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흔히 ‘모른다.’를 ‘알지 못한다.’로 새겨 부정어 취급을 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본디 ‘모른다.’에서 출발해 길을 떠납니다[如如only don't know]. ‘모르지 않는다.’고 부정하면서 ‘안다.’의 세계로 진입합니다[無如]. 아무리 ‘안다.’의 세계를 헤매어도 ‘모른다.’는 상태가 해소되지 않음을 깨달으면서 ‘안다.’와 ‘모른다.’의 차별이 없는 세계에 다다릅니다[一如]. 결국 ‘모른다.’에 내맡긴 채 걸림 없이 살아갑니다[卽如only go straight]. 이렇게 살아감으로써만 실재 세계를 엽니다. 아니 오직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실재 세계 그 자체입니다[卽如是如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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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접힌 언어를 펴기 위해 언어를 뒤집어 접는 행위다. 

의미-메시지에 종속되는 치유 배열은 펴기라는 목표에 함몰되어 시를 저버린다. 

의미-메시지를 경멸하는 증후 배열은 뒤집어 접기라는 방법에 함몰되어 시를 저버린다. 

시는 화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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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하고 있어>


끄룽텝으로 향하던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소식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그런데

왜 그때 눈앞에서 석류 한알이 떨어졌을까


먼 나라에서 온 전언이었을까

낙법을 골몰할 새도 없이

다급히 건네야 했던 새빨간 말


글쎄,

나는 영혼 같은 건 믿지 않는다


며칠째 굴뚝에 사람이 매달려 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내몰린 마음의 끝에서

제 그림자를 갉아먹는 거미와 눈 마주쳤을 때도


나는 믿지 않았지 구원이라는 말


모든 것이 정확하게 돌아간다

모든 것이 정확하게 맞물린 채

모든 문을 봉쇄하고 명령한다

다른 곳, 다른 곳은 없다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왜 자꾸 눈물이 차오르는지 묻지 못한다


돌 아니라 사람

부품 아니라 사람

그런 말들은 너무 작아서

종이 인형 하나 스러뜨리지 못하는데


왜 자꾸 날아오르려는 것일까 믿음이라는 말


짓밟힌 눈물은 나와 상관없다

서늘하게 뻗어나가는 담쟁이덩굴은 나와 상관없다

등을 돌리고 있어도


나의 하루가 일그러진다

시도 때도 없이 출몰하는 거미들

후드득후드득 방 안으로 쏟아져내리는 석류 때문에


_안 희연의『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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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미년 섯달 그믐 23시 59분에서 병신년 정월 초하루 0시 1분 사이

하늘과 땅이 맞닿는 깊고 푸른 언저리에서

250꽃별들과 마주하고 선다

역사와 신화를 바꾼다

다음 순간

가 닿은 바닥은

'나는 낭만주의자가 아니다'(마이클 애플)

배는 이미 뒤집혔으며 참된 진실조차 서로 모순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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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병신년 새해, 차마

축하로 맞을 수 없습니다.

비원悲願으로 손 모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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