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제약회사 - 거대 제약회사들의 살인적인 조직범죄
피터 괴체 지음, 윤소하 옮김 / 공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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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의학의 위기는 심각하다. 급성 질환이던 것을 만성으로 바꾸어 놓았을 뿐 아니라, 정상 상태를 치료대상으로 삼고 있다. 향정신성약물이 오만가지 질병에 쓰이고 있다.(343쪽)

  향정신성약물은 화학적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일으킨다. 그래서 약을 중단하기가 그토록 어려운 것이다. 몇 주 이상 복용하면, 이런 약은 그것이 치료해야 할 질병을 오히려 유발한다. 과거에는 많은 경우, ‘자가 회복 질환’이었던 조현병, ADHD, 우울증이 우리가 먹는 약으로 인해 만성적인 장애가 됐다.(345쪽)


갈수록 글쓰기가 힘들다. 분노가 이성을 마구 헝클어 놓는다. 어두운 전망이 의지를 여지없이 꺾어버린다. 백전백패할 수밖에 없는 예감을 안은 채 누군들 감연히 전선에 서랴. 많은 가까운 이들이 백색정신의학의 제물로 스러져가는데 나는 속수무책이다. 내 절규는, 알고도 속절없이 끌려들어가는 가엾은 이들의 터럭 하나 건드리지 못한다. 발끝을 태우고 들어오는 통렬함에 온 영혼을 흔들어도 이적은 찾아오지 않는다. 어찌 할까. 어찌 살까. 어찌 될까.


정상 상태인 사람을 정신장애로 몰아 백색화학합성물질을 먹이면 화학적 불균형 상태를 일으켜 치료 대상인 그 질병을 유발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질병은 평생 백색화학합성물질에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되는 만성장애가 된다. 스스로 회복할 수 있었던 많은 질병도 백색화학합성물질을 먹고 나서는 그 물질에 의존하는 만성장애가 된다. 총 쏴서 부상 입혀 잡아온 포로나 다름없다. 아, 다른 점 있구나. 돈 낸다는 점. 그것도 자발적으로. 감사하며. 망할.


사람의 생명을 놓고 토건 벌이는 살해자본주의가 가장 총애하는 화수분을 들라면 아마도 정신질환과 암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암도 암이지만 정신질환은 사회문화적, 정치경제적으로 대단히 심각한 문제다. 청년들과 아이들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백색정신의학의 토건에 포획된다면 인류의 미래는 암울하다. 이런 분야에서 특히 미국 식민지나 다름없는 우리나라의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청년과 아이들을 우울증애, ADHD 따위로 몰아 편하게 관리하려는 정신의학, 교육, 관료집단의 카르텔을 깨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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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복 사용 긴장성 손상RSI은 힘줄, 관절, 근육을 긴장시키는 특정 동작을 계속 되풀이하는 경우에 일어난다.·······

  여성은 반복 사용 긴장성 손상에 더욱 취약하다. 대부분의 사무기기가 남성을 대상으로 설계된 것을 부분적 이유로 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여성은 ‘자판을 두드리는 일’에 남성보다 많이 종사한다.(264쪽)


여성이 남성과 다르다 하면 으레 떠올리는 통속한 이미지만으로도 백색문명은 충분히 통속하다. 통속한 눈에는 “대부분의 사무기기가 남성을 대상으로 설계된 것”이란 사실이 들어오지 않는다. 통속한 눈에는 “여성은 ‘자판을 두드리는 일’에 남성보다 많이 종사한다.”는 사실이 들어오지 않는다. 제 눈에 들어오지 않는 이 사실에서 비롯한 RSI를 백색문명이 주목할 리 없다. 주목했다면 사무기기 시장 풍경이 달라졌으리라. 주목했다면 직업의 남녀불평등구조가 달라졌으리라. 이 부질없는 이야기를 부질없이 하는 까닭은 뭔가.


이치를 따지자면 우리 이야기는 순서가 거꾸로 되었다. 백색문명이 자기보전의 근간으로 먼저 남녀불평등구조를 만들었고 그 구조의 유구함이 저 도저한 통속함으로 쌓인 것이니 말이다. 통속함에서 놓여나려면 본진으로 단도직입해야 한다. 백색의사가 그 눈으로 RSI에 주목한대봐야 오십 보 백 보다. 자신이 빠져 있는 문명의 함정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는 인문의 눈을 떠야 한다. 의사이기 전에 인간인 근원 조건으로 진입해 사유하고 성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한 발을 앞으로 들어 넘어질 위기 속에 투신부터 해야 한다.


그 다음, 허공에 띄운 발을 더 앞으로 내밀고 몸 전체의 무게 중심을 이동시켜 위기를 증폭시킨다. 마지막으로, 안정을 무너뜨리기 위해 다른 발로 힘차게 기존의 땅을 뒤로 밀어 위기를 극대화한다. 그러면 먼저 나간 발이 새로운 땅에 닿으며 새로운 안정을 준비한다. 새로운 안정은 찰나적이다. 바로 다음 순간 다른 무너짐이 시작되니 말이다. 그렇다. 근원에 이르려는 자는 끊임없이 걸어 나아가야 한다. 백색문명은 정지, 그러니까 제자리에서 같은 동작을 영원히 반복하려는 탐욕에 사로잡혀 있다. 백색문명은 RSI 그 자체다.


백색문명이 RSI를 확대재생산하면서 생긴 이익은 0.1%가 가져가고 손실은 99.9%가 짊어진다. 99.9%는 아래로 갈수록 여성이 많아진다. 그 여성은 다시 겹겹의 RSI를 뒤집어쓴 채 살아간다. 녹색문명은 백색문명의 등을 떠민다. 한 발을 앞으로 들어라 촉구한다. 무게 중심을 앞으로 기울여라 독려한다. 다른 한 발을 뒤로 힘껏 밀어라 손뼉 친다. 그리고 구호를 외친다. 근원을 향하라. 인간을 향하라. 평등을 향하라. 자유를 향하라. 평화를 향하라. 사랑을 향하라. La marche est spiritualité, elle nous connecte à l’univ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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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는 우주 진리를 몸 사건으로 일으킨다. 두 발은 비대칭의 대칭을 이루며 움직인다. 앞으로 나아가고 뒤로 미는 동작을 교차 반복한다. 찰나적으로 땅에서 연속되고 나머지 모든 시간 동안은 땅에서 단절된다. 연속될 때는 단정하게, 단절될 때는 기우뚱하게 균형을 이룬다. 걷기는 정확하고 절묘하게 우주 운동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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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괴체 지음, 윤소하 옮김 / 공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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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의 양극성장애는 미국에서 20년 사이에 35배 증가했다. 단지 진단기준이 완화되어 이런 사태가 유발된 것은 아니다.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계열 약과 ADHD 약 모두 양극성장애를 유발하며, 이 약들 때문에 아동, 청소년 10명 중에 1명은 우울증이나 ADHD가 양극성장애로 바뀔 수 있다. 그런데 정신과 전문의들은 이걸 ‘개선된’ 진단이라 부른다. 그들은 한술 더 떠서 약 덕분에 제대로 된 진단이 이루어졌다고 말하기도 한다.(339쪽)


양극성장애는 주로 SSRI와 ADHD 약에 의해 유발되는, 그 원인이 의사에게 있는 의원醫原성 질환이다.(394쪽)


실로 점입가경이다. 살 떨린다.


양극성장애는 주로 SSRI와 ADHD 약에 의해 유발되는, 그 원인이 의사에게 있는 의원醫原성 질환이다.


이 책을 읽으며 확인한 사실이 준 충격 가운데 가장 큰 두 개를 한꺼번에 품은 문장이다. SSRI와 ADHD 약이 유사 암페타민 효과를 나타낸다. 유사 암페타민 효과가 양극성장애를 몰고 온다. 이 대목에서 욕이라도 하지 않으면 인간으로서 도리가 아니다. 이명박근혜보다더그악한악마들아미쳐날뛰며만들고처방한그화학합성물질처먹고치료저항양극성장애걸려서100세까지개고생하다정신병원에갇힌채는적는적허물어져라. 욕이 되려나 모르겠다.


양극성장애는 정말 어려운 병이다. 정신과 의사가 발명해낸 병이니 오죽하랴. 이 어려운 병을 만든 뒤 또 치료한답시고 독한 화학물질 먹이는 정신 나간 정신과 의사 그 누구도 단죄되지 않는 세상에 함께 살면서 마음 아픈 사람 숙의치유 하겠노라 동동거리는 내 꼬락서니가 한없이 한심하다. 다만 한 사람에게라도 더 이런 진실을 알리면서 변방을 지키는 삶이나마 곡진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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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관절은 남성보다 느슨하다. 그 이유는 부분적으로 호르몬(에스트로겐과 릴랙신)의 농도가 월경주기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에스트로겐은 힘줄과 인대의 콜라겐 형성 속도를 늦춘다. 그래서 월경주기 가운데 에스트로겐 수치가 치솟는 배란기에 특히 부상이 잘 일어난다.·······릴랙신은 에스트로겐과 마찬가지로 콜라겐의 전환을 촉진하고 관절을 고정하고 있는 힘줄과 인대를 느슨하게 한다.(261-262쪽)


마을 의료기관에서 가장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일 가운데 하나가 손목이나 발목이 삐어서 오는 사람에게 하는 치료다. 병 자체도 그렇거니와 치료 내용도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병의 상태를 알기 위한 간단한 문진을 제외하고는 어떤 대화도 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치료 방식이 다를 뿐 한의사든 정형외과 양의사든 기본적으로 보여주는 동일한 백색의학 일상routine이다. 이 일상에서 녹색의학은 화들짝 깨어난다. 손목이나 발목이 삐어서 오는 여성일 경우, 필수다. 배란기를 확인한다. 월경주기·임신·출산에 따른 손·발목 관절 문제를 이야기한다. 사실 이 정도만으로도 백색의학과 녹색의학은 확연히 구분된다. 이야기를 좀 더 넓혀본다.


관절이 어디 손·발목뿐인가. 손·발가락, 팔꿈치, 어깨, 목, 등, 허리, 대퇴, 무릎·······그러고 보면 관절이 아니면 몸이 아니다. 몸이 아니면 생명이 아니다. 생명으로서 펼치는 실천, 관계, 안정, 균형, 지지, 표현, 지향들이 모두 관절에서 나온다. 실천, 관계, 안정, 균형, 지지, 표현, 지향들에서 여성은 남성과 다르다. 개인 생리뿐만 아니라 사회문화, 정치경제적 지평에서도 다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열악한 조건 속에 놓인다. 이 조건 때문에 여성이 더 많은 관절 병에 이환된다. 한 여성이 반복해서 관절 병으로 찾아온다면 녹색의사는 반드시 그 여성의 삶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 녹색의사는 발목 삐어서 무심코 침 맞으러 온 여성의 인생 문제를 숙의할 줄 아는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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