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는 관계의 기술 - 사람이 힘든 나를 위한 심리 처방전
후션즈 지음, 정은지 옮김 / 지니의서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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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 일흔을 넘기고 보니, 인생의 성패는 통장 잔고나 자식의 출세가 아니라 결국 사람에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보면 참 많은 이들을 만났다. 사회에서 만난 동료들, 오랜 세월을 함께한 친구들, 그리고 가장 가깝다는 가족까지. 하지만 희한한 일이다. 그 긴 세월을 겪고도 사람 대하는 일은 여전히 서툴고, 때로는 예순 시절보다 지금 더 마음이 헛헛해질 때가 있다.

 

이 책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는 관계의 기술>나는 왜 평생을 애쓰고도 마음 한구석이 이토록 시릴까?”라는 노년의 깊은 의문에 명쾌하면서도 따뜻한 답을 건네준다.

 

흔히 우리 세대는 참는 것이 미덕이라 배우며 살았다.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내가 조금 더 손해 보고, 내가 한 번 더 참고 베푸는 것이 어른다운 처세라 믿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가슴 한편이 따끔거렸던 대목은 바로 그 베풂의 이면이다. 남의 비위를 맞추려 애쓰고 억울함을 삼키며 다 해줬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만만한 사람이라는 취급뿐이었던 경험들. 저자는 이것이 단순히 상대방의 인성이 나빠서가 아니라, 우리 내면의 트라우마와 잘못 형성된 관계 패턴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15천여 시간의 상담 경험이 녹아있는 저자의 분석은 날카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동안 고생 많았다며 어깨를 다독여주는 듯하다.

 

가장 울림이 컸던 지점은 관계의 무게 중심을 타인에게서 잠재의식 속의 자아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평생 남 눈치를 보며 살았다. 퇴근 후 동료들이 내 뒷담화를 하진 않을지, 명절에 모인 친척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불안해하며 살아온 날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겉으로는 독립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척했지만, 사실 마음 한구석은 늘 위축되어 사랑을 표현하는 데에도 인색했다. 저자는 이런 현상의 근본 원인을 과거의 패턴, 즉 내면에 깊이 박힌 트라우마에서 찾는다. 칠십 년 넘게 굳어진 이 패턴을 이제라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책은 다양한 상담 사례를 통해 우리가 관계 속에서 어떤 역할을 자처하고 있었는지 보여준다. ‘뭐든 다 해주는 사람이 되어 인정받으려 했거나, 혹은 상처받지 않으려 타인과 일정한 거리를 두며 외로움을 자처했던 모습들이 마치 거울을 보는 듯했다. 특히 사회적 민감도가 지나치게 높아 사소한 반응에도 휘청거렸던 노년의 고립감을 다룬 부분에서는 깊은 공감이 갔다. “왜 그토록 많이 베풀어도 존중받지 못했을까?”라는 질문에 저자는 우리가 타인의 영향력에 지나치게 노출되어 정작 진짜 나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제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나에게 이 책은 관계의 기술이라기보다 나 자신과 화해하는 법으로 다가온다. 행복의 90%가 관계의 질에 달려 있다는 말은, 거꾸로 말하면 나 자신과 맺는 관계가 건강해야 타인과의 관계도 빛난다는 뜻일 게다. 억지로 누구의 비위를 맞출 필요도 없고, 내 뒷담화를 할까 봐 미리 겁먹을 필요도 없다. 내면의 관계 패턴을 재구성한다는 것은 거창한 심리 치료가 아니다. 그저 오늘부터라도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마음을 내어주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심리 처방전은 실천적이다. 과거에 얽매여 현재의 관계를 망치지 않도록 돕는 구체적인 지침들은, 인간관계로 인해 밤잠을 설치는 모든 연령대에게 유용하다. 하지만 특히 나처럼 인생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평생을 남의 인생을 살피느라 고생한 우리에게, 이제는 상처받지 않고 진정한 평온함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이 책을 덮으며 결심한다. 이제는 만만한 어른이 아니라 자기중심이 단단한 어른으로 살아가겠노라고. 관계의 기술이란 결국 타인을 조정하는 기술이 아니라, 타인의 흔들림에도 내가 무너지지 않는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 일이었다. 칠십 평생 짊어지고 온 해묵은 관계의 짐을 내려놓고 싶다면, 이 책이 그 짐을 푸는 든든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남은 생은 상처받는 일이 조금 줄어들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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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의 기술 - 손실은 최소, 수익은 최대
알렉스 강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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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뒤를 돌아보니, 살아온 세월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운용이었음을 깨닫는다. 젊은 시절에는 무엇인가를 얻고, 쌓고, 확장하는 데에만 골몰했다. 더 넓은 집, 더 높은 직급, 더 많은 자산을 향해 쉼 없이 달려왔다. 하지만 칠십 줄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깨닫는 진실이 있다. 얻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내 것으로 확정 짓느냐 하는 갈무리의 기술이다. 주식 투자 역시 이 이치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알렉스 강의 <매도의 기술>은 서늘하게 꼬집는다.

 

우리는 흔히 주식 투자를 무엇을 살 것인가의 문제로만 여긴다. 세상에는 어떤 주식이 대박이 날지, 어느 업종이 미래의 먹거리인지 떠드는 전문가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정작 그 주식을 언제,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에 대해 심도 있게 조언하는 목소리는 드물다.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매수를 잘하면 잠시 부자가 될 뿐이지만, 매도를 모르면 결코 그 부를 지킬 수 없다고. 전설적인 투자자 제시 리버모어의 말처럼, 팔기 전까지는 결코 당신의 돈이 아니라는 그 서슬 퍼런 경고가 가슴을 친다.

 

젊은 시절의 나를 포함해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겪는 비극은 늘 탐욕미련이라는 두 얼굴의 괴물에서 기인한다. 수익이 나면 더 큰 수익을 바라며 고점에서 팔 기회를 놓치고, 손실이 나면 원금에 대한 미련 때문에 탈출 기회를 놓친다. 돌이켜보면 인생의 여러 순간도 그러했다. 적당한 때에 물러날 줄 알고, 가진 것을 정리할 줄 아는 용기가 부족해 일을 그르쳤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이 책은 주식 매도의 기법을 가르치고 있지만, 실상은 인간의 본성을 통제하는 법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저자가 강조하는 수익을 완성하는 마지막 한 수라는 표현이 깊게 와닿는다. 바둑에서도 아무리 초중반에 형세가 좋아도 끝내기에서 실수하면 판 전체를 내주게 된다. 주식 또한 마찬가지다. 아무리 훌륭한 기업을 발굴하고 최적의 시점에 매수했더라도, 탐욕의 꼭지에서 제때 현금화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저 모니터 속의 숫자에 불과하다. 그 숫자가 내 통장의 잔고로, 내 삶을 지탱하는 실제적인 힘으로 치환되는 순간은 오직 매도를 통해서만 완성된다.

 

노년의 투자자에게 지키는 투자는 생존의 문제다. 젊을 때야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시간이 있고 노동력을 투입해 손실을 메울 수 있지만, 우리 세대에게는 그런 기회가 흔치 않다. 그렇기에 매수 버튼을 누를 때보다 매도 버튼을 고민할 때 훨씬 더 엄격하고 냉철해야 한다. 유튜브 영상이나 남의 말만 듣고 덥석 주식을 사는 용기는 사실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다. 진정한 용기는 손실을 인정하고 끊어내는 손절매의 순간에, 그리고 적당한 수익에 감사하며 현금을 챙겨 나오는 익절의 순간에 필요하다.

 

이 책은 단순히 기술적인 차트 분석이나 매도 타이밍만을 알려주지 않는다. 투자자 개개인이 가진 심리적 취약성을 들여다보게 하고, 왜 우리가 매도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지를 가장 쉬운 언어로 풀어낸다. 자신이 어떤 서평을 써야 할지 체급을 정하는 것이 글쓰기의 시작이듯, 투자에서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익과 손실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매도의 시작임을 깨닫게 한다.

이제 나는 마을의 대소사를 챙기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주식 시장의 파도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내가 가진 것을 어떻게 소중히 지키고 아름답게 마무리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런 의미에서 <매도의 기술>은 나에게 주식 책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그것은 인생의 황혼기를 살아가는 이가 가져야 할 마무리와 비움의 미학에 대한 경제적 해설서였다.

 

투자의 세계에서 팔고 나오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다음 기회를 위한 겸허한 물러남이자 수익의 온전한 수확이다. “팔기 전까지는 내 돈이 아니다라는 이 간단하고도 엄중한 진리를 가슴에 새기며, 오늘도 내 삶과 계좌의 불필요한 욕심을 덜어내는 연습을 해본다. 지키는 자가 결국 승리한다는 것, 그것은 주식 시장과 인생 모두에 관통하는 변하지 않는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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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공룡 대백과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G. Masukawa 지음, 김효진 옮김, 쓰쿠노스케 일러스트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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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평생을 살면서 수많은 생사의 순환을 목격해 왔지만, 수천만 년 전 이 땅의 주인어른이었던 공룡이라는 존재는 여전히 경외심과 묘한 동질감을 불러일으킨다. 최근 손에 든 G. 마스카와의 <일러스트 공룡 대백과>는 단순히 아이들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도감을 넘어, 노년의 독자에게도 시간생명의 본질을 되묻게 하는 묵직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화석이라는 차가운 돌덩어리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는 과정에 주목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공룡학자들이 책상 앞에 앉아 화석 조각과 씨름하며 공룡의 형상을 복원해 나가는 고단한 사유의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이는 마치 우리 노년 세대가 지나온 삶의 궤적을 복기하며 의미를 찾는 과정과도 닮아 있다. 이미 사라져 버린 과거를 현재로 불러내기 위해 정밀한 고증과 상상력을 동원하는 학자들의 모습에서, 나는 잊혀 가는 옛 기억을 소중히 갈무리하는 노년의 일상을 발견한다.

 

책 구성 또한 되어 있다. ‘석사 편’, ‘박사 편’, ‘번외 편으로 단계를 나누어 기초적인 지식부터 최신 연구 성과까지 차근차근 짚어준다. 일상에서 접하기 힘든 전문 용어들이 등장하지만, 저자 특유의 알기 쉬운 설명과 풍부한 일러스트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특히 저자가 직접 그린 정교한 일러스트는 백 마디 말보다 강렬한 울림을 준다. 뼈 구조 하나하나, 가죽의 질감 하나하나를 살려낸 그림을 보고 있으면, 아득히 먼 과거의 생명체가 바로 내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공룡학의 최신 지표를 담아냈다는 점도 놀랍다. 내가 젊었을 적 알고 있던 공룡에 대한 상식예를 들어 둔하고 느릿한 파충류라는 인식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깃털 달린 공룡의 발견이나 조류와의 연결 고리 등 최신 연구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한다. 70년이라는 세월을 지나오며 세상이 변하는 것을 수없이 봐왔음에도, 과학의 진보가 밝혀내는 과거의 진실은 여전히 신선한 충격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매력적인 이유는 저자의 애정이 듬뿍 묻어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신이 왜 공룡을 좋아하는지, 공룡의 어떤 부분이 매력적인지를 진솔하게 고백한다. 무언가에 이토록 몰입하고 열정을 쏟는 모습은 나이가 들어 자칫 무기력해지기 쉬운 우리 세대에게 좋은 자극이 된다. 공룡이라는 하나의 문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따뜻하고도 날카롭다.

 

흔히 공룡을 멸종한 패배자로 보곤 하지만, 이 책을 덮을 때쯤이면 생각이 달라진다. 그들은 수억 년 동안 지구를 호령했고, 오늘날에도 화석과 지식, 그리고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형태로 우리 곁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멸종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공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육체는 쇠하고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가겠지만, 우리가 남긴 삶의 흔적과 지혜는 후대에 어떤 방식으로든 기록되고 기억될 것이다. <일러스트 공룡 대백과>는 나에게 단순히 고대 생물을 가르쳐준 책이 아니라, ‘기록된 과거가 현재에 주는 위로를 경험하게 해준 소중한 통로였다. 손주들과 함께 읽어도 좋겠지만, 조용히 혼자 앉아 차 한 잔과 함께 공룡의 세계를 탐험하며 시간의 깊이를 음미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이 책은 시대를 초월한 지적 탐구의 즐거움을 일깨워주는, 참으로 귀한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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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살인사건 - 약이 독이 되는 위험한 화학의 역사
백승만 지음 / 해나무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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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평생을 살아오며 수없이 많은 약을 마주해왔다. 젊은 시절에는 그저 몸의 고장을 고쳐주는 고마운 도구로만 여겼고, 나이가 들면서는 하루 세 번 거르지 말아야 할 삶의 동반자가 되었다. 내 식탁 위 약병들에 담긴 알약들은 그저 내 노년의 안녕을 지켜주는 든든한 아군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백승만 교수의 <의약품 살인사건>을 읽고 나니, 매일 아침 삼키는 그 작은 알약들이 사실은 생()과 사()라는 아슬아슬한 외줄 위를 걷고 있다는 사실에 등줄기가 서늘해진다.

 

저자인 백승만 교수는 약학자의 시선으로 약의 태생은 곧 독이라는 충격적이면서도 본질적인 명제를 던진다. 우리 같은 노인들에게 약은 곧 생명줄이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생명줄이 언제든 목을 죄는 올가미가 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저자는 실제 발생했던 의약품 범죄들을 중심에 두고, 과학적 원리와 자본의 논리, 그리고 인간의 탐욕이 어떻게 약을 독으로 변모시키는지 촘촘하게 파헤친다.

 

흔히 우유주사라 불리며 연예계 뉴스에 단골로 등장하던 프로포폴부터, 누군가를 깊은 잠에 빠뜨려 다시는 깨어나지 못하게 만든 수면제 살인 사건까지. 책 속에 등장하는 사례들은 소설보다 더 잔혹하고 현실적이다.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의 추천사처럼, 책은 약물이 인체 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넘어, 그것이 어떻게 범죄의 도구가 되고 또 과학수사의 그물망에 걸려드는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인류 과학의 오만에 대한 성찰이다. 저자는 인체가 수억 년의 세월 동안 정교하게 진화해 온 반면, 현대 과학의 역사는 고작 수백 년에 불과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우리가 완벽한 치료제라고 믿었던 약물들이 사실은 인체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완전히 통제하지 못한다는 불완전성, 바로 그 지점에서 약의 양면성이 발생한다는 설명은 무릎을 치게 만든다.

 

칠십 년을 넘게 이 몸을 쓰고 살았어도 내 몸속에서 어떤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지 무지했던 나에게, 이 책은 겸손함을 가르쳐준다. 약은 죄가 없다. 다만 그 불완전한 도구를 다루는 인간의 의도가 문제일 뿐이다. 화학자들이 독성을 다스려 약으로 만들었음에도,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이 다시 그것을 치명적인 독으로 되돌려놓는 아이러니는 현대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 책은 단순한 화학 교양서를 넘어선다. 범죄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그 기저에는 생명에 대한 경외와 기술에 대한 윤리적 책임감이 흐른다. 나이가 들면 주변에 약을 달고 사는 이들이 태반이다. 우리는 약의 효능에만 매몰되어 그 위험성이나 성질에 대해서는 무심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저자는 위험한 사건의 한가운데로 우리를 이끌며, 진정한 약의 안전한 사용은 그 위험성을 명확히 인지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역설한다.

 

스토리텔링이 탁월해 두꺼운 전문 서적 같지 않게 술술 읽히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자칫 딱딱할 수 있는 화학 구조나 약리 작용을 실제 사건이라는 그릇에 담아내어, 과학에 문외한인 이들도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든다. 마치 노련한 수사관의 브리핑을 듣는 기분이랄까.

 

책장을 덮으며 다시 한 번 식탁 위 약병을 바라본다. 어제까지는 무심코 삼켰던 알약 하나가 오늘은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이것은 나를 살리는 약인가, 아니면 내 몸을 서서히 잠식하는 독인가. 그 경계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약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와 사회적 감시 체계일 것이다.

 

이 책은 자극적인 제목 뒤에 묵직한 진실을 담고 있다. 과학이 밝혀내는 진실은 차갑지만, 그 진실을 통해 우리가 얻어야 할 것은 생명에 대한 뜨거운 책임감이다. 생과 사의 경계에 관심 있는 이들, 특히 약과 뗄 수 없는 삶을 사는 우리 같은 세대에게 이 책은 단순한 지식을 넘어 삶을 지키는 지혜를 전해준다. 약의 화려한 변신 뒤에 숨겨진 서늘한 그림자를 직시하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의 일독을 강력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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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삶을 찾아서 - 거대한 도시에서 잃어버린 나를 찾는 자립과 연대의 기록
윌리엄 제임스 도슨 지음, 오수민 옮김 / 빈티지하우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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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 칠십을 넘기고 보니 인생이라는 게 참 묘하다. 앞만 보고 숨 가쁘게 달려올 때는 세상이 정해놓은 궤도에서 이탈하면 큰일이라도 나는 줄 알았다. 더 넓은 집, 더 높은 지위, 더 많은 소유가 행복의 척도라 믿으며 쉼 없이 자기를 채찍질해왔다. 그런데 막상 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짐을 하나둘 정리하다 보니, 정작 내 손에 남은 진실한 기쁨은 그리 거창한 것들이 아니었다. 윌리엄 제임스 도슨의 <단순한 삶을 찾아서>는 백 년이라는 시간을 건너와, 여전히 더 많이를 외치며 불안에 떠는 우리 세대와 다음 세대에게 서늘할 정도로 가르침을 준다.

 

이 책은 19세기 말 런던의 평범한 사무원이었던 저자가 복잡한 도시 생활을 청산하고 산악지대로 들어가 스스로 단순한 삶을 일궈낸 기록이다. 얼핏 보면 흔한 귀촌 수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 속에 담긴 통찰은 훨씬 깊고 날카롭다. 저자는 묻는다. “우리는 왜 이토록 열심히 사는데도 늘 불안한가?”라고. 이 질문은 백 년 전 런던이나 오늘날의 대한민국이나 한결같이 유효하다. 우리는 풍요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실상은 그 풍요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영혼을 끝없이 저당 잡히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가 꼬집는 도시의 비효율적인 경제 구조가짜 욕망을 부추기는 사회적 관습은 칠십 평생을 도시인으로 살아온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우리는 사회적 체면을 차리기 위해 원하지 않는 물건을 사고, 그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하며 인생의 가장 황금 같은 시간들을 허비한다. 나 역시 돌이켜보면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 애쓰느라 정작 내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 들여다볼 여유조차 없었다. 저자는 진정한 자유가 적게 소유함으로써 얻는 시간의 해방에 있다고 단언한다. 이 대목에서 나는 무릎을 쳤다. 노년의 가장 큰 자산은 돈이 아니라, 비로소 내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된 시간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히 개인의 결단만을 강조하지 않는다. 저자는 단순한 삶이 개인의 고립된 은둔이 아니라, ‘공동체적 대안사회적 협동을 통해 완성된다고 주장한다. 이는 내가 거주하는 마을 공동체에서 느꼈던 바와 일맥상통한다.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면 삶은 다시 고단해지지만, 이웃과 나누고 협동할 때 삶의 무게는 가벼워지고 의미는 깊어진다. 저자가 산악지대에서 발견한 행복은 자연 그 자체라기보다, 자연 속에서 비로소 회복된 인간다운 관계자족하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칠십 대의 시선으로 볼 때, 이 책은 단순한 미니멀리즘의 지침서가 아니다. 그것은 인생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묻는 철학서다. 우리는 대도시의 화려한 허울에 속아 소중한 생명력을 낭비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저자가 말하는 단순함은 궁핍함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걷어내고 남은 정수(精髓)’를 누리는 고도의 기술이다. 은퇴 후 소박한 전원생활을 꿈꾸거나, 혹은 여전히 복잡한 도심 한복판에서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훌륭한 나침반이 되어준다.

 

백 년 전의 사무원이 던진 질문은 오늘날 더 무겁게 다가온다.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세상은 비교할 수 없이 편리해졌지만, 현대인의 불안은 오히려 가중되었다. 그것은 우리가 여전히 가짜 욕망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는 이 굴레를 끊어낼 용기를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진정한 자유로 가는 길을 제시한다.

 

이제 남은 생은 나 역시 도슨처럼 살고 싶다. 소유의 목록을 줄이는 대신 경험의 깊이를 더하고,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져 오로지 내면의 평화에 집중하는 삶 말이다. 이 책은 나에게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칠십이라 할지라도, 진정으로 단순하고 진실한 삶을 시작하기에 가장 좋은 때는 바로 지금이다. 백 년 전 런던의 한 선배가 보내온 이 귀한 편지를 가슴에 품고, 나만의 단순한 숲을 찾아 한 걸음 내디뎌 보려 한다. 그 길 끝에는 분명,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던 불안 없는 평온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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