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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쓰러지셨다 - 아버지에겐 끝까지 비밀로 남겨둘 아들의 간병 이야기
설민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2월
평점 :

‘문화충전 카페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몇 년 전에 어머님이 생일잔치를 하고 자식들이 모두 돌아간 뒤에 계단에서 넘어져서 119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급히 가서 치료를 받았으나 노환으로 집에 오시지 못하고,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하셨다. 90이 넘으신 아버님께서 매일같이 오토바이를 타시고 면회를 가셨다. 결국 아버님께서도 노환으로 어머님이 계시는 용양병원에서 치료를 받으시다가 어머님께서 천국으로 가시고, 발인을 하루 앞두고 아버님께서 천국으로 가셔서 부모님을 같은 날 장례를 치르게 되어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모른다. 나는 이런 일을 겪으면서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남들과 다를 바 없이 평범한 일상을 살던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이 일어날 줄을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었다.
이 책은 평범한 직장인이자 육아서 작가인 설민 저자가 어느 날 갑자기 뇌경색으로 쓰러져 우뇌를 잃어버린 아버지를 간병하며 겪었던 가족들의 여정과 뇌를 다친 아버지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아버지에 대한 아들로서의 진솔한 심경을 담은 아버지 간병 스토리이다.
저자가 겪은 날들은 차갑고, 때로는 절망적이었다. 아버지에 대한 복잡한 감정, 공감과 위로에 대한 생각, 고통 속에서도 절망을 넘어 인간의 강인한 의지를 보여주며 기어코 희망을 발견하는 모습 속에서 나 자신의 삶을 비춰보고 ‘사랑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게 되며, 그 아픔과 고통이 단지 환자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가족 모두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지금껏 아버지에게 그리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를 자신의 아버지로서가 아닌 엄마의 남편으로서 평가되었다고 한다. 엄마를 힘들게 할수록 아버지에 대한 평가는 박해졌고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아버지에 대해 풀지 못한 감정들이 남아 있었는데, 그런 앙금을 깨끗하게 털어내고 한 인간으로서의 아버지로 다시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아버지가 직접 만들어 주셨다고 하면서 남은 시간, 후회나 미움이 남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고백하고 있다.
엄마의 교통사고 당시 엄마는 정신이 없었고 차가 구겨져 차 문도 열리지 않아 주변 사람들이 문을 열어 엄마를 꺼내주었고, 119 구급대와 경찰이 도착하여 엄마를 인근 병원으로 옮기려 했지만, 엄마는 그 상황에서도 아버지를 생각하며 “저 간병해야 돼요. 돌봐야 할 사람이 있어요. 저기 병원으로 가야 돼요.”라고 말하여 구급대원은 엄마에게 그게 무슨 소리냐며, 횡설수설하며 구급차에 타지 않는 엄마를 보고 정신이 나간 게 아닌지 의심했다고 한다. 늙고 병든 부부가 기댈 사람은 배우자밖에 없다. 지금의 50~60대는 부부 둘이서만 20~30년을 더 살아야 한다.
이 책을 읽다가 나도 모르게 부모님이 생각이 나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저자처럼 부모님이 아프실 때 요양병원에 자주 찾아 가지 못하고, 내가 직접 간병해 드리지 못한 것이 평생 후회로 남을 것 같다. 너무 연로하거나 다쳐서 몸이 불편한 부모님을 돌보는 일은 마음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부모님 곁에서 간병 간호에 힘쓰게 되면 부모님을 나약하게 만들지 않고 힘차게 스스로 생활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책은 부모님을 모시거나 몸이 불편한 가족을 돌보는 사람들을 위한 실질적인 간병 간호하는 법을 알려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삶의 가장 어두운 순간들도 밤하늘에 별들처럼 아름답게 느껴지게 된다. 이 가족의 이야기가 지금도 가족을 돌보며 간호하는 이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줄 것이다.
『아버지가 쓰러지셨다』는 이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한국 사회에서 우리가 앞으로 반드시 마주할 문제에 대해 사유하게 하는 책이다. 간병은 저자처럼 어느 날 문득 누구에게나 주어질 수 있는 현실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운명이 우리를 그 쉽지 않은 여정으로 밀어 넣을 때,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 책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