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제약회사 - 거대 제약회사들의 살인적인 조직범죄
피터 괴체 지음, 윤소하 옮김 / 공존 / 201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의 원제는 『Deadly Medicines and Organized Crime』이다. 이것을 번역자가 왜  『위험한 제약회사 라고 번역했을까 잠시 생각했는데,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간다. 사실 Medicine(s)는 의학과 약물을 아우르는 말이라서 우리가 느끼는 어감과 영어권 어감이 퍽 다르지 싶다. 복수로 쓰면 약물이라는 뜻을 향하는 게 확실하지만, 의학 없이 약 없으니, 궁극적 지점은 의학 또는 의사에게 가 닿는다고 볼 때, 기왕에 우회할 거면 의학 또는 의사를 겨냥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나는 이렇게까지 세밀하고 광범위하게는 아니지만 진실의 대강을 알고 있었던 터라 시종 의사의 눈으로 이 책을 읽었다. 제약회사를 고발한 것이 아니라 백색의학·백색의사를 고발한 것으로 받아들였다는 뜻이다. 나는 이 책에 나오는 범죄와 직접적으로는 그다지 관련이 없다. 무지 상태에서 얼마쯤은 먹었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거의 그 백색독극물을 입에 대지 않은 채 살아왔다. 내 가족은 나보다 좀 더 많이 저들의 공격을 받았다. 고통 속에서 나를 찾는 수많은 환우들은 지금 이 시각에도 저들 범죄의 희생양으로 살고 있다. 나는 결코 제삼자가 아니다. 이 진실을 공유할 의무를 지고 있다. 내가 녹색의학을 논의하고 녹색의사를 행동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제법 많은 사람이 허현회의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81가지 이유』라는 책을 알고 있다. 그의 주장과 죽음이 지닌 어떤 극단 때문에 중요한 진실이 도맷값으로 희화화됐지만, 이 책의 내용과 상당 부분 일치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허현회의 책을 읽고 펄펄 뛰면서 반박하는 책을 내겠다던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는 무슨 말을 할까, 나는 궁금하지 않다. 머릿속이 돈으로 들어 찬 사람들의 생각을 나는 훤히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서둘러 리뷰나 쓰는 것이 현명할 터. 이 리뷰 또한 주해 형식을 취한다. 다만 책의 순서를 그대로 따르고 싶지는 않다. 우선 가장 큰 관심사인 정신의학 분야부터 입을 댄다. 화급하고 참담하다는 심경에 짓눌려 거기부터 읽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이 책을 좀 더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마음부터 간절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담즙의 조성은 성별에 따라 다르다.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은 모두 담즙의 콜레스테롤 함량을 높인다. 프로게스테론은 또한 담낭 수축을 억제해 담즙을 십이지장으로 분비하는 속도를 떨어뜨린다. 따라서 프로게스테론 수치가 높은 월경 전이나 임신 기간에는 남성보다 여성이 담낭 질환에 걸리는 빈도가 높다.·······

  담즙의 조성은 월경 주기와 임신에 따라 변한다. 담즙 분해물의 일부는 여성의 결장암 발병 위험성을 높인다. 그리고 아마도 그 빈도가 여성에게서 2배 이상 높게 나타나는 궤양결장염이나 국소장염 또는 크론병과 같은 장의 염증성 질환도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124쪽)

  ·······담낭 절제술이 결장암 발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담낭을 제거함으로써 담즙이 계속 장으로 흘러들어 결장을 자극하기 때문이다.(133쪽)


우울장애로 숙의치료를 했던 여성이 인사차 찾아왔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담낭제거수술을 받기로 예약했다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했다. 나는 정색하고 그 내용을 소상하게 물었다. 담즙 이야기를 핵심으로 결장암 이야기까지 하면서 예약 취소하고 치료 계획을 전면 재조정하라 일러주었다.


백색의학의 판단력은 여성의 몸이 남성과 다른 점에 유의하지 않는다. 백색의학의 주의력은 몸과 건강 전체에 미치지 못한다. 전공의 테두리 안에 갇혀서 요법의 포르노를 매력 포인트로 삼는다. 외과의사는 사람 몸에 칼 대는 일에 기탄없다. 내과의사는 조폭보다 더 잔혹한 범죄 집단인 제약회사가 만들어내는 백색화학합성물질 먹이는 일에 기탄없다.


남성과 다른 조성, 특히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담즙이 여성의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앞으로 좀 더 면밀한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담석증, 과민성장증후군, 기능성 장 장애와 연결될 뿐만 아니라 불안·우울을 포함한 정신질환과도 상호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동아시아 전통의학은 담(쓸개)을 중정中正의 기관이라 인식했다. 단순히 담즙을 담아두는 주머니가 아니었다. 우리말 ‘쓸개 빠진 인간’이란 표현은 지조, 바른 판단, 최후 결단과 같은 정신 작용을 담낭에 귀속시킨 사유의 반향이다. 이것은 단순한 비과학적 은유가 아니다. 위장관이 마음에 미치는 영향이 속속 밝혀지고 있거니와, 머지않아 담즙의 신비, 특히 여성 마음의 복잡한 결과 미묘한 겹에 닿아 있는 메커니즘이 드러나리라 본다.


담낭 질환에 여성이 취약하다는 것은 모름지기 사회 환경과 무관하지 않다. 백색문명의 가부장체제가 초래한 성차별은 수천 년 동안 여성을 ‘쓸개 빠진 인간’으로 묶어 놓지 않았던가. 녹색의학은 와신상담의 세월이 발효시킨 성 인지 의학이다. 주어진 문제에서 정답 찾기만 하지는 않는다. 문제 자체를 전복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정상적인 소화 과정에서, 음식물이 위를 통과하는 시간은 남성이 여성보다 30% 빠르다. 액체의 경우 거의 2배나 더 빠르다. 그 이유는 잘 모르고, 다만 배란 호르몬 특히 프로게스테론이 여성의 위에서 음식물 통과 시간을 늦출 것이라 추측할 뿐이다. 그래서 식사 후 여성은 남성보다 훨씬 더 포만감을 느끼고 트림을 자주한다.(121쪽)


앞의 두 문장과 뒤의 두 문장 사이에 어긋남이 있다. 왜냐하면 프로게스테론의 분비에는 주기성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프로게스테론 작용 때문이 분명하다면 앞의 두 문장에는 시기를 명시하는 부가 내용이 첨가돼야 한다. 에스트로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하면 어긋남은 많이 해소된다.


프로게스테론이 소화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메커니즘은 아직 잘 모르지만) 분명해 보인다. 에스트로겐(정확히는 에스트라디올)은 타우린 억제 기능을 한다. 타우린은 GABA 수준을 높이는 물질이므로 에스트로겐 분비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히 GABA 활성 저하로 이어진다. GABA 활성이 떨어지면 소화주기가 늘어진다. 프로게스테론과 에스트로겐 분비 증가가 겹치는 월경 직전에 특히 많은 여성들이 속이 더부룩하다거나 가스가 찬다고 호소하는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런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일상생활에서 남성은 말할 것도 없고 여성 자신도 월경주기를 점검하면서 배려해야 할 일이 있다. 무엇보다 식사 시간과 식단을 조정해야 한다. 식사 직후 하는 설거지도 남성이 대신하거나 그럴 형편이 아니라면 시간을 어느 정도 늦추는 것이 좋다. 그뿐만 아니다. GABA 비활성은 불안을 야기하므로 심리적 배려도 필요하다.


의학을 공부하지 않은 일반 시민이 이런 지식을 지닐 가능성은 매우 낮다. TV를 포함한 대중매체가 온갖 건강 관련 담론을 쏟아내지만 대부분 정보 포르노에 해당하는 것들이다. 인간의 거의 모든 삶을 의료화한 세상이면서도 정작 필요한 지식은 유통시키지 않는다. 돈독 오른 백색의학이 그려내는 씁쓸한 풍경화다. 월경주기를 고려해서 처방 조절하는 백색의사에 관한 소식을 듣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녹색의학 혁명이 필요할 따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