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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 건강실록 - 역사 선생님도 가르쳐주지 않는
고대원 외 지음 / 트로이목마 / 2017년 10월
평점 :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25명의 왕의 평균 수명은 총 46.1세에 불과했다고 한다. 열여섯 살에 사약을 받고 죽음을 맞이한 단종을 제외하면 평균 47.3세로 평균치가 조금 높아지지만, 현재 남자 평균 기대수명인 78세에 비하면 지극히 짧은 인생을 살았다. 당시 최고의 부와 권위를 가졌던 조선 왕실 역시 죽음과 질병 앞에서는 어쩔 수 없었다.
왕실 사람들이라고 해서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었다. 어려서는 천연두를 앓았고, 늙어가면서 시력 감퇴를 비롯한 여러 질환에 시달리다가 삶을 마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당시 왕들은 천연두뿐 아니라 각종 종기로도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왕의 온천행은 대부분 치유가 목적이었다고 한다.
이 책은 한의학 교수, 한의사 등 한의학 전공자 9명이 조선 왕실 사람들의 평범하고 소박한 이야기를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담았다. 특히 ‘정치’라는 틀을 벗어나 웃고 울고, 기쁘고 슬프고, 행복하고 우울하고, 태어나고 병들고 늙고 죽는, 한 인간으로서 조선 왕실 사람들의 생로병사와 의료문화 등을 자세하게 알려준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조선 왕실 사람들의 생로병사’에서는 의학 기록을 토대로 왕실 인물들, 소현세자, 효종, 인현왕후, 숙종, 영조, 선의왕후, 정성왕후, 영조 등의 삶과 죽음을 다룬다. ‘승정원일기’에 남겨진 의학 기록을 통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거나 혹은 잘못 알려진 생로병사에 관한 이야기들을 실었다.
2부 ‘조선 왕실 사람들의 희로애락’에서는 장렬왕후, 명성왕후, 경종, 해경궁, 명성황후, 인조, 장희빈, 효의왕후, 사도세자 등 왕실 인물들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느꼈을 희로애락에 관한 이야기를 실었다. 구중궁궐 깊은 곳에 살면서 한 인간으로서 느꼈을 삶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고통에 대해 이야기했다.
3부 ‘조선 의료인들의 눈부신 대활약’에서는 백광현, 유상, 김덕방, 이공윤, 경옥고, 중완혈 수구사 등 왕실 안팎 의료인들의 활약상을 실었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당당한 업적을 이루었으나 미처 잘 알려지지 못하고 묻혀 있는 놀라운 활약상에 대해서도 이야기 한다.
4부 ‘조선 왕실 사람들이 향유한 의료문화’에서는 ‘승정원일기’에 남겨져 있는 왕실의 의료문화에 대해 실었다. 왕실의 건강이 곧 나라의 건강이었다고 보았기에 타락죽, 녹두죽, 의이죽, 인삼차, 송절차, 마통차, 감두탕과 해독약재, 달생산, 불수산, 궁귀탕, 고려인삼 등 의료문화에 대한 기록을 발굴하여 실었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승정원일기’는 반전의 기록이자 미지의 기록”이라고 하면서 “‘조선왕조실록’보다 10배 가까이 상세한 기록이 남아있어 (승정원일기를 참고하면) 동일한 사건에 대해 사실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 또 특정 사건이나 특정 왕실 인물에 대해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사실도 상세하게 남겨져 있다”고 말한다.
책갈피마다 유머와 해학이 넘치므로 읽기에 지루하지 않고, 책을 손에 들면 놓을 수가 없다. 문장이 매우 깔끔하고 단정해 읽는 데 부담이 없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