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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잘못된 선택을 반복할까 - 선택이 반복되는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
김영도 지음 / 다온길 / 2026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년 넘는 세월을 통과해 오며 깨달은 것 중 하나는, 인생이 결코 ‘단 한 번의 거대한 선택’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젊은 시절에는 대학 입시, 취업, 결혼 같은 굵직한 결정들이 삶의 성패를 가르는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막상 황혼의 길목에서 뒤를 돌아보니, 내 삶을 빚어낸 것은 번뜩이는 결단이 아니라 매일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반복해 온 사소한 선택들의 ‘흐름’이었다.
이 책 김영도의 저서 <우리는 왜 잘못된 선택을 반복할까>는 바로 이 지점, 우리가 왜 후회하면서도 익숙한 함정에 다시 발을 들이는지에 대해 집요하면서도 차분하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흔히 선택을 갈림길 앞에 선 고독한 결단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저자는 선택이 단순한 ‘결정의 순간’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형성된 흐름 속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결과물임을 지적한다. 칠십 대의 시선으로 볼 때, 이 통찰은 뼈아프게 다가온다. 돌이켜보면 내가 저지른 숱한 과오들은 결코 정보가 부족해서가 아니었다. 논리적으로는 손해라는 것을 알면서도, 내 안의 ‘익숙함’과 ‘감정적 관성’이 나를 그 방향으로 떠밀었던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합리적인 존재라 믿지만, 사실은 이미 정해진 감정의 노선을 따라가며 사후에 논리라는 옷을 입히는 데 급급할 뿐이다. 젊은 시절,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추진했던 일이나, 관계에서의 반복적인 실수가 모두 그러했다. 저자의 말대로 생각보다 훨씬 이전에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나는 그저 그 흐름을 타는 승객이었을지도 모른다.

책은 우리가 불안할수록 오히려 근거 없는 확신에 매달리는 모순을 짚어낸다. 노년이 되면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는 젊을 때보다 더 크게 다가오곤 한다. 건강, 경제력, 관계의 상실 같은 문제들 앞에서 우리는 흔들린다. 이때 마음은 안정을 찾기 위해 극단적인 확신을 선택한다. 하지만 그 확신은 대개 잘못된 선택의 전조가 된다.
또한, 이미 투자한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 잘못된 길임을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매몰 비용의 함정’은 우리 세대에게 특히 치명적이다. 평생을 일구어온 가치관이나 방식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것은 자아의 붕괴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러한 심리적 기제를 현실적인 일상의 장면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독자가 스스로의 고집과 습관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미 굳어진 이 흐름을 바꿀 방법은 없는 것인가? 저자는 희망을 ‘거대한 결심’이 아닌 ‘작은 인식’에서 찾는다. 속도를 늦추는 찰나의 순간,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 하나가 선택의 물길을 바꾼다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깊은 안도감을 느낀다. 칠십 대에게 인생을 통째로 바꾸라는 조언은 공허하다. 하지만 오늘 하루, 내가 늘 화를 내던 상황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것, 익숙한 비난 대신 침묵을 선택하는 것 같은 작은 변화는 가능하다. 저자가 강조하는 ‘현실적인 이야기’들은 삶의 마지막 장을 써 내려가는 이들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지혜를 제공한다.

이 책은 단순히 심리학적 분석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독자로 하여금 ‘왜 나는 그랬을까’라는 자책을 멈추고, ‘어떻게 이 흐름을 다르게 가져갈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나아가게 한다. 선택의 구조를 이해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과거의 반복에서 벗어날 실마리를 잡게 된다.
자신의 삶이 왜 비슷한 패턴의 갈등과 후회로 점철되는지 고민하는 이들에게, 특히 인생의 긴 여정을 거쳐온 동년배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우리가 왜 잘못된 선택을 반복했는지 이해하는 것은, 남은 시간을 온전히 나의 의지로 살아내기 위한 가장 존엄한 준비가 될 것이다. 흐름은 바뀔 수 있다. 아주 작은 멈춤으로부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