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통증과 열이 일어나 스러지기까지 이번에는 꼬박 여드레가 걸렸습니다. 병의 어떠함과 통증의 어떠함에는 그 때마다 특이점이 존재합니다. 대놓고 북풍한설 몰아치는 추위도 맵지만 골골이 뼛속을 파고드는 추위도 만만치 않은 법입니다. 결마다 들여다본바 이번 통증은 참으로 섬세한 것이었습니다.
심상히 시선을 바꾸려 할 때 눈동자를 움직이는 미세한 근육이 통증으로 그 존재를 드러냅니다. 담을 뱉어내려 가볍게 휴지를 집었을 때 손가락 끝 얇은 살갗이 통증으로 그 존재를 드러냅니다. 갈아입는 속옷 자락 가볍게 스칠 때 평소 씻으면서 손길 한 번 제대로 주지 않은 등背 한적한 곳이 통증으로 그 존재를 드러냅니다. 위장은커녕 그 사이 막이 매우 절묘한 통증으로 그 존재를 드러냅니다.
통증을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보듬어가는 과정에서 ‘새겨 넣는다’는 표현이 걸맞은 깨달음 하나를 얻습니다. “삶의 의미를 허랑하게 좇는 고답극단을 파한다. 사는 거 뭐 있어? 하는 통속극단을 파한다. 칼날 위에 극진함으로 선다.” 한평생 아픔 속에 살았던 유마힐Vimalakirti의 시간을 떠올리는 그런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