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선은 왜 무너졌는가
정병석 지음 / 시공사 / 2016년 10월
평점 :
역사는 오늘을 직시하여 미래를 창조하는 거울이다. 역사는 거울이 되어 현재를 비추고, 또 미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타산지석의 역할을 한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말은 어쩌면 보편적 진실이다. 예나 지금이나 주변 강대국의 위세는 여전하고, 좀 살기 나아졌다고 하나 그 품세에 썩인 우리네 처지는 항상 불안하다. 단군 이래 최고의 번영과 자존(自尊)을 누리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은 몇 힘 있는 나라의 기침에 당장 감기, 어쩌면 폐렴걱정을 해야 하는 신세이고 보면….
대학생들에게 “500년 이상 존속했던 조선이 왜 망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대개 당파 싸움, 쇄국정책, 양반의 수탈 등의 답변을 한다. 그러면 “그런 요인들이 어떻게 조선을 망하게 했을까?”라고 질문하면 답변이 궁색해진다.
이 책은 30년 동안 정부 관료로 공직에 종사하면서 많은 법과 제도를 입안하고 집행해온 저자 정병석 경제학 박사가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조선의 정치·경제·문화를 분석하며 조선이 쇠퇴기를 걸었던 이유를 설명한다.
조선 왕조는 500년이 넘도록 존속했다. 아래로는 일본과, 위로는 중국과 대립하며 여러 차례의 내우외환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체제를 오래 동안 유지했다. 고려 말기의 혁명을 주도하고 조선을 세운 건국 세력은 고려가 쇠퇴한 원인을 찾고 이를 보완해 완벽한 국가를 세우려 노력했다. 그리하여 성리학을 통치 이념으로 삼아 우리가 아는 ‘선비의 나라’를 만들었다.
성리학으로 조선을 건국하고 제도를 정비한 공신세력들은 부패했다. 여기에 비판의 잣대를 들이대며 혁신을 외친 것도 성리학이었다. 공신세력들의 훈구파와는 달리 지방 향촌에서 기거하던 사림(士林)들이 정계로 올라와 사화(士禍)에 피를 뿌리며 정치개혁에 온몸을 던졌다. 퇴계, 율곡과 같은 사람들도 모두 이때 사람들이다. 그리고 사림의 개혁은 성공했다. 조선의 정국은 사림천하가 되었다. 하지만 문제의 씨앗은 여기서 싹트기 시작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조선 중기부터 후기로 넘어갈수록 조선에 시행됐던 제도들이 폐쇄적이고 착취적인 성격인 것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불평등한 관료 등용 문제, 교육의 불균등성,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든 학문 성리학 등에서 나타난 제도적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조선의 정치제도는 본질적으로 ‘양반’ 계급만을 위한 것이었다. 조선의 양반들은 ‘문화-지식권력’도 독점했다. 백성을 위한 정책보다는 기득권을 보호하는 정책을 우선시했다.
이 책을 통해서 조선이 왜 가난하게 되었는지, 제도가 만든 경제성장의 차이, 지식의 국가 독점, 착취적 신분제의 대명사, 노비제도, 폐쇄적 정치제도에 대해 많은 지식을 얻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조선시대의 부정적 유산들이 오늘날에도 그대로 내려오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프다. 지금 우리나라를 흔들고 있는 최순실 사태만 해도, 권력 주변에 기생하는 3류 인생들이 나랏돈을 빼먹고 재벌들을 등쳐먹은 ‘착취적’행위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하여 조선이 왜 무너졌는지 살펴보고 역사의 거울로 삼는다면 책을 읽은 보람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