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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권력자 - 무도한 시대, 무도한 권력자들의 최후
박천기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2월
평점 :
“권불십년”이란 말이 있다. 권세는 십 년을 가지 못한다는 뜻으로, 권력의 유한성을 강조하는 사자성어이다. 세상에서 아무리 강한 권력을 쥐고 있더라도, 그것이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을 경고한다. 개인, 집단, 국가를 막론하고 모든 권력은 결국 쇠퇴하고, 그 자리를 다른 권력이 대신하게 된다. 권력이야 말로 마약과 같다. 한번 심취하면 눈앞의 권력이 자기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 권력이 계속 될 것이라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이 책은 PD 연합회 정책실장, KBS 국제방송국장, 라디오편성기획국장, 아시아방송연맹(ABU) 프로그램 부위원장을 역임한 박천기 저자가 가장 현대 세계사에서 독선과 타락으로 무너진 권력자의 사례를 분석한다. 권력자는 대중의 요구에 응하는 영웅적 등장으로 시작해 개인적 욕심이 야기한 불명예 퇴장으로 끝을 맺는 이유는 그런 과오를 정당화하면서까지 그를 추종하는 시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들이 그렇게 되기까지의 시간을 상세히 담아내고 있다.
이 책에서는 바샤르 알아사드, 에보 모랄레스,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폴 포트, 프랑수아 뒤발리에, 베니토 무솔리니,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리처드 닉슨, 선통제, 니콜라이 2세, 팔라비 2세, 찰스 테일러, 사담 후세인, 풀헨시오 바티스타, 제이콥 주마, 무아마르 카다피, 포르피리오 디아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호스니 무바라크 등 19명의 최고 권력자들의 최후를 파헤친다.
볼리비아 모랄레스 전 대통령과 아르세 현 대통령의 갈등 속에 발생한 극적이면서도 코메디 같은 3시간짜리 셀프 쿠데타가 일어났으며, 신통력을 가졌다는 라스푸틴, 리콜라이 2세의 황후를 통해 정부 관료 임명과 구성에 참여하므로 일어난 러시아 국정농단과 20세기 아이티의 악명 높은 독재자로 1957년부터 1971년까지 강권을 휘둘렀던 프랑수아 뒤발리에는 권력을 잡은 뒤 권력을 강화하고 반대자를 제거하기 시작했다. 또한 워터게이트 관련 거짓말이 들통나 탄핵 가결 직전에 자진 사임한 미국 대통령 닉슨, 필리핀의 마르코스와 이멜다 일가가 필리핀 국민의 피와 땀을 빨아들여 축적한 부정 재산은 그야말로 천문학적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실제로 마르코스가 빼돌린 돈만 해도 1987년 기준으로 50억~130억 달러에 달하는 금액이라고 한다. 멀쩡하던 사람도 조직의 리더로 권력을 쥐게 되면 망가지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목격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독재자의 공통점은 자신의 신화에 종속된 노예가 된다는 점이다. “자신의 신화에 종속된 노예가 된다”라는 것은 어느 순간부터 진실을 외면하고 충실한 조언에 귀를 닫으며 오로지 찬양과 아첨에 눈이 멀어 결국 자신이 유일 무의한 존재라는 신화 속에 자신을 가둔다는 것을 의미한다. 권력의 아방궁, 십상시의 아첨에 둘러싸여 권력자가 되는 동시에 노예가 된다고 말한다.
자공(子貢)이 스승 공자에게 물었다. 정치의 요체는 무엇입니까? 공자는 경제적 풍족·전쟁 억지력·국민의 신뢰로 대답했다. 더불어 자공은 우선순위를 물었다. 먼저 국방을 버리고, 경제를 버리고, 마지막까지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은 국민의 신뢰라고 꼽았다.
이 책을 읽고 “권력은 영원하지 않다.”는 교훈을 얻게 되었다. 권력은 거짓말로 치장하고 사람들이 허황된 꿈을 꾸게 한다. 나중에는 그 거짓에 자신도 속아 망해버리는 것이 권력자들의 최후이다. 결국 권력의 자리에서 물러날 때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신세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 글은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