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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혼자 스페인을 걷고 싶다 - 먹고 마시고 걷는 36일간의 자유
오노 미유키 지음, 이혜령 옮김 / 오브제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버킷리스트는 ‘내 생애 꼭 하고 싶은 일들’을 말한다. 하고 싶은 일은 사람마다 다 다르다.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과 오붓하게 오솔길을 걷는 게 버킷리스트가 될 수 있다. 바쁜 일상에 쫓겨 여유를 잃고 사는 사람들은 일상을 일탈해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게 버킷리스트가 되기도 하고,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일상으로 돌아온 사람은 날씨 좋은 가을날 노천카페에 앉아 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을 마시는 게 버킷리스트가 되기도 한다.
세계 일주를 꿈꾸는 사람은 많다. 그 중 실제로 여행을 떠난 사람은 극히 소수다. 그런 소수를 유심히 바라보면 평범하지 않다. 직장을 그만두고, 집을 팔고 가족 모두가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들에게 세계 일주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그동안 여러 나라를 여행했다. 동남아는 물론 일본, 미국, 캐나다, 중동 아프리카,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 이루 말로 다 할 수가 없다. 나에게 버킷리스트는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버킷리스트는 행복으로 가는 꿈의 목록이자 꿈을 나누고 실천하면서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나누는 일이다.
이 책은 학생 시절 세계 일주를 떠나 22개국을 다녀온 뒤 여행의 매력에 빠져 졸업 후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을 거듭하다 여행 중 만난 한국 교수의 말을 듣고 세번에 걸쳐 찾은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과의 여정을 담았다.
그동안 ‘산티아고 여행’에 대한 책을 많이 읽어보았지만 이 책만큼 감동을 주는 책은 없었다. 산티아고 초보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실제로 여행한 루트와 비용, 현지에서 수집한 팸플릿을 정리한 숙소 정보, 여행자들 사이에 통하는 명물과 명소까지, 직접 다녀온 친구가 전해주듯 꼭 필요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는 산티아고에 대한 종합 가이드라고 할 수 있다.
‘산티아고’란 기독교의 성인, 성 야고보의 스페인어 이름인데, 예수님의 12제자 중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데 콤포 스텔라로 걸어가는 길을 뜻하며, 여기에는 무수한 종교적 역사적 전설이 짙게 배어있다. 일찍이 기독교 왕국은 이슬람의 위협에 대항해 위대한 성 야고보 사도를 수호성인으로 떠받들었고, 9세기 초에는 그의 무덤이 발견됐다. 사도 야고보의 무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유럽 전체로 빠르게 퍼져갔으며, 무덤이 발견된 이후 이곳은 당시 예루살렘과 로마를 잇는 순례길과 비교될 만한 순례지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걷기가 ‘버리기 위한 여행’이었다고 말하는 저자는 걷는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자신을 반성하는 동시에 다음의 자신에게 다다르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육체적 트레이닝뿐만 아니라 세계유산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먹고 마시며 자유롭게 걷는 36일간의 여정 속에서 쓸데없는 짐을 비우고, 같은 고민을 지닌 사람들과 따뜻한 교류를 나누는 동안 자신과 대화하는 법을 배우고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는 법을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제 나는 산티아고를 걷기 위해 매월 적금을 든다. 언젠가 적금을 타서 ‘산티아고’를 걷게 될 것이다. 산티아고 여행을 꿈꾸는 분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