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안녕하지 않은 날들에 대해 안녕 - 암 병동 간호사가 기록한 삶과 죽음 사이의 이야기
문경희 지음 / 파람북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두 번의 암 수술을 받았다, 몸과 마음에 엄청난 힘과 용기가 필요했다. 지금까지 잘 버텨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성취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수술 이후에 회복 과정에서 새로운 관점이나 삶의 의미를 찾기도 한다. 나는 운동과 식습관 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암 수술 후 회복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생활 관리 방법이나 긍정적인 심리적 접근법에 대해 정보를 찾던 중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현재 ‘와우 간호사’라는 이름으로 치유와 회복의 메시지를 전하며 글쓰기와 강연을 이어가고 있는 문경희 저자가 삶의 도처에 널린 상실과 슬픔, 그리고 결코 평온하지 않았던 날들을 지나오며 건네는 다정한 작별 인사이자 따뜻한 치유의 기록을 담고 있다.

우리는 늘 타인에게 “안녕”하고 묻지만, 정작 자신의 내면이 안녕하지 못할 때는 그 마음을 숨기곤 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삶의 비어 있는 구석, 아픈 기억, 그리고 뜻대로 되지 않았던 날들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저자가 말하는 ‘안녕’은 중의적이다. 고통스러웠던 과거에 보내는 ‘안녕’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살아갈 나에게 건네는 ‘안녕’이다. 인생의 가을날에 서서 삶의 명암을 관조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그늘진 날들도 모두 나의 삶이었다”는 깊은 위로를 건넨다.

저자는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텃밭에 핀 꽃, 창가에 비치는 햇살, 가족과 나누는 소박한 대화 속에서 삶의 진실을 발견한다. 저자는 슬픔을 억지로 밀어내지 않고, 마치 오래된 가구를 닦듯 정성껏 어루만지고 있다. 텃밭을 일구고 정직한 땀을 흘리며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끼는 일상은 저자에게 가장 큰 치유의 공간이다. 저자의 문장은 화려하지 않지만, 정직한 노동과 묵상이 담긴 언어는 독자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 책은 저자가 매일 써 내려간 ‘마음의 일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글을 쓰는 행위 자체가 스스로를 구원하는 루틴이었음을 고백하고 있다. 인공지능이 정답을 말하는 시대에, 이토록 인간적인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문장들은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영혼의 무늬’를 보여준다. 매일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기며 지적 자극을 멈추지 않는 독자에게, 저자의 에세이는 “글쓰기는 결국 나 자신을 사랑하는 가장 우아한 방법”임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책 곳곳에는 가족과 지인들에 대한 애틋한 시선이 담겨 있다. 때로는 상처를 주고받기도 하지만, 결국 그 상처를 덮어주는 것 또한 사람의 온기임을 저자는 말한다. 아내의 수채화 옆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자녀와 소통하며 삶의 지혜를 나누는 나의 일상은 저자가 지향하는 ‘사랑의 흔적 남기기’의 실천이다. 이 책은 우리가 사랑했던, 그리고 사랑하고 있는 모든 존재에게 “덕분에 안녕했다”고 고백하게 만든다.

이 책은 슬픔을 기쁨으로 억지로 바꾸려 하지 않는다. 대신 슬픔 곁에 가만히 앉아 그 무게를 함께 견뎌준다. 저자의 정갈한 문장은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고, 다시 시작할 용기를 준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 때로는 비바람을 맞고 때로는 뙤약볕 아래 서기도 했지만, 그 모든 ‘안녕하지 않았던 날들’이 모여 지금의 단단한 내면을 만들었음을 이 책은 증명한다. 이책을 읽고 책장을 덮을 때쯤, 우리는 비로소 스스로에게 “나의 모든 날들이여, 참으로 안녕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