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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위대한 화학자 - 잃어버린 식물의 언어 속에 숨어 있는 생태적 의미
스티븐 해로드 뷔흐너 지음, 박윤정 옮김 / 양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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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박테리아는 복잡한 육상생활 형태를 만들어내면서 그들 자체의 박테리아 군집을 형성한다. 이것이 바로 움직이는 근계, 즉 진짜로 ‘살아 있는 땅’을 만든다. 포유류와 초식 곤충, 새, 벌레, 그 외의 다른 토양생물은 식물을 먹은 다음, 그들 내부에 있는 박테리아 군집을 통해 이를 처리한다. 그리고 ‘똥거름’ 형태로 땅 위나 땅 속으로 옮긴다. 이 움직이는 토양 군집은 식물 군락과 긴밀하게 얽혀 있는 생태계 전역으로 이동하면서, 식물 화학물질의 분해와 분배를 조절한다.(230쪽)
살아 있는 개체 현상으로는 불가능하나 사실상으로 낭·풀이 이동하는 방식은 세 가지다. 동물의 몸과 일체를 이루는 것, 숲을 이루는 것, 이 둘은 별도로 이야기할 기회를 기다린다. 토양 군집을 이루는 것이 오늘 이야기다.
땅이 움직인다고 말하면 우리는 퇴적, 풍화, 지각변동, 대륙이동과 같은 거대 현상을 떠올린다. 그나마도 교육을 매개로 한 정보 차원에서 안다고 하는 것이지 실제로는 장구한 세월에 걸쳐 일어나므로 일상의 감각에서라면 “산천은 의구하다”다.
낭·풀이 박테리아 군집 덕분에 토양 군집으로 변신해 생태계 전역으로 이동하는 일은 장구한 세월이 지나가도 눈에 띄지 않는 소미 현상이므로 산천의구에조차 끼지 못한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거대 이동도 이 소미 이동의 영향 아래 있다.
토양 군집 이동은 물적·공간적 이동이 아니라 질적·구성적 이동이다. 이로써 땅의 화학이 이동하고, 낭·풀이 이동하고, 숲이 이동하고, 바이오매스 균형추가 이동하고, 조수 흐름이 이동하고, 지축이 이동하고, 마침내 지구 생태계 전체가 이동한다.
바이러스가 인간 전체 풍속도를 단박에 통째로 바꾼 오늘의 사태는 인간이 스스로를 전복하지 않아서 일어난 실패다. 가이아의 감정과 표정을 천변만화 역동 풍경으로 이끌고 가는 낭·풀의 소미한 몸에 인간은 한시바삐 스스로 가 닿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