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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노무현, 실패한 노무현 - 왜 지금 노무현인가
이장규 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노무현 제16대 대통령은 1946년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 태어나, 가난한 농촌 출신이라는 배경을 딛고 독학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그는 권력 중심부와 거리를 둔 ‘비주류 정치인’으로 출발했지만, 오히려 그 정체성은 서민, 중산층,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정치적 상징이 되었으며, 권위주의 해체, 수평적 소통, 가치 중심의 정책을 실현하고자 기자실 개방, 국민과의 온라인 대화, 인터넷을 통한 직접 소통 등 ‘열린 정치’를 했다. 그는 정치적 고립과 언론의 집중 공격, 당내외 갈등 속에서도 자신의 철학을 굽히지 않았으며, 학벌이나 출신보다 신념과 끈기가 인생의 방향을 결정짓는다는 교훈을 남겼다.
이 책은 이장규 손병수 고성표 등 3명의 저자들이 중앙일보의 온라인 유료 플랫폼 더중앙플러스에 연재한 기획 시리즈 ‘성공한 노무현, 실패한 노무현’을 엮은 도서다. 저자들은 지난 1년간 노무현과 참여정부 5년의 공과를 복원하고 평가했다. 잘한 것은 칭찬하고, 잘못한 것은 질책했으며, 노무현의 정치적 선택과 정책 판단을 당시 대통령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분석했다. 당사자를 만날 수 없게 된 한계는 증언과 기록을 통해 최대한 보완했다.
노무현은 어떤 대통령이었을까? 우리는 지나간 시대의 인물들을 각자의 관점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평가하고 기억한다. 노무현은 그런 역사의 인물들 가운데서도 가장 논란이 많다. 그는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 일한 5년간은 물론 삶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원칙과 소신을 고집하며 살았다. 그리고 그가 떠난 후로 많은 것이 바뀌었다. 퇴임할 때 지지율 10%대였던 노무현은 지금 ‘가장 좋아하는 역대 대통령’을 꼽는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는 어떤 리더십을 발휘했을까? 내가 읽은 책은 <성공한 노무현, 실패한 노무현>이다.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은 흑역사의 연속이다. 초대 이승만은 하와이 망명 중에 생을 마감했으며, 윤보선은 쿠데타로 쫓겨났으며, 박정희는 부하의 총탄에 암살당했으며, 전두환·노태우는 재판정과 감옥을 오가며 여생을 마쳤고, 이명박은 퇴임 후 감옥생활을 했다. 김영삼과 김대중은 자식들이 저지른 비리로 민주투사 명예에 먹칠했고, 재임 중에 탄핵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징역까지 살았던 박근혜, 윤석열은 더 설명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저자들은 “노무현은 자신을 버려서 모두를 구했다. 나락으로 추락하는 자신의 명예를 지켰고, 가족뿐 아니라 폐족임을 자칭했던 친구, 동지들까지도 몽땅 구출했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탄핵 이전의 노무현 대통령은 유연하고 이야기도 폭넓게 들었는데, 탄핵 사태 이후부터는 말하는 톤도 강해지고, 표현이 직선적으로 달라졌다. 자기 확신이 더 강해진 것 같았고, 뭔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더 느껴졌다.”고 말한다.
노무현의 정치적 욕심은 통합의 대통령이 되는 것이었다. 그는 에이브러햄 링컨을 닮고 싶었고, 진심으로 ‘한국의 링컨’이 되고 싶어 했다. ‘노무현식 통합’의 노력은 집권 내내 계속되었지만 현실은 통합은커녕 분열과 갈등이 심해져 갔다. 집권 말기에 자신을 “실패한 대통령”이라고까지 했다. 심지어 “애당초 나는 대통령이 되지 말았어야 했던 사람”이라는 등의 심한 자학과 회한을 곳곳에 남겼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실패한 대통령으로 알고 있었으나 이 책을 읽고 나서부터는 죽음으로써 모든 허물을 덮고 ‘영웅’이 된 노무현 대통령을 새롭게 보게 되었으며 존경하게 되었다. 그는 스스로를 한없이 자책하면서 자신을 버렸으나 불과 15년이 지나면서 어느새 많은 이의 가슴속에 우뚝 서 있는 것을 볼 때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이 노무현 대통령을 롤모델 삼았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