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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세이션 - 결심을 조롱하는 감각의 비밀
살마 로벨 지음, 오공훈 옮김 / 시공사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일본의 가와구치 요리코 전 외무상은 외상 시절 중요한 의회 답변이나 연설이 있으면 빨간색 옷을 즐겨 입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가와구치 외무상의 빨간색 옷차림을 주변에서는 ‘쇼부후쿠(승부복)’라고 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처음 도입된 1960년 TV토론 때 민주당 존 F 케네디 후보는 빨간색 넥타이를 맸다. 흑백TV 시절이었지만 그의 빨간 넥타이는 유명세를 탔고, 결국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후보를 제쳤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2008년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수락연설에서 검은색 정장에 붉은색 계열의 넥타이를 맸다. 부인 미셸 여사는 빨간색 드레스에 검은색 카디건을 받쳐 입었고, 두 딸은 검은색과 빨간색 드레스 차림이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빨간색 하면 한나라당 대표를 지낸 홍준표 경남지사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홍 지사는 빨간색 넥타이를 즐길 뿐 아니라 겨울 내복에 속옷까지 빨간색을 입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인과 빨간색은 깊은 관계가 있다.
이 책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심리학자이자 이스라엘 텔아비브대학교 심리학부 교수인 살마 로벨은 빨간색을 잘 활용하면 선거에 승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람이 무심코 지나쳤던 모든 ‘감각’들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는 놀라운 이론을 제시한다. 여기서 감각은, 논리적 사고나 이성적 판단과는 완전히 다른 의미다. 빨간색은 뜨거운 열정을 상징한다. 그 이미지가 정치인에 투영되면 유권자가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이다.
저자는 온도, 색깔, 딱딱하거나 푹신한 감촉, 무게, 빛의 밝기, 높거나 낮음, 깨끗한 정도, 냄새 등 사람이 느끼는 모든 감각을 강조한다. 그는 ‘체화된 인지’ 이론을 통해 감각을 설명한다. 체화된 인지 이론은 최신 심리학에서 가장 주목받는 연구 분야다. 감각이 인간의 무의식과 의식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정치계에서 남자 정치인은 지지를 호소할 때 빨간색 넥타이를 매는 경우가 자주 있다. 남성 정치인이나 참모진은 빨간색이 인간의 인식과 행동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입증한 시장 조사 결과를 들은 적이 있거나, 빨간색이 권력, 권위, 우월함과 연관이 있다는 점을 알아차린 게 틀림없다. 마케팅 세계에서 빨간색은 가격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끼친다. 예를 들면 남성 고객들은 물건 가격이 빨간색으로 적혀 있을 때, 검은색 글씨로 적혀 있는 경우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절약했다고 인식한다.”(p.128)고 말했다.
빨간색은 매우 자극적인 색으로 인간의 마음을 흥분시키거나 감정을 고조시켜 불안과 긴장을 증폭시키는 색이다. 또한 빨간색은 힘, 열정, 생명력을 상징한다. 무엇보다 빨간색은 긍정과 부정의 의미를 동시에 가지는 색으로 지배하는 자에게는 권력의 상징이고, 저항하는 자들에게는 혁명과 반동의 이중성인 상징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책은 주변의 온도·소리·향기·무게가 한 사람의 기분과 결정에 어떤 효과를 끼치는지 설명하므로 쉽게 흥분하고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