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맛있는 베트남 - 생생한 베트남 길거리 음식 문화 탐험기
그레이엄 홀리데이 지음, 이화란 옮김 / 처음북스 / 2015년 8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에 베트남의 하노이와 호치민, 그리고 하롱베이를 여행하고 왔다. 오토바이 행렬과 끝내주는 쌀국수, 논라 쓴 여인들까지, 생애 첫 번째 베트남 여행은 상상하던 그곳, 딱 그대로였다. 유럽의 작은 마을에 온 듯한 달랏과 전형적인 베트남의 대도시 호치민, 두 나라를 다녀온 듯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맛볼 수 있었다.
베트남 여행의 장점을 물으면 열에 아홉은 저렴한 물가, 안정적인 치안, 우리 입맛에 꼭 맞는 음식을 꼽는다. 또 쌀국수를 비롯해 식재료와 조리법이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아 음식 때문에 고생하는 경우도 드물다. 베트남전 당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기도 했지만 현재 우리나라 혼인 이주 여성 가운데 베트남인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만큼 친숙한 나라이기도 하다.
이 책은 영국인인 저자 그레이엄 홀리데이가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한국 익산을 거쳐 베트남으로 건너가서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하는 인위적으로 꾸며놓은 가게가 아닌, 음식을 만드는 정말 기본적인 것만 갖췄지만 ‘진짜 베트남 음식’을 파는 가게들을 찾아내어 담았다.
저자는 영국 럭비에서 자라 1996년에 영어를 가르치려고 한국 익산으로 왔다고 한다. 그리고 그 다음 해에는 베트남 고위공직자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베트남으로 건너갔다. 2001년부터 사이공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하기 시작한 그는 사이공의 길거리 음식을 전문으로 포스팅하는 블로그 ‘누들파이’의 운영자라고 한다.
저자가 베트남 음식을 탐험하고, 블로그를 만들고, 저널리스트가 되어 여러 언론의 러브콜과 세계적인 셰프 안소니 부르댕의 찬사까지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그만의 ‘괴물’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저자를 괴물 찾기로 인도한 스티브 펠덤은 “이것은 단순히 괴물을 사냥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꿈을 갖고 꿈을 좇는 이야기예요. 사람들이 미쳤다고 해도 상관없습니다. 꿈을 좇지 않으면 언젠가 ‘기회가 있을 때 했어야 하는 건데’라고 말하고 말겠죠. 꿈을 좇지 않았을 때 여러분이 잃어버리는 것은 바로 여러분 자신입니다.”(p.53)라고 말했다.
베트남 사람들은 언제나 뭔가 먹을 것을 준비했고, 뭔가를 요리했고, 요리 재료를 구입했고, 무엇을 요리할지 얘기했고, 직접 요리한 걸 먹었고, 다른 사람들이 요리한 걸 먹기도 했고, 자기들이 요리를 잘 했는지 못 했는지를 얘기했다. 베트남하면 쌀국수와 먹거리 음식부터 생각이 난다. 그래서 가끔 베트남 쌀국수를 사먹는다.
이 책을 읽다가 보면 베트남 길거리 음식의 맛과 냄새와 소리가 떠오른다. 저자가 완벽한 요리를 찾아다니면서 겪었던 고생과 성취를 함께 공유하게 된다. 단일요리 음식점, 국수집 주방, 차 노점 등을 돈키호테처럼 탐구해 들어간 저자의 노력 덕에 우리는 이 매혹적인 나라가 가진 문화의 일부, ‘정직하고 허세 없는 지역 음식’이라는 핵심 주제로 곧장 들어갈 수 있다.
이 책을 처음 접할 때는 베트남의 정겨운 사진이 수록되어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했었는데 사진이 한 장도 수록되어 있지 않은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 책은 베트남 음식과 문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