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와 산과의사 - 개정판
미셀 오당 지음, 김태언 옮김 / 녹색평론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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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시토신은 전형적인 이타적 호르몬·······이다. 그것은 ‘사랑의 호르몬’이다. 사랑의 어떤 면을 생각하든 옥시토신이 관련되어 있다. 어머니는 분만 동안에 엔도르핀을 분비한다·······모르핀 계열의 물질들은 모두 의존상태를 유도할 수 있다······

  출산 직후에 어머니와 아기는 일종의 모르핀 영향 하에 있다. 어머니와 아기가 모르핀 비슷한 호르몬이 두뇌에 가득 남아 있는 채로 서로 살갗을 맞대고 마주 바라보고 있을 때 그것이 상호의존의 시작이며 애착의 시작이다.·······

  호르몬에 관련한 이런 접근 방법은 성性이 온전한 하나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동일한 호르몬이 성생활의 다른 것들, 즉 성교, 출산, 수유에 관련되어 있다. 두 범주의 호르몬들-이타적인 호르몬인 옥시토신과 우리의 ‘보상체계’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엔도르핀-이 항상 관련되어 있다. 더욱이 그와 유사한 시나리오가 끊임없이 재생산된다. 각각의 성적 사건의 마지막 단계는 항상 ‘방출반사’-정자 방출반사, 태아 방출반사, 젖 방출반사-다.·······문화적 환경이 일상적으로 출산을 방해할 때 그것은 사실상 성 전체에·······영향을 주는 것임을 암시한다.(80-82쪽)


호르몬 또는 신경전달물질 하나가 여러 다른 작용을 할 때 모호성ambiguity이라 합니다. 반대로 호르몬 또는 신경전달물질 여럿이 한 작용을 할 때 용장성redundancy이라 합니다. 이런 현상을 발견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본질상 아마도 양자 중첩quantum superposition과 양자 연루quantum entanglement에 닿아 있을 것입니다.


옥시토신과 엔도르핀이 각각 “다른 것들, 즉 성교, 출산, 수유에 관련되어 있다” 할 때는 모호성ambiguity의 구현일 것입니다. 그러나 “온전한 하나”인 “성性”에 관련되어 있다고 할 때는 용장성redundancy의 구현일 것입니다. 둘 다 맞는 것일까요, 둘 중 하나만 맞는 것일까요?


저자가 성교, 출산, 수유를 한 데 묶어 “온전한 하나”인 “성性”으로 이해할 수 있었던 것은 옥시토신과 엔도르핀의 일관된 공통 작용 덕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두 호르몬이 하나의 작용에 협력하므로 용장성이라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용장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드러나는 “성性이 온전한 하나”라는 사실에 궁극적으로 주의해야 합니다.


성교가 그러하듯, 수유가 그러하듯, 출산도 내밀한 것입니다. 이를 의료시스템이 침탈하여 공개하는 것은 내밀함으로 보전되어야 성의 존엄을 모독하는 것입니다. 투명사회의 출산포르노birth-porn 산업이 일으킨 관음증후군입니다. 어른들이 관음증후군에 빠져 껄떡거리는 동안 아이들은 죽임을 당하거나 스스로 죽입니다. 미래의 살해사건입니다. 인류 전체의 살해사건입니다. 성을 온전한 하나로, 그러니까 출산을 분명한 성의 사건으로 되돌려 내밀하게 보전하지 않는 한 인류는 자멸하고 말 것입니다.


출산을 전후한 시생대 삶의 과정에서 결정적 타격을 입은 한 남자사람이 있습니다. 그는 근본적으로 사랑의 능력을 지니지 못한 채, 더군다나 그 사실을 알치 못한 채, 지아비가 되고 아비가 되었습니다. 그는 마음의 상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우는 아내에게 늘 이렇게 질문 아닌 질문을 반복합니다. “너 왜 우니? 그게 울어서 될 일이니?” 그는 자신에게 복종하는 아이를 편애하고 반대 의견을 내는 아이를 학대합니다. 그는 인문학 모임에 나가 진지하게 공부합니다. 더욱 투명해지는 이성으로 아내와 자녀의 감정이 지닌 색깔을 지워내고 있습니다. 그는 이른바 도시농부입니다. 대체 그의 손에서 자라는 채소와 곡식은 어떤 상태일까요? 그의 아내가 어제 제게 와서 울고 또 울었습니다. 울음 멈추기를 기다리고 기다린 끝에 말해주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당신 자신이 당신의 지성소로 들어가십시오. 남편 아니라 하느님도 거기는 함부로 들어오지 못합니다. 짙은 커튼을 치십시오. 따뜻하게 자신을 감싸십시오. 이내 나지막하고 조그만 다른 세계로 들어가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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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욕忍辱으로는 모자라다

진욕進辱!

기꺼이 욕됨으로 나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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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셀 오당 지음, 김태언 옮김 / 녹색평론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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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사랑하는 능력의 손상이 표현되는 방식은 많이 있다. 물론 가장 극적인 자기파괴 행동은 자살이고, 그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10대 청소년의 자살이다. 그것은 다른 문화에서는 알려져 있지 않은 새로운 현상이며 오늘날 모든 산업국가에서 사춘기 아이들의 죽음의 주된 원인이다.

  ·······자살할 위험은 그 10대 아이들이 태어날 무렵에 산과의 역사가 어떤 단계에 있었는지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출생 시 소생술 사용은 중요한 위험 요인 중 하나다.·······기계적인 측면에서 분만에 어려움이 있었던 사람들은 자살해도 폭력적인 기계적 수단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질식에 관련된 자살은 출생 시에 있었던 질식 상태 경험과 긴밀한 관련이 있다.

  ·······어머니가 출산 시에 특정 진통제를 사용한 사람들은 약물중독자가 될 위험이 크다·······신경성 무식욕증도 자신을 사랑하는 능력의 손상으로 볼 수 있는데,·······가장 중요한 위험 요인은 두개 내 혈종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다.·······그것은 그 출산이 기계적인 관점에서 어려움이 있었음을 나타낸다.

  자폐증 역시 사랑하는 능력의 손상으로 볼 수 있다.·······겸자를 깊이 사용한 출산, 마취제를 사용한 상태의 출산, 출생 시 소생술 사용, 진통 유도 등이 아주 명백한 요인·······이다.(70-72쪽)


수많은 사람이 산업적 출산에 열광하며 의료적 개입을 축복으로 받아들이게 된 데는 분명히 그만한 이유와 근거가 있습니다. 산모와 아기의 생명 보전이 그 핵심입니다. 생명 보전은 인간의 근본 욕구입니다. 하지만 의료화와 산업화는 이 근본 욕구를 볼모 잡고 편의 극대화의 욕망체계를 급격히 구축했습니다. 자본의 즉자적·자발적 증식 운동입니다.


편의의 극대화가 몰고 온 재앙은 “사랑하는 능력의 손상”으로 요약됩니다. 사랑하는 능력이 손상된 아이들이 자살하고, 약물에 중독되고, 신경성 무식욕증에 시달리고, 자폐증에 걸립니다. 이것들은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다양한 죽임증후군입니다. ‘살림’으로 출발하여 ‘죽임’에 도달한 것입니다. 아니 살림을 기화로 죽임의 판을 짠 것입니다.


결국 인간의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는 전 과정, 그러니까 출산 전 관리·출산·출산과 관련된 질병 치료·사망 과정 관리 전체를 산업적 의료가 지배하게 되었습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이 모든 사건들을 토건 식으로 일으켜 장악한 것입니다. 살리는 일도 돈이 되고 병들게 하는 일도 돈이 되고 죽이는 일도 돈이 되기 때문입니다. 자본의 근본악입니다.


자본의 근본악 한복판에 우뚝 선 토건의학의 범죄 의료 행태를 발본색원하려면 출산에 개입하는 것을 시스템적으로 봉쇄해야 합니다. 현행 의료 시스템에서 출산 문제를 독립시키고 그 독립된 출산 시스템 아래 생명보전의 특수의료만 담당하는 산과의학 부문을 배치해야 합니다. 이 일은 근본적인 급진 개혁으로서 국가적, 아니 전 지구적 현안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과연 이런 혁명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언어도단의 실정을 해놓고도 끝없이 협잡질만 일삼는 빙의 권력이 무슨 생각 있어 근본의 일에 머리를 대겠습니까. 절망적인 조건이긴 해도 시민 자신이 저들의 수탈적 토건에 맞서 “개벽출산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합니다. 더불어 산업출산이 일으킨 질병 치유운동을 펴야 합니다. 늘 그래왔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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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죄율과 산과적 개입의 비율에는 상관관계가 있다·······.(67쪽)

  ·······출산합병증, 소생술, 출산 시 사용하는 마취제, 출산 시의 투약, 진통, 진통 유도, 진통 중의 태아 질식, 제왕절개 분만, 가사상태, 겸자, 흡입분만, 두 개강 내 혈종 등의·······키워드를 통해 우리는 출산 전후에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여러 가지 상태들을 찾아낼 수 있다. 우리가 태어날 때 어떤 식으로 태어났는가 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사교성, 공격성 등, 혹은 달리 표현해서 사랑하는 능력에 관계되고 있다·······.

  미성년의 폭력적인 범죄는·······‘타인을 사랑하는 능력 손상’으로 볼 수 있다.·······18세에 폭력적 범죄자가 되게 할 소인들 중에 출산합병증이 들어 있다.(69-70쪽)


자신을 어른으로 전제한 사람들이 아이에 대해 지니고 있는 부박하고 무책임한 통념은 무수히 많지만, 그 중에서 심리적·정신적 상처와 관련된 것은 중첩적 학대로 작용하기 때문에 단연 잔혹합니다. 두 가지만 돋우어 새기겠습니다.


첫째, 생애 초기의 상처는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인데, 이 때 어른은 그 상처를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합니다. 밖으로 드러내는 거시 의식에는 없다 하더라도 안에 감춘 미시 의식에 분명히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폭력적 무지의 소산입니다.


둘째, 기억에 뚜렷이 남아 있다가 불쑥불쑥 뛰쳐나와 괴롭히는 경우, 어른은 그 해묵은 상처를 왜 부여잡고 있느냐, 내려놓으라, 다그칩니다. 내려놓으라 한다고 해서 쉽게 내려놓을 수 있는 것이면 어떻게 그 수많은 정신장애가 그 수많은 사람들을 휘어잡고 있을까요.


언어적 표현이 거의 전혀 불가능한 생애 최초시기 기억은 몸 속 깊이 잠깁니다. 드러난 기억이라 하더라도 언어로 펴는 일에 한계가 있을수록 이성·의지의 힘으로 내쫓아지지 않습니다. 상처는 없다, 있다면 내려놓아라, 이 모두 언어적 억지 해결입니다. 언어는 어른의 흉기입니다. 언어적 흉기로 어른이 아이의 침묵하는 상처를 짓이기고 그 위에 새로이 더 깊은 상처를 만들어가는 것이 오늘날 모든 산업 문명의 타락적 본질입니다.


타락한 산과의학의 토건 식 개입으로 ‘타인을 사랑하는 능력 손상’이 일어난 아이는 필연적으로 범죄와 질병의 노예가 됩니다. 저자는 산과의사로서 이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하고 증명하고 예방하는 일에 매진해왔습니다. 가장 근본적이고 급진적인 거장입니다.


저는 산과의사가 아닙니다. 물론 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사회를 변혁해가는 큰 틀의 운동에서라면 같겠지만 저자와 똑같은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의 제게라면 이미 범죄와 질병에 사로잡힌 피해자의 고통에 참여하고 함께 치유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일 것입니다.


정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아뜩 무인지경입니다. 태아기부터 생후 만1년까지 시생대 아기의 몸에 각인된 상처를 대체 어떻게 무엇으로 치유를 한단 말입니까. 여태까지 제가 해온 방식으론 어림없습니다. 정녕 제 앞에 생의 마지막 토굴이 텅 기다리고 있습니다. 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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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수많은 지용성 화학합성물에 의한 자궁 내 오염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 화학물질 다수는 산업영농, 특히 살충제 및 제초제와 긴밀히 관련이 있다.(19쪽)


  ·······많은 인공 화학물질들·······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한다.(23쪽)


  ·······산업영농과 산업적 출산은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같은 현상의 두 가지 면모라고 주장할 수조차 있다.(30쪽)


20세기 총아 산업영농과 산업적 출산이 포개지는 지점에 인공 화학물질이 똬리를 틀고 앉아 있습니다. 저자는 주로 산업영농 과정에서 유입되는 인공 화학물질이 자궁을 오염시키는 문제를 거론하지만 실은 산업적 출산 과정에서 유입되는 인공 화학물질이 더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산업영농 과정에서 인공 화학물질은 의도적으로 사람 몸에 유입되지 않으나 산업적 출산 과정에서는 치료라는 목적으로, 약이라는 이름으로 대놓고 사람 몸에 유입되기 때문입니다. 사람한테 뿌려지지 않는 살충제·제초제와 사람에게 투여되는 약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통념이 문제의식을 교란시킨 듯합니다. 과학의 이치로 볼 때 서양의·약학의 화학합성약물이 살충제·제초제와 다를 까닭은 없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그런 인공 화학물질이 사람 몸에 들어가 어떤 좋지 않은 변화를 일으키느냐는 것입니다.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작용을 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폭넓은 함의를 지닙니다. 저자가 언급한 남성 생식기관 이상, 나아가 남성 태아에 가해지는 위협만이 아닙니다. 에스트로겐의 이상 변동은 필경 성조숙증의 원인일 수 있을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에스트로겐의 변화 주기가 세로토닌 변화 주기와 관련 있다는 연구 결과가 사실이라면 이는 우울장애, 강박장애의 원인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인류가 스스로의 삶을 윤택하게 하기 위해 만든 인공 화학물질이 인류를 질병과 죽음으로 내모는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대체 어떤 어두운 힘이 인류를 이런 자기 파괴의 길로 이끌어왔을까요?


물론 지금 인류가 마주한 상황을 하나의 형식논리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의 구성과 운동이 비대칭의 대칭, 그러니까 대칭의 자발적 붕괴와 재건의 과정인 것은 언제든 어디서든 진실입니다. 진화와 발전의 어떤 “열광”인 실재가 분명히 있습니다. 타락과 퇴화의 어떤 “재앙”인 실재도 분명히 있습니다. 문제는 열광의 탐욕이 재앙에 대한 공포를 탈감시킴으로써 인류 전체를 어리석음의 무덤에 파묻으려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리석음은 파멸의 향도입니다. 파멸을 막으려면 어리석음을 자각해야만 합니다. 어리석음을 자각하려면 현실 전체를 있는 그대로 느껴야만 합니다. 현실 전체를 있는 그대로 느끼려면 인류 최후의 영성을 지녀야만 합니다. 그것은 겸공 謙恭입니다. 오직 겸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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