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 지루하고 지친 삶을 극복하는 52가지 프로젝트
닉 소프 지음, 김영옥 옮김 / 어언무미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한때 ‘X세대’, ‘신세대’ 등으로 불리며 세상물정 모르는 젊은이 취급을 받았던 이들의 현재 나이는 마흔 전후가 되었다. 이들에게는 ‘먹고사는’ 것이 큰일이었다. 그렇다 보니 ‘욕망’은 점점 억눌렸고 ‘분노장애’로까지 확장되는 듯하다.
베이비부머를 제치고 명실상부 ‘대한민국 허리’를 꿰찬 이들이 우리 사회의 정치적 격변을 주도할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이전 세대와는 다른 다양성과 개방성, 소프트 파워를 무기로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소통에도 능숙한 이들이 아랫세대와 연대할 경우 그 파괴력은 엄청날 것이다.
이 책은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인 닉 소프가 BBC, 「가디언」지, 「데일리 메일」 등 언론 매체의 주목을 받으며 화제가 된 인생 실험을 담았다. 저자는 1년 동안 한 주에 한 가지씩 새로운 일에 도전했다. 장거리 수영, 클럽에서 자신을 내려놓고 즐기는 일 같은 간단한 것부터 영국 땅을 끝에서 끝까지 여행하고 영국택시인 블랙캡을 몰로 몽골까지 가는 일도 단행했다.
기네스북에도 도전했다. 가장 쉬워 보였던 ‘크림 크래커 빨리 먹기’에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깨진 유리 위 걷기’를 성공한 저자는 독자들에게 강하게 도전을 권하기도 한다. 그 외에도 자신만의 크리스마스 캐럴을 제작해 싱글 앨범을 발매하기도 하였고 한동안 보트에서 생활하기도 했다. 단식, 문신, 페스티벌 즐기기, 제모, 알몸수영, 최면, 비아그라 복용까지 평소 궁금했던 것들은 물론 블로그를 통해 그에게 제안해온 것들 또한 시도했다. 모든 시도가 그에게 행복감을 주진 못했지만 도전을 통해 그는 진정한 재미를 찾는 방법을 터득해갔으며 그 경험은 유쾌한 문체와 함께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저자는 그가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했다. 새로운 도전을 정하고 시도하고 사람들과 교류하고 공유하면서 그의 도전은 그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큰일까지 도전하게 만들었다. 지루함을 극복하기 위한 1년의 여정은 단순한 재미를 넘어 삶 전체를 관통하는 큰 깨달음을 그에게 선물해준 것이다. 또한 그의 프로젝트는 다른 인생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를 따라 자신만의 ‘52가지 새로운 일’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자신의 삶을 즐기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저자는 ‘아주 작은 것’들을 수행하면서 달라지는 자신을 느낀다. ‘어둠 속의 식사’를 통해, 음식은 참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누리고 즐기는 것임을 깨닫는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암흑천지의 공간 속에서는 손으로 집어먹든 접시를 입에 대고 포크로 쓸어내리든 남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먹는 것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저자의 경험이 비단 자신의 감각과 인식을 새롭게 만드는 데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할아버지에게 매주 전화하고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노인은 멋지고 현명한 존재며 우리 곁에 영원히 머물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아버지와 어머니, 동생 등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가장 가까이 있지만 가장 멀어지기 쉬운 관계의 소중함을 전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너무 쉽기만 한 요즘, 수명은 늘어가고 세상은 지루해지고 사람들은 뭘 해야 가슴이 뛰는지 조차 잊고 사는 때에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