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알만한 분은 다 알고 계시지만 삼각지 뒷골목에 <옛집>이라는 허름한 국수집이 있습니다. 우연히 알게 되어 무더위 기승이 여전한 지난 일요일 늦은 점심을 먹기 위해 찾아갔습니다. 소문대로 손님이 꽉 차 있었습니다. 밖으로 나와 간이 식탁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온溫 국수를 시켰습니다. 생각보다 빨리 국수가 나왔습니다. 워낙 국수를 좋아하는 터라 서빙하시는 아주머니께 물었습니다.
“혹시 이 국수도 곱빼기가 있습니까?”
아주머니께서는 선선히 되물으셨습니다.
“양이 적으시다면 더 부어드릴까요?”
저는 그 말뜻을 즉시 알아차리지 못한 채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닙니다. 나중에 아예 하나 더 시키지요.”
잠시 후 아주머니는 작은 그릇에 국수를 담아 들고 다시 오셨습니다. 가득 차도록 부어주셨습니다. 제가 심상히 다시 질문했습니다.
“곱빼기 값은 얼마입니까?”
아주머니는 또 선선히 대답하셨습니다.
“저희는 곱빼기 값을 따로 더 받지 않아요.”
어허, 이런! 이 사실 하나만으로 <옛집>은 우리 시대 지상의 국수집입니다. 한 가난한 소년에게 로망이었다가 수십 년이 지나 치유로 자리 잡은 소면 국수에 이런 내러티브를 얹어주는 국수집. 다음에는 그 주인 할머니와 눈 맞춘 채 이야기 한 번 나누리라 다짐하며 땀으로 흠뻑 젖은 몸을 일으켰습니다. 이제 삼각지는 배호의 <돌아가는 삼각지>만이 아닙니다. 덥혀진 제 영혼이 발맘발맘 돌아가는 삼각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