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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무엇인가 : 사랑의 과학화 - 자연주의 출산의 거장이 전하는 21세기 사랑의 의미
미셀 오당 지음, 장 재키 옮김 / 마더북스(마더커뮤니케이션)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아기들이 냄새를 통해 엄마를 알아내는 능력을 급속히 발달시킨다는 주장에는 상당한 증거가 있다.·······
임신 중기가 되면 태아의 콧구멍을 막고 있던 막이 삭아 없어진다. 그리고 태아가 양수를 들이마실 때 양수 안의 방향성 물질이 코 안의 후각 수용기와 만나게 된다.·······
·······엄마의 냄새는 이미 출생 당시에도 익숙한 환경이며 이러한 친숙함이 자궁 밖의 생활에 적응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분만실에서 후각 환경을 좋게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엄마의 후각이 출산을 전후한 시기에 특히 예민해진다.·······출산 직후 엄마나 아기는 모두 서로를 인식하는 데 냄새를 이용하는 것이 분명한 듯하다.(103-105쪽)
후각은 인간이 최초로 가지는 감각입니다. 정자精子는 후각 수용체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주화성에 힘입어 난자 쪽으로 이동해갑니다. 수정을 거쳐 태아가 되면 그 때부터는 직접적인 후각 기능을 가집니다. 적어도 인간 생명의 감각에 관한 한 “태초에 후각이 있었다.”가 진리입니다. 이 감각의 연대기는 신생아 때 수면 습관과 심리적 안정에서 시작하여 생의 마지막 회한까지 비가역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신생아가 후각을 통해 엄마를 느낀다는 사실이 근원적 중요성을 지닙니다.
아기가 후각을 통해 엄마를 느낀다는 것은 감정 차원부터 엄마와 소통한다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후각 수용체가 있는 대뇌 변연계는 감정의 중추입니다. 후각에 대한 즉각적 반응에서 인간의 원시감정이 생겨나 다양한 켜와 결의 감정들로 분화합니다. 이 다양한 감정들을 교류함으로써 아기는 관계적 존재로 성장합니다. 이렇게 먼저 발생한 감정에 뒤이어 이성과 의지가 발생해 각기 다른 마음의 층위로 구성됩니다.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무엇보다 감정을 움직여야 합니다. 그럼에도 근대 철학 이후 심리학은 물론 정신의학조차 감정을 이성과 의지 아래 둡니다. 진실에 어긋납니다. 감정으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후각으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인간은 후각인간homo olfactus입니다.
“후각은 생의 비밀, 낮은 지대의 뒷골목에 가장 핍진하게 밀접해 있는 감각이며 가장 능동적으로 어딘가로 끊임없이 흘러가는 감각이다.”(『김선우의 사물들』130쪽)
생의 비밀, 낮은 지대의 뒷골목이란 인간이면 누구나 지니고 있는 트라우마의 거처이며, 가장 예민한 감정의 결이며, 인격적 사회적 본질입니다. 그것은 사람을 따라, 사건을 따라 끊임없이 흘러갑니다. 그 능동적 흐름으로서 생의 감각이 다름 아닌 자아입니다. 자아는 그런 것입니다. 요컨대 자아는 관계 맺는 존재로서 인간이 상처를 따라 그려 나아가는 신음과 치유의 궤적입니다. 신음은 반응reaction이며 치유는 감응response입니다. 물론 감응은 반응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반응의 불을 댕기는 것이 바로 후각입니다. 냄새 맡지 못 하면 결국 치유는 없는 것입니다. 하여, 살아야 하는, 살아 내야만 하는, 생명은 끊임없이 킁킁대며 냄새를 좇아 흘러가는, 아파서 홀가분한 무엇입니다.
언어도단言語道斷. 박근혜-최순실 정변으로 드러나고 있는 대한민국 지배층의 타락과 패악을 보면서 떠올린 말입니다. 박근혜도 최순실도 그 졸개들도 모두 인간의 근본을 파괴한 괴물들입니다. 저들의 무도함에 속절없이 죽어간 생명, 특히 세월호 아이들을 생각하면 치 떨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들이 죄에서 빠져나가는 일일랑 결단코 막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우리 모두 생의 비밀, 낮은 지대의 뒷골목에 가장 핍진하게 밀접해 있는 감각, 그러니까 후각을 회복해야 합니다. 살려야 하고 살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