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과 돈의 역사 - 폭력이 펼쳐지는 시대마다 누가 숨은 이득을 챙기는가
던컨 웰던 지음, 윤종은 옮김 / 윌북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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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류 역사에서 전쟁은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왔다. 전쟁은 많은 인명을 사살하고 막대한 재화의 소실을 가져온다. 이것은 전쟁의 겉면이다. 그러나 국민에게 세금을 부과해 모든 전비를 충당한 전쟁은 거의 없다. 화폐의 발행이나 국내외 차입으로 전쟁을 치른다. 지금 세계는 1,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직전의 모습을 답습하고 있다. 먼 나라에서 일어난 침략전쟁에 이해관계가 얽힌 각국이 개입한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뇌관에서 세계의 뇌관이 됐다. 타협과 화합을 모르는 지도자들의 극단적인 결정으로 인해 군사적 긴장이 치솟고 있다. 전쟁과 돈은 전쟁을 가능하게 하는 전비 조달, 전쟁 이후 배상·재건으로 이어지는 경제적 부담으로 연결된다. 또한 전쟁은 인플레이션·금융시장 변동, 자산 가치 변화 같은 경제 구조를 크게 흔들기도 한다.

 

이 책은 경제학자이자 <이코노미스트>의 필력 있는 특파원이기도 던컨 웰던이 1000년 전 바이킹 시대의 약탈부터 현대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인류사를 뒤흔든 폭력과 전쟁을 유인제도라는 경제학 개념으로 설명한다. 단순한 도덕적 광기나 지도자의 폭거가 아닌 그 시대 사람들의 합리적인 선택으로 바라봄으로써, 전쟁이 그토록 무수한 피를 흘리고 금전적 비용을 치르는데도 왜 지금까지도 끊이질 않는지 이유를 알 수 있다.

 

저자는 기술, 정보, 경제력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한다.”고 하면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그 자원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어떤 체제와 동기 속에서 움직이는가?” 성과 보상 체계나 국가 경영 구조에 따라 같은 인풋도 전혀 다른 결과를 낳음을 보여주는 이 책은 현대 군사 권력과 정책 결정, 대규모 조직 운영에까지 깊은 교훈을 준다.

 

세계 경제사에서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물을 꼽으라고 하면, 아담 스미스로, 그의 '국부론'은 현대 경제학의 기초를 다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며, 존 메이나드 케인스는 대공황 시대의 경제 정책을 개혁하며 현대적인 복지국가론을 제시했다. 그리고 이사이 유키로는 일본의 경제발전을 이끈 산업화의 아버지로, 일본을 세계 경제 강국으로 성장시키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으며,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소련 연방의 지도자로 소련 경제의 개혁과 개방을 주도하여 세계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또한 워런 버핏은 투자의 대가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투자 철학과 뛰어난 성과는 많은 투자자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이들은 각자의 시대와 환경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노력을 발휘하여 세계 경제를 발전시키고 역사를 만들어냈다. 또한 칭기즈칸이 남긴 경제적 유산 역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는 유라시아를 정치적·경제적으로 통합했다는 점에서 세계화의 아버지라 할 수 있으며,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산업혁명의 토대를 마련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중세 이탈리아에서 자신이 성공한 사람임을 보여주고자 한다면, 다빈치의 최신 작품을 거실에 걸어두는 것만큼 확실한 방법은 없었다.”고 하면서 이탈리아는 전쟁의 양상이 여느 지역과 달랐던 덕분에 유럽에서 수백 년간 볼 수 없었던 엄청난 규모의 사치재 시장이 탄생했고, 그 시장의 수요를 충족하는 과정에서 예술적 창조성이 꽃피우며 르네상스가 일어났다.”(p.120)고 말했다.

 

세계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닫는 중이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다. 20세기 이후 전쟁이 없었던 시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평화는 일시적인 계약으로 유지되는 유약한 합의에 불과하다. 갈등과 분쟁을 통해서 이합집산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신대륙을 정복하여 얻어낸 어마어마한 양의 금과 은이 왜 스페인을 도리어 가난하게 만들었는지, 오늘날 기업의 성과 제도와 비슷한 20세기 지위·보상 체계가 어떻게 독일 공군을 자멸로 이끌었는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의 침략을 억제할 더 좋은 전략은 없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전쟁과 돈에 대한 재미와 통찰이 가득한 이야기를 읽으며 폭력과 부의 실체에 한걸음 더 다가서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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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를 활용하는 스마트한 주식투자 - 증권맨이 알려주는 AI 100% 활용
손환락 지음 / 새로운제안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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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평생을 살면서 숱한 경제의 파고를 넘었다. 객장에 나가 종이 전표에 매수 주문을 적던 시절부터, 손안의 전화기로 주식을 사고파는 지금까지 참으로 세상은 빠르게 변했다. 이제는 인공지능(AI)’이 투자를 대신하는 시대라고 한다. 처음 이 책 <AI를 활용하는 스마트한 주식투자>를 집어 들었을 때는 우리 같은 노년층이 과연 이 복잡한 기술을 이해할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앞섰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책을 읽고 난 지금, 나는 새로운 시대의 도구가 주는 든든한 지팡이를 하나 얻은 기분이다.

 

이 책은 증권사 IB본부에서 회사채 및 구조화채권 발행 업무를 하였고, 현재는 SKS PE에서 M&A와 기업 투자를 담당하고 있는 손환락 저자는 AI가 어떻게 방대한 자료를 걸러내고 핵심을 짚어주는지 친절하게 설명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면 인공지능을 어려운 공학의 영역이 아닌, 우리가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비서'로 정의했다는 점이다. 70대 투자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불필요한 정보를 걷어내고 수익의 본질을 보는 눈이다. 저자는 AI가 바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오랜 세월 주식을 하면서 가장 큰 적은 시장도, 종목도 아닌 바로 나 자신의 불안욕심이었다. 저자는 인간의 뇌는 구조적으로 투자에 부적합한 감정적 오류를 저지른다고 지적한다. 특히 노년에는 판단력이 예전 같지 않을까 걱정되거나, 손실에 대한 공포로 무리한 악수를 두기 쉽다. 저자는 AI를 활용한 데이터 기반의 투자가 어떻게 우리의 감정적 기복을 제어하고 원칙을 지키게 돕는지 구체적인 사례로 풀어낸다. 기계적인 차가움이 아니라, 인간의 약점을 보완해 주는 합리적인 도구로서의 AI를 마주하며 저는 큰 위안을 얻었다.

 

이 책은 무조건 AI에 모든 것을 맡기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인간의 직관과 경험이 AI의 분석력과 만날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고 말한다. 우리 70대에게는 수십 년간 세상을 살아오며 쌓인 통찰이 있다. 여기에 저자가 제시하는 챗GPT 활용법이나 파이썬을 활용한 기초적인 퀀트 투자 개념을 얹는다면, 노년의 투자는 훨씬 더 정교해질 것이다. 저자의 설명은 아주 체계적이어서, 새로운 기술을 낯설어하는 이들도 차근차근 따라갈 수 있도록 한 배려가 마음에 든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단순한 투자 지침서를 넘어 노년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책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변화를 거부하고 과거의 방식에 안주하기보다,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며 세상과 호흡하려는 노력 자체가 우리를 젊게 만든다. 저자가 안내하는 AI 투자의 세계는 노년의 자산을 지켜주는 방패이자, 뇌 세포를 깨우는 즐거운 유희가 될 것이다.

 

배우기를 멈추는 사람은 늙은 것이고, 계속 배우는 사람은 영원히 젊다는 헨리 포드의 말처럼, 이 책은 나에게 다시 공부할 용기를 주었다. 투자의 품격을 높이고 싶은 동년배들에게, 그리고 기술의 파도 앞에서 망설이는 모든 어른에게 이 책을 강력히 권한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AI를 두려워하지 말고 이 책을 길잡이 삼아 더 스마트한 투자의 길로 들어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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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세를 깬 자들 - 프랑크 제국과 중세의 운명을 바꾼 형제들의 전쟁
매슈 게이브리얼.데이비드 M. 페리 지음, 최파일 옮김 / 까치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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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세상은 늘 진보해왔다고 믿었다. 과거는 미개하고 어두웠으며, 현대는 합리적이고 밝다는 이분법적인 사고는 우리 세대 교육의 근간이기도 했다. 특히 유럽의 중세는 종교적 광기와 억압, 그리고 흑사병이 창궐하던 암흑시대의 대명사였다. 그러나 매슈 게이브리얼은 이 책을 통해 그 시기가 결코 어둡기만 한 정체기가 아니라, 오히려 역동적이고 찬란하며 세계가 촘촘히 연결되어 있던 빛의 시대였음을 웅변한다.

 

이 책은 버지니아 공과대학교의 중세학 교수이자 종교문화학과 학과장 매슈 게이브리얼과 언론인이자 중세 역사학자, 미네소타 대학교 역사학과 수석 지도교수 데이비드 M. 페리 두 공동 저자가 카롤루스 대제 전성기부터 프랑크 제국의 분열까지 현실판 왕좌의 게임!”, 중세 유럽의 운명을 재정의한 프랑크족의 끔찍한 유혈 내전 아버지와 아들이, 또 형제와 형제가 맞붙은 야망과 배신의 연대기를 설명한다.

 

저자는 중세를 단순히 르네상스를 기다리는 과도기로 보지 않는다. 70대의 눈에 비친 이 책의 첫 번째 미덕은 '기존의 틀을 깨는 용기'이다. 우리는 중세를 폐쇄적인 성곽 안의 세상으로 상상하곤 하지만, 저자가 안내하는 중세는 지중해를 너머 아프리카, 아시아와 끊임없이 교류하던 개방적인 공간이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던 로마의 잔해 위에서 사람들은 새로운 문명을 일구었고, 그 과정에서 맺은 수많은 '맹세''배신'은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의 원형을 만들었다.

 

저자들은 십자군 전쟁을 단순한 종교 전쟁으로 치부하지 않고, 그 이면에 숨겨진 복잡한 인간의 욕망과 문화적 충돌, 그리고 공존의 흔적을 추적한다. 70년 인생을 복기해보면, 우리 삶 역시 단편적인 선악으로 나뉘지 않았음을 잘 안다. 중세 역사를 다층적으로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은 인생의 황혼에서 세상을 관조하는 우리의 시선과 닮아 있다.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울림은 '연결성'에 있다. 중세 유럽의 대성당 유리에 비친 빛이 사실은 이슬람의 과학 기술과 아프리카의 자원이 결합한 결과물이라는 대목에서는 전율이 느껴진다. "세상에 독자적인 것은 없다"는 진리는, 오늘날 갈등과 분열이 심화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준다. 우리는 흔히 우리 세대가 이룬 성취가 오로지 우리의 힘인 줄 착각하지만, 역사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우리는 앞선 세대가 남긴 유산을 이어받고 다음 세대에게 전달하는 '징검다리'일 뿐임을 깨닫게 한다.

 

이 책은 단순히 역사 지식을 늘려주는 책이 아니다. 그것은 세상을 바라보는 ''을 교정해주는 책입니다. 자자가 그려낸 중세의 풍경을 따라가다 보면, 인류는 언제나 위기 속에서 길을 찾아왔고, 그 길은 혼자가 아닌 '함께'였을 때 열렸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 책은 우리 세대에게는 과거를 대하는 새로운 예의를 가르쳐주고, 미래 세대에게는 편견 없는 미래를 꿈꾸게 할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암흑은 시대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우리의 시선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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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략집
한진우 지음 / 모티브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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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는 칠십 평생을 살아오면서 참으로 많은 풍파를 겪었다. 보릿고개를 기억하는 세대로서 우리는 아끼는 것이 미덕이고 저축이 곧 애국인 시대를 살았다. 자식들 공부시키고 출가시키느라 노후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던 나는 <돈략집>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돈을 버는 기술을 나열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평생을 바쳐 일궈온 자산을 어떻게 지키고, 그것을 통해 어떻게 삶의 마지막 품격을 완성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을 이야기 한다.

 

우리 70대에게 이제 돈은 더 이상 성공의 척도가 아니라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을 자유이자 자식에게 짐이 되지 않을 권리이다. 이진우 작가는 이 책에서 돈략이라는 개념을 통해 경제적 무지가 노년에 얼마나 치명적인 독이 되는지를 통찰력 있게 짚어내고 있다.

 

젊은 시절에는 실패를 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간적 자산이 있지만, 70대 노인에게는 그럴 시간이 없다. 한진우 작가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무모한 투자나 남의 말에 휘둘리는 귀동냥 투자가 얼마나 위험한지, 그리고 왜 우리가 지금 이 순간에도 경제 공부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이야기 한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뜨끔하게 생각했던 대목은 돈을 다루는 태도가 곧 그 사람의 인생관을 보여준다는 구절이었다. 평생을 성실하게 살았다고 자부했지만, 정작 내 돈이 어디서 어떻게 흘러가는지 무심했던 지난날이 스쳐 지나갔다.

 

우리 세대에게 가장 큰 무기라고 하면 경험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장애물 역시 낡은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옛날엔 이랬는데라는 사고방식으로는 지금의 초고속 디지털 금융 세상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이 책은 급변하는 인플레이션 시대와 자산 가치의 변동 속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최소한의 방어선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자산의 재구성에 대한 조언이다. 70대는 이제 늘리는 시기가 아니라 정리하고 배분하는 시기라는 것이다. 작가는 부동산에 치우친 한국 노년층의 자산 구조가 가진 취약성을 지적하며, 유동성을 확보하고 현금 흐름을 만드는 것이 왜 노후의 행복지수와 직결되는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나는 그동안 힘들게 모은 재산을 써보지도 못하고 자식에게 미리 상속해 버리고 나서 눈치를 보면서 사는 동년배들의 안타까운 사연들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이 말하는 경제적 독립심의 중요성이 가슴 깊이 와 닿았다.

 

이 책은 우리 세대만 읽을 것이 아니라, 자녀 세대와 함께 읽고 토론해야 할 책이기도 하다. 부모가 경제적 주관을 뚜렷하게 가지고 있을 때, 비로소 자녀와의 관계도 건강해진다. 무분별한 지원이 자녀의 경제적 자립을 망치고 부모의 노후를 파탄 낸다는 작가의 일침은 쓰지만 달콤한 약과도 같다.

 

이 책은 돈을 모으는 것만큼이나 잘 쓰는 것의 가치를 강조한다. 70대에게 돈을 잘 쓴다는 것은 허례허식이 아니라, 내 삶을 풍요롭게 하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남기는 일이다. 이 책은 돈을 다루는 기술적인 것을 넘어, 인생의 후반전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마무리할 것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결심한 것이 있다. 이제는 나이 먹어서 뭘 배우냐는 핑계를 버리기로 했다. 작가가 이 책을 통해 전해주는 메시지는 깨어 있으라는 것이다. 내 지갑의 주인이 되고, 내 삶의 경영자가 되는 것에는 은퇴가 없다.

 

이 책은 노년들에게는 자존감을 지켜주는 방패가 될 것이고, 젊은이들에게는 미래를 설계하는 단단한 주춧돌이 될 것이다. 특히 100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70대 동년배들에게 꼭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우리는 아직 늦지 않았으며, 우리의 황혼은 경제적 자유와 함께 더 찬란해질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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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숲 - 세상을 바꾼 인문학 33선
송용구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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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평생을 앞만 보고 달려오다 문득 뒤를 돌아보니, 손에 쥐고 있는 성과보다 가슴 속의 허기가 더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먹고사는 일에 치여 잠시 잊고 살았던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들이 노년의 문턱에서 다시금 고개를 든다.

 

이 책은 현재 홍익대학교 서울캠퍼스 교양과 전임교수로 재직 중이며 인문학적 사고력과 논리적 글쓰기 능력을 배양하는 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송용구 저자가 고전부터 근현대 철학까지 인류가 쌓아온 방대한 지식의 숲을 안내하고 있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 담긴 삶의 통찰을 우리네 일상과 연결한다. 이 책은 마치 오랜 세월을 함께 보낸 벗과 나누는 깊은 대화와 같다. 젊은 시절엔 그저 어렵게만 느껴졌던 철학자들의 고뇌가, 산전수전 다 겪은 지금에야 비로소 , 그때 그 말이 이런 뜻이었구나하는 무릎을 치는 공감으로 다가온다.

 

이 책에는 괴테, 릴케, 헤르만 헤세 등 우리가 젊은 시절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음 직한 대문호들의 사유가 울창한 숲처럼 펼쳐진다. 70대가 되어 다시 마주하는 그들의 문장은 예전과는 사뭇 다른 무게로 가슴에 박힌다. 젊은 날엔 그저 화려한 수사로만 보였던 시 구절들이, 이제는 내가 살아낸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을 대변해 주는 거울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문학이라는 렌즈를 통해 우리가 겪은 상실과 고독이 결코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나직이 소삭인다.

 

나이가 들고 보니 몸의 병뿐만 아니라 마음의 병도 찾아온다. 친구를 먼저 떠나보내고, 자식들을 독립시킨 뒤 찾아오는 빈 둥지 증후군은 70대 삶의 피할 수 없는 손님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문학이 고통을 없애주는 약은 아니지만, 그 고통을 해석하는 힘을 준다고 말한다. 상실을 비워냄으로, 고독을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으로 치환하는 인문학적 사고방식은 노년의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지혜이다. “인간은 고통 속에서 비로소 자기를 완성한다는 구절을 읽으며, 지난날의 아픔들이 내 인격의 무늬가 되었음을 깨닫는 순간은 이 책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다.

 

70대 노인들은 젊은 세대와 소통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진정한 소통은 가르침이 아닌 이해와 공감에 있음을 강조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다양한 인문학적 서사들은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연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내 고집과 경험만을 앞세우기보다, 인문학의 숲에서 배운 넓은 마음으로 타인의 서사를 들어주는 것, 그것이 진정한 어른의 품격임을 일깨워준다.

 

지혜로운 노년은 늙지 않고 익어갈 뿐이다. 이 책 <인문학의 숲>은 우리가 여전히 성장할 수 있는 존재임을, 그리고 우리의 인생이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인문학적 서사임을 증명해 주고 있다. 숲길을 산책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덧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오늘 하루를 살아낼 수 있는 단단한 용기와 즐거움이 생겨나는 것을 깨닫게 된다.

 

배움의 즐거움을 잊지 않는 동년배들에게, 그리고 인생의 무게에 지친 이들에게 이 책을 강력히 추천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손주들과 나누는 대화의 깊이가 달라지고, 이웃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예전보다 훨씬 부드러운 자비가 서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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