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짧은 섹스의 역사
데이비드 베이커 지음, 김숲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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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출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흔을 넘긴 나이가 되면 세상만사를 바라보는 눈길이 한결 덤덤해지기 마련이다. 한때 삶을 거세게 흔들었던 뜨거운 감정들도, 치열했던 생존의 경쟁도 지나고 나면 그저 흐르는 강물 같은 역사의 한 장면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베이커의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섹스의 역사>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집필진의 의도대로 단숨에 읽어 내려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 나이쯤 되면 ()’이라는 단어를 부끄러워하거나 음지의 것으로 치부하는 단계를 넘어선다. 오히려 그것이 인간이라는 존재를 구성하는 가장 근원적인 생명력의 본질임을 담담하게 인정하게 된다.

 

이 책은 인류를 포함한 생명체가 쾌락을 진화시켜 살아남았다는 흥미로운 가설을 던진다. 흔히 우리는 적자생존이나 약육강식처럼 강하고 거대한 존재가 살아남았다고 믿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진화의 역사가 번식 기회를 얻지 못한 수컷들의 실패담으로 가득 차 있으며, 결국 생존한 것은 힘센 개체가 아니라 성 전략을 잘 짜고 실천한 이들이라고 말한다. 70 평생을 살며 깨달은 삶의 지혜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세상을 살아내는 데 진정 필요한 것은 무지막지한 힘이 아니라, 타인과 공존하고 소통하는 부드러운 전략이기 때문이다.

 

특히 책에서 주목하는 암컷(여성)의 쾌락에 관한 서술은 신선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포유류 암컷에게 오직 쾌락만을 위해 존재하는 클리토리스가 도태되지 않고 진화해왔다는 사실, 그리고 수컷이 이를 자극하기 위해 음경을 몸 밖으로 꺼내는 진화를 선택했다는 대목은 놀랍다.

 

암컷이 짝짓기를 너무 즐겨서 멸종한 종은 없다.”는 이 문장은 성적 즐거움이 결코 죄악이거나 감추어야 할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생명이 이어지기 위한 가장 자연스럽고 숭고한 진화의 열쇠였음을 웅변한다.

 

우리 세대는 성에 대해 지극히 보수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특히 여성의 성적 욕구는 입 밖에 꺼내는 것조차 금기시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깨닫는다. 인류는 본래 암컷을 만족시키고 서로의 쾌락을 높이는 방향으로 생존을 도모해왔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가 진화의 순리를 거슬러 제도를 만들고 억압해왔을 뿐, 생명의 역사 20억 년은 줄곧 쾌락과 공존의 편이었다.

 

저자는 생물학을 넘어 화학, 해부학, 행동심리학, 그리고 역사학까지 종횡무진하며 다양한 종들의 성행위를 파헤친다. 티라노사우루스의 거대한 몸집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작은 음경 이야기나, 매력적인 수컷을 차지하려 경쟁하는 암컷 개코원숭이의 모습은 실소를 자아내면서도 생명의 다양성에 감탄하게 만든다. 오랑우탄 무리에서 경쟁에 밀려난 베타 수컷들이 서로 동성애적 행위를 나누며 유대를 다지는 모습은, 성이 단순히 번식만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개체 간의 갈등을 완화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고도의 사회적 도구임을 보여준다.

 

70대의 눈으로 보기에 이러한 생태계의 모습은 경이롭기 그지없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도덕과 규범의 잣대로 보면 해괴해 보일지 모를 행동들이, 대자연의 관점에서는 모두 살아남기 위한 치열하고도 아름다운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3. 문화의 여운장이다. 인류가 190만 년 전 수렵 채집 시절 일부일처제를 채택한 배경부터, 고작 5,500년 전 시작된 농경 사회가 어떻게 여성의 성을 단속하고 억압했는지를 다룬 역사적 추적은 매우 정교하다. 사유 재산이 생겨나고 자식에게 부를 물려주어야 했던 농경 사회는 혈통을 확인하기 위해 여성의 섹스를 통제하고 처벌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전통이라 믿고 살아왔던 가부장적 성 관념과 보수적인 도덕률이, 인류 전체 진화 역사에 비하면 고작 찰나에 불과한 농경 사회의 부산물이었다는 사실은 깊은 울림을 준다.

 

이 책은 성은 부끄러운 것도, 탐욕스러운 것도 아니며, 인류가 생존을 위해 선택한 가장 따뜻하고 유쾌한 생존 전략이었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세상을 넓고 깊게 바라보고 싶은 동년배 노년들에게, 그리고 성을 그저 쾌락이나 의무로만 여기는 젊은 세대 모두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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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선택 - 인구 절벽 시대, 국적은 어떻게 개인의 무기가 되는가
우원규 지음 / 미래의창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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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평생을 이 땅에서 살았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국가라는 이름 아래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던 시절을 지나, 한강의 기적을 일구고 민주화를 맞이하며 우리는 늘 우리나라가 잘되는 것이 곧 나의 잘됨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국가와 개인은 뗄 수 없는 운명 공동체였고, 애국은 곧 삶의 기본 윤리였다. 그런데 우원규의 <국가선택>은 내가 평생을 바쳐온 이 국가라는 견고한 성벽에 아주 도발적인 균열을 낸다. 책장을 덮으며 나는 묘한 서늘함과 함께, 이제는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시대의 파고를 마주한 기분이었다.

 

저자는 서늘하게 단언한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지킬 수 있는 공동체는 가족까지라고. 그 이상의 공동체, 즉 국가는 시대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결속일 뿐이며, 그 연결고리는 변화 앞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칠십 대인 나에게 이 문장은 심리적인 저항감을 불러일으킨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라 배웠던 세대에게, 국가는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숙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알던 세상은 이미 과거의 유물이 되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제 언어의 장벽은 인공지능이 허물고 있고, 정보는 실시간으로 국경을 넘나든다. 젊은이들에게 국가는 더 이상 운명적인 귀속처가 아니라, 나에게 어떤 서비스와 기회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갈아탈 수 있는 플랫폼처럼 변모하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역량이 없는 국가는 더 이상 국민을 붙잡아 둘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가장 가슴 아프게 다가온 대목은 침전된 사회에 대한 경고다. 실력 있고 자본 있는 이들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국가를 선택해 떠나고, 떠날 능력이 없는 사람들만 남겨진 사회.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며 빠르게 늙어가는 한국의 현주소를 보면, 이것은 먼 미래의 가정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실이다.

 

내가 사는 동네를 둘러본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사라지고, 빈집은 늘어난다.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단순히 숫자상의 감소가 아니라, 이 사회를 지탱하는 에너지와 시스템이 무너진다는 뜻이다. 저자는 인구와 이민, 국가 생존의 조건을 촘촘히 분석하며 묻는다. 과연 한국은 이 거대한 인구학적 재앙 앞에서 국민에게 선택받을 만한 매력적인 국가인가?

 

이 책은 칠십 대인 나에게 젊은 세대의 불안과 선택을 이해하는 새로운 안경을 씌워주었다. 우리는 왜 요즘 애들은 국가에 대한 애착이 없느냐고 혀를 차지만, 저자의 논리에 따르면 그들은 지극히 합리적인 생존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가 나의 노후를 책임져주지 못하고, 오히려 과도한 세금과 빚만 물려준다면 누가 그 나라에 남으려 하겠는가.

 

저자가 제시하는 방향은 명확하다. 국가는 이제 통제자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로서 개인의 선택을 받아야 하며, 우리는 이민과 인구 정책에 있어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혈연 중심의 민족주의에 갇혀 있다가는 결국 침전된 사회의 고인물이 되어 소멸할 뿐이다.

 

칠십 대의 시각에서 이 책은 불편하다. 평생을 지탱해온 가치관을 뒤흔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불편함은 곧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내가 자식들에게 이 나라를 지켜라라고 말하기 전에, “이 나라는 너희가 살고 싶은 나라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인구론을 다룬 사회과학 서적을 넘어, 개인의 존엄과 자유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국가가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국가가 개인에게 그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다.

 

이 책은 나에게 마지막 애국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것은 낡은 관습과 민족주의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다음 세대에게 선택받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변화의 물꼬를 터주는 일일 것이다. “내가 왜 이 나라에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당당히 답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드는 일, 그것이 우리 세대가 남겨주어야 할 진짜 유산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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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기술 - 인간관계를 변화시키고 마음을 읽는 10가지 대화법
정정숙 지음 / 행복플러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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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평생을 살면서 참 많은 말을 쏟아내면서 살았다. 자식들을 키울 때는 훈계라는 이름으로, 일터에서는 효율이라는 명목으로, 친구들 사이에서는 정()이라는 핑계로 수많은 문장을 허공에 뿌렸다. 그런데 고희를 넘긴 지금, 문득 뒤를 돌아보니 정작 내 마음이 상대에게 온전히 닿았던 적이 얼마나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말은 넘쳐나는데 마음은 겉도는 시대, 정정숙의 <대화의 기술>은 나처럼 살 만큼 살았다고 자부하는 노년층에게 오히려 더 매서운 죽비소리로 다가온다.

 

우리는 흔히 그 사람 참 성격 좋아, 대화가 잘 통해라고 말하며 소통을 타고난 성품의 문제로 치부하곤 한다. 나 역시 그랬다. 말이 안 통하는 건 상대방의 성격이 모나서거나, 내가 부족해서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대화를 연마해야 할 생존 기술로 재정의한다. 펜실베이니아대에서 40년간 연구해 검증했다는 10가지 기술은 대화가 단순한 말하기가 아닌, 고도로 훈련된 공감의 메커니즘임을 일깨워준다.

 

70대에게 이 지점은 매우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 내가 살아보니 말이야로 시작하는 꼰대질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내 경험이 정답이라 믿기에 상대의 말을 가로막고 결론부터 내리려 한다. 하지만 책은 말한다. 진실한 대화는 내 지혜를 뽐내는 자리가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여는 기술이라고.

 

책을 읽으며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졌던 문장은 바로 이것이다. “가족들이 나와 대화하기를 좋아하는가, 싫어하는가?” 자식들은 명절에 찾아와 안부를 묻지만, 정작 속 깊은 고민은 꺼내지 않는다. 손주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질문에 단답형으로 일관하기 일쑤다. 나는 그게 세대 차이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내가 그들의 마음을 경청하기보다는 내 식대로 해석하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들이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근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경청, 표현, 갈등 해결의 단계들은 무너진 관계를 회복하는 구체적인 이정표가 된다. 특히 공감이 단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감정 상태를 정확히 읽어주고 내 감정을 건강하게 전달하는 과정임을 과학적으로 설명해 주는 대목에서 무릎을 쳤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10가지 기술 중 노년의 삶에 가장 절실한 것은 표현과 용서였다. 우리는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하는 데 인색한 세대다. “말 안 해도 다 알겠지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켜켜이 쌓인 오해와 갈등의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어 입을 열어야 한다.

 

내 주장을 멈추고 상대의 침묵 뒤에 숨은 의도를 듣는 법, “너는 왜 그러니?”가 아니라 나는 이렇게 느껴진다라고 내 마음을 전달하는 법, 옳고 그름을 가리는 재판관이 아니라, 함께 길을 찾는 동반자가 되는 법, 이 기술들은 40년의 연구 결과답게 매우 체계적이다. 막연하게 착하게 말해라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어떤 단어를 선택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안내한다. 이 책을 읽으며 지난날 아내와 자식들에게 던졌던 날 선 말들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때 이 기술들을 알았더라면, 조금 더 따뜻한 가장이자 아버지가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인생의 황혼기에 무슨 대화를 새로 배우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은 생을 외로운 섬으로 남지 않으려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말이 통하는 어른으로 남으려면 대화의 기술은 반드시 익혀야 할 마지막 숙제와 같다.

 

이 책은 단순한 처세술 교본이 아니다. 상처 입은 관계를 치유하고, 메마른 삶에 온기를 불어넣는 생명수와 같다. 자식들의 전화를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먼저 전화를 걸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되는 법. 그 해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이 책은 나처럼 대화가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모든 동년배들에게 권하고 싶은 인생의 지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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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는 관계의 기술 - 사람이 힘든 나를 위한 심리 처방전
후션즈 지음, 정은지 옮김 / 지니의서재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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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 일흔을 넘기고 보니, 인생의 성패는 통장 잔고나 자식의 출세가 아니라 결국 사람에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보면 참 많은 이들을 만났다. 사회에서 만난 동료들, 오랜 세월을 함께한 친구들, 그리고 가장 가깝다는 가족까지. 하지만 희한한 일이다. 그 긴 세월을 겪고도 사람 대하는 일은 여전히 서툴고, 때로는 예순 시절보다 지금 더 마음이 헛헛해질 때가 있다.

 

이 책 <누구에게도 상처받지 않는 관계의 기술>나는 왜 평생을 애쓰고도 마음 한구석이 이토록 시릴까?”라는 노년의 깊은 의문에 명쾌하면서도 따뜻한 답을 건네준다.

 

흔히 우리 세대는 참는 것이 미덕이라 배우며 살았다. 관계에서 문제가 생기면 내가 조금 더 손해 보고, 내가 한 번 더 참고 베푸는 것이 어른다운 처세라 믿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가슴 한편이 따끔거렸던 대목은 바로 그 베풂의 이면이다. 남의 비위를 맞추려 애쓰고 억울함을 삼키며 다 해줬지만, 결국 돌아오는 것은 만만한 사람이라는 취급뿐이었던 경험들. 저자는 이것이 단순히 상대방의 인성이 나빠서가 아니라, 우리 내면의 트라우마와 잘못 형성된 관계 패턴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15천여 시간의 상담 경험이 녹아있는 저자의 분석은 날카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동안 고생 많았다며 어깨를 다독여주는 듯하다.

 

가장 울림이 컸던 지점은 관계의 무게 중심을 타인에게서 잠재의식 속의 자아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평생 남 눈치를 보며 살았다. 퇴근 후 동료들이 내 뒷담화를 하진 않을지, 명절에 모인 친척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불안해하며 살아온 날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겉으로는 독립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척했지만, 사실 마음 한구석은 늘 위축되어 사랑을 표현하는 데에도 인색했다. 저자는 이런 현상의 근본 원인을 과거의 패턴, 즉 내면에 깊이 박힌 트라우마에서 찾는다. 칠십 년 넘게 굳어진 이 패턴을 이제라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꼭 필요한 일이다.

 

책은 다양한 상담 사례를 통해 우리가 관계 속에서 어떤 역할을 자처하고 있었는지 보여준다. ‘뭐든 다 해주는 사람이 되어 인정받으려 했거나, 혹은 상처받지 않으려 타인과 일정한 거리를 두며 외로움을 자처했던 모습들이 마치 거울을 보는 듯했다. 특히 사회적 민감도가 지나치게 높아 사소한 반응에도 휘청거렸던 노년의 고립감을 다룬 부분에서는 깊은 공감이 갔다. “왜 그토록 많이 베풀어도 존중받지 못했을까?”라는 질문에 저자는 우리가 타인의 영향력에 지나치게 노출되어 정작 진짜 나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이제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나에게 이 책은 관계의 기술이라기보다 나 자신과 화해하는 법으로 다가온다. 행복의 90%가 관계의 질에 달려 있다는 말은, 거꾸로 말하면 나 자신과 맺는 관계가 건강해야 타인과의 관계도 빛난다는 뜻일 게다. 억지로 누구의 비위를 맞출 필요도 없고, 내 뒷담화를 할까 봐 미리 겁먹을 필요도 없다. 내면의 관계 패턴을 재구성한다는 것은 거창한 심리 치료가 아니다. 그저 오늘부터라도 내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만 마음을 내어주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심리 처방전은 실천적이다. 과거에 얽매여 현재의 관계를 망치지 않도록 돕는 구체적인 지침들은, 인간관계로 인해 밤잠을 설치는 모든 연령대에게 유용하다. 하지만 특히 나처럼 인생의 마무리를 준비하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평생을 남의 인생을 살피느라 고생한 우리에게, 이제는 상처받지 않고 진정한 평온함을 누릴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기 때문이다.

 

이 책을 덮으며 결심한다. 이제는 만만한 어른이 아니라 자기중심이 단단한 어른으로 살아가겠노라고. 관계의 기술이란 결국 타인을 조정하는 기술이 아니라, 타인의 흔들림에도 내가 무너지지 않는 마음의 근력을 키우는 일이었다. 칠십 평생 짊어지고 온 해묵은 관계의 짐을 내려놓고 싶다면, 이 책이 그 짐을 푸는 든든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남은 생은 상처받는 일이 조금 줄어들 것 같아 마음이 한결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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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의 기술 - 손실은 최소, 수익은 최대
알렉스 강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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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들어 뒤를 돌아보니, 살아온 세월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운용이었음을 깨닫는다. 젊은 시절에는 무엇인가를 얻고, 쌓고, 확장하는 데에만 골몰했다. 더 넓은 집, 더 높은 직급, 더 많은 자산을 향해 쉼 없이 달려왔다. 하지만 칠십 줄에 들어서서야 비로소 깨닫는 진실이 있다. 얻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마무리하고 내 것으로 확정 짓느냐 하는 갈무리의 기술이다. 주식 투자 역시 이 이치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알렉스 강의 <매도의 기술>은 서늘하게 꼬집는다.

 

우리는 흔히 주식 투자를 무엇을 살 것인가의 문제로만 여긴다. 세상에는 어떤 주식이 대박이 날지, 어느 업종이 미래의 먹거리인지 떠드는 전문가들이 넘쳐난다. 하지만 정작 그 주식을 언제,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에 대해 심도 있게 조언하는 목소리는 드물다.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매수를 잘하면 잠시 부자가 될 뿐이지만, 매도를 모르면 결코 그 부를 지킬 수 없다고. 전설적인 투자자 제시 리버모어의 말처럼, 팔기 전까지는 결코 당신의 돈이 아니라는 그 서슬 퍼런 경고가 가슴을 친다.

 

젊은 시절의 나를 포함해 수많은 개인투자자가 겪는 비극은 늘 탐욕미련이라는 두 얼굴의 괴물에서 기인한다. 수익이 나면 더 큰 수익을 바라며 고점에서 팔 기회를 놓치고, 손실이 나면 원금에 대한 미련 때문에 탈출 기회를 놓친다. 돌이켜보면 인생의 여러 순간도 그러했다. 적당한 때에 물러날 줄 알고, 가진 것을 정리할 줄 아는 용기가 부족해 일을 그르쳤던 기억들이 스쳐 지나간다. 이 책은 주식 매도의 기법을 가르치고 있지만, 실상은 인간의 본성을 통제하는 법을 설파하고 있다.

 

특히 저자가 강조하는 수익을 완성하는 마지막 한 수라는 표현이 깊게 와닿는다. 바둑에서도 아무리 초중반에 형세가 좋아도 끝내기에서 실수하면 판 전체를 내주게 된다. 주식 또한 마찬가지다. 아무리 훌륭한 기업을 발굴하고 최적의 시점에 매수했더라도, 탐욕의 꼭지에서 제때 현금화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저 모니터 속의 숫자에 불과하다. 그 숫자가 내 통장의 잔고로, 내 삶을 지탱하는 실제적인 힘으로 치환되는 순간은 오직 매도를 통해서만 완성된다.

 

노년의 투자자에게 지키는 투자는 생존의 문제다. 젊을 때야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시간이 있고 노동력을 투입해 손실을 메울 수 있지만, 우리 세대에게는 그런 기회가 흔치 않다. 그렇기에 매수 버튼을 누를 때보다 매도 버튼을 고민할 때 훨씬 더 엄격하고 냉철해야 한다. 유튜브 영상이나 남의 말만 듣고 덥석 주식을 사는 용기는 사실 용기가 아니라 만용이다. 진정한 용기는 손실을 인정하고 끊어내는 손절매의 순간에, 그리고 적당한 수익에 감사하며 현금을 챙겨 나오는 익절의 순간에 필요하다.

 

이 책은 단순히 기술적인 차트 분석이나 매도 타이밍만을 알려주지 않는다. 투자자 개개인이 가진 심리적 취약성을 들여다보게 하고, 왜 우리가 매도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지를 가장 쉬운 언어로 풀어낸다. 자신이 어떤 서평을 써야 할지 체급을 정하는 것이 글쓰기의 시작이듯, 투자에서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익과 손실의 범위를 정하는 것이 매도의 시작임을 깨닫게 한다.

이제 나는 마을의 대소사를 챙기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며 평온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주식 시장의 파도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내가 가진 것을 어떻게 소중히 지키고 아름답게 마무리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그런 의미에서 <매도의 기술>은 나에게 주식 책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그것은 인생의 황혼기를 살아가는 이가 가져야 할 마무리와 비움의 미학에 대한 경제적 해설서였다.

 

투자의 세계에서 팔고 나오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다음 기회를 위한 겸허한 물러남이자 수익의 온전한 수확이다. “팔기 전까지는 내 돈이 아니다라는 이 간단하고도 엄중한 진리를 가슴에 새기며, 오늘도 내 삶과 계좌의 불필요한 욕심을 덜어내는 연습을 해본다. 지키는 자가 결국 승리한다는 것, 그것은 주식 시장과 인생 모두에 관통하는 변하지 않는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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