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고 글쓰기 - 서울대 나민애 교수의 몹시 친절한 서평 가이드
나민애 지음 / 서울문화사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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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고개를 넘어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드니 세상 보는 눈은 깊어졌을지 몰라도, 막상 그 깊이를 글로 옮기려 하면 펜 끝이 무겁기만 하다. 평생 수많은 책을 읽어왔고, 이제는 시간적 여유도 생겨 읽은 책에 대한 흔적을 남겨보려 하지만, 하얀 종이 앞에서 마주하는 막막함은 젊은 시절이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책은 읽었는데, 왜 한 줄도 못 쓸까?’라는 이 책의 문구는 마치 내 속마음을 들여다본 듯 따끔했다. 서울대 나민애 교수가 13년간 학생들의 글을 고쳐주며 쌓은 내공을 담았다는 이 책은, 글쓰기의 문턱에서 서성이던 나 같은 노년의 독자에게 다정한 지팡이가 되어준다.

 

우선 이 책이 가장 먼저 정리해 준 것은 독후감서평의 경계였다. 그동안 내가 써온 글들이 단순히 느꼈다좋았다에 머물렀던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저자는 서평을 감상문이 아니라 책에 대한 분석과 판단, 평가를 담은 공부와 글쓰기의 접점으로 규정한다. 돌이켜보면 내 삶 자체가 수많은 선택과 평가의 연속이었는데, 왜 유독 책 앞에서만은 주관적인 감상에 매몰되었던가. 서평은 콘텐츠를 이해한 뒤에 오는 세 번째 단계라는 저자의 말은, 읽기가 단순히 활자를 삼키는 행위가 아니라 비판적 사유를 통해 내 것으로 소화하는 과정임을 새삼 일깨워준다.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서평의 체급을 나누어 접근하라는 조언이다. 우리는 흔히 글을 쓴다고 하면 대단한 비평가라도 된 듯 거창한 문장을 떠올린다. 하지만 나민애 교수는 한 줄 리뷰나 블로그용 짧은 글부터 시작해 보라고 권한다. 욕심을 내려놓고 지금 나에게 필요한 글쓰기의 목적과 길이를 먼저 정하라는 말은, 무거운 책임감으로 글쓰기를 대하던 나에게 큰 해방감을 주었다.

 

70대의 글쓰기가 반드시 장엄한 회고록일 필요는 없다. 오늘 읽은 책 한 권에서 발견한 문장 하나에 내 생각을 덧붙이는 100자 평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기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가볍게 한다.

 

책은 읽기, 이해하기, 쓰기를 하나의 흐름으로 다룬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멋진 문장력이 아니라 자기 글쓰기의 목적을 아는 일이다. 나 역시 지역 사회에서 운영위원회 감사나 마을 대표직을 맡으며 공적인 문서를 다룰 일이 종종 있었지만, 정작 나 자신의 사유를 정리하는 법에는 소홀했다.

 

이 책은 복잡한 작법론 대신 가장 쉬운 언어로 서평의 본질을 설명한다. 이는 마치 잘 가르치는 선생이 아니라, 곁에서 조용히 길을 안내해 주는 친절한 안내자 같다.

 

인생의 후반전에서 글을 쓴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뽐내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그 시대의 기록인 책을 통해 나는 어떤 변화를 겪었는지를 증명하는 행위다. 저자가 말하는 서평도 다 같은 서평이 아니다라는 현실 감각은, 노년의 독자가 자신의 호흡에 맞춰 글쓰기를 지속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비록 눈은 침침해지고 손은 떨릴지언정, 머릿속을 스쳐 가는 수많은 생각의 편린들을 붙잡아 글로 박제하는 즐거움을 놓치고 싶지 않다. 이 책 덕분에 이제는 책장을 덮고 나서 멍하니 창밖을 보는 시간보다, 짧게라도 내 생각을 정리해 보는 시간이 더 길어질 듯하다. 잘 쓰려는 욕심보다 정직하게 평가하려는 마음, 그리고 나만의 체급에 맞는 글쓰기를 시작하는 법. 이 책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이다. 이제는 두려움 없이 종이 위에 첫 문장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읽는 인간에서 쓰는 인간으로 나아가는 그 길목에서, 이 책은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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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돈 걱정 없이 은퇴할 수 있습니다 - 예비 퇴직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질문 36가지
정도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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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흔의 고개를 넘어서면 인생은 마치 완만한 내리막길을 걷는 기분이 든다. 젊은 시절엔 앞만 보고 달리느라 놓쳤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발밑이 허물어질까 봐 조심스러워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미 은퇴라는 문을 통과한 나 같은 사람에게도, 혹은 그 문 앞에 서서 서성이는 후배들에게도 은퇴는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처럼 남아 있다.

 

이 책은 중장년 재취업 및 노후 생애설계 전문가로, 사람과 직업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정도영 소장이 막막한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이들에게 건네는 실무적인 지도와 같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현장성에 있다. 20년간 3,000명의 사례를 분석했다는 저자의 이력은 빈말이 아니었다. 시중에 깔린 수많은 은퇴 지침서들이 젊을 때 더 아껴라혹은 공격적인 투자를 하라는 식의 원론적인 공포 마케팅에 집중할 때, 이 책은 우리가 현실에서 부딪히는 36가지 질문을 송곳처럼 파고든다. 적정 생활비의 규모부터 재취업을 위한 자격증의 실효성까지, 독자가 가려운 곳을 정확히 짚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70대의 관점에서 볼 때, 은퇴 설계는 단순히 의 문제로만 귀결되지 않는다. 물론 경제적 기반은 품위 있는 노후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이 책은 돈에 매몰되지 않고 두 번째 커리어심리적 안정’, 그리고 인간관계라는 축을 함께 세운다. 이는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통장의 잔고는 넉넉할지언정, 퇴직 후 맞이한 무한한 자유 시간을 감당하지 못해 고립되는 이들을 적잖이 보게 된다. 저자는 은퇴를 삶의 중단이 아닌 삶의 재구성으로 정의하며, 우리가 은퇴 후에도 사회와 연결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특히 인상 깊었던 대목은 노후 생활비와 소득 구조에 대한 조언이다. 저자는 보통 사람들이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가이드를 제시한다. 거창한 부자가 되라고 말하는 대신, 자신의 상황에 맞는 기준을 세우고 그에 맞춰 지출을 통제하며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이는 예비 퇴직자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근거 있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이미 노후에 들어선 나에게도 이 조언들은 현재의 자산 관리 방식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인간관계에 대한 통찰도 빼놓을 수 없다. 은퇴 후의 삶은 반경이 좁아지기 마련이다. 저자는 그 좁아진 반경 속에서 어떻게 하면 더 깊고 건강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그리고 혼자 보내는 시간을 어떻게 생산적으로 채울 수 있는지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노년의 고독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지만, 준비된 고독은 오히려 자아를 발견하는 시간이 될 수 있음을 이 책은 시사한다.

 

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70년이라는 세월을 지나온 나에게도 여전히 배울 것이 많다는 사실을. 이 책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도구에 그치지 않는다. 불안이라는 감정에 잠식되어 현재를 망치고 있는 중장년층에게 지금도 늦지 않았으니, 하나씩 정돈해 나가자고 등을 다독여주는 따뜻한 위로이기도 하다.

 

은퇴는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이며, 동시에 새로운 문장으로 나아가는 접속사다. <당신도 돈 걱정 없이 은퇴할 수 있습니다>는 그 문장을 어떻게 써 내려가야 할지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퇴직을 앞두고 밤잠을 설치는 후배들뿐만 아니라, 이미 노년의 길을 걷고 있는 동년배들에게도 일독을 권한다. 우리는 생각보다 더 오래, 그리고 더 멋지게 살아갈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이제 막연한 불안을 내려놓고, 책이 제시한 36가지 질문에 스스로 답하며 나만의 은퇴 지도를 그려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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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짧은 섹스의 역사
데이비드 베이커 지음, 김숲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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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출간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일흔을 넘긴 나이가 되면 세상만사를 바라보는 눈길이 한결 덤덤해지기 마련이다. 한때 삶을 거세게 흔들었던 뜨거운 감정들도, 치열했던 생존의 경쟁도 지나고 나면 그저 흐르는 강물 같은 역사의 한 장면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데이비드 베이커의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섹스의 역사>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책을 집필진의 의도대로 단숨에 읽어 내려간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 나이쯤 되면 ()’이라는 단어를 부끄러워하거나 음지의 것으로 치부하는 단계를 넘어선다. 오히려 그것이 인간이라는 존재를 구성하는 가장 근원적인 생명력의 본질임을 담담하게 인정하게 된다.

 

이 책은 인류를 포함한 생명체가 쾌락을 진화시켜 살아남았다는 흥미로운 가설을 던진다. 흔히 우리는 적자생존이나 약육강식처럼 강하고 거대한 존재가 살아남았다고 믿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진화의 역사가 번식 기회를 얻지 못한 수컷들의 실패담으로 가득 차 있으며, 결국 생존한 것은 힘센 개체가 아니라 성 전략을 잘 짜고 실천한 이들이라고 말한다. 70 평생을 살며 깨달은 삶의 지혜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세상을 살아내는 데 진정 필요한 것은 무지막지한 힘이 아니라, 타인과 공존하고 소통하는 부드러운 전략이기 때문이다.

 

특히 책에서 주목하는 암컷(여성)의 쾌락에 관한 서술은 신선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포유류 암컷에게 오직 쾌락만을 위해 존재하는 클리토리스가 도태되지 않고 진화해왔다는 사실, 그리고 수컷이 이를 자극하기 위해 음경을 몸 밖으로 꺼내는 진화를 선택했다는 대목은 놀랍다.

 

암컷이 짝짓기를 너무 즐겨서 멸종한 종은 없다.”는 이 문장은 성적 즐거움이 결코 죄악이거나 감추어야 할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생명이 이어지기 위한 가장 자연스럽고 숭고한 진화의 열쇠였음을 웅변한다.

 

우리 세대는 성에 대해 지극히 보수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젊은 시절을 보냈다. 특히 여성의 성적 욕구는 입 밖에 꺼내는 것조차 금기시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깨닫는다. 인류는 본래 암컷을 만족시키고 서로의 쾌락을 높이는 방향으로 생존을 도모해왔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가 진화의 순리를 거슬러 제도를 만들고 억압해왔을 뿐, 생명의 역사 20억 년은 줄곧 쾌락과 공존의 편이었다.

 

저자는 생물학을 넘어 화학, 해부학, 행동심리학, 그리고 역사학까지 종횡무진하며 다양한 종들의 성행위를 파헤친다. 티라노사우루스의 거대한 몸집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작은 음경 이야기나, 매력적인 수컷을 차지하려 경쟁하는 암컷 개코원숭이의 모습은 실소를 자아내면서도 생명의 다양성에 감탄하게 만든다. 오랑우탄 무리에서 경쟁에 밀려난 베타 수컷들이 서로 동성애적 행위를 나누며 유대를 다지는 모습은, 성이 단순히 번식만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개체 간의 갈등을 완화하고 관계를 유지하는 고도의 사회적 도구임을 보여준다.

 

70대의 눈으로 보기에 이러한 생태계의 모습은 경이롭기 그지없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도덕과 규범의 잣대로 보면 해괴해 보일지 모를 행동들이, 대자연의 관점에서는 모두 살아남기 위한 치열하고도 아름다운 몸부림이었던 것이다.

 

내가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부분은 ‘3. 문화의 여운장이다. 인류가 190만 년 전 수렵 채집 시절 일부일처제를 채택한 배경부터, 고작 5,500년 전 시작된 농경 사회가 어떻게 여성의 성을 단속하고 억압했는지를 다룬 역사적 추적은 매우 정교하다. 사유 재산이 생겨나고 자식에게 부를 물려주어야 했던 농경 사회는 혈통을 확인하기 위해 여성의 섹스를 통제하고 처벌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전통이라 믿고 살아왔던 가부장적 성 관념과 보수적인 도덕률이, 인류 전체 진화 역사에 비하면 고작 찰나에 불과한 농경 사회의 부산물이었다는 사실은 깊은 울림을 준다.

 

이 책은 성은 부끄러운 것도, 탐욕스러운 것도 아니며, 인류가 생존을 위해 선택한 가장 따뜻하고 유쾌한 생존 전략이었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세상을 넓고 깊게 바라보고 싶은 동년배 노년들에게, 그리고 성을 그저 쾌락이나 의무로만 여기는 젊은 세대 모두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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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선택 - 인구 절벽 시대, 국적은 어떻게 개인의 무기가 되는가
우원규 지음 / 미래의창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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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평생을 이 땅에서 살았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국가라는 이름 아래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던 시절을 지나, 한강의 기적을 일구고 민주화를 맞이하며 우리는 늘 우리나라가 잘되는 것이 곧 나의 잘됨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국가와 개인은 뗄 수 없는 운명 공동체였고, 애국은 곧 삶의 기본 윤리였다. 그런데 우원규의 <국가선택>은 내가 평생을 바쳐온 이 국가라는 견고한 성벽에 아주 도발적인 균열을 낸다. 책장을 덮으며 나는 묘한 서늘함과 함께, 이제는 피할 수 없는 거대한 시대의 파고를 마주한 기분이었다.

 

저자는 서늘하게 단언한다. 인간이 본능적으로 지킬 수 있는 공동체는 가족까지라고. 그 이상의 공동체, 즉 국가는 시대적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결속일 뿐이며, 그 연결고리는 변화 앞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칠십 대인 나에게 이 문장은 심리적인 저항감을 불러일으킨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것이 최고의 가치라 배웠던 세대에게, 국가는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숙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분석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알던 세상은 이미 과거의 유물이 되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제 언어의 장벽은 인공지능이 허물고 있고, 정보는 실시간으로 국경을 넘나든다. 젊은이들에게 국가는 더 이상 운명적인 귀속처가 아니라, 나에게 어떤 서비스와 기회를 제공하느냐에 따라 갈아탈 수 있는 플랫폼처럼 변모하고 있다. 저자의 말대로 역량이 없는 국가는 더 이상 국민을 붙잡아 둘 수 없는 시대가 온 것이다.

 

가장 가슴 아프게 다가온 대목은 침전된 사회에 대한 경고다. 실력 있고 자본 있는 이들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는 국가를 선택해 떠나고, 떠날 능력이 없는 사람들만 남겨진 사회. 세계 최저 출산율을 기록하며 빠르게 늙어가는 한국의 현주소를 보면, 이것은 먼 미래의 가정이 아니라 이미 진행 중인 현실이다.

 

내가 사는 동네를 둘러본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사라지고, 빈집은 늘어난다.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단순히 숫자상의 감소가 아니라, 이 사회를 지탱하는 에너지와 시스템이 무너진다는 뜻이다. 저자는 인구와 이민, 국가 생존의 조건을 촘촘히 분석하며 묻는다. 과연 한국은 이 거대한 인구학적 재앙 앞에서 국민에게 선택받을 만한 매력적인 국가인가?

 

이 책은 칠십 대인 나에게 젊은 세대의 불안과 선택을 이해하는 새로운 안경을 씌워주었다. 우리는 왜 요즘 애들은 국가에 대한 애착이 없느냐고 혀를 차지만, 저자의 논리에 따르면 그들은 지극히 합리적인 생존 전략을 택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가 나의 노후를 책임져주지 못하고, 오히려 과도한 세금과 빚만 물려준다면 누가 그 나라에 남으려 하겠는가.

 

저자가 제시하는 방향은 명확하다. 국가는 이제 통제자가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로서 개인의 선택을 받아야 하며, 우리는 이민과 인구 정책에 있어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혈연 중심의 민족주의에 갇혀 있다가는 결국 침전된 사회의 고인물이 되어 소멸할 뿐이다.

 

칠십 대의 시각에서 이 책은 불편하다. 평생을 지탱해온 가치관을 뒤흔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불편함은 곧 깨달음으로 이어진다. 내가 자식들에게 이 나라를 지켜라라고 말하기 전에, “이 나라는 너희가 살고 싶은 나라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은 단순히 인구론을 다룬 사회과학 서적을 넘어, 개인의 존엄과 자유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국가가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국가가 개인에게 그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다.

 

이 책은 나에게 마지막 애국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것은 낡은 관습과 민족주의를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이 다음 세대에게 선택받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변화의 물꼬를 터주는 일일 것이다. “내가 왜 이 나라에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당당히 답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드는 일, 그것이 우리 세대가 남겨주어야 할 진짜 유산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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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기술 - 인간관계를 변화시키고 마음을 읽는 10가지 대화법
정정숙 지음 / 행복플러스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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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칠십 평생을 살면서 참 많은 말을 쏟아내면서 살았다. 자식들을 키울 때는 훈계라는 이름으로, 일터에서는 효율이라는 명목으로, 친구들 사이에서는 정()이라는 핑계로 수많은 문장을 허공에 뿌렸다. 그런데 고희를 넘긴 지금, 문득 뒤를 돌아보니 정작 내 마음이 상대에게 온전히 닿았던 적이 얼마나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말은 넘쳐나는데 마음은 겉도는 시대, 정정숙의 <대화의 기술>은 나처럼 살 만큼 살았다고 자부하는 노년층에게 오히려 더 매서운 죽비소리로 다가온다.

 

우리는 흔히 그 사람 참 성격 좋아, 대화가 잘 통해라고 말하며 소통을 타고난 성품의 문제로 치부하곤 한다. 나 역시 그랬다. 말이 안 통하는 건 상대방의 성격이 모나서거나, 내가 부족해서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은 대화를 연마해야 할 생존 기술로 재정의한다. 펜실베이니아대에서 40년간 연구해 검증했다는 10가지 기술은 대화가 단순한 말하기가 아닌, 고도로 훈련된 공감의 메커니즘임을 일깨워준다.

 

70대에게 이 지점은 매우 중요하다. 나이가 들면 내가 살아보니 말이야로 시작하는 꼰대질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 내 경험이 정답이라 믿기에 상대의 말을 가로막고 결론부터 내리려 한다. 하지만 책은 말한다. 진실한 대화는 내 지혜를 뽐내는 자리가 아니라, 상대의 마음을 여는 기술이라고.

 

책을 읽으며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졌던 문장은 바로 이것이다. “가족들이 나와 대화하기를 좋아하는가, 싫어하는가?” 자식들은 명절에 찾아와 안부를 묻지만, 정작 속 깊은 고민은 꺼내지 않는다. 손주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의 질문에 단답형으로 일관하기 일쑤다. 나는 그게 세대 차이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깨달았다. 내가 그들의 마음을 경청하기보다는 내 식대로 해석하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들이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근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경청, 표현, 갈등 해결의 단계들은 무너진 관계를 회복하는 구체적인 이정표가 된다. 특히 공감이 단순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감정 상태를 정확히 읽어주고 내 감정을 건강하게 전달하는 과정임을 과학적으로 설명해 주는 대목에서 무릎을 쳤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10가지 기술 중 노년의 삶에 가장 절실한 것은 표현과 용서였다. 우리는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하는 데 인색한 세대다. “말 안 해도 다 알겠지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켜켜이 쌓인 오해와 갈등의 먼지를 털어내기 위해서는 용기를 내어 입을 열어야 한다.

 

내 주장을 멈추고 상대의 침묵 뒤에 숨은 의도를 듣는 법, “너는 왜 그러니?”가 아니라 나는 이렇게 느껴진다라고 내 마음을 전달하는 법, 옳고 그름을 가리는 재판관이 아니라, 함께 길을 찾는 동반자가 되는 법, 이 기술들은 40년의 연구 결과답게 매우 체계적이다. 막연하게 착하게 말해라가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 어떤 단어를 선택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안내한다. 이 책을 읽으며 지난날 아내와 자식들에게 던졌던 날 선 말들이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때 이 기술들을 알았더라면, 조금 더 따뜻한 가장이자 아버지가 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인생의 황혼기에 무슨 대화를 새로 배우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은 생을 외로운 섬으로 남지 않으려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말이 통하는 어른으로 남으려면 대화의 기술은 반드시 익혀야 할 마지막 숙제와 같다.

 

이 책은 단순한 처세술 교본이 아니다. 상처 입은 관계를 치유하고, 메마른 삶에 온기를 불어넣는 생명수와 같다. 자식들의 전화를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먼저 전화를 걸고 싶게 만드는 사람이 되는 법. 그 해답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이 책은 나처럼 대화가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모든 동년배들에게 권하고 싶은 인생의 지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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