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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폼나게 살아보자 - 뉴 시니어의 설레는 인생 2막
안주석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6년 4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괘씸한 것들 내가 지들을 어떻게 키웠는데, 예전에는 내 밑에서 온갖 아양을 떨던 것들이 갓끈 떨어졌다고 이젠 본 체도 안 해?” 어느 여성 정치인이 중얼거렸던 ‘소설을 쓰고 있네’라는 말처럼 나도 소설을 한번 써 봤다. 그러나 소설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의 인생 후반부 사람들 사이에서 수없이 나오는 한숨이며 은퇴자가 못내 섭섭해 하며 하는 원망이다.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 직함을 잃은 상실감, 낯선 자유가 주는 혼란, 정체성의 위기로 인해 ‘혼돈과 방황의 은퇴계곡’에서 힘겨워한다. 누구에게 하소연할 곳도 없다.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방어할 단 하나의 자존심은 시한폭탄으로 변해 간다. 그러나 준비가 잘된 사람은 이러한 과정을 쉽게 지나가거나 지각하지 못하기도 한다. 은퇴계곡을 힘겹게 등반하지도 않고 그저 망설임 없이 건너뛰어 뉴 시니어의 세계로 직진하는 방법은 분명 있다.
이 책은 현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 여수공장 생산부 말단 사원으로 시작하여 직장인의 꽃으로 불리는 임원으로 승진해 공장장, 영업 본부장, 계열사 대표까지 오르게 된 안주석 저자가 인생의 전반전을 숨 가쁘게 달려온 이들이 어떻게 하면 후반전을 단순한 생존이 아닌, 품격과 멋이 깃든 ‘진짜 삶’으로 전환할 수 있을지 제안하는 인생 설계 지침서이다.

흔히 ‘폼나게 산다’고 하면 화려한 외제차나 값비싼 명품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폼’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진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내면의 자존감’과 ‘자기 조절력’을 의미한다. 저자는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니라, 스스로가 만족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삶의 태도를 갖추는 것이 진정으로 멋진 중년의 모습이라고 역설한다.

저자는 후반전의 승부수가 ‘더 많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지혜롭게 덜어내는 것’에 있다고 강조한다. 불필요한 인간관계, 과거의 영광에 대한 미련, 그리고 자녀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나 자신을 위한 공간이 생겨난다. 그 비워진 자리에 독서와 사유, 텃밭 가꾸기, 혹은 새로운 기술을 익히는 즐거움을 채워 넣는 과정이 바로 ‘폼 나는 인생’의 시작이다.

이 책은 막연한 낙관론에 그치지 않고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도 잊지 않고 있다. 품격 있는 삶을 지탱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경제적 토대가 필요함을 지적하며, 증여나 노후 자금 설계에 대한 안목을 기를 것을 권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경제적 준비만큼이나 ‘지적 자본’의 축적을 강조한다는 사실이다. AI가 세상을 바꾸는 급변하는 시대에 새로운 도구를 배우고 익히는 태도는, 노년을 정체된 시간이 아닌 가속하는 성장의 시간으로 만들어준다.

저자가 제안하는 ‘폼나는 삶’의 실천 방안 중 핵심은 자신만의 ‘거룩한 루틴’을 만드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정갈하게 몸을 움직이고, 정해진 시간에 책을 읽으며, 하루의 감상을 기록으로 남기는 일상의 반복이 한 사람의 인격을 완성한다.
책의 후반부에서 저자는 웰다잉에 대해 조심스럽게 언급한다. 잘 사는 것만큼이나 잘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논리는, 상속과 증여를 단순히 자산의 이전이 아니라 사랑과 가치관의 전수로 보는 관점과 일치한다. 내가 떠난 자리가 아름답도록 미리 정돈하는 사람, 남겨진 이들에게 짐이 아닌 영감을 주는 사람이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멋쟁이’라고 저자는 결론짓는다.
이 책은 나이 듦에 대한 두려움을 설렘으로 바꿔준다. 저자의 문장은 담백하면서도 힘이 있어, 읽는 내내 자신의 삶을 복기하고 재배치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다. 진정한 품격은 쥐고 있는 손을 놓을 줄 아는 용기와, 그 빈손으로 책장을 넘기는 지적인 뒷모습에서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