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브레인
박주원 지음 / 모티브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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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고개를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격동의 산업화 시대를 거쳐 정보화 시대의 도래를 목도했고, 이제는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일상의 문턱을 넘어 우리 삶의 중심부로 진입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돌이켜보면 평생 동안 들어온 가장 익숙한 미덕은 근면과 성실이었다. 열심히 땀 흘려 일하는 것만이 생존과 번영의 유일한 길이라 믿었고, 실제로 우리 세대는 그렇게 세상을 일구었다. 그러나 박주원의 <자이언트 브레인>은 이러한 오랜 믿음에 묵직한 균열을 내며 시작한다.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저자의 일갈은 평생을 성실함 하나로 버텨온 노년의 가슴에 서늘하면서도 강렬한 울림을 준다.

 

저자는 회사원과 1인 사업자라는 두 개의 치열한 세계를 모두 통과한 인물이다. 조직의 답답함과 홀로서기의 외로움을 온몸으로 겪어낸 그의 이력은 이 책에 실린 문장 하나하나에 단단한 무게감을 더한다. 혼자서 카피를 쓰고 광고를 만들며 고군분투하던 그가 AI라는 존재를 만나 7년 동안 해오던 일들을 단숨에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저자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단기간에 수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낸 비결 역시, 거창한 담론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절박한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정성 덕분일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AI를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는 위협적인 존재나 막연한 두려움의 대상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나의 능력을 무한히 확장해 줄 두 번째 뇌이자,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게 도와줄 든든한 동반자로 정의한다. 18세기 산업혁명기 기계의 등장에 두려움을 느낀 이들이 기계를 부수었던 러다이트 운동을 떠올려본다. 거대한 기술의 흐름을 거스르려 했던 이들은 결국 도태되었다. 변화를 거부하는 것은 흐르는 강물을 손바닥으로 막으려는 것과 같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파도에 휩쓸릴 것인가, 아니면 그 파도 위에 올라타 새로운 기회를 선점할 것인가라는 주체적 선택이다.

 

책에서 제시하는 구체적인 AI 활용법과 30선의 프롬프트, 학습 로드맵을 읽어 내려가며, 이 기술이 단순히 젊은이들의 전유물이 아님을 깨닫는다. 비록 젊은 세대처럼 손가락이 기민하게 움직이지 않고 새로운 도구가 낯설지라도, AI를 다루는 핵심은 결국 어떤 질문을 던지는가에 있다.

 

역설적이게도 AI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의 사고력지혜. 좋은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깊은 성찰과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는 통찰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삶의 궤적을 길게 그려온 노년의 경험은 AI라는 거인의 뇌를 움직이는 훌륭한 열쇠가 될 수 있다. 비록 현직에서 물러난 은퇴자라 할지라도, 자신이 평생 쌓아온 지식과 지혜를 AI라는 돋보기를 통해 세상에 다시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직장인과 창업가를 위한 실용 지침서를 넘어, 급변하는 시대를 마주한 인간이 지녀야 할 태도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저자가 전하는 거인의 사고방식은 두려움을 버리고 당당하게 새로움을 수용하는 유연함이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새로운 문을 닫아거는 과정이 아니라, 더 넓은 시야로 세상을 품어 안는 과정이어야 한다. AI라는 거대한 도구를 내 손안의 무기로 길들이는 일, 그것은 다가올 미래를 불안해하는 대신 인간다움의 가치를 더욱 확장해 나가는 흥미로운 여정이 될 것이다. 늙어가는 뇌에 안주하지 않고, 또 하나의 거대한 뇌를 가질 수 있다는 설렘을 안겨준 고마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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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줄을 긋다, 마음을 잇다
이향숙·강숙아·김상철·이미자·이은정·임해숙·조시원·조숙희·지선령·황경애 지음 / 작가의집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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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 일흔을 넘기고 보니, 세상의 요란한 말들보다는 고요한 행간에 눈이 더 자주 머문다. 살아온 날이 살아갈 날보다 많아진 이 지점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새로운 지식을 채우기 위함이 아니라 지나온 삶을 가만히 복기하고 남은 길을 다듬기 위함이다. 그러던 차에 <밑줄을 긋다, 마음을 잇다>라는 책을 만났다.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온 열 명의 작가가 자신의 삶을 일으켜 세운 한 줄의 문장을 붙잡고 써 내려간 이야기다. 책장을 덮고 나니, 내 청춘의 한 자락과 치열했던 중년의 나날, 그리고 지금의 노년이 그들의 고백 위로 겹쳐 흐른다.

 

이 책은 빅터 프랭클부터 쇼펜하우어, 류시화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거장들의 문장을 길잡이로 삼는다. 열 명의 저자(이향숙, 강숙아, 김상철, 이미자, 이은정, 임해숙, 조시원, 조숙희, 지선령, 황경애)는 그 위대한 문장들을 단순히 해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신 그 문장이 자신들의 거친 삶의 현장을 어떻게 통과해 갔는지, 부서지고 아팠던 마음을 어떻게 꿰매어 주었는지를 투박하고도 진솔하게 고백한다. 70대의 눈으로 바라본 그들의 이야기는, 마치 인생의 거센 파도를 함께 헤쳐 온 후배들의 절절한 생존기이자 성장 기록처럼 다가왔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자신만의 겨울을 맞이한다. 나 역시 사업의 실패나 건강의 위기, 소중한 이들과의 이별 등 숱한 겨울을 지나왔다. 이 책의 작가들 또한 그랬던 모양이다. 그들은 삶이 흔들릴 때마다 거장들의 문장에 매달렸다고 한다. 빅터 프랭클의 수용소 안에서의 절망 속에서도 의미를 찾으려 했던 문장이나, 쇼펜하우어의 냉철한 성찰은 그들에게 단순한 글자가 아닌 밧줄이었을 것이다. 70년 넘게 살아보니 알겠다. 인간은 완벽해서 살아내는 것이 아니라, 무너지면서도 붙잡을 문장 하나, 마음 기댈 곳 하나만 있으면 어떻게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말이다. 이 책은 바로 그 붙잡음에 대한 기록이다.

 

특히 마음에 와 닿았던 것은 이 책의 제목처럼 마음을 잇는행위 그 자체다. 책 속에 소개된 거장들은 이미 이 세상을 떠났거나 멀리 있는 이들이지만, 그들의 문장은 시공간을 초월해 열 명의 작가들에게 가닿았다. 그리고 이제 그 작가들의 삶이 녹아든 글이 되어 다시 나 같은 독자의 마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것이야말로 책이 가진 가장 거룩한 힘이 아닐까 싶다. 세대와 환경은 달라도, 인간이 느끼는 불안과 슬픔,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는 시대를 관통해 흐른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70대의 완고해지기 쉬운 내 마음에도 그들의 온기가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열 가지 결의 목소리를 하나씩 음미하다 보니, 문득 내 인생의 밑줄은 어디에 그어져 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젊은 날에는 성공과 성취를 말하는 문장에 밑줄을 그었을 테고, 중년에는 책임과 버팀에 대한 문장에 손이 갔을 것이다. 이제 노년에 이르러 내가 긋고 싶은 밑줄은 용서감사’, 그리고 남겨진 이들을 향한 위로의 문장들이다. 이 책의 저자들이 자신들의 아픔을 드러내어 타인에게 위로를 건넸듯, 나 또한 내 남은 생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에 따뜻한 선 하나를 그어주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밑줄을 긋다, 마음을 잇다>는 단순히 베스트셀러를 요약해 놓은 책이 아니다. 삶의 밑바닥에서 문장 하나로 번뇌를 건너온 이들의 피와 땀이 섞인 서사다. 치열하게 사느라 마음이 닳아버린 젊은이들에게는 나침반이 될 것이고, 삶의 황혼녘에서 지나온 날들을 반추하는 이들에게는 깊은 공감의 친구가 되어줄 책이다. 노년의 고독 속에서 잔잔하지만 강인한 삶의 생동감을 느끼게 해준 저자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나 역시 오늘 밤, 오래된 책 한 권을 꺼내어 내 마음을 이어줄 새로운 밑줄을 가만히 그어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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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번 더’ 하면 인생이 달라진다 - 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결정적 행동 원칙
닉 베어 지음, 김현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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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 일흔을 넘기고 보니, 세상사 참 많은 일이 스쳐 지나갔다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보면 인생이란 끊임없는 고개의 연속이었다. 하나의 고개를 넘으면 또 다른 고개가 나타났고, 그때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젊은 날에는 그 고개들을 어떻게든 다 넘어서서 대단한 고지에 오르고야 말겠노라 다짐하곤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점차 이만하면 됐다’, ‘여기까지 온 것도 감지덕지다라며 스스로 타협하는 법을 먼저 배웠다. 그렇게 적당히 주저앉아 남은 생을 관조하는 것이 미덕이라 여겼다.

 

그러다 닉 베어의 <한 번 더하면 인생이 달라진다>를 읽게 되었다. 수천만 달러의 브랜드를 일군 CEO이자 울트라마라톤을 뛰는 젊은이의 뜨거운 고백을 읽으며, 내 안에서 묵혀두었던 해묵은 불씨가 슬며시 고개를 드는 것을 느꼈다. 이 책은 단순히 젊은이들이여, 야망을 가져라라고 외치는 뻔한 성공담이 아니다. 오히려 포기하고 싶고, 주저앉고 싶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자신을 속이고 싶을 때, 바로 그 찰나의 순간에 한 번 더발을 내딛는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70대의 눈으로 바라본 이 책의 핵심은 무작정 견디는 것한 번 더 움직이는 것의 차이다. 노년이 되면 흔히 인생은 견디는 것이라고 말한다. 세월의 무게를 견디고, 약해지는 몸을 견디고, 상실을 견디는 것이 삶의 지혜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저자는 견디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한다고 일침을 가한다. 실패와 역경, 그리고 슬럼프 속에서 단순히 버티는 행위는 정체에 머무를 뿐이다. 진짜 변화는 남들이 모두 멈춰 설 때, 혹은 내 안의 나태함이 이쯤에서 그만하라고 속삭일 때, 딱 한 걸음 더 내딛는 구체적인 행동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우리는 종종 성공과 실패의 차이를 지나치게 거창하게 여긴다. 대단한 재능이나 천운이 있어야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나 역시 과거를 돌아보면, 어떤 실패 앞에서 내 능력이 부족해서’, ‘시대를 잘못 타고나서라며 핑계를 대곤 했다. 그러나 저자는 인생을 바꾸는 원칙이 의외로 단순하다고 말한다. 숨이 가빠오는 마라톤의 마지막 구간에서, 혹은 매일 반복되는 지루한 일상 속에서 한 번 더 시도하는 것’, 그것이 결승선을 통과하는 유일한 열쇠라는 점이다.

 

이 책이 마음에 와 닿았던 가장 큰 이유는 근거 없는 낙관주의를 늘어놓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실패한 이후에 어떻게 다시 몸을 움직일 것인지, 깨져버린 일상의 루틴을 어떻게 다시 세울 것인지, 그리고 끊임없이 밀려오는 자기 의심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에 대해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천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이 책은 깊은 울림을 준다. “내 나이에 이제 와서 무엇을 새로 시작하겠는가라는 생각 자체가 내가 스스로에게 채운 족쇄였음을 깨닫게 해준다. 대단한 기업을 일으키거나 마라톤을 완주하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오늘 하루 건강을 위해 한 번 더 걷고, 소원해진 이에게 먼저 한 번 더 전화를 걸고, 읽기 힘든 책의 책장을 한 번 더 넘기는 것. 이 모든 소소한 행위들이 결국 내 남은 인생의 질을 결정짓는 한 번 더의 원칙이 될 수 있다.


결승선은 언제나 가장 포기하고 싶은 순간 바로 뒤에 숨어 있다. 이 책은 나이를 불문하고, 삶의 정체기에 머물러 있는 모든 이들의 등을 가만히 떠밀어주는 힘이 있다. 주저앉아 만족하려는 나태한 마음을 거두고, 내일은 오늘보다 한 걸음 더 움직여 보리라 다짐하게 만드는 책이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현역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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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을 앞당기는 AI 업무 활용 루틴 - 챗GPT, 퍼플렉시티, 제미나이, 릴리스AI, 냅킨, 감마, Flow, Veo로 완성하는
오언주 지음 / 시대인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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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 일흔을 넘기고 나면 세상의 빠른 변화는 기대감보다 두려움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특히 요즘 언론에서 하루가 멀다고 떠들어대는 ‘AI(인공지능)’라는 단어는 나와 같은 노년층에게는 마치 닿을 수 없는 먼 미래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에 겨우 익숙해졌나 싶었더니 이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고 세상을 바꾼다고 하니, 은근히 소외감마저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 우연히 접한 오언주 저자의 <퇴근을 앞당기는 AI 업무 활용 루틴>은 그 막연한 장벽을 허물어뜨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은 12년 차 마케터의 실무 노하우를 담은 AI 활용 입문서다. 제목만 보면 매일 정시 퇴근을 갈망하는 젊은 직장인들만을 위한 책 같지만, 찬찬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조직을 관리하거나 사회 활동을 이어가는 노년의 리더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저자는 복잡한 기술적 이론을 늘어놓는 대신, GPT를 비롯해 퍼플렉시티, 제미나이 등 다양한 AI 도구를 실제 업무에 어떻게 부려먹을 수 있는지 지극히 현실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AI를 대하는 저자의 태도다. 저자는 AI를 거창한 혁신의 도구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적인 업무 루틴을 개선해 주는 똑똑한 비서로 정의한다. 이 지점이 나에게 큰 위안을 주었다. 생각해보면 나이가 들면서 가장 아쉬운 것은 기획력이나 통찰력이 아니라, 그것을 뒷받침해 줄 문서 작성이나 데이터 정리 같은 손 발의 속도다. 머릿속에는 수많은 경험과 아이디어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데, 이를 깔끔한 기획서나 보고서로 정리해 내는 과정에서 늘 시간과 체력의 한계를 느끼곤 했다.

 

책에서 소개하는 회의록 정리나 엑셀 자동화, PPT 제작 등의 기술은 바로 그 가려운 곳을 정확히 긁어준다. 릴리스AI나 냅킨AI 같은 생소한 도구들이 장황한 자료를 순식간에 요약하고 시각화해 주는 모습을 책을 통해 따라가다 보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수많은 사람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으로서, 복잡한 논쟁이나 데이터를 단 몇 분 만에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는 AI의 능력은 탐이 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이 책은 단순히 기술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따라 하기쉬운 구조로 되어 있어 나 같은 노년의 독자도 덜컥 겁부터 먹지 않게 도와준다. 명령어(프롬프트)를 어떻게 입력해야 원하는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지 상세히 안내하는 대목에서는 저자의 친절함이 돋보인다. AI라는 낯선 비서에게 말을 거는 정확한 방법을 배우고 나니, 젊은 세대와의 소통만큼이나 어렵게 느껴졌던 기계와의 소통도 결국 명확한 문답의 과정일 뿐이라는 자신감이 생겼다.

은퇴를 했다고 해서 삶의 현역에서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 지역 사회에서 작은 직책을 맡아 봉사하거나, 평생 쌓아온 지혜를 글로 남기는 등 노년의 삶 역시 끊임없는 기획과 생산의 연속이다.

 

이 책은 젊은 직장인들에게는 퇴근을 앞당기는 무기이겠지만, 나 같은 70대에게는 사유의 속도를 기술이 따라잡게 해주는 지팡이와 같다. 거칠고 반복적인 아날로그식 수고를 AI에게 맡기고, 인간은 오직 깊이 있는 사색과 결정에만 집중할 수 있게 돕기 때문이다.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다시금 실감한다. 낯선 영어 단어와 기술 이름들에 처음에는 눈이 침침해질지언정, 한 장 한 장 따라 하다 보면 세상이 참 편리해졌음을 온몸으로 느끼게 된다. 변화하는 시대를 원망하거나 멀리하기보다, 그 변화의 파도에 올라타 남은 생을 더욱 효율적이고 가치 있게 가꾸고 싶은 동년배들에게 이 유용한 지침서를 기꺼이 권하고 싶다. 조용히 컴퓨터를 켜고, 책에 적힌 대로 첫 번째 명령어를 입력해 볼 준비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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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수용소 이후 - 빅터 프랭클이 남긴 인생 강의
빅터 프랭클 지음, 유영미 옮김 / 북하우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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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70대의 고개에 서서 지나온 세월을 돌아보면, 삶이란 결국 크고 작은 상실과 고통을 견뎌내는 과정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젊은 날에는 타인의 불행과 나의 아픔을 비교하며 누가 더 힘든가를 저울질하곤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며 깨닫게 되는 것은, 인간의 고통은 계량화할 수 없는 절대적인 무게를 지닌다는 점이다. 빅터 프랭클은 나치 강제수용소라는 인류 역사상 가장 잔혹한 지옥을 경험하고도 타인의 고통을 함부로 재단하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사람에게는 저마다의 아우슈비츠가 있다라며 인간의 아픔을 깊이 껴안는다. 이 한 문장만으로도 그가 고통을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숭고하고 따뜻한지 절감하게 된다.

 

그의 유작인 <죽음의 수용소 이후>는 단순히 비극적 체험의 기록을 넘어선다. 수용소의 철조망이 걷힌 후, 허무주의와 불안이 유령처럼 떠돌던 20세기 중반의 세상에서 그가 어떻게 인간의 존엄을 다시 세우려 했는지 보여주는 깊은 사유의 결정체다. 노년에 접어들어 이 책을 다시 마주하니, 그가 던지는 질문들이 젊은 시절과는 확연히 다른 무게로 가슴에 와 닿는다.

 

프랭클이 강조하는 인간의 자유는 조건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조건에 대해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자유. 우리는 살아가면서 신체적 노화, 소중한 이들과의 이별, 사회적 역할의 축소 등 우리가 선택하지 않은 수많은 한계 상황을 마주한다. 70대라는 나이 역시 물리적, 환경적 제약이 늘어나는 시기다. 그러나 프랭클은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자유만큼은 인간에게서 빼앗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지점에서 삶의 책임이라는 엄중한 가치가 도출된다. 흔히 노년은 살아온 날들을 반추하며 쉬어가는 시기라고 여겨지지만, 이 책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이 무엇인지 질문하게 만든다. 프랭클의 시선에 따르면 삶은 우리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주체이며, 우리는 매 순간 우리의 행동과 선택으로 그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존재다. 은퇴를 하고 사회의 중심에서 물러났을지라도, 오늘 하루를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가, 내 주변의 공동체와 가족에게 어떤 온기를 남길 것인가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나의 몫으로 남아 있다.

 

현대 사회는 풍요 속에서도 여전히 정신적 공허와 실존적 허무주의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노년층 역시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허무감에 빠지기 쉽다. 프랭클은 이러한 허무와 불안을 이겨낼 유일한 열쇠로 삶의 의미를 제시한다. 그는 의미란 우리가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 속에서 발견하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우리가 몰입하는 일 속에서, 누군가와 나누는 사랑과 환대 속에서, 그리고 피할 수 없는 고통을 의연하게 견뎌내는 태도 속에서 의미는 끊임없이 솟아난다.

 

돌이켜보면 내 삶의 가장 빛나던 순간들은 물질적 풍요를 누릴 때가 아니었다. 타인을 위해 나를 조금 희생했을 때, 무너진 이웃의 손을 잡아주었을 때, 그리고 삶의 시련 속에서도 묵묵히 내 자리를 지켜냈을 때 생의 참된 의미를 맛보았다. 프랭클은 강제수용소의 비극을 겪은 뒤에도 인간을 단죄하거나 절망에 굴복하지 않았다. 인간의 가능성을 끝까지 믿었던 그의 위대한 낙관주의는, 세월의 풍파 속에서 마음이 거칠어진 우리 노년의 영혼을 부끄럽게 만든다.

 

이 책은 비단 삶의 황혼기에 접어든 이들만을 위한 지침서가 아니다. 불안과 허무의 바다에서 표류하는 모든 세대를 향한 구원의 메시지다. “인생 강의라는 부제에 걸맞게, 저자는 고통을 겪고 있는 모든 인간에 대한 깊은 연민에서 출발하여 우리를 존엄의 길로 인도한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삶의 유한함을 피부로 느끼는 과정이다. 그러나 그 유한함이 삶을 가치 없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나온 시간이 고통과 환희로 가득 차 있었기에, 그리고 남은 시간이 제한되어 있기에 현재의 매 순간은 더욱 엄숙하고 소중하다. 빅터 프랭클이 고통의 심연에서 길어 올린 이 지혜는 우리에게 마지막 순간까지 삶에 라고 대답할 용기를 준다. 어떤 비극 속에서도 인간은 존엄할 수 있으며, 삶은 여전히 살아낼 가치가 있다는 그의 목소리가 긴 여운으로 가슴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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