!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문학동네 시인선 32
박준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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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TV프로그램 '비밀독서단'에서 '사랑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책'으로 소개된 시집이다. 평소에 시집을 즐겨읽지 않아서일까. 방송에서 접한 이 시집은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가을을 맞이하여 시집을 읽겠다며 선택한 책 중 한 권이다. 방송 직후여서인지 사람들이 많이 찾아서 품절상태였고, 주문한지 좀 지나서야 이 책을 받아볼 수 있었다. 누구든 시심이 마음에 불타고 있는데 누군가가 불지펴준다면 읽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 타당한 소개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냥 선택하기에는 내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제목과 표지였지만, 방송에서 예지원씨가 낭랑한 목소리로 읽어주는 싯귀에 작가의 다른 시도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제목부터 서정성의 극치를 달리는 이 시집은 가을이기에 충분히 마음을 사로잡았다. 나도 이 시집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 벤치에서도 먹고 버스정류장에서도 먹었다. 그래도 방안에서 우두커니 앉아서 조용히 목소리를 내어 읽는 것이 가장 맛있었다. 이 시를 맛있게 지어 먹는 방법이었다. 그리고 방송에서 이미 접해서 알고 있던 시가 가장 많이 다가왔다. 또한 상황이 그려지는 <눈썹>이라는 시가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그때 많은 엄마들이 눈섭 문신을 하던 모습을 얼핏 떠올린다. 유행이라는 것은 나중에 볼 때 낯설기도 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눈썹

-1987년


엄마는 한동안

머리에 수건을

뒤집어쓰고 다녔다


빛이 잘 안 드는 날에도

이마까지 수건으로

꽁꽁 싸매었다


봄날 아침

일찍 수색에 나가

목욕도 오래 하고


화교 주방장이

새로 왔다는 반점에서

우동을 한 그릇 먹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우연히 들른 미용실에서

눈썹 문신을 한 것이 탈이었다


아버지는 그날 저녁

엄마가 이마에 지리산을 그리고 왔다며

밥상을 엎으셨다


어린 누나와 내가

노루처럼

방방 뛰어다녔다


방송에서 말한 것처럼 마지막 연의 내용이 없다면 살벌한 분위기로만 기억될텐데, 마지막에 '어린 누나와 내가 노루처럼 방방 뛰어다녔다'는 말이 붙어서 그 시절의 풍경 하나로 그려진다. 우습기도 하고 어이없기도 한 상황이다. 그때 엄마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후회했을까, 속상했을까. 


시집 속의 시가 모두 가슴을 울리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어떤 시인의 시집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 몇 편이 강하게 마음을 흔드는 것만으로도 시집은 성공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가을이기에 시를 읽는 맛이 더 깊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가을이 지나가기 전에 좀더 다양한 시집을 접하고 싶다. 다양한 매체로 읽을만한 시집을 알려주기를 바라는 것이 시를 잘 모르는 일반인으로서 바라는 바이다. 휴대하기 좋고 읽는 데에 부담이 없으며 가끔씩 공감할 만한 시를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집은 좋다. 시 읽기 좋은 가을날이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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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게릴라 - 변화하는 기업 비즈니스 환경에 대처하는 혁신적 방법
게리 해멀 지음, 이동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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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시키는 일만 하는 꿀벌이 될 것인가, 창조하고 혁신하는 게릴라가 될 것인가?

이 책의 띠지에 있는 글을 보고 생각에 잠긴다. 이 질문은 비단 비즈니스 분야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나 자신에게 자주 던지며 삶의 주인이 될 것을 생각해야할 것이다. 창조와 혁신의 게릴라가 되고 싶지만 창의적 사고를 배제하는 교육 환경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물론 노력도 중요한 것이지만, 세상 일은 노력만으로 좋은 결과를 도출해내지는 않는다. 남들과는 다른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성실과 근면만으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다!'라는 말에 무언가 씁쓸하면서도 결국에는 동의하게 된다. 일반적인 생각에 파장을 일으키는 글을 보며 혁신적인 방법을 배워보고자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프레스 스테디 셀러, 뉴욕 타임스 베스트 셀러, 아마존 추천 올해의 책, 일본,유럽 등 전 세계 서점가 베스트 셀러이다. 2001년에 발간된 책인데 이번 2015년에 신판 1쇄를 발행했다. 꾸준히 사랑받고 여전히 유효한 책이라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다. 이 책의 추천사를 보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샘솟는다.

- 게리 해멀이 그리는 급진적 혁신의 청사진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이 책은 신경제의 혁명가들, 즉 한때 그들을 성공시킨 전략을 다시 한 번 변화시키려는 의지를 가진 리더들을 위한 책이다. _마이클 델(델 컴퓨터 회장)

- 다가오는 혁명의 시대에는 무한대의 상상력과 창의적 본능이 필요함을 역설하고 있다._매일경제

 

이 책의 저자는 게리 해멀. 세계를 이끄는 경영전략의 대가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이코노미스트」「포천」등 수많은 언론으로부터 이 시대 최고의 경영 전략가로 불리는 창의 경영의 대가. 런던 경영대학원의 전략 및 국제경영학 교수이자 컨설팅 기업 스트래티고스, 인터넷 솔루션 개발업체 캐드리의 설립자이다. 또한 세계적인 주요 기업이나 정부 지도자들과 함께 일하며 세계경제포럼의 운영위원을 맡고 있기도 하다. '전략적 의도','핵심 역량','원정 마케팅','스트레치 전략' 같은 경영의 이정표가 된 다수의 비즈니스 개념을 고안하여 전 세계적으로 현대 경영 기법에 많은 변화를 일으켰다. 기업들로 하여금 상상력과 미래의 산업 풍경을 정의할 새로운 룰,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조하도록 독려하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나는 다른 학자가 이미 만들어낸 개념을 연구하고 싶지 않았다. 당대에 유용한 새로운 개념을 창조하고 싶었다. (13쪽)"라는 게리 해멀의 말은 이 책의 들어가는 글부터 호기심을 자아내게 한다. 이 책은 단순히 현재의 상태에 대한 점검과 적당한 미래 제시를 위한 책이 아니다. 안락한 경영묘책을 뒤집어엎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산업시대로부터 살아남은 늙은 생존자들은 물론이고,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 모든 기업들을 위한 것이다. 혁신을 위한 선언서이자 매뉴얼임을 재차 강조한다. 미래는 당신에게 일어날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당신이 만들어야 하는 어떤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는 점에서 미래를 바라보는 창의적인 시각을 요하는 책이라는 점을 알게 된다.

 

이 책은 총 4파트로 나뉜다. Part 1 혁명의 시대, Part 2 혁명의 발견, Part 3 혁명의 시작, Part 4 혁명의 유지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례가 담겨 있어서 낯설지 않고 현실적이다. 그런 점이 자칫 피상적인 느낌이 들 수도 있는 것을 구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다양한 방면으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책이다.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를 적절히 활용하거나 다른 기업의 사례를 보며 배울 점이나 버릴 점 등을 찾는 등 단순히 책의 내용만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직접 저자의 글에 대화하고 생각하며 참여할 수 있다는 점도 유용하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스스로 성장한 기분이 들 것이다.

 

이 책 속의 글을 보면서 중요한 것은 상황이 아니라 상황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임을 깨닫게 된다. 세상을 보는 법을 다르게 하라는 점, 항상 새롭게 보아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게 된다. 틀에 박히지 않은 무언가를 찾아내는 데에는 가장 먼저 자신의 행동이 중요하다. '다르게 보는 법을 배우고, 다르게 되는 법을 배워라. 그러면 다른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마음속 깊이 그것을 믿게 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당신은 그것을 이루어낼 것이다.(219쪽)' 그동안 비즈니스와 달리 생각했었는데, 너무 좁은 관점으로만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낡은 생각을 갈아엎는 시간을 보낸다.

당신은 선례라는 것에 의해 희미해진 눈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다시 한 번 배워야 한다. 친숙하고 단조로운 것은 놀랍고 새로운 것으로 바뀌어야 한다. 이 장의 목표는 당신이 순수함을 되찾도록 돕는 것이다. (260쪽)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당신은 혁명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보라며 10가지 질문을 보여준다. 거기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 많으리라 짐작했는지 저자는 말한다. "예스"보다 "노"가 더 많더라도 실망하지 마라. 새로운 혁신해법을 구축하는 데 모든 열정을 바친 기업은 100개 중 1개도 안 된다. 문제는 당신이 지금 그것을 시작하려고 하는가이다.(528쪽)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마음을 견고히 하며 변화에 몸던질 각오를 하며 지금 시작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적당히 고무되며 혁명의 시대를 시작할 자세를 가다듬을 수 있는 책, 시작할 용기를 얻게 되는 책이다.

 

제목만으로는 어떤 의도의 책인지 낯선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게리 해멀이라는 저자가 세계경제포럼의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세계적 경영전략의 대가라는 점에서 한 번 더 시선을 두고 눈여겨 보기를 바란다. 또한 비즈니스 철학서라는 점에서 볼 때 단순히 비즈니스에 대한 현상을 바라보는 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철학적 고찰을 통해 보다 폭넓은 시선으로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내내 알을 깨고 나와 다른 세상을 열 수 있기를 선동하고 있다. 틀에 갇힌 생각을 깨부수고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책이다. 경제경영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물론이고, 일반인이 읽기에도 생각의 틀을 깨고 폭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책이라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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