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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신이 집사람 구속 기소를 촉구하는 광화문 집회가 25일(토) 오후에 열렸다. 장관은 단연 깃발이었다. 커다란 전통 문양 깃발에서 손바닥 크기 종이 깃발에 이르기까지 “100만” 깃발이 빚어내는 펄럭임과 일렁임은 그만으로도 가슴 뭉클하게 하는 일대 사건이었다. 결결이 번져가는 구호와 함성, 백인 백색 자유발언, 신명 나는 공연이 어우러지면서 K-민주주의는 찰나마다 약동하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깃발은 자기 정체성과 주장을 가리키는 표지며 실천과 참여 역동을 고취하는 향도다. 깃발 풍경을 보면 집회 성격과 수준을 단박에 알아차릴 수 있다.
전광훈 떼거리 집회에는 태극기와 다윗 별(이스라엘 국)기, 그리고 성조(미국)기가 등장한다. 끝났을 때 태극기 팽개치고 가는 짓 보면 애국은 허울이고 속마음에 일장기가 펄럭이고 있을 테다. 현실 이스라엘을 성서 이스라엘과 동일시해 신앙 본진으로 삼고, 미국을 그 신앙 전해주고 공산주의에서 구원해 준 은인으로 여기는 무지몽매가 불러낸 부박한 블랙코미디다. 신학도 교의도 윤리도 없는 사이비 오컬트일 뿐이다. 구호는 악다구니고, 발언은 개소리고, 공연은 싸구려 복음성가 따위뿐이다. 문화도 정치도 없다. 교회 두겁 쓴 매국노 게토일 따름이다.
이렇듯 일소에 부치는 일은 쉽다. 그러나 여기서 배설되는 유튜브에 중독된 권력자가 자기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사실, 그래서 나라가 엉망진창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놓고 보면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저들과 저들을 둘러싼 무리가 최소한 25%라는 말은 들어도 들어도 아뜩함이 줄어들지 않는 마력을 지닌다. 다른 나라도 그런가? 모르겠다. 안팎 일급 지식인 그 누구도 온전히 제국주의론 범주에서 우리를 이해시키지 않으나 나는 대한민국이 여전히 중첩/누적 식민지 상태를 벗어나지 못해서 그렇다고 판단한다. 최근 2년 동안 공부한 결과다.
이번 내란 사건이 우리 사회에 엄존하는 식민지 유제와 특권층 부역 엘리트가 형성한 무섭고 더럽고 막강한 담합을 전방위로 드러내 주는 바람에 우리 절망과 희망은 맹렬하게 갈마드는 중이다. 이제 엊그제 깃발을 되돌아보며 모순을 역설로 달여낼 길을 찾는다. 역설은 불안에서 나온다. 불안은 길이 있으니 그리로 향하라고 우리를 흔든다. 흔들리며 첫발을 내디딜 때 역설이 창조된다. 그 역설을 용기라 부른다. 우리는 고비마다 경이로운 용기를 내는 이웃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들과 동심원을 이루며 민주주의 터전을 넓혀나간다. 모두 깃발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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