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하고 있어>
끄룽텝으로 향하던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소식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런데
왜 그때 눈앞에서 석류 한알이 떨어졌을까
먼 나라에서 온 전언이었을까
낙법을 골몰할 새도 없이
다급히 건네야 했던 새빨간 말
글쎄,
나는 영혼 같은 건 믿지 않는다
며칠째 굴뚝에 사람이 매달려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내몰린 마음의 끝에서
제 그림자를 갉아먹는 거미와 눈 마주쳤을 때도
나는 믿지 않았지 구원이라는 말
모든 것이 정확하게 돌아간다
모든 것이 정확하게 맞물린 채
모든 문을 봉쇄하고 명령한다
다른 곳, 다른 곳은 없다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왜 자꾸 눈물이 차오르는지 묻지 못한다
돌 아니라 사람
부품 아니라 사람
그런 말들은 너무 작아서
종이 인형 하나 스러뜨리지 못하는데
왜 자꾸 날아오르려는 것일까 믿음이라는 말
짓밟힌 눈물은 나와 상관없다
서늘하게 뻗어나가는 담쟁이덩굴은 나와 상관없다
등을 돌리고 있어도
나의 하루가 일그러진다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는 거미들
후드득후드득 방 안으로 쏟아져내리는 석류 때문에
_안 희연의『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