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제약회사 - 거대 제약회사들의 살인적인 조직범죄
피터 괴체 지음, 윤소하 옮김 / 공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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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정신의학협회의 『정신장애 진단 과 통계 지침DSM』은 악명을 떨치게 됐다. 어느 정도냐 하면,·······제4판 개정판 DSM-Ⅳ-TR(정신장애 374가지가 나열되어 있음. 제3판은 297가지였음.) 편집위원회를 이끌었던 앨런 프랜시스가 미국정신의학협회에서 이런 식으로 정신장애를 규정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할 만큼이었다. 그는 제5판이 나오면 가짜 유행병이 여러 가지 만들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랜시스에 따르면, 새로운 진단명은 신약만큼이나 위험하다.·······

  ·······『정신장애 진단 과 통계 지침DSM』은 합의문서에 해당하며, 과학적이라고 볼 수 없다.·······

  『정신장애 진단 과 통계 지침DSM』를 개발하는 사람들은 커다란 이익상충이 있고, 많은 진단명을 만들어내는 것은 온갖 종류로 큰 돈벌이가 되며, 최고 전문가들은 명성과 권력을 거머쥔다. 그런데 이런 진단을 내리는 게 정말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

  여성들에게 ‘월경 전 불쾌장애’라는 진단을 내리면, 일자리 얻는 게 힘들 수도 있고, 이혼할 때 자녀양육권을 확보하는 데 불리할 수도 있다.·······그렇지만 누가 신경이나 쓴단 말인가?·······미국 정신과 전문의들은 뻔뻔스럽게도 이를 우울증이라 칭했다!(330-333쪽)


실제로 DSM-5에는 월경 전 불쾌장애가 우울장애 제3하위유형으로 공식 등재되어 있다. 미국 정신과전문의들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제약회사와 결탁하여 더 많은 진단명을 개발할 것이고, 더 많은 화학합성물질을 처방하여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치밀한 과학적 연구 끝에 신중하게 질환의 독립 범주와 거점을 확보하는 것에서 저들의 작업이 시작되지 않기 때문에 저들이 만든 문서 DSM은 “합의문서”에 지나지 않는다. 나눠먹기로 야합한 것이다. 저들이 DSM-5에서 20개의 범주를 두고 수많은 하위범주를 만들어 세분화한 것은 파이를 무제한으로 키우기 위해 잡아 놓은 주름들로 보인다.


범주가 20개나 된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우스꽝스럽다. 20개를 범주라고 할 수 있다니 참으로 그 부박함이 부럽다. 300개가 훨씬 넘는 진단명은 더욱 가소롭다. 이치나 원리가 달라서가 아니라 증상을 중심으로 이리저리 갈래를 만든 것이므로 약의 가지 수를 늘이기 위한 전략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매우 간단명료한 범주를 제시한다. (이는 『인문과 한의학, 치료로 만나다』에 수록된 내용을 간략히 정리한다.)


정신질환은 크게 두 차원으로 나눌 수 있다. 인간에게 피할 수 없는 아픔인 공포· 불안이 들이닥칠 때, 즉자적으로 일으키는 병적 반응인 일련의 공포불안장애가 가장 기본적인 병이다. 그 다음에는 공포와 불안 문제에 대한 대자적 반응 과정에서 생기는 병이다. 여기에는 다시 두 유형이 있다.


하나는 공시적synchronic 관점에서 자기 단일單一성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서 분열형, 우울형 질병이 비대칭의 대칭으로 나타난다. 이 상반되는 두 질병을 함께 묶어 경계선장애라고 한다(서구정신의학에 이미 이런 병명이 있으나 그와는 다른 의미임을 분명히 해둔다.). 나와 남의 경계선을 어떻게 조절하느냐, 하는 문제에서 어느 한 쪽 극단으로 치우친 병이라는 말이다.


다른 하나는 통시적diachronic 관점에서 자기 동일同一성 문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 하는 것이다. 여기서 강박형, 전환형 질병이 비대칭의 대칭으로 나타난다. 이 상반되는 두 질병을 함께 묶어 변곡점장애라고 한다. 기존의 것을 지키느냐, 바꾸느냐, 하는 문제에서 어느 한 쪽 극단으로 치우친 병이라는 말이다.


나는 모든 정신질환을 발달장애, 특히 불균형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는 인간의 정신적 생명력이 비대칭의 대칭구조를 지니는 꼭 그만큼 그 생명력의 왜곡도 비대칭의 대칭구조로 나타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전체 진실에 후각이 가 닿으면 더 이상의 범주명이 필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다. 번다한 이름은 수탈의 기호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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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찾은 연어'가 내게 준 꽃바구니를 혼자 끼고 있기 아까워 광화문 세월호 아이들에게 가져갔다. 아이들과 가족과 시민과 함께 우리사회가 꽃처럼 아름다워지기를 기원한다. '고향 찾은 연어'도 같은 마음일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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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제약회사 - 거대 제약회사들의 살인적인 조직범죄
피터 괴체 지음, 윤소하 옮김 / 공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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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학은 제약회사들의 지상낙원이다. 정신장애의 정의가 모호하고 조작하기 쉽기 때문이다.·······정신과 전문의는 다른 전공에 비해 제약회사들이 제공하는 ‘교육’에도 더 많이 참여한다.(330쪽)


2015년 9월 12일 나는 폴 몰로니의 『가짜 힐링』 리뷰를 쓰면서 이런 부분을 인용했다.


정신의학은 그 근간에서 과학적으로 (어쩌면 윤리적으로도) 이미 파산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모습의 정신의학은 한편으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적 사회적 권력의 끄나풀로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더라도-거대한 음모의 산물이다.”(90-91쪽)


폴 몰로니의 지적에 피터 괴체는 정확한 근거를 제공한다. 거대한 음모의 주체를 까밝힌다. 파산의 실체를 드러낸다. 제약회사들이 백색정신의학을 구성한다. 제약회사들이 백색정신과전문의를 교육한다. 그렇다. 제약회사들이 정신의학에다 자신의 지상낙원을 건설한 것이다.


여기에 단 한 글자만 더 해도 췌사다. 췌사임을 받아 안고서 몇 마디 더 떠든다. 어떤 사람이 재미삼아 사주 공부를 하러 갔더니 거기 정신과전문의가 있더란다. 그는 나름 성공해서 제법 규모가 되는 병원도 소유한 사람이다. 그는 차트에 적힌 생년월일을 보고 환자를 미리 안(?) 상태에서 진단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제약회사가 만들어준 진단 기준 안 쓰는 거 아니고, 제약회사가 만든 백색화학합성물질 안 주는 거 아니다. 완전히 잡놈이다. 이 잡놈 말고 다른 백색의학 정신과전문의라 해서 뭐 별 다를 리 있겠나. 마음 아픈 사람 목숨 값 뜯어다 제약회사 지상낙원 건설에 바치기는 매일반 아닌가. 화가 나지만 화낸다고 바뀔 일 아니다. 슬프지만 슬퍼한다고 바뀔 일 아니다. 올바름을 향한 소미한 행위 한 동작으로 변화는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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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민성대장증후군은 통증과 복부 팽창, 배변 빈도와 변의 상태를 변화시키는 장의 몇 가지 장애를 일컫는 말이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가장 흔히 발생하는 소화기 질병으로·······발병률은 여성이 남성보다 3배에서 6배까지 높다.······여성은 월경 직전에 더 큰 통증을 호소한다. 여성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에게는 매우 심한 월경통이 있을 수 있다.(127-129쪽)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는 용어를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쓰지만 정확하게는 과민성장증후군이라 해야 한다. 실제 통증은 소장의 기능 장애와 관련성을 지닌다. 과민성장증후군 또한 『이브의 몸』(7)에서 언급한바, 생체의 리듬 조절에 관여하는 GABA 비활성문제와 닿아 있다. GABA를 연결고리로 과민성장증후군은 월경통과 연결된다. 대다수 한·양의사들은 월경통의 원인을 자궁에서만 찾는다. 아직 메커니즘이 명확하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극심한 월경통은 과민성장증후군 통증과 결합하거나 일치할 것이다. 임상 실제에서 원발성 월경곤란(월경통)Primary dysmenorrhea(menorrhalgia)의 일부는 과민성장증후군 통증의 오진일 수도 있다. 진통제의학으로는 알아차리지 못할 진실이다.


GABA는 또 다른 연결고리로 작동한다. 과민성장증후군은 다양한 정신장애 혹은 정신병과 연결된다. 우울장애, 불안장애, 양극성장애, 망상장애, 그리고 조현병(정신분열증)까지. 연결이란 표현은 사실 매우 모호하다. 원인과 결과를 주고받는다고 하면 진실에 가장 근접한 표현이 될 것이다. 백색의학은 과민성장증후군과 월경통, 그리고 정신장애를 각기 다른 전문의가 상호연계를 고려하지 않은 채 따로따로 진단하고 치료한다. 아픈 사람이 겪는 불편은 시간이나 비용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질병 현상을 전체로 보지 못한 채, 분절된 정보·요법을 제공 받음으로써 근본 치료의 길에서 멀어진다. 달리 봐야 할 것은 같게 보고, 함께 봐야 할 것은 떨어뜨려 보는 혼란이 낳은 억압이며 폭력이다.


녹색의학은 같음 속에서 다름을, 다름 속에서 같음을 읽는다. 육중하되 경쾌하며, 날카롭되 너그럽다. 요법 포르노에 꺼들리지 않고 질병을 통짜로 치료한다. 과민성장증후군과 원발성 월경곤란(월경통)과 우울장애를 가로지르는 통합처방을 내린다. 이런 점에서 녹색의학에 가장 근접한 의학은 우리가 한의학이라 부르는 동아시아 전통의학이다. 아, 물론 현실 한의사들 모두가 한의학을 이렇게 구사한다는 것은 아니다. 어디나 그러하듯 백색문명은 절대 디테일의 지배력을 자랑한다. 찰나마다 깨어 있지 않으면 누구라도 창졸간에 백색문명의 노예가 된다. 녹색의학은 이 백색문명을 돌파하는 깃발 가운데 가장 결정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 백색문명은 모든 사람을 모든 병에 걸리도록 하는 저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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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이맘때 함께 아픔과 삶을 숙의했던 여성 한 분이 오늘 찾아왔다. 손수 만든 꽃바구니를 들고. 그는 변화된 삶을 새삼 확인하면서 고마움을 표했다. 돌아가서 다시 안부 전하는 문자를 보내왔다. 자신이 오늘 내게 온 것을 두고 ‘고향 찾은 연어’라 표현했다. 부디 새 생명으로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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