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내희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그대로 싣는다.



현지시각으로 19일 새벽 5시 23분에 인구 200만이 넘는 이란 중부의 이스파한 인근 공군기지에서 들린 폭발음에 대한 해석이 구구하다. 한편에서는 그것은 이스랄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이란의 격이었다는 설, 다른 한편에서는 몇 대 안 되는 드론을 이란이 격추하는 소리였다는 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드론 공격이 이스랄 외부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국내에 잠입한 세력의 소행이라는 설 등이 나와 정확하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헷갈린다. 이번 ‘공격’을 누가 어떻게 한 것인지 아직 불분명한 것은 ‘범인’일 공산이 큰 이스랄 측이 말을 아끼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도 분명한 점은 공격의 규모가 크지 않았고 피해도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이란 측은 소형 드론 3대를 쏘아 떨어뜨렸고 피해는 없었다고 발표했다. 그런 점 때문인지, 러시아의 관영매체 스푸트니크는 피습 이후 이란 측이 즉각 반격에 나설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고 전한다. 매체는 이란 관리의 말을 이렇게 인용한다. “사건의 외국 출처는 확인된 바 없다. 우리는 외부의 어떤 공격도 받지 않았다. 검토해 보니 공격보다는 잠입 쪽인 것 같다.” 외부 다시 말해 이스랄로부터 직접 공격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 그들의 판단이라면, 이란 측이 구태여 이번 사태의 책임자로 이스랄을 지목하여 반격에 나설 필요는 없는 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란 공군기지 공습 시도에 이스랄이 무관할 리는 없다. 이스파한에 대한 드론 공격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NBC와 CNN 등 미국의 소식통들은 일제히 이스랄이 지난 13일 자국 영토에 대한 이란의 대규모 공습에 대한 반격을 한 것으로 보도했다. 중동의 매체들도 대부분 그런 식으로 보도하고 있다. 서로 모순되기도 하는 보도들이 난무하여 사태를 쉽게 정리하기는 어려우나, (1) 이스파한 기지에 대한 공습은 이스랄의 작품이라는 것, (2) 이란이 공습으로 피해 본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 점 때문인지, 이스랄 내각의 최고 강경론자로 꼽히는 국가안보부 장관 이타마르 벤그리브는 자신의 X 계좌에 “변변찮았다”라는 반응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인들의 반응도 이스랄의 공습이 변변찮았다는 데 동의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란의 소셜 미디어에서는 여자아이가 종이비행기를 아파트 건물에서 장난스럽게 날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비디오가 널리 공유된 모양이고, 에산 사파르네야드라는 사람은 X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조롱을 올렸다. “급보. 이스파한에 대한 이스랄의 공격으로 이란인 5명 사망, 20명 부상....과도한 웃음이 원인.”(아래 사진 참조)



이스랄의 어제 ‘반격’은 반격 같지 않은 반격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국내에서도 벤그비르 같은 인물이 그렇게 보고 있고, ‘공격당한’ 이란 측도 그렇게 보고 있다. 이스랄의 이런 모습은 매우 예외적이다. 지금까지 자국이 입은 피해에 대해서는 열 배, 백 배 갚는 모습을 보여온 것이 이스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번에는 아주 미약한 반응밖에 보이지 않았고, 자신이 행한 공격과 관련해서도 입 다물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앞으로 이스랄이 본격적인 대 이란 공격을 준비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아직은 4월 13일에 있었던 이란의 대 공습에 대한 반격을 요구하는 국내 여론을 잠재우면서 양국의 갈등이 확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조심하고 있는 것이 이스랄의 태도로 보인다. 물론 이것은 이스랄의 뒷배인 미국이 원하는 바이기도 하다. 미국은 이란의 대규모 공습 직후 이스랄에 대응을 자제할 것을 요구해왔다.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두 곳의 전쟁으로도 이미 버거운데 이스랄이 지역 강대국 이란과 전쟁을 치르는 일이 벌어지는 것은 미국으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울 상황일 것이다. 어쨌거나 이스랄은 지금 조심하고 자제하는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동안의 모습과는 달리 이스랄이 지난번에 이란에 받은 드론 및 미사일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어제 한 것과 같은 시시한 수준의 반격을 하는 것으로 그친다면, 그것은 서아시아 지역 세력 균형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났다는 징후가 아닐 수 없다. 이스랄은 미국이 뒤에 있다는 것을 밑천으로 삼아 그동안 정말 안하무인의 행동을 해왔다. 4월 1일에 다마스쿠스 이란 대사관을 공습한 것도 그런 태도의 대표적 예다. 하지만 이란이 13일에 보복으로 이스랄 본토를 직접 공격하자 이스랄은 미국과 더불어 많이 놀랐던 모양이다. 이란은 이스랄이 비엔나협약을 무시하고 자국 대사관을 공습한 뒤 정당 반격을 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고, 공습 계획에 대해서도 미국, 그리고 우회적으로 이스랄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란은 확전은 원하지 않는다며 민간이 피해가 나오지 않도록 군사 시설만 골라서 공격했다.

이란의 공습은 세 부분으로 이뤄졌다. 먼저 수백 대의 값싼 드론을 보내 이스랄과 그 우방—미국과 영국, 프랑스, 요르단—의 대공 미사일 망을 교란하고, 그다음 낡은 순항 미사일을 보내 적의 요격 능력을 더욱 소진시킨 뒤 마지막으로 탄도미사일로 목표물을 타격한 것이다.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99% 요격에 성공했다는 것이 이스랄의 주장이지만, 지난 13일의 공격은 이란의 전략적 승리였다는 것이 많은 정세분석가의 평가다. 이란은 외교적으로는 이스랄의 자국 대사관 공습에 대한 반격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엔안보리에 제소하는 절차를 거쳤고, 확전을 방지하기 위해 민간인 공격을 자제했으며, 자국의 피해보다 더 적은 피해를 이스랄에 입힘으로써 자신들의 반격이 과도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군사적으로는 세계 최고라는 이스랄 방공망을 뚫고 목표물을 성공적으로 타격하는 능력을 세계에 과시했다. 지난번 공습에서 이란은 네게브 사막의 네바팀 공군기지와 라몬 공군기지, 그리고 골란고원의 정보센터 등 이스랄의 군사자산 세 곳에 대한 타격을 성공시켰다고 알려진다.

이번에 이스파한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이란의 공습 규모가 매우 미미했던 것은 지난번 이란의 이스랄 공습 성공이라는 맥락에서만 이해할 수 있다. 이란의 공격이 워낙 정교하게 잘 이뤄진 것을 보고 자신들이 섣불리 대응하면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음을 이스랄과 미국은 뼈저리게 깨달은 듯하다. 지난번 자신들의 공습 이후 이란은 만약 이스랄이 또 자국을 공격하면 그때는 훨씬 더 큰 보복이 있을 것임을 경고했었다. 이스랄이 이란 본토를 공격하면서도 공격 같지 않은 공격을 한 것은 이란의 그런 경고를 염두에 둔 것 아닌가 싶다.

서아시아에서 이스랄이 안하무인으로 인근 국가들을 공격하던 시기는 이제 끝나가는 것 같다. 이란의 존재가 이스랄의 만행을 억제하는 시기가 온 것 같기도 하다. 이란은 서아시아에서 형성된 ‘저항의 축’에서도 주축이다. 저항의 축의 힘이 더 커져서 이스랄의 만행이 하루라도 빨리 중단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가자 지역에 벌어지는 이스랄의 학살행위도 중단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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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이 일어나기 전까지 419일은 내게 오직 사월혁명 기념일이었다. 2019년 오늘, 한 청년의 형제라는 사람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그가 스스로 목숨을 거두었다는.

 

그는 내게 상담 치료를 받은 계기로 맺어져 오랫동안 도타운 인연을 이어 왔다. 보통 사람 인생에서는 가 닿을 일이 거의 없는 살인, 재판, 교도소 같은 말에 휘감겨 삶이 송두리째 망가진 그가 온전한 정신 상태로 살아가기란 불가능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검푸른 우울과 숨 막히게 덮쳐오는 강박을 견디다 못해 찾아왔다. 나는 극적 처방으로 숨통을 틔우고,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 그가 일상으로 복귀하도록 도왔다. 내 손 붙들고 아슬아슬 살아가며 아득함을 조금씩 지워내던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는 일거에 무너졌다. 자기 때문이라는 죄책감에 습격당해 버둥거리다가 모진 삶을 홀연히 놓아버리고 만 것이다, 만나기로 약속한 날 일주일 앞두고.


 

만나기로 약속한 날 그의 영혼과 함께한 5년 전 술자리


나는 육친을 잃었을 때보다 더 크고 슬프게 울었다. 내 나름 삼년상을 치른 뒤 이제 보내주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 별난 말투, 울고 웃는 모습, 특유한 앉음새, 이따금 쓸어올리곤 하던 삼단 같은 머리채, 안주 거들떠보지도 않고 소주잔 들어 올리던 갸름하고 기다란 손가락···이 더욱 또렷하게 떠올랐다. 눈물도 마를 눈치를 보이지 않고 흘러나왔다. 오늘도 마찬가지.


한의사인 내가 왜 하필 상담 치료하는 길을 택해 이런 슬픔을 한껏 끌어안고 사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필경 내 목숨 고갱이에 새겨진 무엇이 있을 테다그저 감사함으로 쭉 간다. 1960년 오늘 일제 부역 독재정권에 맞서다 총탄에 스러지신 분들에 비하면야.



그가 내게 써준 쉴리 프뤼돔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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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내희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그대로 싣는다.




이란이 드디어 이스랄을 공격했다. 주로 이스랄의 군사 시설을 겨냥해 수백 대의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했다고 한다. 지난 4월 1일 이스랄이 시리아의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대사관 건물 부속 영사관을 공습하여 혁명수비대 소속 장성 2명을 포함해 10여 명을 죽인 데 대한 보복을 한 셈이다. 자국 대사관에 대한 이스랄의 폭격 이후 이란은 응분의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고, 각국의 언론에서도 이란의 즉각적 반격 예측이 나왔는데 생각보다는 시간이 꽤 걸린 꼴이다. 예측과는 달리 이란의 반응이 더뎌지자 말도 많았다. 한편에서는 반격을 늦추는 것이 이스랄의 불안감을 조장하는 전술이라는 해석도 있었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란이 외교적 해법을 찾는 것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14일에 대량의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한 폭격에 나섬으로써 이란은 반격 약속을 지킨 셈이다.

이란의 이번 폭격과 관련해서 많은 의견, 관찰, 주장,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내가 접한 소식들을 통해 그것들을 한 번 정리해본다. 이란의 이번 이스랄 공격의 분석표 또는 계산표라고나 할까.

1) 이란은 왜 이스랄을 공격했는가?


지난 주말 이란의 이스랄 공격은 4월 1일 이스랄이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대사관 건물 부속 영사관을 폭격하여 자국인을 죽인 데 대한 보복이다. 이스랄의 공격은 외교관계를 규율하는 1961년 비엔나협약과 1963년 영사 관계에 관한 비엔나협약을 위반한 것으로 국제법에 어긋나는 행위였다. 이에 대해 이란은 유엔안보리에 이스랄을 규탄하고 제재할 것을 요구했으나, 안보리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이란은 자국의 이해를 지키기 위해 이스랄을 직접 공격했다고 볼 수 있다.

2) 양측이 사용한 무기와 이란 공격에 따른 이스랄의 피해 상황


사헤드 드론 등 자살 드론과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미사일을 사용했다고 알려지는데, 드론과 미사일을 모두 합쳐서 300대 이상이라는 설이 많다. 일각에서는 400대를 사용했다는 말도 나온다. 이스랄 측은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공격에 대해 스스로 세계 최고 방공망임을 자랑하는 ‘강철지붕(Iron Dome)’으로 대응했다. 이스랄은 이번 방어에서 이란 측의 드론과 미사일 99%를 쏘아 떨어뜨렸다고 했고, 이란은 반대로 폭격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했다. 가장 최근에 접한 텔레그램 단신에 따르면, 미국의 고위 관리가 ABC 뉴스에 적어도 9개의 이란 미사일이 이스랄 방공망을 뚫었고 2개의 이스랄 공군기지를 타격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5개의 탄도미사일이 네바팀 공군기지를 타격해 C-130 수송기, 활주로, 격납고 등에 손상을 입혔고, 추가로 4개의 탄도미사일이 같은 기지를 타격했다는 것이다. 물론 양측 무기의 효능, 이스랄 측의 피해에 대한 정확한 내용은 시간이 좀 더 걸려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3) 이란의 폭격으로 초래된 비용


이번 이란 폭격에 대한 방어 목적으로 ‘강철지붕’을 가동해서 이스랄이 쓴 비용이 13억 달러라고 전해진다. 달러당 1,400원으로 계산하면 한화로 1조8천200억원이 단 하루에 든 셈이다. 이란도 만만치 않은 비용을 썼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오늘 올라온 텔레그램 단신 하나에서는 이란은 이번에 재고 미사일 중에 낡은 것, 폐기할 것을 많이 썼다고 한다. 반면에 이스랄은 비싼 대공 미사일을 썼을 공산이 크다. 만약 두 나라 간에 주고받는 공격이 일어나면 결국 소모전이 될 터인데, 이란이 싼 드론을 보내 공격할 수 있는 데 비해 이스랄은 그에 대응하기 위해 비싼 방어용 미사일을 써야 하므로 장기적으로는 이란이 유리하다는 것이 국제정세 관련해서 매일 듣고 있는 알렉산더 메르쿠리스의 관측이다.

4) 이란, 미국과 협상?


이란은 이번에 공격하면서 미국에 대해 자국의 계획을 미리 통보했다고 한다. 터키를 통해서 그랬다고 하는데, 미국 측이 관련 정보를 이스랄에 통보했을 터이니, 이란은 사실상 이스랄에도 공격에 대비할 시간을 준 셈이다. 이것은 이란이 이번 공격을 나름 세밀하게 조정했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이와 관련하여 파이낸셜타임스지는 이란이 “조정된 반격calibrated retaliation)”을 감행한 것으로 표현한 모양이다. 그런 것이 사실이라면 이란은 자국 대사관을 폭격한 이스랄을 응징은 하되 서아시아에서 불필요한 확전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번 공격의 범위나 대상 등을 조정하고, 또 미국에는 그런 의사를 밝히면서 이스랄이 대비할 수 있도록 ‘배려’한 듯싶다. 이란 정부가 단호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주도면밀하게 행보한다는 말인 셈이다.

5) 이란 공격의 전략적 의미


이란 테헤란 대학의 정치학 교수 모하마드 마란디가 러샤의 스푸트니크 지에 말한 바에 따르면, 이란은 이번에 이스랄의 뺨을 때려준 셈이다. “이란의 드론과 미사일 능력은 매우 발달했고 이란은 자국이 보유한 선진 미사일의 일부만 사용했을 뿐이다. 나머지는 이스랄이 13억 달러어치의 미사일 방어용 미사일을 쓰도록 보낸 미끼였다. 이스랄은 하던 짓을 계속하면 이란이 훨씬 더 강력하게 타격할 것임을 알 것이다.” 나란디는 이런 내용의 포스팅도 했다. “이란은 등식을 바꾼 셈이다. 어제저녁까지 이란은 이스랄의 도발에 대해 직접 대응하는 것을 자제해왔다. 시온주의 정권은 ISIS나 알카에다와 싸우는 이란의 장병들을 계속 살해했다. 이제부터는 어떤 공격이든 직접적이고 치명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6) 저항의 축과 이스랄 동맹국의 반응


서아시아에서 형성된 ‘저항의 축’ 세력 가운데 지금까지 이스랄을 직접 공격하지 않은 것은 이란뿐이었다. 이제 이유야 어쨌건 이스랄에 대한 공습에 나섬으로써 이란은 대 이스랄 전쟁의 당사자가 된 셈이다. 저항의 축을 형성한 세력 가운데 가장 막강한 전력과 경제력을 보유한 것이 이란이다. 그런 이란이 이스랄을 직접 공격하는 모습을 보이자 서아시아의 거리는 환호하는 인민대중으로 넘쳐났다. 이란의 공습이 진행되는 동안 예멘의 안사르 알라, 레바논의 헤즈볼라, 시리아 등이 함께 이스랄에 미사일로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반면에 이스랄을 지원한 것은 물론 미국, 영국, 요르단 등이다. 일설에는 사우디, 아랍에미리트가 이스랄로 향하는 이란 드론과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하는데 확실하지는 않다.

7) 이스랄은 이란에 반격할 것인가?


이란의 공격을 보고 미국 대통령 바이든이 이스랄 총리 네타냐후와 통화하여 반격을 자제할 것을 명령/요청했다고 전해진다. 그런 점 때문일까, 뉴욕타임스는 네타냐후가 이란에 대한 반격을 취소했다고 전하고 있다. 문 오브 알라바마는 이스랄이 꼬리는 내리는 이유를 이란이 비슷한 공격을 하면 효과적인 방어 수단이 없고, 공격이 계속되면 더더구나 그렇게 될 것이라는 데서 찾는다. 이란이 사전에 통고하고 공격했는데도 이스랄은 “세계 최고의 방공망”을 갖추고서도 군사기지 몇 군데의 피해를 피하지 못했다. 문 오브 알라바마는 이렇게 묻고 있다. “생각해보라.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이란이 경고하지 않고 타격한다면? 이스랄의 동맹국이 그런 타격을 반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거나 내켜하지 않는다면? 이란이 훨씬 더 중요한 그리고/또는 비군사적 산업 목표물을 공격한다면?”


하지만 이스랄이 과연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을는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란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받고 이스랄이 무대응으로 대응하면 이스랄 내각의 극우 세력이 그냥 있을 리가 없다. 지금도 그들은 가자의 라파 지역 공격을 요구하며 네타냐후가 거부하면 내각을 붕괴시키겠다고 위협한다. 네타냐휴는 지은 죄가 많은 탓에 총리직에서 물러나는 순간 법정에 서게 되고 감옥에 갈 공산이 매우 높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네타냐후도 이란 공격을 쉽게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물론 두고 볼 일인데, 문제는 이스랄의 이란 공격은 서아시아 지역전쟁으로, 나아가서 세계전쟁으로 번질 우려가 크다는 데 있다.

이상 이란의 이번 이스랄 공격과 관련해 제기된 문제를 나름대로 계산해봤다. 여기서 한 계산이나 평가가 다 정확하지는 않을 것이다. 저 멀리서 벌어지는 일이라 추측한 부분도 많다. 하지만 서아시아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정학적 갈등이더라도 동아시아와 무관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란과 이스랄 간에 전쟁이 일어나면 자칫 세계대전으로 비화할 우려도 있다. 세계는 지금 그만큼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는 것 같다. 자칫 우리와는 “동떨어진” 지정학적 문제로 우리까지 연루될까 걱정이다. 서아시아의 갈등이 지역전쟁, 세계대전으로 비화하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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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과 평안을 벗 삼아 천천히 집을 나선다. 교보에 들러 쭉 둘러보았으나 눈에 띄는 책이 없다. 특히 인문 신간 책 제목들은 그 가소로움이 임계점에 도달한 듯 얼씬도 못 하고 눈 밖을 벗어난다, 과학 신간도 마찬가지다. 미련 없이 나와 육상궁으로 간다.

 

칠궁을 알아서 일부러 찾는 이는 거의 없다. 본디 육상궁이며 나머지 여섯 궁은 셋방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더욱 없다. 그럼에도 육상궁만이 <육상묘>라는 현액을 걸고 있다. 모르긴 하되 분명히 어떤 야로가 있다. 볼 때마다 속이 상한다.

 

셋방에는 눈길 주지 않고 바로 육상궁으로 들어가 간절한 마음 한참 오롯이 하다 나온다. 경내 한 바퀴 돌고 꽂아둔 나무 지팡이를 확인한 뒤 절하고 물러난다. 최숙빈을 둘러싼 극적 서사에 역사적 근거가 없다 하지만 그 인류학적 반향에 나는 주의한다.

 

역사라는 무엇도 결국 견해에 지나지 않는다. 이병도와 신석호가 만든 견해를 맹하게 붙좇아 온 대한민국 역사학계에서 역사적 근거란 얼마나 주제넘은가. 제 삶은 협잡인데 역사에서 진실 따지는 지식인 위선보다 비원 담은 전승 민중 서사가 백번 낫다.

 

그 어느 때보다 천천히 백악을 걷는다. 숲에 22대 총선 결과를 보고했는데 그 제목이 태산명동서이필(泰山鳴動鼠二匹)”이다. 여태 굴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설치류 둘을 들어 축사하고 숲을 나온다. 그동안 눈에 띄지 않았던 한 음식점으로 들어간다.

 

30대 중반 남자들이 총선 이야기에 열을 올린다. 시종일관인데 육중한 사항은 한마디도 없다. 얄팍하다. 그들이 나가고 60대 중반 남자들이 들어온다. 총선 이야기를 전혀 하지 않는다. 고향과 친구를 말하는데 돈독한 이야기는 단 한마디도 없다. 얄팍하다.

 

두 무리 모두 등산 뒤풀이 모임이다. 산에서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까? 무슨 이야기였든 나는 궁금하지 않다. 산에서라고 달랐을까 싶으니 말이다. 산은 저들에게 고난도 트레드밀에 지나지 않는다. 운동기구 위에서 자기 영혼을 맑게 하는 인간이 있겠나.

 

요는 산이 아니라 숲이다; 산이 아니라 숲이 말한다. 숲이 하는 말을 들은 사람이라면 선거에 관해서도 고향과 친구에 관해서도 그리 말하지 않는다. 그 얄팍함은 인간 뇌가 지닌 진부함에서 나온다. 진부함은 참 팡이실이를 창조하지 못한다. 깊은 죄만 짓는다.

 

등산은 제국주의 부산물이다. 정착형 제국주의를 발명한 앵글로아메리카 제국이 산을 처녀로 은유함으로써 등산은 정복이 되었다. 정복자가 피정복자 음성에 귀 기울일 리 없다. 정복된 산은 더 이상 숲이 아니다. 정조 의무에 결박된 여자에 지나지 않는다.

 

정조에 결박된 여자 대표적 이름이 바로 국립공원이다. 국립공원 안에 이미 살고 있던 모든 원주민은 멸절 대상일 수밖에 없다. 정조에 결박된 여자에게 다른 남자 접근은 부도덕하기 때문이다. 제국 USA만이 아니고 다른 부역 국가 국립공원도 본질이 같다.

 

앵글로아메리카 제국이 천하를 제패한 오늘 모든 국립공원, 아니 모든 산은 숲이 아니다. 그 숲은 모조리 살해당했다. 숲은 존재하지 않는 존재다. 아메리카 대륙 토착민을 비롯한 모든 식민지 주민도 그러하다. 권력과 재력에 죽임당한 모든 이도 그러하다.

 

내가 오늘 육상궁과 백악 숲, 그리고 삼청동 음식점에서 깨달은 진실은 결단코 새롭거나 놀랍지 않다. 평범한 일상에 내려앉은 비범한 죄악을 다시 한번 응시하는 일일 뿐이다. 그렇다. 그러고 보니 오늘이 열 번째 맞는 4·16이다. 우린 여태 대체 뭘 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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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한의원 출근해서 먹는 아침 도시락과 막걸리 한 잔으로 열 번째 제상을 차렸다. 이렇게 흘려보낸 시간이 안타깝고,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시간이 아뜩하다. 잊지 않음으로써 절망 한가운데 조그만 진집 하나 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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