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느낌을 담는 여덟가지 방법 - 프로 사진가 스가와라 이치고의 따뜻한 기술
스가와라 이치고 지음, 김욱 옮김 / 한빛미디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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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여행을 한 중에 지금도 기억에 남는 곳은 오스트리아이다. 한 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도시, 잘츠부르크. 푸른 숲으로 둘러싸인 중세 건축물들이 갖가지 이야기를 들려줄 것만 같은 신비함을 간직한 곳이다. 오후의 햇살 속에 서있는 게트라이데는 오래된 건축물과 저마다 다른 디자인의 사인 보드들이 어우러진 예술적인 거리. 모차르트의 모습이 눈에 잡힐 듯 오랫동안 잊혀 지지 않는 거리를 거실 한켠으로 옮겨왔다. 사진은 그래서 좋다. 그 때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하기 때문이다.

여행가서 사진을 찍기 위해 고급 카메라를 할부로 구입하여 어깨에 둘러매고 다니면서 이 사람 저 사람 가리지 않고 사진을 찍어 현상까지 해주느라 돈도 꽤나 들어갔다. 이제 일부러 커다란 카메라를 둘러매지 않아도 된다. 누누나가 다 가지고 있는 휴대폰에 디카가 포함 되어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사진을 찍어서 현상을 하고 앨범에 붙이고 사진 밑에다가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날자를 비롯하여 간단한 설명을 기록으로 남겼다. 사진은 언제나 우리에게 낭만을 전해 주고 있는 것은 사진에 느낌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되고 휴대폰에 카메라 기능이 더해지면서 사진은 취미와 같은 여가가 아닌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만큼 보다 나은 촬영에 대한 욕구도 높아졌다. 한때 ‘모든 청년은 시인이다’라는 말이 유행했는데 이제는 ‘누구나 사진작가다’라는 말이 과하게 들리지 않는 세상이 되었다.

이 책은 '아! 지금 이 순간이야!'의 느낌을 사진에 반영하기 위한 구체적인 촬영 요령을 사진과 함께 풀어가는 이야기다. 카메라의 성능이 날로 발전하고, 사진을 접할 기회가 일상에서 자연스레 주어지고는 있지만 ‘촬영’은 쉽지가 않다. 찍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렌즈에 담은 화상에 자신의 마음을 담아내는 사람은 매우 적다. 피사체를 선별하고, 사진을 감상하는 눈은 높아져만 가는데 손이 따라가지 못하여 고민하는 분들을 위하여 쓴 것이다.

일본에서 30년 동안 프로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인 스가와라 이치고가 휴대폰으로 셀프촬영밖에 해본 적이 없는 초보자부터 카메라에 관한 지식이라면 누구 못지않다고 자부하는 아마추어 능력자까지 모두 만족시키는 ‘좋은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해, 사진에 내가 원하는 느낌을 담는 것에 대해, 그 원하는 순간을 포착하는 것에 관해 아주 구체적이고 진중하게 고백한다.

이 책은 모두 8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카메라와 함께 걸어봅시다. 2장은 당신의 생각은 반드시 찍힙니다. 3장은 느리게 사물을 봅시다. 4장은 약간은 이상한 사진의 구조, 5장은 사진은 하나의 소중한 ‘것’, 6장은 계절이 보여주는 빛의 차이를 촬영합시다. 7장은 카메라를 고르는 법과 렌즈의 바른 사용법, 8장은 휴대전화로 사진을 더 좋아하게 됩니다. 어느 하나 사사로이 넘길 수 없는 내용이다.

이 책에는 저자가 사진을 촬영하면서 가졌던 생각이 200여 장의 사진과 함께 따뜻하고 진솔하게 담겨있다. ‘카메라’ 기계의 기술론이 아니라 사진을 찍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방법론을 차근차근 접근하며 생각하는 것은 이 책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더욱 사진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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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2011-01-25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보았습니다^^

다윗 2011-02-10 21:45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중국 도대체 왜 이러나
김기수 지음 / 살림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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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의 부상은 가히 놀랍다. 30년 전만 해도 빈곤과 저개발에 허덕이던 중국이 무서운 속도로 뜨고 있다. 그래서 21세기 국제사회의 눈은 중국으로 쏠리고 있으며, 중국은 욱일승천(旭日昇天)의 기세다. 일본과 센카쿠 열도를 둘러싸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으며,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며, 미국에 필적할 만한 유일한 초대강국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매년 10%가까운 초고속성장을 하며 국력이 커지자, 팍스 아메리카 시대를 종식할 차세대 주자로 주목받고 있으며, 이런 부상에 발맞추어 중국은 화평발전, 책임대국을 표방해 왔다.

중국은 우리와 연관이 있는 거의 모든 국제문제의 이해 당사국이기 때문에 중국의 약진은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북한 문제에 깊이 개입되어 있는 것은 물론, 한국의 제일 무역 파트너이며, 양국의 인적 교류 또한 엄청난 규모이다. 중국은 한국전쟁에 개입하여 우리의 통일을 저해했고, 수많은 피해를 입혔음에도 한국 국민은 중국을 친구로 대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보여주는 행태는 대한민국 국민과 정부의 기존 사고에 대해 의문이 일기 시작했다. 특히 우리장병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북한의 천안함 폭침사건과 민간인까지 포격을 당한 연평도 포격을 경험하면서 과거의 인식은 극적으로 반전되었다. “중국은 과연 진심으로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중국은 한반도의 통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국과 북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무엇인가?” 등 다양한 질문이 이어지며, 도대체 중국의 진짜 속내는 무엇인가, 중국을 다시 보는 계기가 조성된 것이다.

그리고 “중국은 과연 지금의 고속경제성장을 계속 지속시켜나갈 것인가? 중국은 과연 미국을 제치고 세계 제일의 패권국가가 될 수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 저자는 최근의 정세를 통해 드러난 중국의 참모습은 특히 한반도와 관련하여 중국의 이해와 태도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바로 그 점이 이 책이 밝히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논제이다.

특히 중국이 북한을 싸고도는 이유는 중국은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중국이 현재까지 지키고 있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원리를 보면 알 수 있다. 순망치한은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말로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밀접한 관계’라는 의미이다. 북한이 소멸하여 민주국가가 압록강까지 치고 올라오면 중국과는 대단히 이질적인 한국, 그리고 뒤를 받치고 있는 미국과 국경을 접하게 되므로 유무형의 압력을 피할 수 없게 되므로 중국이 북한을 싸고도는 대북정책의 배경이다.

또한 중국은 북한에 의한 한반도 통일도 원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북한 주도로 한반도가 통일되는 경우 통일 공산주의 한국이 중국 편이 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통일 베트남이 한국 및 미국과 친해졌듯이, 통일된 공산 한국이 미국과 일본을 안 끌어들인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양다리 전법’을 사용하는 중국이라는 나라의 이중성을 보았다. 또한 중국은 현재 경제성장을 계속 유지시키기 어려운 수많은 난제에 봉착해 있다. 그러므로 중국의 패권국가화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폭발적인 경제성장에 대한 경외감을 버리고 맨얼굴의 중 국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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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에 미친놈, 신미식 - 나는 좋아하는 일 하면서 먹고 산다
신미식 지음 / 비전과리더십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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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진작가라는 타이틀을 국내에서 처음 달았기 때문에 여행사진가 1세대라 불리는 신미식 작가.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 하면서 먹고 사는 꿈을 현실로 살고 있는 사람이다. 대학에서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한 뒤 잡지사에서 화보를 편집하다가 ‘사진의 맛’을 알게 되었단다. 단돈 19만 원을 들고 유서를 남긴 뒤 떠난 유럽여행은 너무나 재미있다. 돈이 없을 때는 공항이라도 밟아야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여행을 좋아했다. 여행에 미친 그가 여행 뒤 아쉬움을 달래고자 사진을 찍었고 이후 '사진쟁이'가 됐다. 항상 자신의 삶에 도전하고 여행에 모든 행복을 걸고 삶을 살아간 작가의 모습에 박수를 보낸다.

<사진에 미친놈, 신미식>은 사진쟁이 신미식의 자전적인 에세이와 사진을 담은 인생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사진에 관심을 갖고 있던 나도 나름대로 많은 사진을 찍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여행을 하면서 찍은 사진을 이젠 둘곳이 없을 정도로 많다. 책을 읽으면서 사진에 미친 사람이 찍은 사진이 너무 초라하지 않았는가 하고 생각했다. 이 책에 멋진 사진이 담겨있으리라 생각했던 나의 예상이 빗나갔다. 이 책에 컬러 사진을 좀 많이 삽입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나는 작가의 블로그를 방문하고 작가의 글과 많은 사진을 보았다. 블로그를 방문하고 나서야 ‘사진에 미친놈’이라는 것을 알았다. 정말 감동 그 자체였다. 너무나 아름다운 사진들이었다. 작가는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아직도 20년 전 처음 카메라를 장만하던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얼마나 설레였는지, 얼마나 행복했던지 카메라를 껴안고 미친놈처럼 히죽거리며 잠들던 그 날의 감격을, 카메라를 처음 장만하면서 부터 직업사진가가 되기까지 걸어왔던 그 시간들을 돌아보면 기쁨보다는 아픔이 많았던 것 같다. 수없이 포기를 생각했지만 운명처럼 사진가의 길을 걸어왔고 지금도 같은 길 위에 서있다.

<사진에 미친놈, 신미식>은 그의 사진작가가 되기까지의 숱한 고난과 어려움을 여과 없이 담고 있다. 가난한 집13남매의 막내로 태어나 늘 궁핍한 삶을 살았지만 그는 도전을 멈추지않고 타고난 감성과 따뜻한 심성으로 지금의 자리에 이르게 되었다. 희망과 비전이 없다면 살아갈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애굽에서 온갖 고난과 시련가운데에도 하나님의 꿈과 비전을 잃지 않았던 요셉처럼 우리도 어떤 환경과 역경에도 굴하지 않고 단 한번 뿐인 인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이 책의 2장 ‘나만의 방법으로 여행을 떠나다’에서 작가는 여행을 가고 싶었지만 꿈도 꿀 수 없는 일, 하지만 여행은 내게 상사병과 같았다. 누워 있으면 여행지와 비행기가 아른거려서 병이 날 것 같았다. 그러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으면 어깨에 배낭을 메고 집을 나서 공항으로 달려갔다. 공항에 가서 정말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출국 카드를 쓰고 은행에 가서 만 원 정도 환전도 했다. 뿐만 아니라 대합실에 앉아서 비행기 이륙시간을 기다리는 여행자처럼 커피를 마시며 옆 사람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그렇게 서너 시간 공항에 있다가 입국장으로 나와 다시 공항버스를 탔다고 하는 글을 읽으면 얼마나 여행을 좋아했는지 알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사진과 여행에 몰두하는 작가의 모습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날을 꼬박 새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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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를 위한 변명 - “모든 직장인은 경영자다”
권영설 지음 / 프런티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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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를 막론하고 크고 작게 무엇인가를 경영하면서 살아간다. 기업을 경영하는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작게는 팀이나 모임을 이끄는 것부터 가정을 책임지는 것까지 경영의 마인드가 필요하다. 대기업이건 공공부문이건 개인사업 이건 혼자 하는 일보다 모여서 하는 일이 늘어난 것이 바로 현대의 특징이다.

이 책은 경영자이거나 경영자가 될 사람이나, 경영자가 되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이다. 직장인에서 경영자로, 초보 경영자에서 고수 경영자로, 국내 경영자에서 글로벌 경영자로 성장통을 겪었거나 곧 겪을 모든 이들을 위한 책이다. 오랫동안 직장인을 대변하는 칼럼니스트로, 그리고 이제는 열정과 공감을 함께 찾는 경영자의 벗으로 활동하는 한경아카데미 권영설 원장이, 고수의 실력과 군자의 윤리관, 그리고 글로벌 감각 등 세 가지 미덕을 갖춘 새로운 경영자 상을 가지라고 말한다.

대한민국 경영자들이 갖춰야 할 필수 요건은 첫째로 목표가 원대해야 한다. 미래를 걱정하는 시각을 항상 견지해야 한다. 둘째로 문제해결 능력을 많이 길러야 한다. 현대인은 일로 만나기 때문에 일에 있어서 고수가 되지 않으면 부하나 파트너들로부터 신뢰를 받기 어렵다. 셋째로 자신의 일과 직원들, 그리고 회사생활을 하면서 만나게 되는 모든 사람들과 정서적인 끈을 맺는 매력적인 사람이 되어야 한다.

저자는 좋은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결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자신감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경영자의 리더십은 곧 자신의 방식에 대한 확신에서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이것이 막무가내식 전횡이 되서 조직을 안에서부터 무너뜨리는 오만이 되지 않으려면 그 대신 필요한 것들이 있다. 안으로는 긍정적인 자세와 직원들을 미래의 리더로 키우려는 역사의식, 밖으로는 세상의 변화 논리를 알려는 자세, 그리고 스스로는 도전정신을 키우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군자와 고수, 글로벌이라는 경영자의 세 가지 마인드와 맞아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모든 것을 다 이루고 은퇴를 준비하기 쉬운 경영자들에게 저자는 원대한 목표, 문제해결 능력, 세계시장을 상대로 하는 비즈니스 전략, 인간적인 매력을 갖춘 리더로 거듭나라고 촉구한다. 또 고수가 되기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끝없이 노력하고 1만시간의 내공을 쌓는 CEO들의 예를 들며 성공하려면 습관부터 바꾸라고 조언한다. 마음을 잡으라, 품격 있게 소통하라, 거대수요를 찾아내라, 문제를 해결하라, 아름다운 실패를 장려하라 등의 성공법칙도 전해준다.

저자는 경영을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려는 의지와 적절한 훈련, 지속적인 노력, 그리고 인간을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종합예술’과도 같은 활동이라’고 정의한다. 어려운 경영이론이나 가벼운 처세술보다는 경영자로 살아가는 마음을 다시 한 번 다져주고 고양시켜 준다. 저자는 “당신은 경영자인가, 경영자가 되고 싶은가, 당신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남긴다.

이 책을 읽고 우리 시대의 위대한 경영자는 과연 누구이며, 그들이 왜 중요한지, 세상에 필요한 위대한 경영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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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숨은 왕 - 문제적 인물 송익필로 읽는 당쟁의 역사
이한우 지음 / 해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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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조선의 숨은 왕’은 역사 속에 숨겨진 인물인 조선 중기 학자 송익필(宋翼弼)이라는 인물을 본격 분석하며, 조선왕조실록과 개인 문집, 서찰 등을 근거로 준 픽션의 형식을 통해 조선시대 당쟁의 뿌리를 재조명하고 있다. 저자는 아버지의 과오로 양반에서 천민으로 신분이 하루아침에 뒤바뀌어버렸다는 드라마틱한 송익필의 인생사뿐만 아니라 당시의 정치현장과 이이(李珥)의 활약상, 이이와 성혼(成渾), 정철(鄭澈)과 송익필(宋翼弼)이라는 인물들에 대한 조명, 그리고 인조반정의 1등 공신 9명을 직·간접 제자로 둔 서인(西人) 세력의 정신적 구심점. '정여립 사건'을 중심으로 동인과 서인의 대립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다.

조선일보 문화부 출판팀장으로 조선 군주의 리더십에 대한 책을 여러 권 썼던 저자는 송익필을 “선조 이후 조선 역사의 흐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람”이라고 평가하면서 송익필을 통해 현대 한국사회의 분열주의의 근원을 파악하고자 당쟁의 근원을 재조명하는 이 책은 선조시대 정치가 왜 이전과 다를 수밖에 없었으며 이후의 분열 양상은 과연 어떠했는지를 심도 있게 포착해 내고 있다. 십여 년간 『조선왕조실록』을 독파하며 태종, 세종, 성종, 선조, 숙종, 정조의 리더십을 집중 조명해 통시적 역사읽기의 장을 연〈이한우의 군주열전〉 시리즈의 저자 이한우가 임금과 신하가 함께 운영하는 새로운 세상을 꿈꾼 선비들의 정의로운 과정이었다는 점도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모두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 <300년 당쟁의 문이 열리다>에서는 선조 즉위 과정과 영의정 이준경의 상소로 인해 조정이 일대 혼란에 휩싸이고, 선비들이 이조 정랑직 인사와 민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에 대한 처리를 두고 당파성을 드러내면서 동인과 서인으로 갈라져 본격적인 정국주도권 장악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포착했다.

2부 <관직 없는 천재, 송익필>에서는 역모를 고발해 출세한 아버지의 덫에 걸려 정계진출이 좌절된 송익필의 삶을 자세하게 밝힌다. 문장가로서의 면모, 이이와의 학문논쟁, 정철과의 의기투합 등의 활약상뿐 아니라 정치적인 계략에 의해 환천(還賤)되어 몰락하는 과정이 적서의 문제, 군신공치와 주기론과의 관계, 격군(格君) 문제 등의 논의와 맞물려 전개된다.

3부 <흔들리는 조선, 고뇌하는 선비들>에서는 위기에 몰린 송익필과 서인이 ‘정여립의 난’을 뒤에서 유도해 기축옥사를 유발하고, 세자추대 문제를 내세워 동인에게 치명타를 안기려다 동인의 반격에 직면하는 두 진영 간의 지략대결이 숨 가쁘게 전개된다.

에필로그 <24년 후, 드디어 그의 세상이 열리다>에서는 송익필이 세상을 떠나고 24년이 지난 후 광해군 축출을 통해 마침내 인조반정을 일으키며 정권을 장악한 서인 세력을 분석하며, 이들이 송익필과 직간접적 사제관계로 엮여 있는 것은 단지 우연이 아니며, 김장생의 예학, 송시열의 직(直)사상의 원류가 바로 그의 직(直)사상이었으며 서인 세력이 끊임없이 송익필의 신원을 요청해 150년이 지난 영조시대에 양반으로 신분이 복귀되고 다시 150년 후 규장각제학에 추증된 사실을 근거에 둔다.

오늘의 21세기 한국 사회에서 왜 송익필이라는 인물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현대 한국 사회의 분열주의적 경향의 뿌리는 조선 시대, 그것도 선조 시대, 그중에서도 송익필이라고 하는 한 인물을 통해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현실정치의 폐해에 시달려 정치를 등한시하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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