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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학개론 - 삶과 함께하는 죽음
윤득형 지음 / 샘솟는기쁨 / 2015년 7월
평점 :
사랑하는 사람을 한순간에 잃는 슬픔이란 어떠할까.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이 감정은 슬픔이라고 하기에도 모자라며, 세상의 수많은 감정 중에서도 가장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일 것 같다.
나는 그동안 목회를 하면서 수많은 교우들의 죽음을 목격했고, 유가족들의 슬픔을 위로했다. 나 역시 사랑하는 가족의 죽음으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슬픔을 맛보았다. 처음에는 나에게만 닥쳐온 비극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겪는다.
이 책은 슬픔치유 상담가, 죽음교육 전문가인 윤득형 목사가 9년 동안 미국 유학 중에 채플린으로서 경험한 내용과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죽음 후에 상실, 슬픔을 가슴에 안은 채 살아가는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와 회복의 메시지를 담았다. 특히 죽음의 의미, 철학, 죽음준비교육, 호스피스 연구 및 실습, 상담 등을 알기 쉽게 안내하고 있다.
이 책에서 루게릭병으로 서서히 죽어가는 아버지 죽음을 목격하면서 일찍이 ‘죽음의 자리’에서 우는 자들과 함께하게 된 저자의 내밀한 고백을 읽을 수 있다.
목사인 저자는 죽음교육의 하나로, 이별과 죽음은 유사하여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소망을 전해야 한다고 했으며. 환자를 위한 영적인 돌봄이 예식(예배)에 앞서 질병과 고통, 상실과 슬픔을 경험하는 이들의 마음을 먼저 헤아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행복한 삶을 꿈꾸며, 그 순간이 영원하길 바라지만 우리의 삶은 유한하다. 평균수명이 점차 늘어나는 시대가 되었지만 결국에는 끝이 있게 마련이다. 곧 죽을 것처럼 불안해할 필요는 없지만, 앞날은 누구도 알 수 없는 법이다. 만약 죽기 직전에 남은 감정이 후회뿐이라면 얼마나 삶이 허망할까?
이 책에서 저자는 ‘죽음준비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죽음교육을 통해서 삶에 있어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주어진 삶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도록 도우며,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겪게 되는 비탄의 과정에 대해서 배우며, 죽음에 대한 막연한 공포를 없애며, 죽음과 관련된 윤리적, 법적인 문제를 배우게 된다. 더 잘 살기 위해, 더 멋진 인생을 위해 죽음 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신앙공동체에 속한 우리들은 높이 솟은 교회당 십자가 아래 아파하는 이웃을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예수가 보여준 낮은 자의 모습으로 이웃을 섬겨야 한다. 이웃의 아픔을 들어주고 함께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p.141)고 말했다.
저자는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교회에 ‘메모리얼 룸’을 만들어 죽음이 삶 속에서 함께하기를 제안한다. 연예인들의 자살을 비롯하여 시시각각 벌어지는 크고 작은 참사로 인한 죽음, 그로 인한 트라우마를 회복하는 데 교회적 차원으로 기여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 책은 삶의 깊은 상처로 인해 가야 할 길을 일은 분, 상실의 아픔으로 고통당하는 분, 삶이 주는 무게에 짓눌려 주저앉아 있는 분들에게 자유와 해방을 경험하게 하며, 치유와 회복을 줄 것이다. 삶과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분들에게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