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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무엇인가 : 사랑의 과학화 - 자연주의 출산의 거장이 전하는 21세기 사랑의 의미
미셀 오당 지음, 장 재키 옮김 / 마더북스(마더커뮤니케이션)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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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통과 출산 과정에서 엄마와 아기는 서로 호르몬을 분비한다.(36쪽)


지난 60년 동안의 제 인간과 인생을 돌아보면 사람이든 세상이든 어긋난 만남으로 점철된 나날이었던 듯합니다. 때로는 너무 이르게 때로는 너무 늦게 사람이나 세상과 만나는 바람에 인간 성취가 인생 성공으로 이어지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현재 모습을 실패로 규정할 수는 없으나 인간으로서 성취한 각성과 실천에 비해 인생에 남긴 것이 현저히 모자라다는 자괴 어린 판단은 분명한 근거를 지니고 있습니다. 쟁여진 채 썩어가는 인간적 자산과 소진되지 않는 열정을 감지할 때면 문득 회한이 밀려들기도 합니다.


저와 제 삶의 이 어긋남은 아마도 수태되고 낳아지고 최초로 양육되는 과정에서 어머니와 어긋난 것이 근원이지 싶습니다. 아버지와 결별하기로 되어 있는 상태에서 생긴 아이였으니 어머니 삶에서 저는 너무 늦게 찾아온 것이었습니다. 어머니의 거부를 뚫고 태어나 모유 수유를 거절당한 아이인 만큼 저는 너무 일찍 모진 인생을 시작한 것이었습니다. 어머니와 한 사이클로 옥시토신·엔도르핀·아드레날린·노르아드레날린을 분비하면서 사랑·상호의존·행복·각성·자기보호·감정조절/교류를 익힐 기회를 앗긴 것이었습니다.


병아리가 껍질을 깨려고 안에서 쪼는 것을 줄啐이라 합니다. 어미닭이 도우려고 밖에서 쪼는 것을 탁啄이라 합니다. 두 행동이 같이 이루어지는 것을 동기同機라고 합니다. 병아리와 어미닭이 하는 일을 인간이 하지 않는다면 인간이라고 할 까닭이 무엇입니까. 아니 인간이 인간이어서 그 무제약적 진화 끝자락에 일으킨 문명의 타락으로 생명의 기나긴 숭고전승을 끊어버린 것일 터입니다. 인간이 참으로 인간다우려면 인간 이전의 숭고전승 앞에 무릎 꿇어야만 합니다. 줄탁동기啐啄同機를 화두로 들어야만 합니다.


줄탁동기는 <벽암록>에 이미 불가의 공안으로 등재되어 있거니와 오늘 대한민국의 상황을 보면 정치적 공안이 되어야 마땅합니다. 국민이 줄啐하면 권력이 동기同機에 탁啄하는 것이 민주공화국입니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세월호사건을 필두로 비선실세사건에 이르기까지 권력은 줄탁동기啐啄同機 아닌 줄탁동기啐濁同機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탁은 추악한 행위를 말합니다. 날조, 막지, 호통, 협박, 유체이탈 어법 따위로 진실을 덮는 짓입니다. 음란하고 음산하며 음험한 자들이 씨익 웃는 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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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무엇인가 : 사랑의 과학화 - 자연주의 출산의 거장이 전하는 21세기 사랑의 의미
미셀 오당 지음, 장 재키 옮김 / 마더북스(마더커뮤니케이션)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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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과 식사를 같이 할 때도 ‘사랑의 호르몬’ 수치가 높아진·······다. 식사를 같이 한다는 것은 단순히 먹는 행위 이상의 것이며 이것은 동료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한 방법이다.(33쪽)


홀로 밥 먹으면 청승맞다 하고 홀로 술 마시면 알코올중독 같다 해도 저는 오랫동안 그렇게 하는 것이 좋았습니다. 그러다가 마음치유를 하면서부터 상담한 분들과 식사를 같이 하는 일이 마치 당연한 순서처럼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식사를 같이 한다는 것은 단순히 먹는 행위 이상의 것”이라는 사실을 진즉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먼저 그런 제안을 하고 상담 오신 분들도 흔쾌히 응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반주가 곁들여진 식사 자리는 자연스럽게 상담의 2부 순서, 아니 심화 상담 단계로 위상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오히려 식사자리가 더 중요하게 여겨지기도 합니다. 의사와 술잔을 기울이며 생의 내밀한 냄새까지 함께 맡는 일이 고통 받는 사람에게는 하나의 제의ritual로 다가오기에 충분하니 말입니다. 적어도 이 시공에서 저는 영적인 의사, 곧 의사儀司인 셈입니다.


함께 먹는 것이 어떻게 사랑으로, 제의로 연결될까요? 인간의 생명현상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그래서 가장 거룩한 사건은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것, 먹고 싸는 것, 자고 깨(어 일하)는 것, 몸을 주고받는 것[성교, 출산, 수유], 마음을 주고받는 것[언어, 비언어적 소통·교감]입니다. 각기 전혀 다른 사건처럼 보이지만 실은 이들 모두 같은 실재의 분화일 뿐입니다. 분화 이전의 아득한 시원으로 돌아가 보면 단세포 생물이 다세포 생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최초의 결합, 그러니까 성性현상은 바로 식食현상이었습니다. 먹어서 사랑하고 사랑해서 먹습니다. 이 일들에 담긴 거룩한 놀이, 즐거운 제의라는 비대칭의 대칭성을 도구화된 문명 이전의 인류는 온전히 감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감각의 복구가 향락으로 기울어진 산업문명 인류를 치유·구원하는 일입니다.


오늘도 오후 5시에 어김없이 상담이 시작될 것입니다. 연기자를 지망하는 청년이 우울증 때문에 4주째 와서 상담하고 있습니다. 연기 공부를 하는 그가 현실에서는 딱 두 가지 반응으로 삶을 지탱합니다. 홀로 있을 때는 웁니다. 다른 사람과 같이 있을 때는 웃습니다. 이 웃음은 눈물을 숨기기 위한 것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그는 우는 반응 하나만으로 제 감정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그가 우는 까닭은 다른 감정, 예컨대 분노를 드러내지 못하도록 억압 받았기 때문입니다. 울 때 흐느끼는 것이 그 증거입니다. 더 엄밀히 말하자면 우는 것조차 그의 반응이 아닙니다. 엉엉 울지 못하는 억압된 울음부터 풀어주어야 합니다. 제가 말합니다. “크게 소리 내서 통곡해라.” 티슈를 통째로 밀어줍니다. 이어서 말합니다. “실컷 울어라.” 한참 울고 나서 그가 배시시 웃습니다. 끝으로 말합니다. “이제 밥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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