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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의 힘
원재훈 지음 / 홍익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사람들과 같이 얘기하고는 있지만 거기서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내가 그 대화에 제대로 참여하고 있지 않아서 그런 건지도 모른다. ‘군중속의 고독’은 모두가 살아가면서 자주 느낄 것이다. 그것은 누구도 예외가 아니다.
요즘은 ‘혼자’인 것을 낙오 또는 패배로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죽어라 세상의 한복판으로 들어가 사람들 속에 섞이려고 한다. 그러나 그럴수록 더 외로워진다. 이상한 일이다. 우리 삶에서 고독이 갖는 진짜 의미를 깨닫게 해줄 필요가 바로 거기에 있다.
이 책은 시인 원재훈이 고독을 난치병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고독의 진정한 가치’를 일깨워준다. 저자는 자신의 생생한 경험과 동서양 고전, 철학, 문학, 영화,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추려 뽑은 값진 사례들을 한데 모아, 고독이 인생을 더 깊고 넓게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자양분임을 일러준다.
고독을 껴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저자는 자신과 당당히 직면하고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성찰의 시간을 가지는 과정이야말로 고독의 힘으로 이뤄내는 진정한 자기치유라는 것이다. “그냥 잠자코 가만히 있는 것, 나를 홀로 내버려두고 외로움의 바닥까지 내려가게 하는 것. 그것이 가장 좋은 치유 방법임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실제로 고독한 사람이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해냈는지에 대한 예시도 덧붙인다. 고독한 화가 빈센트 반 고흐, 위대한 사상가 장자크 루소와 몽테뉴,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 한국의 퇴계 이황 등. 모두 고독을 즐겼고 그 고독 속에서 위대한 일을 해낸 사람들이다. "아무 할 일이 없이 빈둥대는 걸 고독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고독한 사람은 패배자가 아니라 지금의 상황을 반전시켜 승리자로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는 사람이다.” 고독을 낙오나 실패로 해석해서도 안 된다.
우리는 항상 행복을 원하지만 행복은 반드시, 그리고 너무나 자주 불행을 동반하고 찾아온다. 지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 감동을 주는 모든 이야기들은 이런 고립 상태를 거쳐 탄생한 것들이다. 아름다울수록 더욱더 고립과 고통이 컷을 수도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고독을 삶의 힘든 오르막이나 위험한 내리막을 유연하게 지날 수 있게 신이 마련해준 터널 같은 시간이라고 생각하면 고통이라기보다는 성찰의 시간으로 여기며 행복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p.86)라고 말했다.
나는 요즘 삶의 의욕과 힘을 잃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많은 힘을 얻었다. 세상은 힘들고, 거칠고, 야비하다. 이 순간에도 배반을 당하는 사람, 고독의 구렁텅이로 떨어졌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발상만 전환하면 세상이 달라질 것이다. 어떤 것 때문에 두려운 게 아니라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 때문에 두려운 것이다. 고독을 달리 바라보면 역설적으로 고독도 외롭지 않게 되고, 더 이상 고독하지 않게 된다.
그동안 상처로만 여겨왔던 ‘고독’을 이 책을 읽으므로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고독으로부터 삶의 풍요를 발견하게 하는 이 책을 꼭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