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독서의 해 - 내 인생을 구한 걸작 50권 (그리고 그저 그런 2권)
앤디 밀러 지음, 신소희 옮김 / 책세상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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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인생을 바꾼다. 살기 위해서 독서해야 하는 시대이다. 위대한 지도자들은 모두가 독서광이었다. 물론 독서를 많이 한다고 다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끊임없는 지적 도전이 꿈을 꿈답게 만들어주고 비전을 비전답게 만들어준다.

 

나는 그동안 많은 책을 읽었다. 도서를 구입하기 위해서 정기적으로 책방에 가서 베스트셀러 중심으로 직접 고른다. 또한 신문과 잡지 등에서 소개하는 책과 서평을 살펴보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른다.

 

이 책은 전직 서점 직원, 현직 작가 겸 출판 편집자인 앤디 밀러가 우연히 읽게 된 미하일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로 인해 독서의 즐거움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인생 개선 도서 목록을 작성하여 불혹에 재회한 첫사랑 같은 고전 50권을 소개하고 있다.

 

책쟁이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저자는 한때 애독심을 잃고 업무 이메일과 우편 광고물만 읽는 탕아였다. 최근 수년간 읽은 책이라곤 다빈치 코드가 전부였던 저자는 결코 반듯하지 않은 글쓰기 스타일로 우리에게 독서 경험이 얼마나 주관적일 수 있는지 보여준다.

 

불가코프의 유작인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쉽게 읽히지 않는다. 분위기가 어수선하고 등장인물들의 대화도 수다스럽게 느껴진다. 게다가 아무런 배경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갑자기 끼어드는 본디오 빌라도와 예슈아 하츠노리(예수) 얘기에 당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는 이처럼 황당하고 기발한 이야기 속에 악마의 소동을 계기로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모스크바의 타락한 사회상과 본디오 빌라도와 예수 처형에 대한 재해석, 그리고 좋은 문학이 냉대받고 문학권력이 판치는 소련 문학계의 문제를 버무려 놓았다.

 

이 책에서 작가는 바로 그때 내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 잘린 머리가 자갈 위로 굴러 나왔다는 대목을 마주한 순간, 나는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보기로 결심했다. 일상생활은 며칠만 제쳐두자. 다만 내가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지 시도해보자. 나는 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알아야만 했다.”(p.46)고 했다.

 

톨스토이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전쟁과 평화>이다. 이 책은 단지 전쟁을 하면 국민들이 힘들어 지니 힘을 모아 나라를 지켜야 한다. 그것이 평화로 가는 길이다라는 단순하지만 강한 메세지를 전해주는 명작(?)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전쟁과 평화>는 여러 개의 꾸며낸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실제 역사, 민담, 철학, , 정치를 아우르는 작품이다.

 

사람들은 <전쟁과 평화>에는 세상의 모든 책들이 담겨 있다고 말하며, 티나를 포함한 열성팬들이 몇 번이고 이 책을 되풀이 읽는 것이리라. 이 책은 말 그대로 반드시 읽어야 할 단 한권의 책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150년 전 쇼펜하우어가 한 말을 기억한다. “책을 사는 것은 좋은 일일 터이다. 책을 읽을 시간도 함께 살 수만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흔히 책을 사는 행위 자체와 책의 내용 습득을 혼동한다.” 매일 매일 책을 읽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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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간의 세계일주 - 이 세상 모든 나라를 여행하다
앨버트 포델 지음, 이유경 옮김 / 처음북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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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세계 여행을 꿈꾼다. 하지만 그 중 실제로 여행을 떠난 사람은 극히 소수다. 돈이 없어서 못가는 경우도 있고, 시간이 없어서 못가는 경우도 많다. 나는 무엇보다 여행하는 것을 좋아하여 동남아는 물론 유럽과 미국, 캐나다. 중동, 아프리카 등 많은 나라를 여행했다. 여행이 주는 낯 설음, 설레임, 신선함, 새로움, 그런 것들로부터 활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내가 몰랐던 무언가를 알게 되는 배움. 그것 또한 나를 크게 감동 시킨다.

 

세계일주 여행을 떠난 사람들을 유심히 바라보면 평범하지 않다. 직장을 그만두고, 집을 팔고 가족 모두가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목적과 상황에 따라 여행은 천차만별이겠지만, 내가 경험한 여행은 그야말로 즐거우면서도 힘들다. 집에 돌아오면서 나는 고민에 빠졌다. 도대체 나에게 여행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여행이란 무엇인가. 여행을 통해 내가 얻는 것은 무엇인가.

 

이 책은 잡지 '플레이보이' 편집자, 글을 기고하는 프리랜서, 세계횡단기록탐험대의 공동대장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앨버트 포델이 장장 50년에 걸쳐 나라로서 존재하는 200여국을 방문하며 겪은 파란만장한 여행과 모험을 특유의 유머로 담아낸 걸작이다. 청년시절부터 세계여행을 시작해 이젠 노인이 된 저자가 여행을 통해 어떻게 성장해 왔는지, 나이를 먹어 가는지를 보는 것도 재미가 쏠쏠하다.

 

저자는 세계일주의 기준을 이 세상 모든 나라를 방문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렇다면 나라란 무엇인가란 질문이 따라온다. 인구수, 넓이? 저자는 어떤 기준도 완벽하지 않다고 보았고, UN에 가입한 193개 국가와 국가로 널리 인정받는 대만, 바티칸 시티, 코소보를 포함했다. 그래서 장장 50년에 걸쳐 이 세상에 나라로서 존재하는 모든 나라를 방문했다.

 

세계 여행을 원했던 저자는 어려운 형편의 가정에서 자랐다. 그러나 여행에 대한 갈망을 억누를 수 없었다. 그는 캐나다에서 군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해외를 경험한다. 그러다가 플레이보이와 여러 아웃도어 잡지 편집자로 생활하며 다른 사람들을 세계로 내보내는 일을 하다가, 여행의 참맛을 느끼고 뒤늦게 여행이라는 세계에 뛰어든다. 패기 하나로 자동차를 타고 적도를 한 바퀴 도는 횡단기록탐험대의 일원으로 여행에 나섰다. 알제리의 지뢰밭 위에서 캠핑을 하기도 했다. 사하라사막을 통과하다 베두인족의 사냥을 도운 일도 있다. 독충에 물려 목숨을 잃을 뻔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이 책에는 저자가 북한을 방문한 이야기도 나온다. 북한에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나로서는 흥미롭게 다가왔다. “일행이 묵은 양각도 국제 호텔은 사람이 살지 않는 대동강의 작은 섬에 지어 평양과 완전히 차단되었다. 밝게 조명을 비추고 신중하게 관리하며, 호텔로 이어지는 좁은 다리는 매일 24시간 경찰이 지키고 검문한다. 양각도에서 나가는 모든 문 역시 경비가 지킨다. 나흘째 밤, 나는 나가는 길을 하나 발견했다. 지하 풀장에서 나가면서 일부러 다른 쪽으로 방향을 틀어 무심한 듯 몇 개의 사람 없는 지하 복도를 이리저리 가다 호텔 뒤편으로 통하는, 잠기지 않은 출구 하나를 발견했다. 조심스럽게 살짝 밀어보았다. 주차된 차가 없는 작은 주차장으로 이어졌다. 아무도 없었다. 자유였다. 안개에 싸여 있는 다리 쪽으로 한가로이 걸었다. 12미터쯤 갔을 때 경찰이 옆에 나타나 밤늦게 돌아다니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으로 돌아간다면 훨씬 더 안전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 당장!”(pp.363-364)

 

이 책은 여행안내서가 아니다. 하지만 여행할 때 참고할만한 내용들이 많다. 북유럽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설레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다. 분명 세계여행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 경험은 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 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세계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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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정벌 - 기획에서 병탄, 패전까지 1854~1945
이상각 지음 / 유리창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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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아베 정권은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꾸며 최근에도 독도, 위안부 할머니 문제 등에 대한 망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으며, 패전 후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먼 나라다. 아베 신조 총리 취임 이후 일본 사회의 보수화 경향이 강화되면서 두 나라 국민 사이의 정서적 간극은 더욱 벌어지고 있다. 그것은 전통적으로 일본을 야만시했던 조선인의 문화우월주의, 조선을 자국의 흥망성쇠의 기준이자 대륙 진출의 교두보로 인식했던 일본인의 패권주의가 빚어낸 결과이다.

 

일본은 19세기 후반, 개항과 함께 메이지 유신을 통해 근대화에 성공한 후 대륙 침략의 전단계로서 조선을 병탄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또한 막강한 무력과 외교력을 동원해 조선을 식민지로 삼는데 성공했다. 그 후 일제는 조선인의 자주독립 의지를 무자비하게 탄압하며 갖은 악행과 수탈을 자행했다.

 

이 책은 시인이며 역사 저술가인 이상각 씨가 일본이 조선을 식민 지배하려는 야욕에 시동을 걸었던 1854년부터 1945년 해방에 이르기까지의 한국 근대사를 담았다. 조선이 왜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허무하게 무너져버렸는지, 그 배경이 무엇인지 탐구한다. 일본의 조선에 대한 시각에 초점을 맞춰, 조선정벌을 기획한 정한론과 그것을 실행한 침략자들을 다룬다.

 

이 책은 최신의 각종 연구 자료와 서적들을 통해 조선의 망국과 병탄 시기에 활약했던 주요 일본인 19명의 실체를 추적하고 있다. 그들 중에는 메이지 유신 초기 존왕양이와 정한론을 주창했던 조슈번 출신의 국학자 요시다 쇼인, 정한을 평생의 신조로 삼았던 사이고 다카모리, 조선의 급진 개화파를 육성하면서 탈아론을 부르짖은 후쿠자와 유키치, 전쟁과 외교, 왕비 살해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한국병합이라는 목적을 추구했던 야마가타 아리토모, 이토 히로부미, 이노우에 가오루, 침략의 전위대로 활약했던 대륙 낭인 우치다 료헤이, 청년 교육에 일조한 지식인 니토베 이나조, 독재자로서 잔혹한 무단통치를 자행한 데라우치 마사타게, 3·1독립만세운동의 학살자 하세가와 요시미치, 문화통치라는 당근으로 조선인을 속여 넘긴 사이토 마코토, 조선인에게 창씨개명을 강요한 미나미 지로, 고이소 구니아키, 악행을 조장하며 대일본제국의 축배를 들었던 천황 메이지 무쓰히토, 쇼와 히로히토 등이다.

 

한편 조선인을 사랑했으며, 조선인을 위해 죽어간 일본인들의 이야기도 부록으로 싣고 있다. 조선의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해 힘썼던 야나기 무네요시, 조선인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가네코 후미코, 고통 받는 조선 사람들의 수호천사로 활약한 변호사 후세 다쓰지, 아사카와 다쿠미 등이 대표적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역사적으로 조선이 자립자강이 빈틈을 보였을 때 가장 심대한 타격을 가했던 존재가 바로 그들(일본)이었다성찰하지 않고 대비하지 않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경고한다.

 

이 책을 읽고 우리에게 그렇게 나쁜 짓을 한 일본, 그들은 아직도 변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해방 후 70년이 지났지만 일본에서는 역사 교과서 왜곡, 독도 자국 영토 주장, 군사대국화 등을 외치는 모습을 볼 때 어쩌면 저렇게 뻔뻔스러운지 기가 찰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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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 총알여행 - 생각 없이 준비 없이 떠나는 초간편
신익수 지음 / 생각정거장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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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또는 시간이 없어서 늘 망설이게 된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여 동남아는 물론 유럽과 미국, 캐나다. 중동, 아프리카 등 많은 나라를 여행했다. 여행이 주는 낯 설음, 설레임, 신선함, 새로움 그런 것들로부터 활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내가 몰랐던 무언가를 알게 되는 배움. 그것 또한 나를 크게 감동 시킨다.

 

그래서 여행이라는 두 글자는 언제 들어도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일상에서 벗어나 낯선 곳으로 떠난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여행은 충분히 매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엔 누구나 여행에 관심이 많다보니 TV를 켜기만 하면 여행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SNS에 접속하면 세계 곳곳을 누비는 사람들의 해맑은 얼굴이 가득하다. 그만큼 새로운 여행지와 여행법에 대한 갈망도 늘어나고 있지만 바쁜 일정 속에서 긴 여행보다는 당일치기 여행도 인기를 끌고 있다.

 

나는 여행과 관련된 책은 거의 구입해서 읽는 편이다. 이번에는 찜통더위 속에서 선풍기 바람을 쐬면서 <당일치기 총알여행>이라는 책을 읽었다. 그동안 국내 여행은 별로 하지 못하고 외국여행을 주로 했는데 이젠 국내 여행을 하려고 한다.

 

이 책은 다양한 TV 방송과 라디오에 고정 출연하면서도 초간편 여행, 당일치기 테마 여행코스만 설파하며, ‘3분 요리같은 새로운 총알 투어의 지평을 열어젖히고 있으며, 대한민국 구석구석 모든 곳을 당일치기로 찍고 온 집념의 사나이 신익수 기자가 당일치기, 길어도 1박으로 가면 좋을 국내 여행지에 관한 정보와 팁을 모은 실용 여행서다.

 

여행전문기자가 최적의 당일치기 여행 코스를 엄선해 수록한 이 책은 제목처럼 여행 테마 중 가고 싶은 곳을 찍고, 그곳을 총알처럼 다녀오면 되는 여행 코스들을 사계절 52주에 맞춰 구성했다. 각 장마다 말미에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하는 맛집도 빠짐없이 수록하고 있기에 바쁜 직장인, 어린 자녀를 둔 부모, 여행 테마 고르는 것조차 귀찮은 사람들에게 흥미를 끌기 충분했다.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52주에 맞춰 테마를 구성하고 있으며, ‘스탬프 투어’, ‘스쿠터 여행’, ‘디지털 투어’, ‘무한 리필 여행’, ‘야경 투어’, ‘교황 순례길’, ‘한반도 투어’, ‘이색 이름 마을 여행’, ‘이색 우체통 투어처럼 한 가지 주제에 다양한 여행지가 줄줄이 달려 있어 입맛대로 주제를 고르기만 하면 된다. 저자는 어디로 여행을 가야할지 고민되는 분들에게 그냥 계절 따라 순서대로가면 된다고 말한다.

 

여행을 해보면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여행에 맛있는 음식을 빼놓을 수 없다. 하지만 현지에 가서 맛집을 찾는 것이 쉽지가 않은데 이 책은 파트의 말미에 여행지의 맛집 정보를 수록하였으므로 쉽게 찾아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여행 정보를 모아 놓은 책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경험한 독특한 여행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이 책을 한 장 한 장 읽다가 보면 저자와 함께 여행하는 기분이 들 정도로 생생하다. 돈만 많이 들여서 여행을 떠났다가 오히려 짜증만 내고 돌아온 경험이 있는 분들, 사랑하는 가족들과 신나고 행복한 여행을 하고 싶은 분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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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8-23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윗님이 자신있게 추천하는 책이라니 믿음이 갑니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 왜 지금 사랑이 중요한가
주창윤 지음 / 마음의숲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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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무엇인가? 얼핏 생각하면 쉬운 것 같지만 생각을 하면 할수록 어려운 문제인 것 같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사랑이란 상대에게 성적으로 끌려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이나 또는 그 마음의 상태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때 자주 불렀던 나훈아의 사랑이 뭐냐고 물으신다면 눈물의 씨앗이라고 말하겠어요라는 노래가 있다. 사랑이 무엇인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대중가요 가사의 일부다. 대중가요 가사만큼 남녀의 사랑을 주로 다뤄온 영역도 없을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로 대중의 공통된 관심사가 사랑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서울여자대학교 언론영상학부 교수이며, 시인으로 활동하는 주창윤이 문학, 철학, 영상학, 신화학, 사회학, 문화이론, 심리학 등에 비친 사랑의 본질에 대해 자세하게 담고 있다.

저자는 왜 사랑하고 싶어 하는지, 사랑받고 싶은 이유는 무엇인지, 사랑이 어째서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풀어낸다.

 

사랑의 종류는 형제간의 사랑, 이성간의 사랑, 모성적 사랑, 자기애, 하나님만을 향한 사랑, 자연에 대한 사랑 조국애 등 수없이 다양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랑은 남녀 간의 사랑이다.

 

저자는 현대인이 혼자 남아 있다는 불안한 감정 속에 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다. “과연 나는 누구인지,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실존적 불안’ - 자신이 심리적 안정감을 잃고 홀로 남겨져 있다는 생각 - 으로부터 구원해줄 수 있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p.10)고 강조한다.

 

우리는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내는 과잉연결 상태의 시대에 살고 있지만, 실상은 관계의 허기에 빠져 있다. 이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에 집착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컴퓨터를 통한 연결은 무한하지만, 진정한 관계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로그인과 로그아웃을 하듯, 원한다면 언제든 연결하고 끊을 수 있는 형태를 말한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연결하기에 집착하고 있다. 그것이 오늘날 사랑이 중요해진 이유다.

 

이 책을 읽으면서 사랑에는 원본이 없다.’는 말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사랑은 두 사람 사이에 공유되는 고유한 체험으로 일 만개의 직소퍼즐과 같은 것이 사랑이라고 저자는 정의한다. 수많은 퍼즐 조각들은 사랑을 개별적으로 구성하며, 그것들을 맞추어갈 때 어렴풋이 사랑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사이버 사랑이 증가할 것이다. 사이버 사랑은 육체 없는 사랑이며, 테크놀로지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사랑이다. 개인들은 자기감정과 욕망에 더 집착하게 될 것이고, 쾌락과 대미만족을 위한 섹스는 증가할 것이다.

 

누구나 사랑을 하면서 사랑을 받기를 원한다. 그러면서도 사랑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이 책은 연구자의 눈으로 사랑의 속성과 유형을 분석하고 역사를 좇으면서도 시인다운 따뜻한 감성을 잃지 않는 사랑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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