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원 화장실쪽 벽에 담쟁이가 새잎2020을 피워 올리고 있다. 옆 건물과의 사이가 좁아 하루 고작 십 분가량 햇빛을 받는 곳이라 그 눈부신 연두에는 계절의 간절함이 담긴 듯도 하고 카르페 디엠의 유쾌함이 담긴 듯도 하다. 비극과 희극의 지성소는 같은 곳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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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란 무엇인가 - 농담과 유머의 사회심리학
테리 이글턴 지음, 손성화 옮김 / 문학사상사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희극은·······무자비한 축소의 제스처를 포함한다. 즉 허무와 치유 사이의 가느다란 선을 밟아 뭉갠다.(80쪽)


<5. 가면 벗기 또는 벗기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가면을 벗으면 된다.·······예수는 신의 가면을 벗고 인간이 되었다. 죄 없는 인간의 가면을 벗고 사형수로 죽었다. 죽음의 가면을 벗고 무덤을 비웠다. 부활의 가면을 벗고 막달라 마리아에게서 거점마저 지웠다. “나를 만지지 마라!” 우주 최강의 유쾌한 우스개다.


가면은 뭔가? “축소”의 타깃인 거대와 의미다. 거대는 본디 허구다. 의미는 당최 없다. 이 진실을 폭로하는 것이 우스개다. 우스개는 찰나적으로 인간 존재의 거점을 아득한 허무 속에 던진다. 허무 속에서 가뭇없이 존재의 거점이 지워져나가는 인간을 향해 신의 마지막 말씀이 날아든다. “나를 만지지 마라!” 신이 친히, 그것도 먼저 존재의 거점을 지운다는 선포다. “허무와 치유 사이의 가느다란 선을 밟아 뭉갠” 우주 최강 “무자비”다. 무자비한 이 말씀 한마디로 허무와 치유의 지평은 융해된다. 역설의 절정에서 터져 나오는 욼음과 함께 웅대한 신화는 소미한 역사로 완성된다. 장엄 쥐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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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란 무엇인가 - 농담과 유머의 사회심리학
테리 이글턴 지음, 손성화 옮김 / 문학사상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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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유머의 가장 전통적인 기능 중의 하나는 사회개혁이다. 비판으로 인간의 잘못을 고치게 할 수는 없지만 풍자로는 가능하다. 이 경우 적대는 고상하고 정중한 결말로 이어진다.(74쪽)


415총선은 위대한 우스개였다. 이 우스개는 이름도 입도 없는 민중이 표 하나로 구사한 추상같은 풍자였다. 나경원·김진태·민경욱·이언주가 아무리 막말을 해도 민중은 비판하지 않았다. 조용히 투표장 가서 발열 체크 받고 비닐장갑 끼고 꾹 한 번 눌렀을 뿐이다. 다음날이 밝기 전에 나경원·김진태·민경욱·이언주는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


조선일보프레임 언론과 윤석열 검찰, 그리고 미통당이 총선을 겨냥해 작심하고 벌인 이른바 조국전쟁을 지켜보면서 민중은 저들을 비판하지 않았다. 조용히 투표장 가서 발열 체크 받고 비닐장갑 끼고 꾹 한 번 눌렀을 뿐이다. 다음날이 밝기 전에 조선일보프레임 언론과 윤석열 검찰, 그리고 미통당은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


이른바 조국전쟁을 거치면서 뜨르르한 진보지식명망가 최장집·홍세화·김누리·강준만·진중권은 조국과 문재인을 가차 없이 비판했다. 민중은 저들의 비판 또한 비판하지 않았다. 조용히 투표장 가서 발열 체크 받고 비닐장갑 끼고 꾹 한 번 눌렀을 뿐이다. 다음날이 밝기 전에 최장집·홍세화·김누리·강준만·진중권은 웃음거리가 되어버렸다.


웃음거리가 된 저들은 그 사실을 모른다. 저들은 태도를 바꾸지 않는다. 태도를 바꾼 것은 민중이다. 민중은 스스로의 우스개로 스스로를 저들과 함께 웃음거리가 되게 함으로써 유쾌하게 판을 뒤집어버렸다. 실제로 어떤 자가 이번 선거를 개돼지의 선거라 하지 않았던가. "그래. 나 개돼지다. 개돼지가 만든 판에서 어디 한번 놀아봐라."


촛불은 촛불이라서, 선거는 선거라서 한계가 있다고 그때마다 나서서 촐싹거리던 똑똑하고 잘난 자들을 묵묵히 견딘 결과, 민중은 시나브로 “고상하고 정중한” 치유 도정에 스스로를 놓아가고 있다. 근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불가항력적으로 영혼을 더럽힐 수밖에 없었던 치욕과 그 죄의식을 걷어내며 민중은 웃음의 지성소를 되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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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란 무엇인가 - 농담과 유머의 사회심리학
테리 이글턴 지음, 손성화 옮김 / 문학사상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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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극과 리얼리즘의 연결 자체는 도발적이다. 유머가 지배욕과 소유욕을 진정시킴으로써 욕구와 필요의 강박에서 해방된 시선으로 세상을 보도록 해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저 자기 계획의 일환일 뿐, 더 이상의 의미와 가치를 지니지 못한다. 실제로 웃는 몸은 그 같은 작용을 할 수 없다.·······희극은 위협적인 분위기를 떨쳐냄으로써 세상사를 더 가깝게 만들지만, 그와 동시에 깊은 감정을 사라지게 한다. 요란스런 요구나 욕망과 무관하게 파악할 수 있는 지점으로 현실을 밀어낸다. 즉각적 실천을 면제한다는 측면에서 유머는 예술과 한 맥락이다.(63-64쪽)


우스개는 삶이 우스꽝스러운 유희이며 우아한 방기放棄라는 진실을 일깨우는 소식 놀이다. 소식 놀이에는 질량이 존재하지 않는다. 질량 없는 놀이에 빠진 몸은 “작용을 할 수 없다.” 작용할 수 없는 몸에서 “깊은 감정”은 사라진다. 깊은 감정이 사라진 몸은 “현실을 밀어낸다.


현실을 부둥켜안고 “즉각적 실천”에 돌입하려면 몸이 깊은 감정을 담고 있어야 한다. 깊은 감정이란 실천의 에너지로 전화할 질량 정서다. 이 질량 정서 유발은 우르개의 몫이다. 우르개는 삶이 엄숙한 과업이며 숭고한 저항이라는 진실을 전해주는 기운 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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