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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의 비용
유종일 외 지음,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엮음 / 알마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혹은 자서전이라고 부르는 <대통령의 시간>이 출간되어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여 읽었다. 이 책은 총 12개 장, 800여 쪽으로 상당히 두꺼운 책으로 남북 관계, 녹색성장 정책, 4대강 사업, 해외자원개발 외교 등의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회고록이라고 하면 먼 훗날 지난날을 회고하면서 뭔가 반성하면서 교훈을 주기 위한 내용이어야 하는데 자신의 변명이나 자랑을 일삼기 위해 내는 것은 회고록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업적을 미화하는데 치중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렇게 마음이 유쾌하지 못하던 차에 MB정부의 치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MB의 비용>이란 출간되어 읽었다.
이 책은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 등 16인의 전문가들이 MB정부가 국민의 어깨에 지운 빚, 국고 탕진의 전모를 밝힌다. MB의 치적으로 꼽는 ‘4대강 사업’과 ‘자원외교’의 문제를 숨김없이 파헤치고, 최근 논란이 되었던 제2롯데월드의 기원 역시 이명박 정부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 책은 모두 2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탕진’에서는 구체적인 비용으로 추산할 수 있는 사업들에 대한 자세한 분석을 담고 있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대표적인 사업들인 자원외교, 4대강사업, 그리고 롯데 KT 포스코 등 기업비리와 특혜, 원자력발전소 비리, 영부인 김윤옥 여사의 사업으로 변질되어버린 한식세계화 사업 등의 손실 금액을 합리적인 방식으로 추산해본다.
2부 ‘실정’에서는 MB정부 때 생긴 분명한 문제점이지만 경제적인 비용으로는 계산하기 난감한 부분들을 전문가 대담 형식으로 다룬다. 남북관계의 파탄, 내곡동 사저 등 개인비리와 친인척 비리, 대통령 및 측근 비리, 한없이 낮아진 인사 기준, 부자 감세를 포함한 왜곡된 재정 정책, 언론장악 정책의 해악, 공동체 착취형 정치의 비용으로 인한 국민경제의 피해, 언론 지형의 보수화, MB정권의 정치적 성격과 평가 등을 다루고 있다.
MB가 재임 중 최대 치적으로 꼽는 ‘4대강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의 토목공사였다. 22조 원이라는 막대한 사업비가 투입된 결과는 환경파괴만 낳았다. 4대강 사업을 바로잡으려고 하면 사업비의 네 배에 가까운 84조원을 더 쏟아 부어야 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자원외교(해외자원개발)’도 후유증이 만만치 않다. 사업가치가 없는 것을 비싸게 사서, 헐값에 내다팔며 무려 41조원의 나랏돈이 줄줄 샜다. 오는 2018년까지 추가 투입될 31조원을 포함하면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뒷돈거래(리베이트)를 통해 MB정권의 비자금을 조성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 두 사업은 국민 혈세를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했던 것이고, 나라 곳간을 거들 나게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신문, 방송은 물론 온 나라가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처럼 떠들썩하다. 그러나 조금만 지나면 잊히고, 잘못된 과거가 되풀이되곤 한다. 우리나라가 바로 서고 살기 좋은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을 거울삼아 법제도와 관행을 개혁해나가야 하며, 심각한 비리와 범죄에 대해서는 반드시 엄중한 책임 추궁은 물론 다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동안 좋게만 생각했던 MB정권에도 이러한 일탈과 잘못이 있었는가 하는 실망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