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일이송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그대로 싣는다




유엔 총회에서 노예무역을 "인류에 대한 가장 중대한 범죄"로 규정하는 결의안이 막 통과됐다. 123개국이 찬성표를 던졌다. 한국도 찬성표다. 그런데 반대한 나라가 셋. 미국, 이스라엘 ,아르헨티나. 파시즘 국가들답다.
이 결의안은 가나와 팔레스타인 등이 공동으로 제안한 것이다. 대서양 노예무역과 노예매매를 규탄하고, 그에 대해 '식민 배상'을 하라는 요구다. 최근 아프리카를 필두로 식민 배상 요구 운동을 펼쳐 왔었다.
한편으로 이 결의안은 여기 글로벌 자본주의가 제국-식민주의의 불평등에 기초해 있다는 걸 공유하는 취지도 담겨 있다.
1500년에서 1800년 사이, 얼마나 많은 흑인노예들이 대서양을 건넜을까? 대략 1500만 명. 그리고 이 과정에서 대략 200만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노예무역과 노예 플랜테이션이 없었다면 자본주의의 시초 축적이 가능하지 않았다. 그 수많은 노예들이 혹독한 채찍질 속에서 채굴하고 수확한 은, 목화, 설탕, 인디고 등이 유럽으로 실려가 자본 축적의 원천을 제공한 것이다.
파란색이 찬성한 국가들, 빨간색이 반대한 국가들, 살구색이 기권한 나라들. 결의안에 반대한 미국과 이스라엘, 이 두 나라가 오늘날 얼마나 악의 축인지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된다. 19세기 목화밭에서 노예를 부리며 부를 축적했고, 지금에 와서도 그 남부 이데올로기를 질료 삼아 백인우월주의를 확대재생산하는 미국답다.
물론 기권표를 던진 유럽도 한심하긴 마찬가지.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이 결의안에 기권표를 던졌다. 최근 가자와 이란 전쟁에 대한 소신 발언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15세기 말부터 수백년 동안 가장 지독하게 인종학살과 노예무역을 주도했던 스페인이 가해의 역사에 대해서는 꾹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다. 유럽중심주의의 한계다.
피식민 국가였던 한국이 결의안에 찬성을 던진 건 당연한 일. 옆나라 일본이 염치 없이 기권표를 던진 것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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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설(전 육군 군사연구소장)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그대로 싣는다

모든 전쟁은 그 역사적 시대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전쟁이란 그 자체가 인간이 직면한 역사적 시대적 모순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전쟁을 통해 모순이 어떻게 해소되는가에 따라 새로운 시대의 성격도 또한 규정되는 법이다. 그래서 전쟁을 단순하게 군사적 충돌로만 보면 안된다. 전쟁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최근 전황, 특히 걸프지역과 이스라엘지역의 피해상황에 대한 보도에 접근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아주 강력한 보도통제가 시행되는 것같다. 특히 이스라엘에서는 정부가 허용하지 않는 보도를 할 경우 중범죄로 다스린다고 한다. 지금 이스라엘의 피해는 매우 심각하다고 하는데 그런 피해상황이 제대로 보도가 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간혹 소셜 미디어에 올라오는 텔아비브의 사진을 보면 매우 심각한 피해가 발생한 것을 알 수 있다. 워낙 강력한 보도통제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전쟁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전쟁이 진행되면서 관련 당사자의 발언과 보도를 통해 전쟁이 무슨 이유로 발생했으며, 그 본질이 무엇이고,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비교적 합리적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정황과 근거들이 하나씩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필자는 이번 전쟁의 본질을 미국의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패권방어 전쟁으로 파악했다. 특히 미국은 중국의 패권도전을 방어하기 위해 중국의 외곽으로부터 압박을 해나가기로 하고 베네주엘라의 마두로 대통령을 전격적으로 제거하고, 그 뒤를 이어서 이란에 대한 압박과 공세를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이 미국을 부추겨서 전쟁을 시작했다고 하는 것은 전쟁의 본질을 이해하는데 방해가 되는 소음에 불과하다. 미국에서 유태인들의 영향력이 아무리 강력하다고 해서 미국의 자본이 국가의 운명을 이스라엘에 맡기지는 않는다. 게다가 미국 금융자본의 실질적인 주인은 유태계가 아니라 록펠러 가문이다. 현재 미국의 주인은 록펠러인 것이다. 유태인과 로스차일드는 록펠러의 하수인 정도로 보는 것이 현재 미국과 서구의 정치체제 그리고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번 전쟁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미국 금융자본의 강력한 지원과 사우디아라비아를 위시한 걸프국가들의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간밤에 그런 구상을 가능하게 하는 두가지의 기사가 올라왔다. 하나는 JP 모건의 다이먼 회장이 트럼프의 전쟁수행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발언을 한 것이다. 조선일보가 25일자로 보도한 ‘월가 황제’ 다이먼 “이란, ‘당장의 위협’ 아닌 돌진하는 살인자들”이라는 기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다이먼은 이란을 제거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강력하게 지지했다. 다이먼의 이런 발언은 미국 금융자본의 입장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발언을 통해서 우리가 유추할 수 있는 것은 트럼프가 말한 것 같은 휴전과 같은 상황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의 금융자본이 이란을 결국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있다면 앞으로 어떤 상황이 전개될 것인가를 예상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다이먼이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미국 금융자본은 이란이 승리한 서아시아와 걸프지역의 새로운 지정학적 상황변화를 수용할 수없다고 보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미국 금융자본은 페트로달러체제가 붕괴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독자적인 정책수행을 하기 어렵다. 트럼프도 미국 금융자본의 이해를 따라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우리는 이런 상황을 통해 미국의 민주주의라는 것이 얼마나 위선적인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미국 금융자본의 전쟁수행은 철저하게 미국 대중의 이해관계와 상반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두번째는 중앙일보가 오늘 25일자로 보도한 “사우디 왕세자, 트럼프에 ‘전쟁 지속해야…이란 정권 붕괴’ 촉구”이다. 사우디의 빈살만 왕세자는 이란을 제거하기 위한 전쟁을 계속하야 하며, 이로 인한 유가문제는 일시적일 뿐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물론 사우디는 이런 보도를 부정했다. 그러나 이번 전쟁의 원인에 대한 여러 보도에서 사우디 아라비아가 이란을 타격할 것을 요청했다는 보도는 여러번 있었다. 아마도 트럼프가 이란 전쟁을 감행하게된 여러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사우디 아라비아의 입장이라고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전쟁의 원인이라기 보다는 미국이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도구와 수단의 역할을 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필자는 사우디 빈살만 왕세자가 했다는 이런 발언이 결국은 미국 금융자본의 입장을 상당히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우디는 원유를 수출한 대금을 거의 미국의 월스트리트에 투자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결국 사우디도 미국 금융자본의 인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더 심각하게 보아야 하는 것은 이번 전쟁이 이란이 요구하는대로 종결된다면 이는 사우디 아라비아를 위시한 걸프지역 왕정국가의 실존적인 위기를 초래한다는 사실이다. 이번에 미국이 이란의 요구를 수용하여 미군기지를 철수하고 위완화로 석유대금을 결재하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 관리하게 되면 걸프국가들은 이란의 지역패권에 모두 종속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걸프국가의 왕정이 붕괴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런 존재론적 위기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 같은 국가들이 미국의 전쟁수행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처음에는 미군에게 자국내 기지의 사용을 허용하지 않았으나 얼마전부터는 모두 허용했다. 아랍에미레이트 같은 경우는 절박하다. 그들이 미국과 같이 전쟁을 수행하겠다고 나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란 전쟁은 이란의 핵무기능력을 제거하고 말고와 같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란에게는 서아시아 지역패권을 차지하기 바로 직전의 상황이고, 미국에게는 이지역의 영향력 상실이 곧바로 전지구적 패권상실로 이어지는 도미노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걸프국가들은 왕정이 붕괴하는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트럼프가 말한 앞으로 5일간의 공세유예는 평화를 위한 시도가 미국이 어쩔수 없이 승리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을 알면서도 군사작전을 계속해야 하는 절망적인 상황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미국이 진정 이 지역에서 영예로운 퇴진을 하려고 했다면 이란과 보다 진지한 대화를 했어야 한다. 이미 지금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이 이란이라는 것이 다 드러나 있다. 미국이 실리는 양보하고 명분이라고 지킬 수 있어야 했는데 그런 기회도 상실하는 것 같다. 제국은 항상 이렇게 무너진다. 그러고 보면 영국이 제국의 자리에서 물러난 것은 그야 말로 역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질서있는 퇴각이었다. 미국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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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패(賜牌)는 조선 시대 임금이 궁가(宮家)나 공신에게 산림이나 토지를 하사하는 일이다. 경기도 양주와 의정부에 걸쳐 있는 산이 사패산인데, 선조가 6번째 공주인 정휘옹주에게 혼인 선물로 이 산을 주어서 생긴 이름이다. 해발 552m 화강암 덩어리 골산(骨山)이다. 그동안 마치 오봉산처럼 도봉산 일부로 여겨 따로 걸을 생각 내지 않다가 지도에서 골짜기들을 발견하고는 작심한다. 사패산은 골짜기 넷을 거느린다: 범골, 안골, 울띄골, 오야골. 오늘 이 넷 모두를 걷기로 한다. 20km가 넘을 듯하니 시간을 잘 조절하지 않으면 차질이 빚어질지도 모른다.

 

회룡역에서 내려 호암사 가는 길을 따라 먼저 범골로 들어간다. 골짜기 이름이 왜 범일까? 다른 자료는 없고 호암사 호암(虎巖)이 범바위니까 아마도 이 골짜기에 범이 살았나보다 추측한다. 아닌 게 아니라 호암사 바로 뒤에 범이 살았을 만한 바위굴이 있다. 절에서 그랬는지 출입을 막아 놓았다. 굳이 들어갈 생각은 없다. 조금 가파르지만 그리 어렵지 않은 길을 걸어 범골 능선에 다다른다. 지도로 확인하니 사패산 정상을 오른쪽에 두고 오야골로 내려가 송추역 근처에서 점심 먹은 뒤 울띄골로 들어가는 일은 시간상 불가능하다고 판단된다. 길을 바꾼다.


 

사패 능선과 만나는 지점 1/3쯤 전에서 오른쪽 작은 능선을 타고 안골로 내려간다. 골바닥에 닿아 왼쪽으로 따라 올라가면 성불사가 나온다. 절을 구경 생각은 없으나 안골 깊이 들어갈 수 있는지 보려고 절집을 가로지른다. 더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아 놓았다. 하릴없이 내려오다가 안골 폭포를 만난다. 신기하게 하얀 암반 위로 조그만 물줄기가 재잘거리며 흘러내린다. 철이 철이니만큼 아쉽지만 한참이나 눈에 담아두고 음식점을 찾아 내려간다. 혼자 먹을 음식이 없는 유원지 식당 몇을 지나 겨우 설렁탕집을 발견한다. 시장이 반찬이라던가, 역대급 맛이다.


 

식사를 마친 뒤 다시 안골로 되들어가다가 오른쪽 능선 산너미길을 따라간다. 바로 여기가 북한산 둘레길 14구간인데 풍경 좋다고 소문 자자한 길이다. 나는 능선길을 본능으로 싫어하나 이 길에서는 그런 마음이 피어오르지 않는다. 울띄골로 내려가는 지점부터는 탄성이 절로 나온다. 아직은 바싹 마른 겨울 모습이지만 물과 돌, 그리고 나무가 어울려 빚어내는 풍경이 참으로 정겹고 곱다. 다른 철에 꼭 다시 와야겠다고 다짐한다. 풍요롭지는 않으나 돌돌 흐르는 도랑물로 오랜만에 물 모심까지 한다. 물이 가는 길에서 멀어지는 인간 언덕길로 올라간다.


 

다시 숨 고르고 지도를 열어 살핀다. 오야골 가는 길을 살피기 위해서다. 어라?! 내 발밑에 굴 하나가 지나간다: 사패산 터널. 산 한가운데를 꿰뚫고 지나가는 광폭(편도 4) 쌍굴 터널이다. 지역 주민은 물론 환경 단체, 불교계가 일제히 들고일어나 반대한 까닭이다. 과연 얼마나 중요한 도로인지는 모르지만, 특히 박정희 이후부터 사악한 제국 부역자 집단이 장악한 대한민국 토건 현실에서 볼 때 흑막은 없을 수 없다고 본다. 본디 길이 지니는 쌍방 소통은 가로막히고 효능과 권위만이 일방으로 질주하는 터널 위에서 나는 돌연 허공으로 둥둥 떠오른다.


 

정신을 다시 주워 담고 내려와 오야골로 들어간다. 자두 옛말인 오얏과 관련된 이름 아닐까, 짐작하나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잘 닦여진 길 왼쪽으로 내려다뵈는 제법 깊은 골짜기 내는 돌덩어리들로 이루어진 바닥이라 건천(乾川) 상태다. 한참 올라가니 원각사가 나온다. 흔히들 부르는 이 골짜기 이름이 기원한 절이다. 그냥 지나친다. 조금 뒤에 쏠 하나가 나타난다. 여기도 자질자질하나 물 많을 때 드러낼 모습과 소리를 상상하도록 이끄는 힘에 이끌려 이슥히 바라본다. 사패 능선 향해 더 올라갈 며리는 없다고 판단해 발길을 거둔다. 5시간 걸어 마무리다.

 

오늘 골짜기 넷을 더하면 5년간 서울 안팎 계곡 60곳을 걸었다. 놓친 데가 없지는 않겠지만 모든 골짜기로 들어가라라는 말에 여정히 값하는 여정이었다. 왜 굳이 골짜기를 걸었나? 능선과 달리 계곡에서는 비인간 생명인 버섯(곰팡이돌꽃··나무, 그리고 비생명 흙···바람들을 섬세하고 치밀하게 마주하여 교감할 수 있어서다. 이런 내 행동은 제국주의 생활 양식 가운데 하나인 등산이 아니다; 내 몸에서 공생하는 섬세 생명과 더불어 더 널리 생명과 우주를 만나는 잔치제의. 숲에 홀로 들 때, 함께 들 인간 벗을 그리는 며리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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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결국 미군의 영국 기지 사용을 허가했다. 아침저녁으로 말 바꾸는 게 간사하기가 이를 데 없다. 엡스타인 영국 정부라는 조롱에 부합하는 결정이겠다.
반면에 미국의 요청의 나라를 거절한 나라도 있다. 스리랑카. 오늘, 아누라 쿠마라 스리랑카 대통령은 전투기의 착륙을 허가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이 작은 나라의 용기를 상찬하는 말들이 쏟아지는 중이다.
스리랑카 정부는 이란 전쟁 초반에도 이미 그 용기를 국제 사회에 보여줬다. 트럼프가 순전히 '재미를 위해' 스리랑카 인근에 있던 이란의 군함을 격침시키고 수십 명의 목숨을 빼앗았을 때, 재빨리 200명이 넘는 이란 선원을 구출했었다. 중립을 표방하는 스리랑카지만 순전히 인도주의적 결단에 의한 행보였다. 스리랑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세계인들이 그 행보에 존중을 표했다.
세계 열강들이 미국 눈치를 보면서 주접을 떠는 동안, 작은 나라 스리랑카는 이렇게 인도주의적 실천을 단행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상황이 좋은 게 아니냐고 할 테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호르무즈 해협이 닫히면서 스리랑카는 현재 매주 수요일마다 휴일로 정한 상태다. 높은 유가를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는 사정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제 언론들은 스리랑카의 '용기'만 부각하고 스리랑카의 이런 결단을 가능케 한 내막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두지 않는다. 가령, 이런 결정을 내린 아누라 쿠라마 대통령이 스리랑카 역사상 최초의 좌파 대통령이라는 사실 같은 것들.
2022년 봉기를 통해 부패한 대통령을 내쫓은 스리랑카 주권자들은 핑퐁게임하듯 수십 년 동안 정권을 나눠 가지던 양당 엘리트들에 넌더리를 내고 3%의 지지율을 보이던 한줌의 좌파 세력을 지지했다. 한때 무장혁명을 지향했던 JVP는 이제 다른 좌파들과 연합해 좌파연합 NPP로 대통령 선거에 승리하며 여당이 되는 기염을 토했다.
젊은 나이에 JVP 당원이었던 아누라 쿠라마는 늘 정부 암살단에 쫓기는 신세였다. 자기 때문에 부모집도 홀라당 불에 탈 정도였다. 온갖 역경을 딛고, 또 2022년 혁명에 힘입어 대통령까지 오른 인물이다. 역사상 처음 좌파가 정권을 잡았는지라 곧바로 주저앉을 거라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무너지던 경제를 다시 세우고 있고 2026년 2월 기준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65%에 육박한다.
요컨대 스리랑카의 인도주의적 결단은 이처럼 주권자들이 만들어낸 좌파 정부의 결단이었던 셈이다. 가난한 소국이지만, 지금 현재 그 품위와 자존심과 인류애를 드러내는 나라.
주식 걱정, 유가 걱정에 전쟁과 살육을 합리화하는 사람들에게 미덕을 보여준다 하겠다. 인간의 품위는 얼마나 인간다운가에 있지 돈이 많은가에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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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에 관한 포스팅을 여러 번 했더니 이란 전쟁에 대해 강의를 해달라는 연락이 연달아 온다. 정중이 고사했다. 내가 잘 모르는 이야기다. 더구나 전쟁과 생태를 분리해서 말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란 전쟁을 계속 지켜보는 이유는 이 정치적 재앙이 곧 생태적 재앙이기 때문이다. 이란 전쟁의 기저에 흐르는 석유 지정학이 곧 기후 지정학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둘은 한 몸이다.
미군과 이스라엘을 폭격하는 사이, 미국에는 대형 산불이 나고 40도가 넘는 3월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고작 3월인데도 40도가 넘는다.
그런데 이건 약과다. 올해 늦여름부터는 우리가 겪어보지 못할 폭염이 지구를 덮칠 개연성이 높다. 간단한 과학 이야기다. 2023, 2024, 2025년. 이렇게 3년의 기온은 인류 역사상 최정점을 찍었다. 2024년의 경우 12만 년 동안 중 가장 더운 해였다. 왜 이렇게 더운 것인가를 놓고 과학자들이 지금도 박터지게 싸우는 중이다. 정말 에어로졸 감소 때문인가? 알베도 감소의 충격 때문인가? 또는 우리가 모르는 복잡한 지구생태계가 온난화를 더욱 상승시키는 건가?
하지만 문제는 이 3년의 더위가 라니냐 기간에 펼쳐졌다는 점이다. 라니냐는 0.4~0.6도 가량 지구의 기온을 떨어뜨린다. 라니냐 기간이었기 때문에 기온이 떨어졌어야 정상이었다. 반면에 엘니뇨는 지구의 기온을 끌어올린다. 바로 올해 늦여름부터 엘니뇨가 온다. 말하자면 인류 역사상 가장 뜨거웠던 3년 후에 엘니뇨가 오기 때문에, 막대한 폭염이 올 가능성이 높다는 게 과학계의 중론이다. 미국의 3월 폭염에서 보듯 벌써부터 조짐이 안 좋다.
한쪽에선 정유 시설과 가스전이 불타오른다. 또 한쪽에서는 지구가 불타오른다. 왼쪽 사진은 이란이고, 오른쪽 사진은 미국의 래브라스카다. 이 둘은 다른 이야기인가? 화석연료 제국주의가 19세기 말부터 중동의 모든 땅자락에 경계를 그어가며 지정학적 갈등과 제노사이드와 전쟁을 유발해 왔고, 그렇게 유혈의 쟁탈전을 경유하며 추출한 석유와 가스를 불태운 결과 지구가 점점 더 불타오르게 된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결국 송유관이다. 세계 석유의 20%를 배출하는 송유관. 그곳이 막히니 줄지어 유조선도 늘어서고, 유가 상승 때문에 부유한 자본주의 국가들이 인질이 된 채 질질 끌려 다니고 있다. 말하자면 트럼프로 표상되는 화석연료 제국주의의 인질이 된 셈이다.
요즘 스페인이 가장 목소리 높여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판한다. 매일 비판이다. 전 세계에서 산체스 총리에게 팬레터가 쇄도하고 있단다. 스페인 내부의 정치적 지형에 따른 효과일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스페인의 재생에너지 덕분이기도 하다.
산체스 정부는 지난 6년간 태양광과 풍력 발전 용량을 두 배로 늘렸다. 콜롬비아와 함께 요근래 가장 빠른 속도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전기 가격을 가스 시장과 구조적으로 분리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최근 조사 결과, 스페인에서 가스 가격이 전기 가격을 결정하는 시간은 전체 시간의 15%에 불과하다. 이는 이탈리아의 90%와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다. 즉, 재생에너지에 투자함으로써 화석연료 가격 변동에 훨씬 덜 취약하게 된 것이다.
가스의 90% 이상을 미국에 의존하는 독일이 트럼프에 꿈벅 죽는 것에 비해, 스페인이 지금 머리를 빳빳하게 세우고 따질 수 있는 데는 이런 에너지 전환이 나름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을 터다. 재생에너지는 어떻게 전환하고 어떤 속도로 전환하냐에 따라, 자립이 될 수 있고, 평화의 자원이 될 수 있으며, 정의와 평등의 밑천이 될 수 있고, 또 민주주의와 반권위의 밑천이 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졌을 때 러시아에 가스를 의존하던 유럽 등 많은 나라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흐지부지됐다. 러시아산 가스가 아니라 미국산 가스를 구입했다. 미국 화석연료 기업들만 배가 터지도록 돈을 벌었다. 그리고 이란 전쟁이 나자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러시아산 가스 구입으로 선회하고 있다. 푸틴이 내적 어깨춤을 추고 있을 것이다. 그 와중에 일부 국가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정말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들.
기회주의자인 프랑스 마크롱이 최근에 한 말은 그래도 일말의 진실을 담고 있다. 이란 전쟁을 계기로 재생에너지가 중요해졌다며 지금 받고 있는 피해가 "바로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의 대가"라고 공언했다.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고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과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가 화석연료를 소비할 때마다 전쟁과 분쟁과 피로 점철된 비극들을 소비한다는 걸 이해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반전평화를 외치는 것과 화석연료 근절은 전혀 별개의 이야기가 아니다. 무한하게 작동하며 이윤을 축적하려는 이 전쟁 기계에 윤활유를 공급하지 않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전쟁을 하면서 동시에 기후-생태를 보호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유가 상승과 방산주 잭팟 타령 좀 제발 그만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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