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 세월호의 시간을 건너는 가족들의 육성기록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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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절망의 사이에,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싸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지난 5년간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과 안전 사회 건설을 위한 ‘416운동’을 견인해온 세월호유가족입니다. 재난 유가족이 이렇게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활동을 펼치는 것은 한국사회에서 유례가 없는 일입니다. 그 일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요.·······

  유가족은 말합니다. 이렇게 싸울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을 잃었기 때문이라고요.·······그런데 정말 그것만이 이유일까요.·······

  우리가 싸우는 유가족을 보며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사실 하나가 있습니다. 그들이 펼치고 있는 싸움의 빛깔에 관해서입니다. 그들은 그저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정의와 싸우기로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세상이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지만, 뒤흔들려야 할 것은 세상임을 깨달았습니다. 너를 사랑하는 마음을, 너와 같은 모두를 살리는 마음으로 넓히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그날 이후 나를 둘러싼 세상을 이전과 다르게 구성하며 살아왔습니다.(5-6쪽)


지난 5년 동안 박근혜 패거리를 포함한 매판독재분단세력이 세월호참사와 그 희생자에게 보여준 행태 일체는 그대로 고의에 의한 살인죄의 자백이다. 고의가 어느 시점부터 어떻게 작동했든지 간에 저들은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질렀고, 증거를 인멸했고, 진실을 조작했고, 정치에 악용했고, 이득을 취했음이 분명하다. 저들은 오랜 시간 쌓아온 내공 덕에 원톱시스템의 일사불란한 지휘를 받지 않아도 스스로 조직하며, 변신하며, 영속화한다. 목하 자유당과 태극기부대가 준동하는 꼴을 보면 우습다가도 그 뒷배가 무섭다는 생각이 더 깊어진다. 저들의 유치하고 뻔뻔한 자신감은 물경 1500년 역사를 자랑한다. 장구한 시간에 걸쳐 저들은 자기 패거리만의 부귀영화를 위해 중앙 권력에서 변두리 유치원까지 지배자 카르텔을 구축했다.


지배자 카르텔이 살해와 수탈의 피바람으로 시공을 쓸고 가는 동안 민중은 대부분 피지배자 프레임에 갇혀 변혁의 확고한 주체로 자리 잡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수없이 명멸했던 민란의 영성은 갑오농민혁명, 3·1혁명, 4·19혁명, 5·18혁명으로 이어지며 성장했다. 마침내 촛불혁명은 역사상 처음으로 현직 국가원수를 파면하고 그 정부를 궤멸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미증유의 사건 선두에 “‘416운동’을 견인해온 세월호유가족”이 서 있었다. 416운동은 “한국사회에서 유례가 없는” “재난 유가족”의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활동”이다. 재난 유가족은 엄밀하게 말하면 권력에 의해 살해되고 버려진 사람들의 공동체다. 버려진 사람들, 그러니까 바리데기들의 자발적인 네트워킹이기 때문에 조직 너머 무엇을 지향할 수 있는 것이다.


조직 너머 무엇은 “그저 억울함을 풀기 위해서가 아니라, 부정의와 싸우기로 선택한” 가치요 미학이다. 이 선택은 “세상이 그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지만, 뒤흔들려야 할 것은 세상임을 깨달”은 데서 나온 결단이다. 이 결단은 “너를 사랑하는 마음을, 너와 같은 모두를 살리는 마음으로 넓히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이 사는 대동 세상의 추구다. 개인적인 피해자의식에서 벗어나 “나를 둘러싼 세상을 이전과 다르게 구성”하려는 혁명이다. 혁명, 그 진정한 발걸음이 “그날 이후” 시작된 것이다. 그날, 2014년 4월 16일은 1500년 매판 범죄의 결산일이자, 단군 이래 가장 웅숭깊은 근원혁명의 발발일이다. 이 경이로운 역설에서 우리 공동체의 도저한 영성, 버림받은 자가 세상을 구원한다는 바리사상의 개화가 시작된다. 그 이름 416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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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봄인가 보다와

봄엔 봄꽃이 핀다의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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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우리의 창을 두드렸다 - 세월호의 시간을 건너는 가족들의 육성기록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창비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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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책을 열었다 덮었다 한다. 차마 읽지 못하겠다는 마음은 허풍인 것 같고 반드시 읽어 진실 앞에 함께 서겠다는 마음은 오만인 것 같으니 달리 길이 없다. 아우슈비츠를 그린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를 마주해 열고 덮기를 반복하면서 영혼이 부서져 열렸던 그 기억이 불현듯 떠오른다.


나치와 다를 바 없는 이 땅의 살인집단은 오늘도 천인공노할 언동을 계속한다. 416가족의 고통을 처절하게 짓밟았던 박근혜가 살을 베어내는 통증이 있다고 엄살떨면서 형집행정지를 요구한다. 그의 주구들이 이 협잡을 거드는 한편 막말과 막말 비호 퍼레이드를 벌여 희생자의 등에 다시 한 번 칼을 꽂아 넣는다.


저들의 악행에 화를 내는 일은 쉽다. 쉽다는 것은 그뿐이라는 뜻이다. ‘그뿐’을 넘어서려면 저들의 악행을 결결이 겹겹이 기억해두어야 한다. 저들의 악행과 결결이 겹겹이 맞물리며 증폭되는 것이 바로 416가족의 고통이기 때문이다. 416가족이 어떻게 고통의 장에서 자신과 사회를 성숙시켜 가는지 발맘발맘 좇아가 합류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걸음걸음깨알 같이 상처 입힌 살인집단의 죄악을 쫓아가 심판해야 한다.


박근혜 떼거지를 포함한 매판독재분단세력을 온전히 심판하고서야 416가족은 416공동체로 완성된다. 416가족이 416공동체로 완성되어가는 과정에 참여하는 일이야말로 2014년 4월 16일 이후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천명이다. 정의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데 진실의 결곡함과 사랑의 상상력은 서로 손잡고 춤추며 나아간다. 진실과 사랑으로 춤추기 위해 우리의 창을 두드리는 그날을 극진히 호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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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 살인사건과 수형에 휘말린 극심한 우울장애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던 청년과 상담했다. 선문답 같은 대화 끝에 그는 나를 백그라운드 삼아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나는 부단히 벗으로, 증인으로 곁을 지키려 애썼지만 힘든 현실 삶을 울며불며 견디던 그가 기어이 스스로 목숨을 거두었다. 나와 만나기로 약속한 날 꼭 일주일 전에. 나는 부모상을 당했을 때보다 더 비통하게 울었다. 약속한 인사동에 흰옷 입고 나와 그를 맞는다. 국수 한 그릇, 그리고 그가 좋아했던 소주 한 잔 놓아준다. 무슨 말을 하랴. 그의 모진 운명, 그리고 거기 잠시 깃들었던 못난 의자의 운명을 가만 들여다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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