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앤 J. 리가토가 2002년에 쓴『이브의 몸』이 한국어로 번역·출간된 것은 2년 뒤였다. 나는 13년 넘게 이 책을 옆에 두고 수시로 읽어왔다. 되도록 많은 사람에게 소개하려 애 썼다. 그러는 동안 한국성인지의학회가 창립되고 그 자리에 메리앤 J. 리가토가 참석했다는 소식 정도를 들었다. 거기까지다. 이제 사위는 예와 다름없이 고요하다. 적어도 한국의 백색의학은 남성의학으로서 굳건한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이브의 몸』은 이미 절판되었다.


나는 오늘 이 책, 『이브의 몸』을 불러낸다. 내가 고안한 주해리뷰 형식을 빌려 찬찬히 돌아보려 한다.





여성의 몸이 남성의 그것과 다르다고 할 때, 그래서 병이 다르니 달리 진단하고 치료해야 한다, 여기까지만 가면 안 된다. 여성의 다른 몸으로 느끼고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는 의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이야기를 해야 한다. 여성이 인식하는 세계, 인간 생명, 건강, 질병, 진단, 치료와 치유 전체를 재구성해야 한다. 이 새로운 의학은 단순히 남성의학과 1:1 대응 관계에 서는 것이 아니다. 남성의학을 포괄하면서 넘어서는 광대함과 남성의학이 담아내지 못한 소미함이 모두 들어 있는, 이를테면 ‘어머니’ 의학이다.


글을 써가면서 이런 이야기를 새로이 하겠지만, 이미 졸저 『안녕, 우울증』의 14개 절(15-28) 70쪽(109-178)에 걸쳐 이야기한 내용과 포개지는 것은 불가피할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백색문명의 하늘은 높고 크다. 녹색문명의 하늘은 낮고 작다. 낮고 작아서 보이지 않는 실재가 하늘이다. 땅과 땅 사이, 너와 나 사이, 흙과 흙 사이, 아메바와 아메바 사이, 쿼크와 쿼크 사이가 하늘이다. 하늘은 끝내 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백색문명은 아이 학대 문명이다. 백색의학은 아이 학대 의학이다.


아이 학대는 태아 때부터 시작된다. 산업출산 시스템에 묶여 옴짝달싹 할 수 없는 현대사회에서 임신을 확인한 여성은 불문곡직 병원으로 향한다. 그 때부터 태아는 병원의 관리, 아니 학대 아래 사실상 환자로 취급 받으며 자유로운 성장을 몰수당하기 시작한다. 출산과 양육 과정에서도 이 학대는 지속되고 강화된다.


아무도 이 출산·양육 시스템의 토건 방식 의료화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사이, 아이들의 병은 깊어간다. 깊이 병든 아이들이 자라 깊이 병든 어른이 된다. 깊이 병든 어른 n명 속에는 각각 n명의 성장을 멈춘 아이가 웅크리고 있다. 백색의학은 그러니까 n×n명의 아이들을 합법적으로 죽이는, 전쟁보다 더욱 무서운, 범죄다.


백색의학은 예방과 치료라는 미명 아래 테러를 가함으로써 아이로 하여금 테러리스트를 자신의 수호신이라 믿게 한다. 각각 n명의 아이들로 구성된 n명의 가짜 어른은 오늘도 한 움큼씩 백색화학합성물을 만나로 여기며 먹는다. 이들에게서 임신-출산-양육 과정의 의료화 차꼬를 풀어주어야만 문제는 원천적으로 해결된다.


녹색의학은 n명 어른 속 n×n명의 아이를 인정하는 의학이다. 녹색의학은, 근본적으로, 병든 n×n명의 아이를 있는 그대로 느끼고 알아차리고 받아들여 양육하는 일이 의학이라는 사실을 자각하는 과정 전체다. 녹색의학은 모든 질병이 백색문명이 일으킨 발달불균형증후군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 치유를 천명으로 삼는 자세다.


녹색문명은 아이 존중 문명이다. 녹색의학은 아이 존중 의학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