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 세월호의 시간을 건너는 가족들의 육성기록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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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권에서도 진실을 밝히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정치인들도 다 이걸 무마하려고 하잖아요? 이게 얼마나 큰 사건인지 다 알면서도 방해만 하잖아요? 518의 진실이 몇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밝혀지는 것처럼 세월호참사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고.(360~361쪽-조은정 엄마 박정화)


박근혜가 파면되자 현행 헌법의 권력구조가 제왕적대통령중심제이기 때문에 정치적 파행이 거듭된다면서 개헌해야 한다는 주장이 들끓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집권 초기 분권을 기조로 하는 개헌안을 제출한 바 있다. 물론 국회가 이를 묵살함으로써 현실화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렀다. 과연 대한민국의 이 저질스러운 정치가 제왕적대통령제 때문일까?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정치가 흘러가는 꼴을 보면 이 나라에서 대통령이 제왕적 힘을 휘두르며 할 수 있는 일이 뭔지 의심스러워진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그렇게 하지 않아서라기보다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하는 힘이 훨씬 더 제왕적이기 때문이다. 그 힘의 실체는 뭔가? 행정권력-개혁 시도하는 ‘어공’ 대통령을 비웃으며 철 밥통 차고 앉아 태업 일삼는 ‘원공’ 중급관료, 입법권력-비준·입법을 방해해 대통령과 그 정권의 시도를 대부분 “쇼”로 희화하는 범(!)자유당 국회의원, 사법권력-제 수장의 목을 노리며 칼 뽑고 달려드는 정치검찰과 신성을 전유하는 법원, 제4부 권력-입만 열면 “문아무개” 조롱하고 욕하는 조·중·동 등 사이비 언론, (나는 개인적으로 제5부 권력-곡학아세하면서도 존경씩이나 받는 학자·지식인을 보태고 싶다.) 여기에다 자본 권력-이들 모두를 푸들이라 여기는 0.1% 똥 부자를 화룡점정하면 매판카르텔의 초상이 완성된다. 이 매판카르텔이야말로 무소불위 제왕의 메두사적 화신이다.


이 메두사를 놔두고서는 대한민국이 바뀌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평범한 시민은 정권을 바꾸면 세상이 바뀐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지만 노무현은 메두사 앞에서 돌이 되었다. 문재인은 과연 어떻게 될까? 이른바 조국전쟁을 겪으면서 확인한 것은 아무래도 희망이 아니었다. 시간을 쌓아가면서 견뎌야 할 절망이었다. 절망을 견디려면 스스로 유연해서 강인한 영성 트릭스터를 닦아야 한다.


영성 트릭스터 없이는 416 진실도 밝혀내기 어렵다. 모두가 냉철하게 응시해야 할 것은 416이 아니었다면 자신도 메두사 일족이거나 마성 트릭스터였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순수와 진정만으로 자신을 규정하면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는 아둔함에 빠진다. 416아이들이 가장 바라지 않는 결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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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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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에 대한·······책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 나는 죽으면 없어지지만 책·······은 안 없어지니까.(359쪽-찬호 아빠 전명선)


대학교수들이 지목한 2019년 사자성어가 공명지조共命之鳥다. 전체 응답자 1054명 가운데 33%(복수 선택)의 지지를 얻었다고 한다. 그 다음 29%의 지지를 얻은 것이 어목혼주魚目混珠다. 모두 이른바 조국전쟁과 유관하다. 우리사회 지식인의 전형인 대학교수란 자들이 나라 전체를 요동치게 만든 이 사건을 고작 양비론 따위로 정리하고 젠체한다. 매판독재분단세력의 본진이 짠 프레임과 배후조종을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들이 그린 씁쓸한 풍경화다. 지식인에게 느끼는 대 실망 그 연말판인 듯하다.


최종후보 10개 중 나머지인 반근착절盤根錯節, 지난이행知難而行, 독행기시獨行其是, 격화소양隔靴搔癢, 비이부주比以不周, 분붕이석分朋利析, 진퇴유곡進退維谷, 간어제초間於齊楚 모두 살펴보아도 정곡을 찌른 것은 없다. 그나마 4. 반근착절盤根錯節, 5. 지난이행知難而行은 적폐 청산의 어려움과 독려를 품어 비교적 근사 값을 취하고 있을 뿐. 본질을 흐리는 어려운 말로 지식인의 권력을 확인하는 알량한 이벤트다. 어떤가, 차라리 삼척동자도 아는 똑떨어진 일갈 적반하장賊反荷杖은.


문학가와 더불어 대표적 문인인 대학교수가 여기서의 사자성어 선택이 이 모양이라면 그들이 다른 데서 쓴 무슨 뜨르르한 책이라 한들 다를 바 있겠나. 더군다나 416을 쓴 책이라면, 아니 하다못해 쪼가리 글 하나라도 나는 그다지 읽고 싶지 않다. 또 다시 실망과 분노를 자아낼까봐서다. 이미 나는 2014년 10월 28일 『눈 먼 자들의 국가』리뷰 <공공公共의 상상력을 위하여>에서 그 실망과 분노를 표한 바 있다. 이른바 ‘세월호 문학’이 나오기 시작한 이후에도 내 태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내가 아는 한, 상상력은 유한한 존재인 타자에게서 무한을, 그러니까 개체에서 전체를 은유해내는 사랑의 능력이다. 사랑의 능력은 존재 간 네트워킹으로 세계를 구성하는 다가감과 받아들임의 상상력이다. 상상력은 다만 예술적 창작과 과학적 발견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존재의 진실과 세계의 진리를 충만하게 드러내는 결절점이다. 결절점인 상상력은 본질상 공공의 실재다. 공공의 실재는 특정 권력의 지평과 주류사의 맥락을 꿰뚫고 간다. 상상력이 도발과 혁명의 기별인 소이다.


대학교수며 문학가며 책깨나 쓰는 지식인들이 여태껏 발휘한 416상상력, 아니 상상력416은 무엇이었나. 공명지조 류가 아니었으며 어목혼주 급이 아니었던가. 왜 이 미증유의 학살사건 전체를 상상하지 않는가. 왜 권력의 지평 안에서 지껄이는 똑똑한 개소리로 글을 쓰는가. 왜 주류사의 맥락 안에서 전문가적 편견으로 책을 만드는가. 그것들을 길이 남겨 어찌 하려는 것인가. 찬호 아빠 전명선에게 그 글이며 책 나부랭이는 과연 무엇인가. 쓰는 것은 자유지만 찬호 아빠 전명선 눈에 띄지 않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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