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91일 나는 성내천을 거슬러 걸었다. 청량산 허리께까지 닿아 그 발원지를 가늠만 한 뒤 시간에 쫓겨 되돌아왔다. 그 정도면 됐다고 여겨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길을 내려왔다고 썼다. 오늘 그 길에 다시 선다. 제대로 들어가지 못한 계곡을 다 걷고 그 너머에 있는 고골 계곡까지 걸어 나올 참이다. 지하철 5호선은 강동역에서 갈라져 마천역과 하남 검단산역을 종점으로 하는 두 노선이 있다. 마천역에서 출발해 계곡 둘을 걸어 하남 검단산역으로 가는 경로다.

 

다시 성내천 계곡을 향한 며리가 있다. 지금은 연락이 안 되어 끊어진 인연으로 여길 수밖에 없는 사람 하나 있다. ‘모든 인연은 배반으로 끝난다(김종철 선생)’, 누구 잘잘못을 따지기는 어려우나 꼭 그러자면 내 잘못이다. 지금도 마찬가지인바 나는 미숙했고 투미했다. 못된 탐욕이 있지는 않았으나 숙의에 실패했다. 오늘 아침 홀연 그와 그가 살던 곳이 떠올랐다. 그가 내 생에 남긴 무늬를 기리며 내가 그 생에 남긴 얼룩을 뉘우치고자 하는 결심이 서늘 포근 들었다.

 

그가 건강하게 살아가길 삼가 빌면서 발걸음 기억 좇아 청량산 성내천 발원지로 가는 계곡에 든다. 쉽게 가는 능선길을 마다하고 계곡 물길을 따른다. 어느 순간 길은 능선으로 방향을 튼다. 물을 따라가서는 길이 안 된다고 먼저 간 이들이 판단한 결과일 테다. 나는 결연히 물소리를 따르기로 한다. 늘 그렇듯 이렇게 일부러 길 밖으로 나가는 찰나부터 두려움, 아뜩함, 그리고 기이한 설렘이 갈마든다. 비와 땀에 젖은 채, 가쁜 숨을 몰아쉬며 물 발원지를 향해 길을 만든다.

 

안말내(성내천) 습원

 

얼마나 헤맸을까깨진 기왓장 하나가 눈으로 와락 뛰어든다얼른 고개를 들어보니 능선 이룬 남한산성이 저 멀리 어룽어룽 보인다크게 숨을 들이마신 뒤 주위를 찬찬히 살피니 뚜렷하지는 않으나 성내천 처음 물을 머금어 흘려보낼 만한 조그만 습원 있다예를 표하자 편안한 심사가 되어서는 쉽게 에돌아가는 비탈길로 방향을 튼다드디어 연주봉 옹성 암문 근처에 다다른다이렇게 헤맨 탓으로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긴다내쳐 고골 계곡으로 갈 수가 없는 상황이다.


전승문(남한산성 북문)

 

북문 아래 식당에서 산나물 없는 산나물’ 비빔밥으로 점심을 먹는다주인장은 손님에 별 관심이 없고 식당 한복판에 친구들과 앉아 낮술 판 벌이며 스페인 여행 이야기를 해댄다이렇게 번 돈으로 그렇게 누리는가 보다아무렴남한산성이야 한낱 유원지지 역사는 무슨무심히 일어나 북문으로 간다정조대왕이 전승문(全勝門)이란 이름은 내렸으나 현액을 내리지 않아 나중에 채자(採字)로 달았다고 한다역사는 종종 이렇게 아퀴를 나중에 맞추며 흘러가기도 하는가보다.



북문에서 내려가는 고골은 광주 옛 읍치(邑治)라는 뜻이다. 한강을 끼고 있어 기원전부터 사람이 살았고 온조가 세운 백제 요지기도 하다. 고려 건국공신 왕규가 본거지로 삼았던 곳으로 추정된다. 조선 때는 남양주 둔지나루, 광주 창모루를 통해 모인 식량을 고골 사창(司倉)에 보관했다가 등짐으로 남한산성까지 날랐다. 그 길이 세미(稅米)길이다. 세미길을 내어준 골짜기가 바로 고골 골짜기다. 고골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내가 오늘날 덕풍천이다. 고골은 유구한 역사 그 자체다.


고골내(덕풍천) 물소리를 처음 들은곳


골짜기 아래 펼쳐진 벌은 둔전(屯田)이 있었을 만큼 넓다. 그런 역사와 지정학이 사라진 현대에 이르러서는 기형에 가까운 모양을 하고 있다. 안정된 농촌도 아니고 가지런한 도시도 아니며 하다못해 무슨 공업단지도 아니다. 건성드뭇이 자리 잡은 각종 건물 탓에 어수선하고 너절하기까지 하다. 식민 통치와 부역 국가 난개발 과정에서 교통 주변부로 내몰리며 눈 밖으로 밀려난 듯하다. 최근 공공주택 지구로 지정되어 목하 폐허가 되고 있다. 덕풍천 중상류 살풍경도 똑같다.


이 폐허는 또 다른 폐허를 낳지 않을까? 


덕풍천을 따라 걷는 내내 심사가 편치 않다. 성내천에 이름 빼앗긴 안말내처럼 여기 고골내도 웅숭깊은 역사를 되살려 내기에는 너무도 살뜰히 더럽혀졌다. 공공주택 지구 토건이 끝난 다음 여기는 어찌 변해 있을까. 이 토건에 공공연히 침투했을 부역 자본 정체를 아는 나로서는 몹시도 비관할 수밖에 없다. 저들이 역사와 자연을 공경할 리 없다. 오히려 망가뜨려야 종주국에 바치는 충성이 되니 기를 쓰고 압살하리라. 각성한 시민이 굳세게 맞서 싸우기를 간절히 빈다.

 

다섯 시간 동안 안말내, 고골내 골짜기를 잇는 해발 500m 고개를 넘어 물경 20km를 걸었다. 천추 아래 모든 근육이 아프지만 내일 피곤을 걱정하지 않고 그저 이렇게 살아간다. 오히려 내가 숲과 더불어 반제 전선을 이루는 이 제의가 허사로 돌아가지 않을까 걱정한다. 검찰개혁이 그런대로 방향을 잡았다는 소식을 듣는다. 개혁 대상한테 개혁을 맡겨 놓고 휘청댄 개혁 주체는 아직도 저들이 혼을 제국에 판 악령 존재라는 진실에 귀 닫고 있다. 반성하고 책임져야 한다.

 

숲으로 떠날 때는 사사로운 계기가 작동했지만 언제나 그렇듯 내게 숲은 사사로움 너머까지 번지는 지평이므로 서사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질문과 공부가 더해져 내 삶을 확장하고 증언하는 일이 빠져서는 안 된다. 당연히 돈 되는 일과 반대 방향이다. 아도르노가 말했듯 고결을 내려놓고 각별한 수치심을 지닌 채 안절부절못하면서 가난하게 살아가는삶이 선한 사람을 만든다. 비록 순댓국에 소주 한 잔일 테지만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를 빛접게 그리며 지하철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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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설(전 육군 군사연구소장) 님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그대로 싣는다


바둑에는 형세판단이 중요하다. 전쟁은 더욱 그렇다. 형세판단을 하지 못하면 전쟁의 향방을 제대로 읽을 수 없다. 지엽적인 문제에 빠지면 전체를 바라보지 못하게 된다. 지금 이란 전쟁을 파악하는데도 전체적인 형세판단이 우선되어야 한다. 여전히 국내의 여러 소셜 미디어를 보니 형세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필자는 이런 현상 뒤에는 인지전이란 의도가 작동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현대전의 가장 중요한 특징중의 하나는 심리전이다. 전쟁은 상대방의 의지를 꺾는 것이기 때문에 우국의 대중으로부터 전쟁 지지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당연히 한국의 대중을 미국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작업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 상당수의 유투버와 언론인들이 그런 공작의 에셋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전쟁이 2주가 지나면서 이란은 점점 더 전쟁의 주도권을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다. 이란이 주도권을 행사하는 핵심적인 고리는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의 조건을 몇가지 밝히고 있다. 이전에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사를 추방하는 조건이었다. 어제는 석유대금을 위완화로 지불하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미국의 페트로 달러 체제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의 조건으로 위완화 지불방식을 요구한 것은 미국에게 있어서 뼈아픈 일격이 아닐 수 없다. 시간이 가고 점점 더 유가가 상승하면 하나둘씩 위완화로 석유를 구매하게 될 가능성이 생긴다. 걸프지역 산유국이나 석유 수입국가나 일정한 시점이 지나면 견딜 수 없는 임계점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석유를 위완화로 결재하라는 이란의 요구가 현실화되면 미국의 패권적 지위는 한꺼번에 붕괴할수도 있다. 걸프지역 국가들은 석유를 판 위완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 중국 국채를 살것인가 아니면 달러로 바꾸어서 다시 미국 국채를 살것인가? 걸프 산유국들은 공산품을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 중국제 공산품을 수입할 것이고 남는 돈은 금을 사던 중국 국채를 사던 해야 할 것이다. 산유국의 자금이 월스트리트로 가지 않으면 미국은 심각한 금융위기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석유를 위환화로 결재하라고 하는 일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석유를 살 위완화를 구하는 일이 우선 어렵다. 중국이 수입국가로 변하지 않는한 위완화는 달러처럼 널리 퍼지기가 어렵다. 위완화를 달러와 같은 페트로 위완화로 만들려면 중국은 무역수지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중국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미국이 페트로 달러체제를 유지하려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 직면한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란의 위완화 지불 조건은 현재의 페트로 달러 체제에 심각한 일격을 가한 것은 분명하다. 이란의 위완화 지불 조건은 아마도 중국과의 상당한 논의가 있었을 가능성을 추정하게 한다. 중국도 미국의 현 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방안으로 이란에게 위완화 지불조건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란의 이런 조건에서 우리는 중국과 이란이 전쟁수행과정에 전략적인 측면부터 전투현장에서까지 매우 긴밀한 협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전개될 전쟁의 핵심적인 문제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가 될 것이다. 모든 작전과 전투행위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하는 것이 미국의 목표가 될 것이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려면 공군과 해군으로는 불가능하다. 워낙 좁은 해협이기 때문에 해안의 주요지역을 장악하고 이란군을 그 지역에서 몰아내야 한다. 결국 지상전이 필수적이다. 언론에서 보니 오키나와에서 가는 미해병 25000명이 호르무즈 해협의 섬을 점령한다고 하는데 그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섬을 통제해서 이란의 소형군함이 활동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생각인 모양인데 해안의 주요지역을 통제하지 못하면 섬에 있는 미해병은 아주 좋은 표적에 불과하다. 호르무즈 해협은 섬을 장악한다고 통제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상당히 넓은 지역의 해안지역의 주요 고지군 일대를 장악하고 통제해야 한다. 그정도 지역을 장악하려면 상당한 규모의 지상군 부대가 필수적으로 상시 주둔해야 한다.
그러니 미국이 해병부대를 투입한다면 그것은 전면적인 지상전쟁으로 확대되는 전초전이 될뿐이다. 필자는 전면적인 전쟁의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미국의 여론도 조금씩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처음보다 미국의 전쟁수행을 지지하는 여론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대중들도 이번 전쟁에서 패배하면 미국의 운명이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면 생각이 바뀔 가능성도 부정하기 어렵다.
한편, 중국은 지구 반대편에서 대만문제를 건드리고 있다. 중국 국방부는 대만을 무력통일할 수 있다고 공언을 했고 최근 군함을 대만해협에 보내기도 했다. 만일 미국이 이란에 전면적인 지상전을 시작하게 되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질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의 힘이 분산된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시간이 더 지나서 일본이 평화헌법을 폐기하고 군사력을 강화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으려고 할 가능성도 상존한다. 중국은 이런 기회를 절대로 놓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전쟁수행여건을 보자면 미국은 점점 더 상황이 악화되어 가고 있다. 공격과 방어용 미사일은 거의 소진되어 가고 있으며, 걸프지역에서 공군작전도 쉽지 않다. 지금까지 6대의 공중급유가 파손되었다. 이란 공격을 위한 교두보인 이라크는 점점 시아파의 영향력하에 들어가고 있다. 걸프지역의 공군기지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공군기지도 안전하지 않다. 미국이 며칠전부터 B-2, B-52 같은 전략폭격기를 동원하여 폭격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이다.
반면 이란은 지속적으로 일정하게 미사일과 드론을 이용하여 미국 중부사령부의 작전지속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표적을 강타하고 있다. 이란 미사일과 드론은 요격을 피해서 표적을 효과적으로 타격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지금의 미국과 미군의 능력으로는 이란과 지금과 같은 전쟁을 계속 수행하기 어렵다. 미국이 전쟁을 하려면 전시징병제와 같은 전면적인 전시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지금의 이란은 과거의 베트남보다 더 강력하다. 그렇게 하더라도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장담은 하기 어렵고, 설사 전쟁에서 이기더라도 패권은 중국에게 완전하게 상실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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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시작된지 2주가 넘었다. 최근의 전쟁상황을 정리해 보기로 하겠다.

그동안 미국은 전쟁의 정치적 목표를 전혀 달성하지 못했다. 상황은 정반대로 되어서 이란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데 점점 더 가까이 가고 있다. 시간은 이란편이다. 전쟁이건 무슨 일이든 조급해지면 일을 그르치게 된다. 미국은 조급하고 이란은 느긋하다. 이란은 지금같은 상황을 계속 유지하면 된다.
전략적 여건뿐만 아니라 작전수행에 있어서도 이란은 미국보다 성공적이다. 미국이 공중과 화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예상했던 바다. 통상 생각했던 것은 미국이 강력하게 타격하면 이란이 아무런 반격도 하지 못하고 찌글어 들어가는 것이었을 것이다. 미국이 세계를 대상으로 수행한 전쟁이 그런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물론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예외도 있었다. 미국은 약소국가를 상대로 강력한 힘을 휘두르는데 최적화된 군대를 가지고 있으며 그런 방식의 전쟁수행방식을 추구했다. 그것은 압도적인 군사력의 우위로 인해 가능했다. 그러나 상황이 변해 미국이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누릴 수 없게 되었다. 그것은 드론과 미사일의 발전 때문이었다. 이런 경향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분명했다. 미군의 실책은 우크라이나 전쟁부터 시작된 전쟁수행 방식의 변화를 도외시하고 자신들이 그동안 익숙해져 있던 과거의 방식을 그대로 답습했기 때문이다. 클라우제비츠는 항상 최근 전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군인의 전사연구는 항상 가장 최근에 일어난 전쟁을 살펴보는 것이 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쟁양상은 전략에서 작전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같다. 이제까지는 누가 전략적 우위를 주도하느냐의 문제가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군사작전의 수행양상에 따라서 전쟁의 양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작전상황을 보면 미국이 너무 불리하다.
미국이나 이란이나 지금 모두 나름대로 한계에 봉착해 있는 것 같다. 미국은 이란과 전면전을 수행할 정도로 준비를 하지 않고 전쟁에 뛰어 들었다. 앞으로 작전지속능력이 문제가 될 것이다. 사드와 패트리어트 미사일의 부족은 작전지속능력의 한계를 의미한다. 지상전은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지상전을 고려해야 할 때가 오고 있다. 미국은 일본에 있는 해병원정단의 병력을 중부사령부로 이동시키려고 하는 것 같다. 아마도 오까나와에 있는 해병원정단의 병력일 것인데 그 병력은 한반도 유사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상황이 어려워지면 전략예비로 투입될수도 있고 반격작전시 조선에 대한 상륙작전에 동원되는 병력이다. 게다가 대만유사시에도 투입될 것이다. 이런 병력이 빠진다는 것은 동북아 지역의 안보환경이 변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럴때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도 미국은 대응할 방법이 없다.
간밤에 미중부사는 이란 석유수출의 핵심지역인 하르그 섬을 강력하게 폭격했다. 트럼프는 석유시설은 건드리지 않고 군사시설만 파괴했다고 한다. 이란은 즉각 미국과 걸프지역의 석유시설 파괴를 시사했다. 이번 미중부사의 하르그 섬 폭격은 미국의 전쟁수행이 체계적인 계획이 아니라 임기응변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우려를 하게 만든다. 미중부사가 어떤 개념과 목적 달성을 위해 하르그 섬을 폭격했는지 모르겠다. 하르그 섬을 폭격하는 이유는 이란의 석유수출을 차단하는 목적 이외에는 없다. 그런데 주변의 군사시설을 폭격했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모르겠다. 오히려 이란에게 걸프지역의 석유시설 폭격의 빌미만 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하르그 섬의 폭격은 미국의 전쟁목적이 아니라 이란의 전쟁목적에 기여하는 행동이었다. 미국이 하르그 섬의 석유시설을 파괴하지 못한 것은 이로 인한 유가상승으로 오히려 미국을 옥죌수도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자신의 약점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보여준 것이다.
미국 중부사가 이란의 제약회사, 담수화시설, 석유시설, 학교와 같은 시설을 표적으로 선정한 것은 그들이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초보적인 계획조차도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 미국은 그냥 눈에 보이는대로 생각나는대로 언론이 말하는대로 표적을 선정하고 폭격을 하는 것 같다. 미중부사가 선정하고 파괴한 표적중에서 미국의 전쟁수행에 도움되는 것은 거의 없다. 오히려 이란이 무차별적 전쟁수행 빌리만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의 보도와 분석을 보면 이란은 여전히 강력한 대공방어기능을 유지하고 있고 미국과 이스라엘 그리고 걸프지역 국가에 대한 지속적인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대로 보도되지 않았지만 이스라엘의 피해는 심각한 것 같다. 네타냐후, 모사드 책임자 및 주요 각료들도 사망했다는 소식이 떠돌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에 대한 확인보도도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은 베트남 전쟁이후 한번도 겪은적이 없는 가장 강력한 저항을 경험하고 있다. 강력한 공군에 바탕한 미국의 군사능력은 이란을 굴복시키는데 그리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전략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작전적으로도 불리한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다. 이란의 미사일 타격 능력은 미국도 따라오기 어려울 정도인 것 같다. 미국은 이번 전쟁으로 상당한 피해를 보았다. 전략레이다와 사드체제 그리고 공중급유기와 3대의 전투기를 상실했다. 고가의 무인항공기는 상당수 손실을 보았다. 미국이 이정도의 피해를 본 적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중재와 협상으로 전쟁을 종결시킬 수 있는 시점은 지나버렸다. 미국은 성공했다고 하지만 하메이니를 사망하게 한 것이 가장 큰 실책이었다. 서방에서는 하메이니를 독재자라고 보았을지 모르겠으나, 내가 보기에 그는 매우 온건한 사람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 미국은 이란의 진짜 강경파와 상대를 해야 한다. 미국이 군사적으로 지금의 상황을 뒤집을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이 점점 지상군부대 투입에 가까이 가는 것도 현재의 작전양상으로는 전황을 뒤집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아니면 중재할 국가도 없다. 그런데 중국과 러시아는 지금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하는 것이 너무나 고맙기만 할 뿐이다. 전쟁을 중단하라고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아직 여전히 한국에서는 미국이 이란을 이기고 있으며 혼내주고 있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정신을 차리기 바란다.
전쟁은 이제 전형적인 군사작전의 양상으로 진입하고 있다. 전황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이 전형적인 전쟁의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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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국은 전쟁으로 무너지고 또 새로 생겨난다. 필자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의 패권이 붕괴할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이란전쟁이 미국패권 붕괴의 결정타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것은 이란이 미국의 가장 핵심적인 이익인 전략적 중심(center of gravity)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전략적 중심은 금융을 기반으로 한 전세계적인 경제체제이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고 걸프지역 국가들을 압박함으로써 미국 경제체제의 중요한 한축을 붕괴시키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란은 레바논 친 헤즈볼라 방송을 통해 미국과 협상을 위한 다음 세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첫번째, 향후 전쟁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
두번째, 이란 핵시설에서 완전한 핵연료 순환을 보장할 것이라는 합의
세번째, 전쟁배상
이란이 미국에 제시한 조건은 사실상 무조건 항복이다.
첫번째 전쟁이 재발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갈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그것은 크게 두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을 것인데 첫째는 걸프지역에서 미군기지의 철수이고 둘째는 이스라엘 문제를 해결하라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전쟁을 일으키니 그것을 못하게 하라는 것인데 사실상 그것은 이스라엘군의 무장해제를 의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란은 걸프지역과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무장해제를 요구하는 것이다.
두번째 핵연료 순환보장 요구는 이란이 사실상 핵무기 보유를 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란은 미국이 자신의 핵무기 보유를 인정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이란은 이 전쟁이 어떻게 끝나는가와 상관없이 핵무장의 길로 갈 것이라고 전망된다. 이란이 이미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주장은 여러번 있었다.
세번째 배상문제다. 배상은 패전국이 승전국에게 하는 것이다. 이란이 미국에게 배상을 요구한 것은 패전국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요구하는 것이다. 배상이란 강화조약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점에서 이란이 요구하는 배상은 단순하게 돈을 받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한 새로운 질서의 공식적인 형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란은 미국과 휴전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종전을 하자는 것이다. 미국이 이란의 이런 요구를 수용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미국이 이란을 이길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놀랍다. 이미 걸프지역에서 군사적인 균형은 무너지고 있다. 기존의 미사일과 드론으로 하는 군사작전은 이란이 압도적인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란은 점점 더 강력한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반면 미국과 이스라엘 방공망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최근의 전쟁상황을 보면서 잘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있다. 방공미사일의 기능적 한계다. 방공미사일은 항공기와 탄도미사일에는 효과적이지만 드론과 같은 체계에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앞으로 기술적 발달로 레이다가 드론과 항공기 그리고 탄도미사일을 구분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으나,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 이는 미국의 국방전략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 만든 고가의 방공무기들이 무기체계의 발달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는 말도 여기에도 적용할 수 있는 것 같다. 수적인 우세가 질적인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고갈을 주장하는데 필자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그럴 상황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이란은 깊숙한 지하갱도에서 미사일과 드론을 만들어내고 있을 것이고 그 생산량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게다가 이란은 부족하면 받아올 국가라고 있지만, 미국은 자체적으로 급속하게 생산을 늘릴 능력도 없고 어디서 받아올 국가도 마땅치 않다.
이란의 내부 혼란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지금처럼 이란 혁명수비대가 확고하게 전쟁을 하겠다고 나서면 내부혼란이란 별 의미가 없다. 어떤 사회적 동요도 군대가 확고하게 대응하면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사회적 동요가 체제를 흔드는 것은 군대의 태도와 입장이 어정쩡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군권을 확고하게 장악하고 있으면 그 어떤 사회변혁도 불가능한 것이다. 이란은 대중소요를 적대행위로 규정했다. 앞으로 이란에서 대중소요는 당분간 불가능하다.
반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지금 내부가 위태위태하다. 강력하던 이스라엘 대중의 결속력도 흐트러지고 있는 것 같다. 전쟁이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자 네타냐후에 대한 불만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도 내부 단속하기 어렵다. 지금 미국 경제는 점점 더 위기 상황으로 진입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조금만 더 지속되면 미국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전쟁에서 승패가 결정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내부에서 전쟁의 승패가 결정될 수도 있다.
이란 전쟁이 끝나는 경우의 하나가 미국내부에서 경제적 붕괴가 발생하여 전쟁에서 물러나는 것도 될 수가 있을것이다.
이번 전쟁이 어떻게 끝나던 그 후과는 예상하던 것보다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소련이 붕괴하는 것을 보았는데 이제는 미국이 붕괴하는 것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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