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앤 J. 리가토가 제창한 Gender-specific Medicine을 번역자는 ‘성 차이를 고려한 의학’이라 옮겼다. 내 생각에는 ‘성 특정 의학’이라 하는 것이 나을 듯하다. 지금처럼 남성 중심이면서 ‘보편’을 전유하는 의학 아래 여성의학 아닌 산부인과의학을 배속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의학과 여성의학을 평등한 두 축, 엄밀하게 말하면 비대칭의 대칭으로 놓되 둘도 아니고 하나도 아닌不二而不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진단과 치료 전반에 걸친 새로운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교육 내용과 과정도 개편해야 한다. 이런 대대적이 변화가 불가피한 까닭은 부분적인 손질에 그치면 반드시 여성의학은 ‘곁다리’가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부가적 지식을 얹어놓는 식으로 어물쩍 넘어가게 하면 안 된다. 여성의학은 남성의학과 전혀 다른 생명감각으로 접근해야만 하는 지점과 영역이 명확히 존재한다.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결국 하나의 혁명이 필요하다.



이 책이 출간되고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현재 메리앤 J. 리가토가 새로운 땅 어디 쯤 도달했는지 알지 못한다. 나는 내 나름대로 성 특정 의학을 실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마음병 문제에 주의하여 공부하고 치유한다. 갈 길은 먼데 벌써 황혼이 깃들기 시작했다. 초조해할 것은 없다. 가는 꼭 그만큼이 내 천명 아니겠나. 삶에 둔 종자신뢰를 거두지 않는 한 갈 만큼 가게 될 것이다. 기댈랑은 않고 그저 어떤 궁금함으로 발맘발맘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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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제약회사 - 거대 제약회사들의 살인적인 조직범죄
피터 괴체 지음, 윤소하 옮김 / 공존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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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설문조사에서 FDA 소속 과학자 중 70%가 FDA가 허가한 제품의 안전성을 확신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실로 무서운 일이다.(194쪽)

  제약회사들은 정권에도 손을 뻗어 부정부패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제약회사들의 로비는 워싱턴 D.C.에서 가장 심하다. 제약회사들은 또 정치 후원금도 두둑하게 낸다. 후원금은 대부분 공화당으로 간다.·······1994년에는 공화당에서 그나마 FDA마저 아예 해체하고 제약회사들의 자체 규제를 허용하려고도 했다!(202쪽)

  미국 대법원은 FDA가 허가한 의료기기로 피해를 본 환자는 제조사를 고소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207쪽)


이쯤 되면 제약회사가 권력을 부패로 물들인 것인지, 부패한 권력이 제약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된 것이지 도통 알 수 없는 혼돈 상태다. 하기는 미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미증유의 부패 금융제국이니 앞뒤 가려봐야 부질없다. 행정·입법·사법 모두가 저렇듯 속속들이 썩은 돈의 복마전에서 세계 지배 전략이 나오는 걸 보면 종말론이라는 게 마냥 신화만은 아님이 틀림없다. 심판의 신은 끝내 없을 테지만 저주의 최후 나팔the last trump은 진즉 울렸다.


조만간 저 부패 제국의 나팔Trump이 대한민국을 향해 울 것이다. 송두리째 부패한 권력의 주제 선율이 어떤 부패 음을 싸갈길지 근심무인지경이다. 잡귀 씌운 매판 년 둘이 싸갈긴 부패 음 삭제는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했는데 종주국 수괴가 들이닥치면 식민지 부패 본진이 또 무슨 부패 음을 조작할trump지 걱정 휘영청하다. 자유당 국‘개’의원 놈들이 도열해서 큰절 올린다는 소문도 뒤숭숭하다. 참 남루의 시간이다. 남루에 부쳐 목 놓아 호곡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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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에 걸린 여성 흡연자에게는 특정 유전자(K-ras) 손상이 있는데, 남성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현상이다. 다시 말해 이 유전적 취약성에 의해 담배의 발암 물질을 중화시키는 신체 능력이 손상되어 암에 걸리기 쉽다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여성이 간접흡연으로 암에 걸리기 쉬운 현상을 설명해준다.(371쪽)


담배회사들은·······니코틴의 엄청난 중독성을 숨겼을 뿐만 아니라, 이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담배의 중독성을 교묘하게 강화시켜 왔다. 건강과 목숨을 앗아가는 흡연 습관에서 흡연자들이 언제까지나 헤어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367쪽)


결국 메리앤 J. 리가토와 피터 C. 괴체는 여기서 만난다.


담배회사 경영자들은 1994년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니코틴에 중독성이 없다고 증언했지만, 실은 수십 년 전부터 그들은 그것이 거짓말임을 알고 있었다. 미국의 거대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는 연구 업체를 설립해서 부류연sidestream 흡연의 위험성에 관한 증거를 확인했는데, 800편이 넘는 연구 보고서가 나왔지만 단 한 편도 발표하지 않았다.(『위험한 제약회사』 20쪽)


피터 C. 괴체의 고발은 본디 이렇게 시작했다.


유감스럽게도 오늘날 우리는 인간이 만든 두 가지 유행병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 바로 담배와 처방약이다.”( 『위험한 제약회사』 19쪽)


담배회사와 제약회사는 공통점이 많다. 도덕적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인명 경시가 이 회사들의 전형적인 행태다.”(『위험한 제약회사』 20쪽)


사실 담배회사와 제약회사의 공통점은 좀 더 근본적이고 실재적이다.


소녀들이 담배를 피우는 이유는 단지 멋있고 세련된 이미지 때문만은 아니다. 담배를 피우기 시작하면 곧 담배가 체형을 날씬하게 유지시키는 효과가 있음을 (또한 담배를 끊을 때 체중이 엄청나게 늘어난다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그리고 흡연은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완화시켜준다. 이들이 어른이 되어서 담배를 끊고 싶어 할 때, 비슷한 흡연 경력을 가진 같은 연령의 남성보다 훨씬 끊기 어려워진다.”(369쪽)


그러니까 담배도 일종의 약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유사 마약 효과를 지닌 백색화학합성물질이다. 기본 재료가 자연식물이어도 거기에 “담배의 중독성을 교묘하게 강화”하는 첨가물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담배회사는 극력 부인하지만 그들의 전반적 행태로 보아 거짓말임에 틀림없다. 이름이 다를 뿐 담배회사와 제약회사는 동체다. 여기에 의사집단을 보태면 죽음을 팔아먹는 삼위일체 메두사가 완성된다.


담배는 더 이상 기호품이 아니다. 개인 취향 문제로 치부할 단계를 진즉 지났다. 사회정치적 어젠다로 하루빨리 설정해야 한다. 담뱃값 올려 13조원 수탈하는 한편 공포감 조장하는 이른바 공익광고 때리는 식의 얄팍한 전술로는 어림없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20대 여성 흡연율이 상대적으로 높고, 10대 여성 흡연율도 높아지는 추세이기 때문에 촌각을 다투는 상황이다.


백색의학이 담배회사와 제약회사의 주구 노릇을 하면서 인류에게 뿌린 독은 여성에게 더욱 심각하다. 무엇보다 젊고 어린 여성에게 뿌려진 독은 다음 세대로 이어질 것이니 실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녹색의사를 천명 삼은 자로서 고민은 하염없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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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상술을 다루면서 환자단체를 언급하지 않고 지나갈 수는 없다. 환자 단체는 대개 거대 제약회사의 자금 후원을 받는다. 그래서 제약회사와 같은 목소리를 낸다.(185쪽)


과문한 탓에 저지르는 오류일 수도 있는데, 듣기로 인류 역사에서 동족을 공식으로 노비 삼은 종족은 우리밖에 없다고 한다. 만일 사실이라면 그 심리를 심층적으로 살펴야 한다. 얼핏 생각하면 동족끼리 어찌 그럴 수 있나 싶지만 사실은 그래서 더욱 잔혹이 깊어진다. 왜냐하면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타자를 학대한다는 죄의식이 형성되지 않는다. 타자에게 학대당한다는 피해의식이 형성되지 않는다. 둘은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수긍하기 어렵나. 사실 이런 잔혹은 오늘날에도 전승되고 있다. 같은 신앙인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착취한 기업 이랜드, 같은 신앙인이라는 이유로 임금을 착취당하면서 견딘 이랜드 노동자가 대표적인 예다. 소규모 업장에서 피차 친족의 호칭으로 부르는 것도 여기에 당한다. 평소에는 가깝게 느껴지고 좋지만 이해 갈등이 발생하면 강자의 수탈 구실이 되고 만다. 혼인으로 맺어지는 가족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결혼식 가면 주례한테 흔히 듣는 말이 있다. 며느리라 생각 말고 딸이라 여겨라, 사위라 생각 말고 아들이라 여겨라. 그 결과가 대부분 어떻게 나타나는지 알지 않나.


이렇게 트인 눈으로 저간의 한국사회를 들여다보면 누가 어떻게 상전으로 군림했고 누가 어떻게 종노릇을 해왔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상전 노릇 한 자들은 걸핏하면 국가와 민족을 들먹이며, 하나라고 속삭이며 등골을 빼먹어왔다. 종노릇 한 자들은 눈물을 흘리며, 제 살을 베어가며 그 하나를 지키는 것이 도리라고 믿어왔다. 그 잔혹사는 자신감에 눈이 먼 한 인간의 패악으로 절정을 이루었다. 민중이 그 멱을 따면서 막을 내렸지만 이제부터다. 하나라는 허위의식에서 놓여나야 한다. 피차 다른, 그래서 깍듯하게 존중해야 하는 존재임을 전제해야 비로소 하나의 참 뜻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민주주의는 이것을 이루어가는 과정이다.


어리석기 짝이 없으면서도 자신감에 가득 차 동족의 등골을 파먹었던 박근혜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영민함으로 무장한 다국적 제약회사가 이 마케팅을 놓칠 리 없다. 환자단체를 매수, 심지어 설립해서 환자를 단체로 죽이고 있다. 환자단체는 죄의식이 없다. 환자는 피해의식이 없다. 이 무지를 아는 제약회사만이 악마의 미소를 머금은 채 돈을 쓸어간다. 바로 그 돈으로 산 죽음의 독극물이 지금 이 순간 팔만 뻗으면 한두 알 쯤 집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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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제약회사 - 거대 제약회사들의 살인적인 조직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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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익상충은 보통 ‘1차적 이익(환자의 복지, 연구의 타당성 등)과 관련된 전문직 판단이 2차적 이익(금전적 이득 등)에 의해 대체로 과도한 영향을 받는 상황’으로 정의한다.(123쪽)

  최고로 권위 있는 학술지들도 제약회사 임상실험을 다루면서 심각한 이익상충을 경험한다. 너무나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면 재쇄 판매 기회를 놓쳐 큰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학저널》의 전 편집장 리처드 스미스는 “의학지는 제약회사의 또 다른 마케팅 무기”라는 논문을 썼다.(124쪽)

  ·······제약회사들은 의사와 의학지 편집자를 매수함으로써 의학을 건강 증진이 목표인 공공재에서, 금전적 이득을 최대화하는 것이 1차적 기능인 상품으로 변모시켰다.·······유감스럽게도 의학지는 의학 부패의 실질적인 원흉이다.(131쪽)


내 아침 출근 과정에는 25분가량 산길 걷기가 포함된다. 관악산 까치능선 일부인데 숲을 이루고 있는 곳은 제법 원시림 느낌을 자아낸다. 큰 나무들이 자연사해서 곳곳에 쓰러져 있다. 지척에 고층 아파트가 즐비하건만 꾀꼬리, 꿩, 까마귀 같은 새들의 울음소리도 들을 수 있다. 청설모가 떨어뜨리는 도토리를 줍기도 한다. 이런 길을 걸을 때마다 나는 마치 50여 년 전의 오대산 길을 걷듯 마음이 고요해진다.


이 고요를 깨뜨리는 고약한 사람이 두엇 있다. 70대 전후한 남성인데 라디오를 허리춤에 차고 걷는다. 그 라디오에서는 어김없이 뉴스가 흘러나온다. 나는 그들을 대할 때마다 착잡한 심경에 사로잡힌다. 저들에게 뉴스는 이미 단순한 소식이 아니다. 종교적 진리며 신의 계시다. 깨달음의 원천이며 구원의 근거다. 이승만과 박정희가 세뇌한바 저들은 무한한 신뢰로써 뉴스 앞에 엎드려 큰절한다.


어디 저들뿐이랴. 제약회사가 건네주는 자료를 의사들은 뉴스로 믿는다. 그런 자료를 받아 적은 의사의 논문을 의학지는 뉴스로 싣는다. 의학도나 관련 일반인들은 의학지를 뉴스로 읽는다. 결국 뉴스의 본질은 가짜가 된다. 가짜 뉴스는 이른바 ‘늬우스’교를 일으키는 태초의 말씀으로 군림한다. 하염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늬우스’를 경청하는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라디오든 의학지든 결국 예배를 위한 지성소다. 산책도 아니고 연구도 아닌 것이다. 어처구니없다 싶다가도 처연해진다. 대체 인간이란 게 고작 이뿐인가, 울컥해진다.


마케팅과 연구가 혼효를 일으킬 때 거기서 생산되는 과학담론은 개소리가 된다. 홍보와 정견이 혼효를 일으킬 때 거기서 생산되는 정치담론은 개소리가 된다. 구복과 구원이 혼효를 일으킬 때 거기서 생산되는 종교담론은 개소리가 된다. 개소리가 접수한 백색사회는 의도된 무지를 탑재한 자들과 알고 나서도 ‘그래서 뭐 어쩌라고’를 장착한 자들을 사냥개로 풀어놓는다. 녹색인간은 물어 뜯겨 피를 흘린다. 핏빛이 붉을수록 녹색은 선명해진다. 녹색의 선명함 하나를 잃지 않으려고 모든 것을 내준다. 진욕進辱이 개벽을 앞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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