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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갈 용기 - 자유롭고 행복해질 용기를 부르는 아들러의 생로병사 심리학
기시미 이치로 지음, 노만수 옮김 / 에쎄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어떠한 이유로든지 간에 태어난다는 것은 고통의 시작이다. 도스토옙스키는 ‘산다는 것은 고통을 겪는 것’이라고 했다. 위대한 러시아의 소설가가 인생은 오직 고통을 겪는 것이라는 의미로 말했다면 그것은 지나치게 염세적인 생각일 것이다. 하지만 살면서 인생을 충분히 겪어내야만 한다는 뜻으로 말했다면 그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우리나라보다 더 잘 사는 나라에서 태어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북한이나 아프리카의 소말리아 같은 곳에서 태어나서 사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그들은 굶주림과 온갖 질병에 시달려 아파하며, 괴로워하며 살고 있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 기시미 이치로가 2006년 심근경색으로 죽음의 문턱을 넘나들면서 아픔·늙음·죽음·잘삶 등에 대해 아들러의 사상을 녹여낸 것이다. 동시에 니체, 도스토옙스키, 에리히 프롬, 서머싯 몸, 스티븐 호킹, 무라카미 하루키 등 명사들의 생로병사 잠언을 인용해 책 읽는 재미를 더했다. 특히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태를 겪으며 ‘사회적 죽음’에 대한 고민도 풀어냈다.
이 책은 모두 5장으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다. 장별로 ‘타자(대인관계)·질병·나이듦·죽음·잘삶’이라는 “인생의 과제”에 대응한다. 1장 ‘대화할 용기-타자에 대하여’에서는 산다는 것은 고통이므로 인생의 과제와 대화할 용기를 내라고 권한다. 2장 ‘몸말에 응답할 용기-아픔에 대하여’에서는 의사와 환자의 대화, 의사의 퍼터널리즘과 고통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 한다. 3장 ‘늙어갈 용기-나이 듦에 대하여’에서는 나이 듦을 존재의 차원에서, 늙음 그 낯선 시간 속에서의 용기, 스스로 선택하는 운명에 대하여, 나이 든다는 것, 늙어간다는 것의 변모에 대해서 알려준다. 4장 ‘책임질 용기-죽음에 대하여’에서는 사회적 죽음을 당하는 쪽에서 생각해야 하며, 장기이식과 윤리적 압력, 생의 일부로서의 예기 불안, 자신만의 순수한 과제에 대하여 이야기 한다. 5장 ‘행복해질 용기-어떻게 잘 살 것인가’에서는 철학으로의 복귀와 운명애, 인생의 의미는 용기로부터, 길잡이별 ‘용기’는 창공에서 빛나고, ‘나인 채로’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라고 말한다.
아들러 심리학의 근본 개념은 ‘열등감’과 ‘보상’이다. 인간은 누구나 유아기 때부터 싹튼 열등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열등감은 불리한 신체 조건, 열악한 사회 환경, 경제적 궁핍, 무시와 모욕감 등에서 비롯된다. 똑같은 조건과 환경일지라도 누구는 열등감에 빠지는 반면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열등감은 주관적인 감정’이다. 그런데 열등감을 극복하려는 노력, 즉 ‘보상’은 두 갈래로 펼쳐진다. 하나는 우월감/자만심/권력욕으로 탈바꿈하며 또 한편으로는 공동체에 대한 관심, 인간다움, 연대감으로 실현된다. 열등감은 건강한 자아 형성과 사회 연대감을 유도하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지만 반사회적인 태도를 갖게 하거나 병적인 권력 행사 욕구와 우월 욕구에 찌들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기대수명이 높아지고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는 한국사회에서 인생을 어떻게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을지, 그리고 ‘나이듦’과 ‘죽음’이라는 인류 보편의 결말에 어떻게 용기 있게 응답할 것인지에 대한 길라잡이가 되어 준다. 늙음, 질병, 죽음 등을 피하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고 두려움을 극복하는 용기가 현대인들에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