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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한 도시 - 역사, 예술, 문화, 미식을 넘나드는 인문 기행
김지윤.전은환 지음 / 북다 / 2026년 3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여행은 우리 삶 속에서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 활동으로, 우리의 시야를 넓혀주고 새로운 경험을 만나게 해준다. 여행은 물리적인 이동뿐만 아니라 정서적인 여정으로서 우리의 내적 성장을 이끌어주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새로운 곳을 방문하고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면서 우리는 세계를 더 다양하고 폭넓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은 TBS 교통방송 [김지윤의 이브닝쇼] 진행자로 활동 중인 김지윤 박사와 기업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대학에서 경영 전략과 국제 경영에 대해 강의하고 있는 진은환 교수 두 공동저자가 역사, 예술, 문화, 그리고 미식이라는 네 가지 렌즈를 통해 도시의 민낯과 속살을 들여다보는 깊이 있는 인문 기행서이다. 두 저자는 세계의 매혹적인 도시들을 유람하며, 그곳이 왜 ‘우리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장소’가 되었는지를 인문학적 통찰로 풀어낸다.

저자들은 도시를 ‘과거와 현재가 끊임없이 대화하는 공간’으로 정의한다. 로마의 돌바닥에서 고대 제국의 영광을 읽어내고, 파리의 뒷골목에서 혁명의 불꽃과 벨 에포크의 낭만을 찾아낸다. 단순히 유적지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공간이 품은 역사적 사건이 어떻게 오늘날 도시의 성격과 시민들의 기질을 형성했는지 추적한다.

저자들은 낭만과 예술의 도시로 알고 있던 피렌체의 이면에는 가문 간의 암투가 얽혀 있고, 필수 관광지로 유명한 교토의 ‘금각사’가 소설의 소재가 된 배경, 정치의 중심지이자 한국의 가슴 아픈 역사도 지닌 워싱턴 D.C., 왕조의 운명이 결정되었던 도시이자 ‘위스키’의 성지인 에든버러, 불세출의 화가를 낳은 예술 도시이며 상업이 발달했던 암스테르담, 동서양의 욕망이 교차하며 새로운 얼굴을 만들어 온 상하이, ‘엑스포’를 통해 제국의 기상과 위용을 과시했던 파리, 의회 제도를 이어오며 전통을 지키고 대중문화를 선도하는 런던까지 생생하게 묘사한다.

이 책의 백미 중 하나는 ‘미식’이다. 단순히 맛집을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음식이 그 도시의 기후, 지형, 그리고 역사와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설명한다. 리스본의 에그타르트 한 입에서 대항해 시대의 흔적을 느끼고, 도쿄의 정갈한 요리에서 장인 정신의 정수를 맛본다. 음식은 도시의 정체성을 가장 직관적으로 체험하게 하는 매개체로 활용된다.

이 책은 정보의 나열보다는 ‘공감과 발견’에 방점을 찍는다. 김지윤의 유려한 서사와 전은환의 해박한 지식은 마치 숙련된 도슨트와 함께 도시를 산책하는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익숙한 도시는 낯설게 보게 하고, 낯선 도시는 그리워하게 만드는 묘한 힘이 있다.
우리는 흔히 도시를 떠나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만, 정작 우리가 사랑하고 성장하며 영감을 얻는 곳은 결국 도시이다. 저자들은 이 책을 통해 도시가 단순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아니라, 인류가 쌓아온 지혜와 열정의 총체임을 증명한다.
지적 호기심을 채우고 싶은 독자, 혹은 다음 여행지에서 단순한 관광객이 아닌 ‘관찰자’가 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동반자가 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의 모퉁이조차 사랑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