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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진년이니 을사년이니 하는 용어는 태음력에서 나왔으므로 엄밀하게는 아직 갑진년이다. 을사년은 설날, 그러니까 양력 129일부터다. 을사년이 오기 전에 명신이 부부를 처단해야 한다. 그러기를 바라 일 년 가까이 스마트폰 배경 화면으로 갑진부(甲辰符)를 깔고 열 때마다 기원했다. 탄핵이 인용될 때까지 배경 화면을 바꿀 수 없다.

 

사실 이런 내 RITUAL은 명신이 부부가 용산에 똬리 튼 그날부터 일상 결절점에 자리 잡았다. 출퇴근 때 열차 진입을 알리는 음악에 맞추어 8자 진언을 올렸다.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일간신문 1면 머리기사를 보고 8자 진언을 올렸다. 숲과 물을 걸으며 저 사악한 두 아이콘 뒤에 우글거리는 특권층 매판 부역 세력 처단을 빌고 또 빌었다.

 

제국주의를 샅샅이 공부하면서 우리나라 부역 실상을 낱낱이 밝히려고 수많은 글을 썼다. SNS를 통해 전해지는 집회 소식을 따라 광화문, 여의도, 남태령으로 달려갔다. 기부와 후원, 하다못해 서명으로라도 세상 바꾸는 일에 참여했다. 변방에서 주춤거리며 다가간 발걸음이라서 부끄럽지만 이렇게나마 내 60대와 소담하게 이별했다.

 

출렁이는 회한으로 이 글을 쓰는 지금 한남동 가짜 대통령 공관에서는 공수처가 체포를 시도하고 있다. 사악하고 비겁한 명신이 집사람, 석열이는 결국 체포, 구속되고 파면당한다. 이 일이 확정되면 나는 스마트폰 배경 화면을 바꿀 테다; 내가 사랑하는 나무나 풀이나 버섯 사진을 콧노래 부르며 찾아볼 테다. 20251309:1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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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한남동 매봉산을 걷기로 한다. 매봉산은 응봉산이다. 매는 우리말이고 응()은 매를 가리키는 한자어일 뿐이다. 본디 남산, 그러니까 목멱산 동쪽에 이리저리 넘실거리는 구릉들 전체가 응봉산이었다. 한남동 매봉산은 물론 금호산, 대현산, 무학봉, 응봉산으로 불리는 응봉산을 다 아우른다. 대부분 도시가 된 중구 동쪽, 성동구 서쪽 지역 상당 부분이 모두 응봉산이었다.

 

응봉산은 조선 초기 태종이나 성종이 매사냥을 나온 곳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그런 실용뿐만 아니라 풍광이 뛰어나 평양 모란봉과 비슷하다 하여 경기 모란봉으로도 불리었다. 세종도 한강을 품은 이 풍광을 동호(東湖)라 하고 독서당을 지어 선비들 공부를 장려했다. 오늘날 지명에 동호나 독서당이 남아 있는 까닭이다. 그 가운데 여기 한남동 매봉산에 가장 높은 조망지점이 있다.

 

내가 한남동 매봉산을 걷기로 한 까닭은 서남 자락에 김명신과 윤석열이 도사린 대통령 관저가 있어서다. 다 아는 대로 본디 외교부장관공관을 김명신이 강탈하고 불법 증축까지 해가며 제 아방궁으로 써먹는 중이다. 혹시 산책로를 막아 놓거나 입구부터 검문하고 통과시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그렇지는 않다. 군데군데 간이 초소와 군인을 배치해 두어 신경 쓰이게 하기는 한다.


명신궁 철조망

 

내가 스마트폰 지도를 보며 가는 모습을 보고 젊은 군인이 길 안내를 자청하기도 한다. 국회의장 공관 쪽으로 내려가는 길을 걷다가 주민을 만난다. 짐짓 물어본다. “저는 초행입니다, 저기 철조망 너머에 뭐가 있습니까?” 아연 엄숙한 대답이 돌아온다. “청와대요!” 김명신이 사이비 무속인 말을 듣고 살기 위해 도망친 곳인데 정작 마을 사람은 청와대라 부른다. 아브라카다브라!

 

나는 준비해 간 정화수를 꺼내 청와대향해 세 번 따른 뒤 8자 진언을 올린다. 철조망이 끝날 때까지 걷는 동안 8자 진언을 멈추지 않고 올린다. 한남오거리로 내려와 간단히 점심을 먹고 대사관로 따라 걸어 출발 지점인 한강진역으로 되돌아간다. 이로써 내란 수괴 영성 포위를 마친다. 포위해 놨으니, 누군가 포박해 가겠지. 나는 깊이 호흡한 뒤 가족에게 가는 지하철을 탄다.

 

지하철 안에서 생각한다. 이제부터 내게 한남동 매봉산은 한남동 백악산이다. 청운동 백악산 아래 청와대는 비었으니 여기 와서 발원함이 마땅하다. 갑진년이 다 가기 전에 오만방자한 쥐 두 마리 처단하도록 빌어 온 부() 영검을 이루려면 말이다. 여의도나 광화문처럼 한남동에서도 나는 혼자가 아니다. 여기서는 숲이 우군이며 동지다. 나는 인간, 그 너머 반제 반식민 전사다.


갑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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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보다 더 한의원이 괴괴하다. 큰일이다. 큰일이지만 당최 대책이 없으니 어찌할 도리가 없다. 그래서 광화문으로 간다. 복잡하기는 하지만 광화문역 무정차는 아니다. 역무원 안내를 따라 돌아 나온다. 지랄발광 집회에서는 윤상현이가 되지도 않는 소릴 지껄이며 턱도 없이 용을 써댄다. 악악대는 전광훈 종자들, 그래 봐야 한 줌이다. 동십자각 집회와는 규모, 활력, 내용, 모든 면에서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나는 SNS를 통해 소식을 전하면서 율곡로를 따라 천천히 걸어 안국동 네거리에서 우정국로로 방향을 튼다. 인사동9길 입구 음식점에서 530분 습관을 따라 저녁을 먹는다. 행진이 시작된다. 나는 서둘러 일어나 행진에 합류한다. 종각역을 거쳐 남대문로를 따라 명동으로 향한다. 명동 입구를 조금 지날 무렵인가. 누가 나를 톡톡 건드린다. 돌아보니 앳된 소녀가 해맑게 웃으면서 뭔가를 쏙 내민다. 단백질 바다!


 

, 이런! 아이가 또 이렇게 어른을 부끄럽게 하는구나. 내 깊은 부끄러움을 알고 짐짓 모르는 체하기라도 하듯 소녀는 내게서 눈길을 거둬들이며 정면을 향해 구호를 외친다. “윤석열 파면!” 나도 얼른 부끄러움을 수습하고 살짝 비틀어 외친다. “김명신 파멸!” 어느새 소녀는 눈길에서 저만치 멀어져간다; 내 부끄러움을 뒤로 하고 희망이 저만치 전진해 간다. 나는 이 단백질 바를 결코 내 입속에 넣지 못할 듯하다.

 

우리 행진이 전 차도를 다 점거하진 않아서 통제된 상태에서 차량 통행은 가능하다. 어느 순간 눈길이 멈춘 곳은 광역버스 안. 행진하는 우리를 향해 스마트폰 문자로 고마움을 표하는 한 젊은 여성 모습이다. 내가 크게 손을 흔들어 주자 그도 알아차리고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든다. 우리는 이렇게도 소통한다. 단백질 바 아이도 스마트폰 문자 젊은이도 나도 서로를 잊을 테지만 그날만큼은 잊지 못하리라. 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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